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8-08-06 01:13:13 IP ADRESS: *.241.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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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반 20기(2008년 2월-7월) 수강후기 발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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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심산반 수강을 들으면서 난 여러 가지로 많이 고민했다. 사실,이 스토리를 어떻게 더 재미있게 쓸까라는 고민보다는 이것을 내가 정말 해야만 하는 걸까,내가 정말 시나리오 작업을 좋아하는 걸까,내가 영화를 좋아하긴 하는 걸까,내가 이걸 해서 정말 지금도,앞으로도 계속 행복할 수 있을까...이런 고민들을 더 많이 했다. “나는 왜 굳이 시나리오를 쓰려고 하는 것일까?왜?” 사람들이 이 질문을 내게 하면 난 늘 민망했다.이런저런 말을 늘어놓지만 결국 잘 모르겠다는 게 가장 정확한 답이었다.정말 잘 모르겠다.그것은 내가 나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게 했고 그 강박관념은 나를 곧잘 슬럼프에 빠지게 했다. 그런데 어떤 것도 제대로 해보지도 않아서 정말 모르겠더라.

그래서 결심했다. 끝까지 가보고 그 때 아니면 돌아오기로 그렇게 정했다. 글쎄,심산샘 수업 들으면서 정말 좋았던 것은, 샘의 놀라운 언변도 아니고(정말 퍼펙트 했지만), 샘의 해박한 영화 지식도 아니고(이부분도 놀라웠지만), 샘의 부럽디 부러운 삶에 대한 열정도 아니고(열정보다는 광기?!), 그냥 이런 거였다. 나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 할까.그냥 그런 거였다(이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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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라면 말이 아니라 작품으로 보여줘라"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창작자에게 무한한 고통의 굴레를 지워줍니다. 그것은 자신의 한계를 보여주는 말이며, 창작자는 그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평생을 몸부림쳐야 하니까요. 6개월의 시간동안 저는 심산 선생님의 ‘구박(?)’을 받으며 나름 몸부림을 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숨어있던 M의 기질이 발동했는지 그 구박의 시간들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제 그 시간들을 뒤로하자니 아쉬운 점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어찌되었든 그 시간들은 지나온 저는 선생님 덕분에 시야가 넓어진 기분입니다.

매주 화요일 노동의 시간을 마치고 신촌으로 달려가는 기분은 참 묘했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면서도 머릿속이 맑아지며 기대감으로 들떴지요. 오늘은 내가 생각지 못한 어떤 부분에 대해서 말씀을 들을 수 있을까. 내 이야기의 모자란 2%, 아니 20%인지 80%인지 모를 부분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가감없이 거침없이 진실을 말씀해 주시는 선생님의 강의 속에서 야릇한 희열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앞으로의 작업은 지금과 같이 지난하고 거친 싸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선생님과 함께한 시간들이 거름이 되어 좀 더 깊이 있는 전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백마디 말보다 작품으로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지요. 신촌 호랭이 심산선생님!! 크레딧으로 다시 인사 올릴 때까지 부디 건강하십시오. 천년만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그 시간을 앞당기려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의 가르침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20기 여러분! 우리 모두 건필!!(최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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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이라는 암반수"

누가 알 수 있을까? 내가 왜 생겨났고, 이렇게 자란 것이, 무엇을 위함인지....나는 그저 햇살 뜨거워지면 싹 띄우는 것 밖에 모르는 덜 자란 나무였고, 혹은 회색 외피를 가지고 이미 죽어버린 것처럼 보이는 나무였다. 어느 날 나는 목이 말랐고, 그저 물이 필요했으므로 온갖 게으름과 거드름을 피우며 가느다란 뿌리 하나를 귀공녀 진흙탕에 신상 구두 내려놓듯 살짝 내려 놨을 뿐인데, 거기엔 달콤하면서도 씁쓸한(bitter-sweet) 물이 있었고, 로또당첨 확률만큼의 기쁨으로 그것을 숨 가쁘게 빨아 들였을 땐 그것을 먹고 내가 자랐는지 자라지 못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당신이 뻗는 그 발의 끝에 심산 암반수가 닿는다면 이미 당신의 가장 큰 의문은 해소된 것일 테니...good luck!!(강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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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님이 그림을 그리려는가?"

장님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가 들고 있는 펜엔 잉크가 떨어졌다. 이를 깨달을 수 없는 장님은 계속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엔 이 세상 사람들이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멋진 그림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장님이 그림을 마쳤을 때 그가 펼쳐든 종이엔 아무 그림도 없었다. 장님은 주위 사람들에게 그림에 대한 어떤 말도 듣지 못했고 심지어 그들은 장님이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 조차 믿어주지 않았다.

나를 비롯해 수업 중 시나리오를 완성시키지 못한 사람들은 아마도 장님과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완성하지 못한 나는 무언가에 눈을 감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알지도 모른다고 짐작하던 부분들에서 나는 항상 벽을 느꼈고 그 벽을 더듬기 시작했을 때 내가 정말 바보 같았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좀 더 겸손했어야 하고 좀 더 부지런했어야 했다.

장님이 보지 못했던 건 자기가 눈이 먼 장님이었단 사실이다. 일 년에 십만 장의 원고를 써야만 한다는 작가에 대한 신화는 사실 믿지 않는다. 그런 작가의 삶은 끔찍할 것이고 난 좀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사람이다. 하지만 종강을 하고 손에 어떤 것도 들려있지 않을 때 역시 마찬가지로 끔찍한 기분이었음을 인정한다. 결국 눈을 뜨고 펜에 잉크를 채우고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나에게 필요하다(김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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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지 말아라! 10000씬을 써라!"

단편영화 후반작업이 늘어지기시작하면서, 완성될때까지 장편시나리오를 하나 써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과 놀고, CG하는 넘이랑 싸우고 며칠 드러눕고 방황하느라 시나리오를 안쓰더라구요. 아니, 사실 겁이 났습니다. 장편시나리오 어떻게 쓸지 모르겠어요. 도전도 없이 무조건 도망만 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심산스쿨 등록을 결심했습니다. 단편영화는 6월말에나 완성될 것 같으니, 그 동안 여길 다니면서 시나리오를 쓰자. 88만원 투자해서 시나리오 하나를 강제로 뽑아내자 하고.

그래도 바빠서 안썼어요. 사실을 고백해요! 저, 전반엔 정신 나가서 바빴고, 후반엔 낚시여행 다니느라 바빴어요. 그러던 어느날 선생님이 [당신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책을 참고로 하신 수업을 듣고 난 너무너무 잘못생각하고 있구나라는 걸 알았어요. 하고픈 거 다 하면서는 글 못쓴다는 거. 난 도망치기만 한 거라고.

그 이후로 친구 작업실 빌려서 출퇴근하고 있어요. 친구들 전화와도 가끔은 거절도 하지요. 알바도 이제 안해요. 음, 영화는 아직 약간의 마무리가 남았지만 상영회 이후론 정말 끝이예요.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거 알고나니, 이젠 내 두 주인공들을 위한 시간이 많아요. 제대로 쓰기 위해서 10000씬 써야 한다는 말씀 정말정말 와닿았어요. 이젠 그만 방황하고 계속쓰고 계속 고민하고 또 쓰고 하려구요.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격려해주신 거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수업에서 가장 큰 소득이 '쓸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하자'라는 결심입니다(송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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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에서건 내가 펜을 들었다"

처음 심산 스쿨을 등록할 때는 제가 과연 잘 하는 짓인지 고민을 한참 했더랬습니다. 6개월이라는 시간과 88만원이라는 돈으로 다른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이래 저래 기회비용을 따지던 저는 과감하게 저질러버리는 쪽을 택했죠. 왠지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수업 이후 시나리오를 계속 쓰게 되던 포기하게 되던 관계없이 일단 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이번 수업을 통해 완벽한 작법 기술을 익히게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영화를 보는 눈이 조금은 깊어졌고 이제는 지난 6개월 간 배운 시나리오의 여러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영화를 이해하며 보게 되었습니다. 이젠 제 시나리오에 응용하는 것만 남았지만 사실 그게 젤 어려운 일이죠^^ 수업을 듣기 전에 했던 고민은 사실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강압에 의해서든 어떤 이유에서건 제가 펜을 들었다는 사실이 달라졌죠(장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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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을 헤매이다 길을 찾다"

미궁에 빠졌습니다. 한번 발을 들이면 헤어나기 힘든 길, 헤어나고 싶지 않은 길. film이라는 황홀한 미궁 속에서 심산스쿨을 만나 다행입니다. 흥미로운 심산 쌤의 강의는 매번 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전 길 위를 달리며 편협한 예술에 대한 철학을 쓰레기통에 던졌고, 상업영화에 대한 인식과 전략의 날을 세웠으며, 놀랍게도 심산 쌤 덕분에 조금 ‘덜’ 멍청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옆에서 숨을 몰아쉬며 함께 달려준 심산20기 동료들 역시 감사합니다. 그럼, 모두 굿바이- 이젠 잡은 손을 놓아야겠지만 함께 나눈 꿈이 우리를 엮어줄 것입니다(이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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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 넓은 영화사랑과 지식에 감탄"

시작은  [예의 없는 것들]. 그 영화에 기형도 시집이 나오죠. 그 영화 이후 그 시집을 찾는 사람들, 나에게 물어오는 주변사람들. 흥행에 얼마나 성공했는지 그런 거 잘 모르지만, 저에겐 충격이었죠. 시를 쭈욱 써왔고, 아직도 시인이 되고 싶은데 서점 일하면서 뼈저리게 현실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줄어가는 시집과 문학 서가들...설 자리 줄어가는 우리 소설들. 영화 힘든 거 충분히 알지만, 알수록 매력이 느껴지고, 하고 싶어지죠. 시와 영화의 공통점들 때문에 둘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 거겠죠. 힘들어 질수록 더 가까이 갔다고 생각하고, 노력할래요. 이거 아니면 죽어도 안돼라면 무슨 일이든 못할까!

여하튼 심산쌤의 폭넓은 영화사랑과 지식에 항상 감탄했고, 욕심많은 저의 멘토가 되기에 충분하십니당. 산에 대한 책도 있고, 와인에 대한 책도 있고, 시나리오에 대한 책도 있고. ㅋ 와인은 잘 모르지만, 산도 쌤만큼 많이 다녀보진 않았지만 많이 다닐려구요. ㅎ 올 휴가는 설악산과 함께. 그리고 우리 친구조 언니들 덕분에 재밌게 심산스쿨 다닐 수 있었어요. 죽을 때까지 연락할거죠?! 다들 너무 고맙고, 부산에 놀러 올땐 맛집 순례 한번 합시당^^(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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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영화일을 시작해야 될 곳"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다면 여기서 시작해라. 왜냐? 여기가 제일 유명하니까. 유명한 건 다 이유가 있다. 와 보라!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면 여기서 시작해라. 왜냐? 한국에서 영화감독이 될려면 아주 치밀한 자기 시나리오 한 편쯤은 있어야 한다. 그게 대세다. 시나리오를 여러 편 써봤는데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면 여기서 다시 시작해라. 왜냐? 열심히 뛰었는데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은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방향이 잘못되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심산선생님은 5개월의 기간동안 시나리오의 구조와 영화적인 글편집 또 치밀한 시나리오로 거듭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여러 법칙과 방향을 가르쳐준다. 노트는 필수!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다 적어라. 왜냐하면 지식이 방대한대다 똑같은 얘기는 두 번 반복 안하시기 때문이다(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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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산꼭대기에 발가벗고 선 느낌"

사실 난 이번에 두 편의 시나리오를 완성했었다. 물론 둘 다 허접하고 말도 안되는 시나리오긴 하지만 어쨌든 내게 '쓸거리'가 있다는 게 그냥 좋았다. 쓰면서도 나에게 좀 놀랐다. 하루 7,8시간을 자야만 버틸 수 있던 내가 4,5시간 자고도 버틸 수 있다는 게. 이런 열정이면 뭐라도 해도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쓰는 건 쓰는 거고,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건가? 아찔했다. 웬만해서 사람들 앞에 서는 걸 사진 찍는 것만큼이나 싫어하는 나였다. 싫으면 피하면 그만인 것을 왜 나는 사람들 앞에 서길 자처했을까? 그전까지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게 어떤 의민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전체 리뷰 받던 날은 정말 학원 나오기 싫었다. 누구 말마따나 달리는 차에 받히기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이 솔직히 조금은 있었다. 그래도 다른 모든 것은 피하더라도 글쓰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피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부득부득 학원에 갔다. 하지만 역시 아무리 마음을 다부지게 먹어도  그 앞에 섰을 땐 히말라야 산꼭대기에 발가벗고 선 느낌이었다. 너무 추웠다. 만약 내가 애를 벴더라면 그 애가 떨어지지 않았을까?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니 시나리오 읽어 준 애들이 고맙지? 그럼 인사하고 들어 가." 근데 왜 그 말이 미안해 해야한다는 말로 들리는 걸까? 분명 그건 고마워해야 하는 일이지 미안해 해야하는 일은 아니다. 물론 선생님은 지난 10년간 별 말도 안되는 시나리오를 다 보셨을 것이다. 하지만 수강생들에게 있어서 자신이 한편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는 것은 한편도 안 써 본 것과는 현격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시나리오를 냈을 때 칭찬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의 공부의 진정성만큼은 인정 받고 싶었다. 그런데 왜 죄책감을 가져야 하고 자괴감에 시달려야 했던 것일까?                  

그래도 난 지난 6개월간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나이 많아 공부한다는 것이 괜히 쑥스럽고 부끄러웠는데 스스럼 없이 누나라고 불러주고, 언니라고 불러주는 동생들이 있어 나는 쉽게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고, 그들과 함께 꿈을 얘기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세상에  글 잘 쓰는 작가들은 많다. 하지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선생님은 심산스쿨이란 나무 그늘을 만드셨고  사람들로 하여금 도전받고, 한판 신명나게 놀고, 좋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장을 만드셨다. 이제 나는 그곳에 동문이 되었다. 난 그것이 좋다(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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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첫번째 플롯포인트"

스물 셋, 다니던 중문과가 재미없어서 영화과에 입학원서를 냈다. 영화과 학생증을 들고 다니면 폼이 좀 나겠다 싶었다. 스물여덟, 짝사랑에 무시당하고 학교가 지겨워 회사에 들어갔다. 공연기획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예술 근방에 있답시고 잘난 척 할 수 있어 좋았다. 서른, 다 지겹고 다 귀찮아서 모두 그만 두고 백수가 되었다. 서른하나, 일 년의 백수 생활 동안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해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아, 그 정도면 사람에 치이지 않고, 잔머리만으로 돈도 꽤 만질 수 있는 일일 거 같아! 그리고 뭐 꼭 작가가 되지 않더라도 장편 시나리오라는 거 한번 써본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이야?

그렇게 심산스쿨에 등록하면서 나는 어쩌면 또 다른 도피를 준비했던 것 같다. 현재의 나를 외면해 버리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면서. 그리고 여섯 달이 지나가 버렸다. 그 시간들은 태풍과 같았다. 그 동안 나는 다시 직업을 얻었고, 매주 숙제의 압박에 시달렸으며, 감히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진실한 동료를 얻었고, 나를 때리고 괴롭히는 스승을 얻었다. 영화를 보는 눈도 달라졌다.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지나치게 상업적이라고 무시했던 영화들이 얼마나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시나리오 쓰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인지도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대의를 위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지난 6개월 동안에도 핑계를 대며 여기저기로 도망을 쳤지만, 종강을 하고서야 깨달았다. 나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구나. 여기서 피를 흘려야 하겠구나. 심산스쿨은 내 인생의 첫 번째 플롯 포인트이다. 플롯 포인트를 지나 2장을 맞았으니 이제 1장에서 해놓은 고통스러운 씨뿌리기들을 조금씩 전개시키고 발전시켜야한다. 온 힘을 다해 고맙다, 2장에서 벼랑 끝까지 몰리게 되더라도 당황하지 않도록 지도를 선물해준 심산스쿨에서의 시간들이. 우리 20기 동기들의 2장도 전진, 이었으면 한다. 이야기를 전진시키지 못하면 과감하게 버리라고 했으니 ‘그것들’은 모두 과감하게 버리고 우리 모두 전진하자. 그리고 그 과정은 즐겁고 행복하기를 지난 시간들이 고마운 동료로써,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란다(김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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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안 써봤으면 입을 다물어라"

올해 안에 시나리오 두 편을 못 쓴다면 앞으로 시나리오 쓰겠다는 생각은 아예 버리겠다는 맘으로 심산스쿨에 등록했었죠.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들어섰던 첫 수업...여러분도 열심히만 한다면 훌륭한 시나리오 작가가 될꺼라는 달콤한 멘트를 기대했던 속내를 한방에 날려버리시는 한마디. “니네 왜 시나리오 작가가 되려고 하니? 차라리 고시에 도전하는게 확률적으로 낫단다~” 뜨악하는 심정으로 긴장했던 첫 수업...어느새 우리는 선생님의 명강의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훌쩍 지나가버린 스무번의 수업. 몇 가지 변화가 생겼습니다.

첫 번째. 자신의 포지션을 정확히 알고 시나리오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막연히 ‘남다른 재능이 있겠지’ 라거나 ‘남들과는 다를꺼야’ 라는 생각을 무너뜨리는게 우선. 수만명의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중 나의 위치, 그리고 한국 영화의 현실을 정확히 알고 시작한다는건 수업을 들었던 몇 개월 동안 계속 맘을 다잡는 만드는 힘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 써봤어? 안 써봤으면 말을 하지말어~” 마치 개콘의 달인을 연상케 하는 한 마디로 끝없는 자극을 받게 됩니다. 어느 한마디 놓치고 싶지 않아 귀를 쫑긋 세우고 수업을 듣고 말도 안되는 질문으로 뒷풀이 때 선생님을 괴롭혀 보지만...결국 니네가 시나리오를 써봐야 설명이 된다라는 말로 마무리 하시는 선생님. 저 역시 “주영이 넌 결국 시나리오 못쓰겠구나” 라는 한 마디에 자극받아 진땀 흘리며 저의 첫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하게 되었죠. 그 어떤 훌륭한 작법 강의 보다 직접 시나리오를 써보는게 가장 빨리 배우는 길이란걸 알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마지막 수업 때까지 “어서 시나리오를 써라” 라는 말로 마무리를 하시죠~워크샵이 끝날 때 즈음에 남들은 모르는 뭔가 특별한 비밀을 손에 쥐게 될 줄 알았는데... 결과는 너무나도 단순명쾌한 한 가지 비법. 끝없이 쓰고 또 쓰고 또 고쳐써라. 그게 무슨 비법이냐고 비웃으신다면 살포시 썩소 띤 얼굴로 한 마디 전해드립니다. ‘시나리오 써봤어? 안 써봤으면 말을 하지말어~’

세 번째. 마음을 열고 수업에 임하신다면.... 그리고 운이 좋으시다면...앞으로 오랜 시간 토닥거려주고 격려해주고 때로는 날카로운 리뷰를 해줄 좋은 글 친구를 만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심산스쿨이 만들어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소중한 존재들이지요.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얻게 해준 최고의 수업이었습니다(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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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당신의 칼을 내려놓아라"

당신이 일단 심산의 성(城)에 입성하기로 결심했다면, 당신이 들고 있는 그 칼을 내려놓아라. 당신이 한때 무슨무슨 강호에서 제법 휘젓고 다녔다 할지라도, 당신이 한때 무슨무슨 강호에서 연패의 늪에 빠져 좌절했다 할지라도, 그건 이제 중요치 않다. 당신이 심산의 성에 입성하는 순간, 과거는 모두 잊어라. 연기론 책을 뒤적이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 아이와 동물이 가장 연기를 잘한다는 말처럼~당신은 백치가 되어야 한다.

심산 성의 성주(城主), 심산이 당신에게 내미는 모든 숙제에 토를 달지 마라. 이 놈의 숙제가 권법과 무슨 관련이 있지...생각하지 마라. 의심도 하지 말고 고개를 갸우뚱하지도 마라. 무조건 해라. 다시는 그 숙제를 하지 못할 것처럼, 마지막인 것처럼 해라. 그리고, 권법시간에 심산의 입에서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영화를 빠짐없이 봐라. 이미 본 영화라 할지라도, 설령 1분 전에 본 영화라 할지라도, 다시 봐라. 그것이 권법에 대한 철저한 복습이다.

마지막으로, 남을 봐라. 권법을 배우려고 자신처럼 성에 입성한 그들을 봐라. 동물원에 온 것처럼 그 남들을 찬찬히 뜯어보라. 그들을 보고 그들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라. 그것이 리뷰다. 매주 리뷰는 당신이 가지지 못한 타인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보게 해준다. 타인이 어떻게 권법을 익히고 활용하는지 보려면, 철저히 타인의 권법을 리뷰해야만 한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끝나면 당신은 다시 칼을 들고 강호에 나가야 한다. 처음엔 녹초가 되어, 3일밤 내내 잠만 자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칼을 잡는 순간...당신은 칼이 춤을 출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아울러 운이 좋다면, 같이 칼춤을 출 수 있는 동지를 만나게 될 것이다(경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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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개가 넘는 리뷰와 살벌한 비평"

숙제를 해오지 않으면 수업을 들을 수 없다. 작가가 되겠다면서 어떻게 글을 안 쓰지? 20점 이하면 시나리오 내지마. 숙제를 못해서 수업을 못 간 적이 있다. 작가가 되고 싶지만 글을 안 쓰고 있었다. 20점 이하는 커녕 아예 점수도 못 받은 시나리오를 냈다.

숙제를 내면 헐리우드급 수업을 해주셨다. 잘 써도 작가로 살기 힘들다고 고백 해주셨다. 시나리오를 내면 서른 개가 넘는 리뷰와 선생님의 살벌한 비평이 선물이다. 수업 내내 큰 물음표가 떠서 충격에 빠지곤 했다. 나는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은 걸까? 시나리오 작가로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걸까?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걸까?

10000개의 씬을 써야 작가가 될지를 알 수 있다고 하셨다. 10000개의 씬을 써봐야겠다. 혼자서는 지칠 텐데, 함께 할 소중한 동료들을 여기서 만났다.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으세요? 혼자서 힘드세요? 오세요(박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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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에게 외투를 내어주다"

난 영화를 할 거다. 시나리오를 쓸거다. 세계가 놀랄만한 멋진 영화인이 될거다. 우물안에서 난 청명한 하늘을 보며 그렇게 25년간을 마스터베이션했다. 그리고 25년 후, 심산스쿨이라는 하늘을 따라 처음으로 우물 밖으로 뛰어올라왔던 나는 내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우물 안에서 보았던 화려하고 멋진 드레스는 온데간데 없었다. 그 때 알았다. 말 그대로 마스터베이션이였다는 걸. 공상과 상상의 나래 안에 환영처럼 보여진 드레스 였다는 걸.

쑥쓰럽기도 하고 부끄럽고 창피하기도 했다. 가위질에 칼질을 당할 내 드레스가 아까워 다시 우물 안으로 들어가버릴까 생각했지만, 그 반대였다. 심산스쿨은 내게 외투를 주었다. 낡은 외투였지만 따뜻하고 크고 넓은 외투였다. 우물에서 멀어지면 멀어질 수록, 조금 더 많은 것을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점점 더 좋은 외투를 갖게 될거라는 선생님의 말씀. 선생님이 주신 외투. 초보자라는 이름표를 가슴에 덜렁 달고, 할 수 있을까 초조하고 불안해하던 내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머릿속 한 가득 채울 수 있게 해 준 심산스쿨. 아직도 가슴이 설렌다. 첫날의 기억과 마지막 날의 기억이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된 날 발견해가는 내 모습 덕분에(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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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만든 캐릭터를 사랑하라"

“적어도 10000씬을 써야 시나리오가 뭔지 알게 될 거다.” 마지막 수업시간에 심산 선생님께서 이 말을 던지는 순간, 뭔가 멍해졌습니다. 그리고 몇 개의 글귀가 스치더군요. 명확하진 않지만 어린 시절 보았던 대본소용 무협만화에서 스승이 제자에게 이르기를 “하늘 天자를 10000번을 쓰면 그 이치를 알게 될 거다.” 라고 했던 것과 그 의미가 통한다고 할까요.

또한 고교시절 존경했던 태산배달 최영의 선생께서도 같은 얘기를 했더랬습니다. “승리에 우연이란 없다. 천일의 연습을 [단]이라 하고, 만일의 연습을 [련]이라 한다. 이 [단련]이 있고서야 만이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역시나 나를 가르치신 선생님은 고수셨던 겁니다. 그래서 몹시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찌됐든 저는 고수의 가르침을 배운 제자이니까요.

이곳에 와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3장이론, 캐릭터, 플롯, 대사 쓰는 법, 지문 쓰는 법, 나쁜 시나리오와 좋은 시나리오...하지만 이런 모든 기술적인 부분을 압도했던 것은 “니가 만든 캐릭터를 사랑해라.” 라는 선생님의 한마디였습니다. “니가 만든 캐릭터를 사랑하게 되면 걔가 죽는 순간, 너는 슬퍼서 울게 될 거다.” 남을 사랑하는 것, 그 사람에게 감정이입하는 것...결국 모든 것은 인생과 맞닿아 있었던 겁니다. 내가 깊어지지 못하면 나의 시나리오도 그럴 것이고 내가 나쁜 사람이라면 나의 시나리오도 그럴 것입니다.  

심산스쿨에서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이곳은 절대로 ‘구름위에 붕 뜬 얘기’ 따위는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날 것 그대로를 가르치고 생존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나의 현실을 직시하고 주변의 치열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줍니다. 여기서 보낸 시간은 정말 너무도 즐거웠습니다.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지들과 함께 한 시간은 아주 오랫동안 기억될 겁니다. 그리고 저는 계속해서 글을 쓸 것입니다. 그래야 선생님을 볼 면목이 있을 테니까요...(김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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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넘치는 한 사내와의 만남"

수업은 영화를 해서 먹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고로 포기하는 게 낫다는 것으로 시작해서 행복하라는 말로 끝났다. 만약 이 수업에서 무엇을 배웠는가라고 한다면 배운 것은 없다. 영화에 대한 잔기술이라면 심산 샘 책을 필두로 해서 이미 수많은 작법서들이 있고(한국 시나리오 선배들이 더 많은 작법서를 써냈으면 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기술은 결국 익혀야 하는 것인 고로 선생님이 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선생님이 아무리 가르쳐도 내가 하지 않으면 기술은 익혀지지 않는다. 이건 모든 무술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처음부터 그런 걸 배울 수 있다는 기대로 여기에 들어오진 않았다.

여기선 본 것은 평생 글을 쓰며 살았고 살고 있는 한 사내를 본 것이다. 가끔은 그의 우울을 보아야 했고 냉소도 보아야 했고 그럼에도 아직 그에 가슴에 있는 청년의 열정 같은 것도 보아야 했다. 그것으로 족하며 그것이 나에겐 큰 가르침이었다(임영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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