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7-08-09 04:05:46 IP ADRESS: *.241.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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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반 18기(2007년 3월-7월) 수강후기 발췌록

 

"숫자 8을 잘 쓰려면"

 

내 나이 여섯 살. 살구꽃이 피기 시작할 즈음 어머니께 숫자 쓰는 방법을 배웠다. 나는 도저히 숫자 8을 쓸 자신이 없었다. 한 번에 꼬아서 휘리릭 쓰는 것이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내 손을 꼭 쥐고 연습을 시키다가는 내 난감한 표정을 보시고는 동그라미 두 개를 포개주셨다. "어려우면 이렇게 쓰렴."  동그라미 두 개를 포개고 나니 정말 8 비슷한 숫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이젠 248번지 우리 집 주소도 쓸 수 있으며, 흰색 남방에 남색 멜빵바지를 정갈하게 차려 입은 멋쟁이 용택이에게 83국에 8972 전화번호도 적어 줄 수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쯤에서 만족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께서 처음 보여주셨던 마술 같은 글씨를 완성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넘쳐났다. 게다가 내 전화번호를 받아든 용택이가 우리 집에 전화를 걸고 자주 놀러 왔기 때문에 공책이나 스케치북에 뭔가를 끄적이며 함께 놀 일이 많아 졌다. 용택이는 숫자 3을 m처럼 엎어지게 쓰곤 했는데, 그 애와 나는 우리 집 대청마루에 엎드려서 살구나무 그늘이 길어질 때 까지 몇 날 며칠 함께 글씨 쓰는 연습을 했다.

 

한 번에 힘주어 쓰려고 하면 연필이 부러지거나 공책이 찢어지거나 글씨가 누워버리기 일쑤였지만, 서로의 글씨를 지켜보면서 함께 깔깔거리며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어머니께서는 살구를 씻어서 갖다 주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하셨는데, 짐짓 관심 없는 척 하시다가도 숫자 1에서 10까지 단숨에 써 내거나, 숫자 8의 시작점과 끝점이 오차 없이 입맞춤이라도 하게 되는 날이면 “많이 늘었네.” 칭찬 한 마디 날리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 그러면, 설탕물보다 더 달콤한 그 칭찬에 괜시리 뿌듯해져서는 입을 가로 늘였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우리가 무료해 하면, 가위로 달력을 오리고 카드를 만들게 하셨다. 자연스럽게 소근육을 발달시키면서 그렇게 만든 카드로 숫자 먼저 찾기 놀이를 시키기 위해서였다. 나와 용택이는 공부를 놀이로 받아들이며 성장했다. 차후에 이런 어머니의 노력들은 내 위로 다섯 남매를 길러낸 노하우의 결집이었음을 알았다. 여하튼 그 놀이를 통해서 용택이와 나는 끊임없이 경쟁했는데, 살구가 다 떨어지고 녹음이 짙어질 즈음, 연필을 부러뜨리지도, 공책을 찢지도 않으면서 ‘왼쪽으로 구부렸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구부리고, 왼쪽으로 구부렸다 다시 오른쪽으로 구부리는’ 어려운 숫자 8을 반듯하게 세워 쓸 수 있게 되었다. 자연스럽고도 유려하게 한 번에 휘리릭 그 어려운 숫자 8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용택이도 숫자 3이 갈매기가 아니라 숫자로 다시 태어나는 경험을 했다. 현재, 용택이는 정보통신부에서 근무한다. 우편번호를 보면 그때 먹었던 살구 향이 생각날까?  컴퓨터의 IP주소를 보면 대청마루에 배를 붙이고 함께 숫자 연습을 하던 내 생각이 날까?

 

심산반 18기를 수료하며,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르던 구닥다리 기억 한 토막’을 꺼내놓는 것은 심산 스쿨의 수업이 그 옛날 어머니께서 사랑하는 자식들을 위해 처음 글씨를 가르쳐주시던 그 때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이다. 사회라는 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거나 다정하기만 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아버린 나이임에도 단언하건데, 심산스쿨은 집이고, 심산 선생님은 어머니며, 이곳에서 만난 우리들은 가족이며 친구이다. 나는 심산스쿨에서 살구나무 그늘이 드리운 대청마루의 편안함과 아늑함을 느꼈으며, 선생님에게서 10년 가까이 자식 수백 명을 길러낸 어머니의 한없는 모정과 노하우를 본다. 동기들은 무한한 가능성과 열정을 가진 경쟁자인 동시에 조력자이다.

 

사족을 달자면 어머니께서 처음부터 한 번에 쓰는 방법을 강요했다면, 나는 숫자 공부가 지겨웠을 것이다. 어머니가 제대로 쓰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고 처음부터 쉬운 방법만 알려줬다면 더 나은 것에 대한 갈증이 없었을 것이다. 처음 비뚤어진 글씨체 없이는 완성된 나만의 멋드러진 글씨체도 없었음은 두 말할 나위 없다.

 

피칭, 시놉시스 제출, 베껴쓰기, 제본된 형태로 작품 제출하기, 조모임, 한편의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계속되는 리뷰, 전공영화를 정해서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보는 것. 의견을 교환하고 조율하고 작품에 반영해가는 것, 수업의 연장선상인 뒷풀이. 심산스쿨에서의 경험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자애로운 어머니의 계산된 훈육 노하우였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신명).

 

"어설프게 아트할 생각 하지 말아라"

 

심산 선생은 집요했던 것 같다. 어설프게 아트 할 생각하지 말고, 일단 쌈마이를 써라. 선생이 밀란 쿤데라에 대해 열변을 토하셨던 수업 시간은 참 당혹스러웠다. 우리에게는 항상 로맨틱 코메디를 쓰라고 했지만, 대중용 영화를 해야 먹고 산다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영화를 많이 보시지 않은 듯 했고 그런 작품을 인용하여 설명하시지도 않는 듯 했다. 서글픈 일이었다. 그게 영화인의 삶인가. 괴리될 수 밖에 없는가. 나는 여전히 싸구려 취향이라 [가문의 영광] 보고 깔깔거리지만, 그러나 영화를 알아갈수록, 영화의 매력을 발견하면 할수록 자꾸 뭣도 아닌 작가주의를 추구하고픈 충동에 빠진다. 그런 유혹의 순간마다, 심산 선생의 이야기들을 떠올리겠다. 고고한 학이 되기보다는, 기꺼이 흙탕물에 뛰어들고 싶다(찬).

 

"호모 루덴스의 미학을 배우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이 점점 낯설어져가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덜컥 듣게 된 시나리오 강좌. 대체 시나리오 강의를 듣는다고 없던 재주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는 만무하다고 믿었건만 그래도 혼자 머리 싸매고 있는 것보단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강의실 문을 열었습니다. 첫 강의에 모습을 나타낸 심산 선생님의 풍모는 가히 인도여행할 때 자주 목격하곤 했던 늙은 보헤미안들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그는 날카로운 눈을 번뜩이며 '10분이상 늦으면 들어오지 말 것', '숙제 안 해도 들어오지 말 것', '베껴쓰기 안하면 영원히 오지 말 것' 등을 주문하며 초장부터 학생들을 긴장시켰습니다.

 

'음, 이거 빡세겠는 걸'이라는 걱정(?)도 잠시 강의 후 간 뒤풀이 자리에서 나를 포함한 몇 명은 기다렸다는 듯이 밤을 새서 술과 노래에 빠져들었고 단지, 끝까지 노래방을 사수했다는 이유로 선생님은 내게 반장 자리를 맡기셨습니다. 소위, 영화 감독을 꿈꾼다는 사람이 이런 망발을 한다고 여길 지 모르겠지만, 그 뒤, 내게 있어서 지상 과제는 시나리오가 아니었습니다. 매주 화요일 밤을 불태우는 것과 아주아주 신명나게 놀 수 있는 엠티를 기획하는 것...^^

 

생각해보면 그간 여러 시기를 '노는 데 있어선 한 가닥 한다'는 사람들과 보냈고 어떤 선배를 보며 한량을 최고의 직업으로 여기던 시절도 있었지만 보면 볼수록 선생님이야말로 진정한 '놀도사'가 아닌가 사료됩니다.^^ 자고로 '잘 놀아야 일도 잘 한다'는 말은 전부터도 들어왔던 말이지만 심산 강의를 들으며 지낸 20주간은 그 말을 아주 충실히 실천(?)했던 시기였습니다. 술과 노래는 기본이며 자전거 타며 놀기, 산 타며 놀기, 여행 다니며 놀기, 와인 마시며 놀기, 영화 보며 놀기...이루 헤아릴 수 없는 놀 것들에 대한 노하우를 선생님에게 배웠고 앞으로도 계속 전수받기를 원합니다. ^^ 물론, 영화와 관련한 그 주옥같은 비하인드 스토리와 시나리오 접근 태도는 심산 강의가 줄 수 있는 메인 코스일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노는 데 있어서 당당할 수 있는 것을 배운 것만 해도 심산강의는 들을 만 했습니다(이구).

 

"너 행복하니?"

 

심산스쿨을 다닌 지 한 2개월쯤 되었을까. 동네 친구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어째 요즘 얼굴에 생기가 돈다." "어, 정말? 일주일마다 영계들의 기운을 받아서 그런가 봐. 크크." 나의 건들거림에 평소 같으면 까르르 웃고 넘어갈 친구 하나가 정색을 하고 물었다. "아냐, 뭔가가 있어." 음흉한 눈초리를 보내는 걸 보니 친구는 아마 내가 연애라도 시작한 줄 알았나보다. 하지만 곧이어 터져 나온 내 대답은 정말 쓰기에도 민망한 한 마디였다. "사실... 요즘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어."     

 

빈말 같아 보일까 걱정이지만 수업은 정말 매 시간 시간 너무 재미있었다. 입담 좋은 선생님의 수업 자체가 즐거움일 뿐더러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서서히 형체를 띠고 머릿속에 그려지는 순간들을 경험할 때 전기가 오는 것처럼 찌릿찌릿했다. 나름 몇 권의 시나리오 작법서도 읽고 스터디도 했건만 그때는 왜 이런 경험을 못했을까?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더 늦기 전에 듣길 잘 했다... 탁월한 선택이었어.'

 

마지막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물으셨다. 시나리오를 쓰면 행복하냐고. 그게 중요하다고..."이제 시나리오를 잘 쓸 수 있을 것 같냐?" 만약 이렇게 물으셨다면, 다소 머뭇거렸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행복하냐는 물음에는 단 1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네, 선생님. 시나리오 쓰는 동안 너무 재미있고 행복했어요." 이제는 시나리오를 들볶지 않고 함께 오래 갈 수 있을 것 같다. 놀면 되는데 뭘 더 바래. 지금부터는 얼마나 오래도록 질리지 않고 놀 수 있는지 그걸 테스트해 볼 참이다. 이것도 한 십 년쯤?(윤정).

 

"이 수업을 듣지 않고 어떻게 시나리오작가가 될 수 있는지?"

 

“형, 진짜 이해할 수가 없어요.. 개봉된 영화들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들은, 제가 심산스쿨에서 배운 내용들을 어떻게 알고 그런 시나리오들을 썼을까요? 모두 심산샘의 강의를 거쳐 간 사람들일까요? 분명히 책만으로는 알 수 없는, 대단한 무언가(?)가 있는 데요” “자꾸 반복하게 할래? 그러니까 그 대단한 무언가가 뭐냐고! 니가 한번 설명을 해봐!!” “흠..... 그러니까 그게.... 저... 휴... 직접 들어봐야 되요..” “.......” 역시 듣고 이해하는 건 쉽지만, 말로 표현하는 건 어렵나 봅니다. 수업을 듣고 모두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쓰면 요모양(사랑해 ㅅ...)이 나오는 것과 같이..^^ 사실 지금도 의아합니다. 선생님의 수업을 듣지 않고 어떻게 시나리오작가가 될 수 있는지.. .

 

선생님의 수업은, 매번 들을 때마다 신기했고 재밌었으며, 충격(?)적이었습니다. ‘오늘 수업은 빠져야겠구나..’ 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지만, 역시 수업을 듣고 나면, ‘오늘 수업 못 들었으면 땅을 치고 후회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매번 들었을 정도로 제게는 감사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형이 제게 말하더군요. “넌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을 뒤늦게 이제 서야 알게 되서 신기한 것뿐이야.” 라고...저는 그 말을 반은 믿고, 반은 믿지 않습니다. 믿는 것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도 몰랐던 게 사실이라서 믿고, 믿지 않는 것은.. 심산 샘의 수업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죠!^^(양환).

 

"JUST DO IT!"

 

저 여자 이쁘다. 다리하며 엉덩이하며...오옷!!! 말 걸어볼까? 길 모르는 척? 돈 없는 척? 오... 쳐다보는데? 감이 왔지? 입질 오는 거 맞지? 내가 꼭 말 걸어야 되는 거야? 너가 좀 먼저 걸면 안되겠니?...다음 정차할 역은 강남, 강남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허탈한 맘으로 역안에 인파속으로 묻히는 나. 이렇게 나란 놈은 생각의 실타레 속에서만 희열을 느끼던 놈이었다. 내 머리 속에서, 내 가슴 속에서만 만족하고 즐기고 히히덕대던 놈. 실행이란 단계가 전무후무한 놈이었다. 그런 나의 생각이란 굴레 속에서 허덕이던 인생에 실행/ Do it 이라는 발자국을 내딛게 해 준 심산 스쿨. 그동안 묵혀두었던 생각의 끄나풀들을 A4위에다가 토해내는 기쁨을 심산프로는 가르쳐주었다. 구체적으로 토하는 방법, 타이밍, 구토 모양새 만드는 법, 구토의 시작과 끝의 의미 등 그간 염두에 두지 않았던 점들을 심산 프로에게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민진).

 

"아직도 배가 고프다"

 

첫 장편을 완성하고는 죽도록 얻어터지고 난 뒤, 펀치드렁크 신드롬에 시달리다가 찾게 된 곳이, 바로 이 곳 심산스쿨이다. 등록한 후론 내 스스로도 놀랄 만큼, 성실히 수업에 임했다.  모든 종류의 ‘학교’를 경멸하는 내가 지각 한 번 안 하고 전출을 기록했다는 건,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피칭에서부터 조 편성, 그리고 시나리오 완성에 이르기까지 ‘심산반’에서 빼먹을 수 있는 건 남김없이 모두 빼먹었다. 완전 범생이 모드였던 거다.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태생이 반골’이란 소릴 들을 정도로 삐딱했던 내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되다니...그만큼 배가 고팠고, 갈증이 심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아프게 깨달아 가는 과정 속에서 ‘왜 진작 이곳을 찾지 않았나’ 하는 후회도 없지 않았지만, 생각해 보면, 심산스쿨에 처음 발을 들인 그때가 가장 적기였던 것 같다. 시나리오 한 편 안 써 본 상태에서 이 과정을 듣게 되었다면, 그저 먼 나라의 얘기처럼 들렸을 게 뻔하고, 지금처럼 부지런을 떨 생각도 못했을 거다. 구름 위를 노닐면서, ‘예술지상주의’나 부르짖고 있었겠지...마음이 심히 곤고하고 가난한 상태에서 이곳을 찾게 된 게 너무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선생님께서 아무리 적절한 처방을 내려주신다고 해도, 내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아무런 절실함 없이 뜨뜻미지근하기만 했다면 얻는 것 하나 없이 공허하게 과정을 끝내고 말았을 것 같다.

 

내가 정말로 배고파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몹시 들뜨게 한다. 이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만으로도 실로 많은 것을 얻고 나가는 거다. 아직도 난 배가 고프다. 처음 이 곳에 발을 내딛었을 때보다 오히려 더 고프다. 참 다행이다. ^^산 샘! 샘 같은 분 알게 돼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글 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할 뿐인 건지, 글 쓰는 일 자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건지 분명히 하라는 샘의 충고 늘 가슴 속에 새기겠습니다. 딜레탕트가 아닌, 직업 글쟁이로 거듭나기 위해 여하튼 달려볼게요 ^^;; (이윗).

 

"그는 소문만큼 못된 사람은 아니었다"

 

심산반을 듣는다고 했을때...솔직히 찬성보다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유인 즉슨..나와 심산쌤을 동시에 아는 사람들..혹은 나를 잘 알고 심산 쌤에 대해 소문을 많이 들은 사람들..그들은 내가 적응을 절대로 못하고 중간에 나올것이라고 했다. 직설적인 말투에 아주 많이 상처를 받는 나로서는 적응이 안될거라며...아무것도 모르고 제가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꿈을 이루길 바라는 울엄마만이 꼭 들으라고 밀어주셨다. 그런데...심산 쌤은 정말 좋은 분이다. 그리고 재미도 있다. 처음에 만났던 단발정도의 헤어스타일을 버리고 짧게 자르고 나서 더 부드러워진거 같다. 삼손처럼..쌤의 카리스마..는 머리카락에서 나오는 것일지도..ㅋㅋ

내가 완벽하게 시나리오에 대해 마스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업중 가르쳐 주신 내용의 50%도 이해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난 확실히 전보다 발전했다.  난 그렇게 믿고 있다. 그리고 심산반을 수강한것에 대해 조금의 후회도 없다. 오히려 듣길 잘 했다는 생각이 많다. 일주일에 한번씩 서울로 가야 한다는게 조금 버겁기도 했지만...한번도 안 빠지고 20번의 수업을 다 들은 내가 대견하다. 강추한다!! 심산반을 들을까 말까 고민하던 예전 내 모습과 같은 모습으로 있는 분들 있다면...우선 질러버려라!!(정정).

 

"심산은 아마도 이렇게 대답하겠지만"

 

리뷰를 하고 베껴쓰기를 하고 영화평을 듣고 시나리오 이론을 배웠던 그 나날들은 청맹과니로서 혼자서는 불가능한 아웃라인을 그릴 수 있었던, 비록 심산 선생님께서 의도하시지는 않으셨을 테지만, 글에 대한 강한 의지를 기를 수 있었던 값진 시간들이었다. ("시나리오 쓰지 말라니깐!") 어짜피 장거리 경주라면 이제부터 시작이다. 호흡을 고르고 몸을 풀었으니 한 번 달려 보겠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하게 와닿는 심산 선생님의 한 마디는 '게으르면 아무것도 안돼!' ("너넨 어째 멍청하기만 한게 아니라 게으르기까지 하냐?")

 

이제 시나리오에 대해 얼마만큼은 알게 되었다. 알지만 못하는 것은 게으른 자의 습성이다. 아니까 한 번 해 보겠다. ("알아듣긴 한 거냐? 너넨 알아도 못 해.") 게으르지 않고 열심히만 한다면 심산 학파에 간신히 끼어 있는 일개 종자라도 심산 선생님께서 열심히 도와주실 것이다. ("난 안 도와줘. 시나리오 나 한테 가져 오지마. 갖다 버려.") 배울수록 아련하고 이를 악물수록 처절한 것이 시나리오 쓰기이지만 사람이 한 세상 살면서 이 정도의 기회와 의지를 놓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거다. 안 틔었으면 모르되, 한 번 터진 물꼬가 물길을 만들지 못한다면 홍수 밖에 더 나겠는가 말이다. ("그냥, 놀이 동무들 잘 만났다 생각하고 놀아. 너네한텐 그게 남는거야. 아까운 세월을 왜 쓸데 없는 짓에 낭비하니?")(조옥).

 

"인생의 큰 스승들을 여럿 만나다"

 

사실 이제 와서 고백하는 거지만 심산스쿨에 등록하기 전 충무로에 있는 모 글 쓰는 연수원에 미리 등록을 했었다. 당시에 ‘드디어 나도 충무로에 입성하는구나!’하고 찾아갔었는데 스스로 반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과 최근에 현장경험을 생생히 가진 분들이 적다는 소문 때문에 망설이게 되었다. 그렇다고 심산스쿨과 잰 건 아니고 그 후에 알게 된 게 신촌의 심산스쿨이었다. 평소 ‘귀가 얇기로’ 소문난 나. 충무로 글 쓰는 학원에 낸 수강 신청료가 아깝기도 했지만 시작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감독의 말을 듣고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젊은 선생님들이 계신 심산스쿨에 신청하기로 했다.

 

무엇보다도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이라면 수준 높은 강의도 강의겠지만 틈틈이 수업시간에 해 주시는 최신 영화판 비하인드 뒷담화(?)를 들 수 있다. 어찌나 생생하던지 일반 친구들을 만나 들려주면 마치도 내가 영화전문가가 된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때론 이런 이야기에도 인생이 담겨 있는데 마지막 쫑파티 때 해주셨던 소설가 이문구 선생님의 어려웠던 시절이야기와 감동적인 박광수 감독님의 전설 같은 제작기는 끈질기게 자존심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한국 예술인들뿐만 아니라 인생의 큰 스승처럼 삼게 되었다(박철).

 

"평범한 여자 징그리의 시나리오 입성기"

 

3월 어느 날, 드뎌 18기들을 만난다. 선생님의 강렬한 포쓰와 더불어 뿜어져 나오는 시나리오와 수업과정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난 순간, 아니.. 수강철회가능 기간내내 고민을 하게 된다. 과연, 내가 저 수업을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영화에 대한 열정이 차고 넘치는 저들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다...결국은 무모한 도전을 하게된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났다. 이제 나는, 강의 내내 느꼈던 동기들만큼의 열정에는 따라가지 못하지만 영화를 보는 시각이 넓어졌으며,  영화를 통해 인생을 보는 시각 또한 넓어지고 있음을 새삼 깨닫고 있는 중이다. 물론 시나리오를 창작하고자하는 열망 또한 싹트고 있는 중이다...

선생님의 강의 스타일은 굳이 얘기하지 않겠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음흉한 눈빛안에 이글거리는 그의 영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 우리들을 향한 애정... 의외로 단아한 체구를 감싸고 도는 크고 강력한 기운...이것이면 충분하다. 거침없는 그의 입담과 꾸짖음은 가끔 우리의 가슴을 후벼 파기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우리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것임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선생님의 강의를 듣다보면, 시나리오 뿐만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친 삶의 자세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스스로 한량이라고 부르시지만,, 한량이라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이 쯤 되면,, 우리는 이구동성

"선생님처럼 살아갈 거여요~!!"라고 외친다. 그리하고는.. 존경하는 사람의 이름에 한 명이 추가되는 것이다..

 

지난 5개월의 시간들...정말 쉼없이 달려왔다. 어쩌면 이 5개월의 시간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지도 모르겟다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이 시간을 빌어 다시 한번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동기들에게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알라뷰!!!" 우리들의 인연은 앞으로도 쭈욱 계속된다. to be continue..... ^^언젠가, 크레딧에 올려질 그 이름들을 상상하며......^^ (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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