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전에서 죽공예전으로 옮기다
김대우 신작영화 [방자전]에 단역 출연
2009년 10월 8일 밤, 양수리 종합촬영소
김대우의 감독 데뷔작 [음란서생]에서 ‘문제의 유기전’을 접수한 통속소설 유통업자를 기억하십니까? [여는글] 11번 글을 보시면 당시의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그 작자가 이번에는 죽공예전 주인으로 변신했습니다. 아마도 통속소설 업계에서 퇴출당한 후 먹고 살기 위해 죽공예전이라도 연 모양인데 장사가 영 신통치 않은 모양입니다.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거리의 왕자’ 방자를 붙들고 하소연을 늘어놓고 있으니 말입니다(ㅋ).
며칠 전 양수리 종합촬영소에 다녀왔습니다. 현재 한창 프로덕션이 진행 중인 김대우 감독의 차기작 [방자전]에 단역 출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번 촬영 역시 ‘취화선 세트’에서 이루어졌는데, 현재의 죽공예전은 예전의 유기전에서 불과 몇 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 묘한 감회에 사로잡혔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김대우 감독은 예전보다 훨씬 더 유연해졌고 훨씬 더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언제 보아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멋진 친구입니다.
[img2]사진반의 김진석 선생님을 감언이설로 꼬드겨(?) 운전기사 겸 스틸작가로 대동했습니다(ㅋ). 촬영현장에는 처음 와본다며 무척 신기해했지만 이내 녹초가 되어버렸습니다. 김진석 선생님 왈, “영화 촬영이라는 게 이렇게 힘든 건지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다림의 예술’입니다. 일단 크랭크인하기도 어렵지만 촬영 자체도 사람의 진을 뺍니다. 저는 오후 4시에 도착해서 한 두 시간 촬영을 지켜보다가, 6시 반쯤 저녁을 먹고, 7시부터 분장을 하고, 다시 자정이 넘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가까스로 촬영에 돌입,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일정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대사라고 해봐야 고작 “이서방!” 한 마디뿐이었는데 말이죠.
김대우의 [방자전]은 ‘예측불허의 걸작’입니다. 저는 시나리오를 읽는 내내 그의 상상력에 혀를 내둘렀고,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에 사로잡혔으며, 시도 때도 없이 배를 잡고 구르다가, 급기야는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제가 출연한 장면은 방자(김주혁)가 거리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시퀀스입니다. 이 장면에서의 방자는 마치 [대부2]에 나오는 젊은 비토(로버트드 니로)와도 같습니다. 저는 그에게 굽신거리며 주책없는 하소연을 늘어놓는 죽공예전 주인이고요(ㅋ). 김대우의 [방자전]은 내년 설날 즈음에 개봉할 예정입니다. 단역으로 불러준 김대우 감독과 [방자전]의 모든 스태프 캐스트들에게 이 자리을 빌어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올립니다.
[img3]추신: 김진석 선생님이 누굽니까? 사진작가 아닙니까! 생전 처음 방문해본 촬영현장에서 사진을 안 찍었을 리가 없지요. 김진석 선생님이 초점을 맞춘 대상은 ‘무명의 스태프와 캐스트’들이었습니다. 그의 사진작품들을 보고 있자면 가슴이 짠해집니다. 그의 카메라에 담긴 엑스트라들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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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촬영장에서의 하루, 모두가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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