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지루한 싸움이 될 듯 합니다
장기전에 대비하여 일상을 잘 추스립시다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쉽게 마무리될 것 같지 않습니다. 저는 이 모든 사태를 빚어낸 범죄자가 설마 ‘박근혜와 최순실 둘 뿐’일 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국정농단을 묵인했거나, 그들의 범죄를 방조해주는 댓가로 이익을 취했거나, 아예 적극적으로 그들을 동원하고 지휘하여 사익을 챙긴 모든 개인과 조직들을 엄벌하는 것이 이 사건의 올바른 마무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길은 매우 멀어 보입니다. 저들은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하여 회피하고, 반격하고, 심지어는 판 자체를 뒤엎어 ‘나가리’로 만들려 할 것입니다.
이 싸움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른바 ‘속도전’이 아니라 ‘장기전’ 혹은 ‘벙커전’이 될 것입니다. 장기전의 경우 가장 중요한 요소들 중의 하나가 ‘비전의 공유’와 ‘보급의 확보’입니다. 우리의 비전은 분명합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범죄자들을 엄벌하고 민주공화국을 재건”하는 것이지요. 우리 모두 이 과업에 열과 성을 다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합시다. 국회위원은 국회의원대로, 검찰은 검찰대로, 시민은 시민대로 할 일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길고 지루한 싸움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일상생활을 폐업’해서는 안됩니다. 그런 방식으로는 장기전에서 승리를 거둘 확률이 낮아집니다.
우리 각자가 해야될 일을 합시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에 이런 대사가 나오지요?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학생이고, 건달은 싸움을 해야 건달인 겁니다.” 공부해야될 사람은 공부를 하고, 글을 써야할 사람은 글을 쓰고, 출근해야될 사람은 출근을 합시다. 정세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되, 일상을 전폐하고 이 일에만 매달리는 것은 오히려 장기전의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현재는 1987년의 유월항쟁이나 그 해 여름의 노동자대투쟁처럼 일상을 전폐하고 총력투쟁에 매진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만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불행한 사태가 온다면 응당 모든 것을 다 내던지고 그리하여야 되겠지요.
격렬한 단기전에 대한 준비는 합시다. 하지만 장기전으로 전개될 것 같은 현 상황에서는 일상 또한 알뜰하고 꼼꼼하게 챙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우리나라를 그야말로 ‘아수라’로 만들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지켜보면서 도대체 무슨 말을 덧붙여야 할지 난감하고 아득한 기분이었습니다. 현재의 시나리오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는 대다수 수강생들 역시 패닉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누아르, 어떤 호러, 어떤 코미디를 써도 쟤네들한테는 못 당할 것 같아.” 이런 쓰라린 농담들을 매주 들으면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할지 고민하다가 이 글을 씁니다. “여러분, 힘을 내어 자신의 삶을 살고, 힘을 내어 두려움 없이 싸웁시다!”
1987년 6월 10일
유월항쟁이 시작되던 바로 그 날
전국의 라디오에서 동시에 틀어져나온 노래가 바로
전인권이 리드보컬을 맡고 있던 [들국화]의 [행진]이었습니다
30년이 다 되어가는 오늘
60만 군중들 앞에서 다시 전인권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리고 그 노래를 떼창으로 부르는 국민들을 보니
새삼스럽게 다시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인권이형, 멋졌어!
고마워요!
https://www.youtube.com/watch?v=a8S_nT-Hn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