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6-05-30 03:27:24 IP ADRESS: *.146.254.6

댓글

2

조회 수

1582

[img1]

꿈을 되찾는 마법의 공간

필 올든 로빈슨 [꿈의 구장](1989)

 

아이오와에 살고 있는 평범한 중년 농부 레이(케빈 코스트너)는 어느 날 자신의 옥수수밭을 거닐다가 신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것을 만들면 그가 올 것이다."  이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하지만 반복되는 계시 끝에 '그것'이란 야구장이고, '그'란 전설 속으로 사라져간 야구선수라는 비밀을 풀어낸 레이는 더욱 황당무계한 짓을 저지른다. 실제로 자신의 옥수수밭을 밀어버리고 그곳에 아무도 찾아올 리 없는 허름한 야구장을 만드는 것이다.

필 올든 로빈슨 감독의 [꿈의 구장](1989)은 황당한 영화다. 하지만 이 작품이 전해주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메시지는 그 황당함을 간단히 덮어버리고도 남는다. 레이가 만든 '꿈의 구장'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판타지의 공간이다. 이 특별한 공산에서는 과거와 현실이 뒤섞이고, 이승과 저승이 넘나들며, 현실과 이상이 서로를 껴안는다. 누가 이 공간을 찾는가? 꿈을 저버렸거나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했거나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속였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 불행한 영혼들의 단 한가지 공통점은 그들이 야구를 사랑했다는 것이다.

1919년의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선수들은 야구도박사들과 결탁해 승부조작에 가담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악질 구단주에 대한 은밀한 보복이었다. 당시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었던 이 희대의 추문은 결국 법정에까지 서게 되어 선수들은 평생 회복하지 못할 상처를 입게 된다. 그들 중에서도 가장 억울했던 것은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맨발의 조'(레이 리오타). 데뷔하던 해의 평균 타율 0.408로 2004년가지도 깨어지지 않은 루키 신기록을 가지고 있는 그는 1919년에도 평균 타율 0.375를 지켰고 단 하나의 수비실책도 범하지 않았는데도 이 승부조작 사건과 연관되어 '명예의 전당'의 입성을 거부당했던 것이다.

윌리엄 패트릭 킨셀라의 실명소설 [맨발의 조]를 토대로 만들어진 [꿈의 구장]은 이 불운한 저승의 야구선수를 마법의 공간으로 불러내어 상처를 어루만지고 못다한 꿈을 펼쳐 보이게 한다. 그 위안과 상생의 꿈이 참으로 따뜻하다. 단역에 불과하지만 더 인상적인 캐릭터는 '문라이트' 그레이엄(버트 랭커스터). 1905년 9회초에 수비수로 교체되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으나 결국 단 한번도 타석에 서보지 못한 채 야구장을 떠나야했던 그는 남은 평생을 의사로 살아가며 가슴앓이를 겪어야 했다. 이 불행한 영혼을 타석에 세울 수 있는 곳도 오직 '꿈의 구장'뿐이다.

[한겨레] 2004년 4월 28일자

백소영

2006.06.23 02:12
*.44.147.104
어른이 주인공이지만.. 나는 이 영화를 봤을 때 이티가 떠올랐다.
이티만큼 가슴 따뜻하고 흐뭇한 영화였다!!!

민다혜

2007.08.27 02:16
*.110.63.240
와...저두 이 영화 너무 잘 봤어요...와..가슴이 먹먹해지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 돌연변이 스포츠 에이전트의 꿈 + 2 file 심산 2006-06-02 1447
25 화려함 뒤에 숨은 비정한 세계 file 심산 2006-06-02 1449
24 꿈이 없다면 아무 것도 없다 + 1 file 심산 2006-06-02 1448
23 벨파스트의 권투와 사랑 + 1 file 심산 2006-06-02 1379
22 20세기 최고의 스포츠영웅 + 1 file 심산 2006-06-02 1409
21 영원히 잊지못할 12번째 샷 + 2 file 심산 2006-06-02 1450
20 우리가 잃어버린 유년의 여름 + 1 file 심산 2006-06-02 1430
19 분노를 승화시키는 기술 file 심산 2006-06-02 1447
18 우리에게 한계는 없다 file 심산 2006-06-02 1605
17 레게 리듬에 맞춰 멋지게 달리자! + 1 file 심산 2006-06-02 1619
16 텍사스 깡촌의 유소년 축구단 file 심산 2006-06-02 1480
15 장벽을 깨고 달려나가자! + 4 file 심산 2006-06-01 1515
14 늙은 루키의 인생역전극 file 심산 2006-06-01 1652
13 10초에 인생을 걸다 + 2 file 심산 2006-06-01 1607
12 희박한 공기 속으로 + 3 file 심산 2006-06-01 1683
11 자신의 한계 너머로 달려간 사람 + 2 file 심산 2006-06-01 1493
» 꿈을 되찾는 마법의 공간 + 2 file 심산 2006-05-30 1582
9 할리우드가 팔아먹은 히말라야 + 3 file 심산 2006-05-30 1658
8 풋볼도 인생도 전쟁이다 file 심산 2006-05-29 1600
7 외로운 청춘의 헛손질 + 3 file 심산 2006-05-29 15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