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김정한 등록일: 2009-12-09 18:19:38 IP ADRESS: *.47.19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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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인디라이터 5기를 수강하면서 본격적으로 리뷰를 작성해보겠다고 맘 먹고 처음으로 쓴 리뷰가 심산선생님의 와인예찬입니다.
지금 확인해보니 인디언스 리뷰 게시판에는 올리지 않았더라고요.^^

심산의 와인 예찬 - 심산 지음, 이은 그림/바다출판사

나는 사실 이 에세이를 읽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와인에 대해 호기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내가 술을 안 좋아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와인은 값비싸고 호사스런 문화생활이라는 선입견 때문일 수도 있겠다.

만일 이 책의 목적이 단순하게 저자의 여성편력과 나이를 먹어서도 철이 들지 않은 저자, 저자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라면 그리 새로울 것도, 뛰어날 것도 없는 글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저자의 집필의도가 책을 읽는 사람에게 와인의 다양함과 그 각각의 맛에 대해 알려주고 와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거나 적어도 와인이 그리 까탈스럽지만은 않은 또 다른 술의 하나이다. 라는 정도의 정보를 알려주고자 했다면 그 의도가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이 책을 다 읽고 시계를 보니 대략 밤 11시 경, 난 지갑을 들고 가까운 편의점에 들러 제일 값이 싼 와인을 한 병 샀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작가 심산이 들려주는 감미롭고 드라마틱한 와인 에세이'라는 책 소개 글을 읽었다. 하지만 드라마 틱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소설적 에세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야기는 정확하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는 감미롭고 유혹적인 그림과 함께 달콤쌉싸름한 사랑의 이야기를 하고 있고, 후반부엔 나이를 먹어도 항상 소년에서 머무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있다.

와인을 몰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와인 에세이이다.

저자인 심산님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prologue 와인과 스토리텔링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쓸 때 나의 관심사는 스토리텔링이었지 와인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행여 와인에 대한 어떤 지식이나 정보를 얻기 위하여 이 책을 펼쳐 들었다면 필시 어이없는 낭패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와인은 이 책의 주제가 아니라 소재이다. 나는 와인을 소재로 하여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전개해 보고 싶었다. 문학적으로 볼 때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대단히 모호한 경계 위에 서 있다. 밀란 쿤데라의 표현을 빌리자면 '전적으로 소설적인 에세이' 혹은 '에세이 소설'이다.

그리고 책은 항상 똑같은 포맷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사랑하는 처녀의 젖가슴 - 독일의 세미스위트 화이트 립프라후밀히

그때 나는 일일곱살이었고 그녀는 열아홉 살이었다.

까까머리 고딩과 파마머리 여대생. 고딩의 집안은 사업의 몰락으로 파산지경을 향해 치닫고 있었고, 여대생의 집안은 울산에 있어서 그녀는 대학 앞의 작은 월세방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 싸가지 없는 고딩은 자기보다 두 살 연상의 그녀를 한 번도 ‘누나’라고 불러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그녀가 첫사랑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름을 밀히‘Milch'라고 해두자.

모든 첫사랑에서는 풋내가 난다.

이렇게 시작해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밀히와의 연애담, 또는 또 다른 누군가와의 원 나잇 스탠딩에서 저자를 거쳐 간 여자들끼리의 연합군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상상했을 모든 스타일의 연애를 섭렵했다고 적고 있다.

전직애인연합의 절묘한 블랜딩 - 프랑스 론 남부의 샤토뇌프 -뒤 -파프

아직 심산 선생님을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명로진 선생님께 ‘와인예찬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실화인가요?’라고 여쭈어 보았다.

그만큼 이야기는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고, 경험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렇게 다양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연애담을 거쳐 심산 선생님은 이번엔 남자의 이야기로 방향을 바꾼다.

특히 비싸지 않은 와인 하나로도 훌륭하게 주위 사람들에게 매혹적인 남자가 될 수 있으며, 여성을 홀리고 잠자리까지 함께 할 비법도 알려준다.

이탈리아 플레이보이의 비밀 병기 - 베네토의 드라이레드 아마로네

여기서는 등산을 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곳에서 만난 한 이탈리아 남자 - 하필 이탈리아 남자인 이유는 아마도 이탈리아 남자는 대체로 여성을 유혹하는 기질이 뛰어나다는 선입견, 혹은 진실이 작용했던 게 아닌가 싶다.- 가 등장한다.

무언가 사연이 있을 법한 그 남자는 어렵게 마련했다며 와인을 조금씩, 마치 쥐똥, 말방구만큼만 돌리면서도 인심을 얻고, 그 야영장에 온 대부분의 멋진 여자들을 돌아가며 섭렵한 후 슬쩍 사라지는 이야기이다.

이쯤 되면 나도 등산을 배우고 와인을 한 병 챙겨서 떠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한다.

내가 마신 로마네 콩티 - 꿈이었던가 생시였던가

조폭, 쌩양아치에게 건네어진 그 값비싼 와인이 음미할 틈도 없이 그냥 원샷! 되어버린 피눈물나는 경험...

꽤나 유머러스하면서도 와인 애호가의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을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와인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얼마나 재미있게 책 한 권을 완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그리고 스토리텔링이 그 책의 전개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경험하게 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도 꽤나 그럴듯한 연애의 추억이 몇 개는 있는 것 같다.

심산 선생님께서 와인을 이용해서 연애담을 책으로 엮었듯이 나도 무언가 그럴듯한 걸 하나 잡아서 내 연애담을 책으로 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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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9.12.09 19:03
*.12.65.186
헤이 정한, 이 책은 쫌 아니지...
넘 주최측 농간 같잖아...?ㅋ

김정한

2009.12.09 19:11
*.47.197.18
아... 그런가요?
그래도 뭐...
제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리뷰여서 말이죠.
(어쨌든 본격적으로 리뷰를 작성하자고 맘 먹고 처음 쓴 리뷰니까요.^^)

주최측 농간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는 방법!
-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ㅋㅋ
profile

심산

2009.12.09 19:14
*.12.65.186
심사대상은 책이 아니라...그 책을 쓴 사람도 아니라...
그 책을 읽고 글을 써준 사람이라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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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로진

2009.12.10 12:00
*.192.225.244
이 책을 다 읽고 시계를 보니 대략 밤 11시 경, 난 지갑을 들고 가까운 편의점에 들러 제일 값이 싼 와인을 한 병 샀기 때문이다.
.....

봐....우리나라 와인판매 협회에서 심샘한테 상 줘야 한다니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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