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김정한 등록일: 2011-02-24 14:45:34 IP ADRESS: *.47.2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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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 대한 모든 해답

신화, 인간을 말하다.
김원익 / 바다출판사

이 작품의 전편격인 [신화, 세상에 답하다]를 참 인상깊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썼던 리뷰가 인연이 되어, [신화, 인간을 말하다]라는 작품이 나오고 나서 김원익 작가님께서 직접 보내주셨다.

리뷰를 쓰기 위해 전작 격인 [신화, 인간을 말하다]를 들춰봤다.
두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비교를 해봤다.
음...
잘 모르겠다.
비슷한 주제, 겹치는 내용도 있다. 같은 주제라고 해도 어떻게 이야기를 전개하는지,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는지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것이므로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책은 인간이 살면서 만날 수 있는 상황,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겪을 수 있는 갈등과 사랑... 이런 주제에 신화를 대입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신화는 결국은 인간의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신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들은 인간의 상상력과 역사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의 첫 이야기는 부자갈등으로 시작한다. 본문의 한 대목을 인용하자.

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는 신탁에 따라 실수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비운의 주인공이다.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그에 대해 말한다. “오이디푸스 왕 이야기에는 실제로 그럴만한 계기가 내포되어 있다. 그의 운명이 우리를 감동시키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 될 수 있고, 출생 이전의 신탁이 우리에게도 똑같은 저주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에게 최초의 성적 자극을, 아버지에게 최초의 증오심과 폭력적 희망을 품는 운명을 짊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5학년에 올라가는 딸아이는 얼마 전까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난 이담에 크면 아빠랑 결혼할거야.”
요즘엔 그 말이 이렇게 바뀌었다.
“난 어른이 되도 결혼하지 않고 아빠랑 살 거야.”

뭐랄까?
어린아이들에게 아빠와 엄마는 이성을 알기 이전부터 항상 함께 한, 이성에 눈뜨게 될 무렵이면 선택의 기준이 되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이 다음에 크면 아빠와 결혼하겠다는 딸, 아직 어리지만 엄마를 지켜주는 늠름하고 씩씩한 아들이고 싶은 욕망... 이 모든 것이 결국 그러한 욕망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남자는 아버지를 넘어서야 진정한 남자가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종국에 가서는 그 아버지와 다시 화해하는 과정을 거쳐 또 다시 어른으로 거듭나게 되는 걸 것이다.

나 역시 중,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와 최악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라야 “안녕히 주무셨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가끔 가다가 “다녀오세요.”, “다녀오셨어요?” 정도...
군대를 제대하고 사회인이 되고 나서 조금씩 아버지와의 거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몸이 불편해지신 아버지께서는 요즘 부쩍 내게 의지하신다. 어머니께서 차려드리는 밥상은 가끔 마다하시지만, 나와 단둘이 있게 되는 상황에서 내가 차려드리는 밥상은 절대 그냥 물리지 않으신다.
불편한 몸에 대한 불평도 어머니가 아니라 내게 더 자주 하신다.
드라마를 보더라도
갈등을 겪는 부자간의 이야기는 많이 등장한다.
이러한 부자간의 갈등 역시 신화 속에서 훨씬 극명하고 구체적인 상황으로 묘사되고 있다.

사랑, 동성애, 모험, 탈출, 괴물, 분노, 전쟁...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필히 겪게 되는 모든 것들에 대한 해답은 이미 신화 속에 다 들어있다. 머언 옛날을 살던 인간들도, 2011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도 모두 같은 문제로 고민을 하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것들마저 비슷했던 모양이다.

이 책에는 가끔 어원에 대한 설명도 등장한다.
심포지엄의 어원은 그리스어 “함께 먹고 마신다”라는 의미의 “
심포시온”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레즈비언은 여성들만 살던 섬 “
레스보스‘에서, 영웅은 보호하고 봉사한다는 의미의 "헤로스”에서, 훼방을 받으면 끔찍한 비명을 지르는 판 신에서 ”패닉“이라는 말이 유래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끈 주제는
숫자 3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는 부분이다. 인간이 왜 숫자 3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고, 3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를 읽다보니 정말 많은 옛이야기에서 숫자 3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가 신화와 현실의 연결고리를 찾는 이 작업을 시작한 이유가 무엇일까?
쉽게 생각하자면 신화에 관한 학문을 본업으로 삼고 있는 저자의 입장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조언을 신화에서 찾고 그것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단순히 먼 옛이야기, 말도 안 되는 전설쯤으로 치부될 수 있는 신화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항로를 알려주는 항해지도를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만일 내 생각이 맞는다면 적어도 내게 있어서만큼은 저자의 이러한 의도가 어느 정도는 먹혀들어갔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에 대한 신들의 선택을 엿보고 참고하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이 참에 아예 제대로 신화 읽기를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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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11.02.24 15:00
*.224.135.93
정한, 좋은 글 올려줘서 고맙다!
원익이가 심산스쿨에서 [신화반] 강의할 때가 참 좋았는데...

김정한

2011.02.24 18:36
*.47.210.77
아... 넵...
저도 꼭 듣고 싶었던 강좌였습니다...^^
언제 또 개강 안 하시나요?
profile

오명록

2011.03.02 09:46
*.147.109.49
KBS 2TV 이번 주 TV 특강시간에 김원익선생님이 출연하십니다. 강의 재미있게 잘하시더군요. 또한 방송이라 메이커업을 해서인지 역대 TV 특강강사 중에 가장 뽀샤시한 비쥬얼을 자랑하시더군요. 신화반 분덜 TV특강 시청하세요~~~^^

김명수

2011.03.02 13:41
*.253.60.49
뽀샤시한 비주얼...ㅋㅋ
요즘엔 정동 상상문화학습원에서 강의하고 계세요...
신화, 세상에 답하다 - 김원익의 그리스 신화이야기 2011/01/19 ~ 2011/03/30 (매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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