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오태호 등록일: 2009-12-31 00:51:32 IP ADRESS: *.195.24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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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1
안정적이고, 모범시민스러운 삶을 파묻어버리고
험난한 길로 들어선지 2년째.

사람 안에 들어가는 것이 '그 사람'이 된다했던가.
클래식하고 감동적인 발라드를 주로 쳐듣던 습관이 슬슬 지겨워졌다.
한편으로 '루저스러운 그 무엇'을 뱀파이어처럼 목말라 하기 시작했다.

굉장한 갈증이었나 보다.

며칠 뒤면 봄바람이 불것 같은 어느 날,
아랫도리에서 도는 모든 피와 신경계를 끓어오르게 하는 노래를 듣게 된다.

'안토니오 조까를로쓰'라는 자칭 라틴 야매 뮤지션이 꽤나 오래 전에 만들었고
이제 그만 팀을 정리(?)해야겠다는 의미로 앨범을 만들었다는,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고질적 신파]

눈치챘는지? 부에나비스타쏘샬클럽...아니랜다.
우주의 3대요소.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큿큿 물론 급조된 팀명이란다.


일단 들어보시라,

(저작권은....음...흠흠...문제가 되신다면 내리겠습니다. 아직 그쪽으론...+ㅡ ,.-)



                              <시실리아>

이들의 노래는 후줄근한 늦봄,
집에서 슬리퍼 끌고나와 데낄라 한병과 노가리 한마리 뜯으면서 들어줘야
간지가 살것 같은 강박증이 생긴다.

가사 또한 어떠한가?
그들의 음반에 있는 '악어떼'.
가사를 보자.


<악어떼> 작사(?)작곡; 조까를로스

정글 숲을 헤쳐 나가자
엉금 엉금 엉금 엉금 기어서가자
늪지대가 늪지대가 나타나면은 악어떼가 나올라.
악어떼.

나는 정글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깊은 늪 속에 빠진 적이 있었네
그 순간 몰려오는 악어떼들에게 나 공격을 당한 적이 있었네
나는 악어떼가 너무 두려웠지만
이 정글을 떠날 수가 없었네
나 이 정글을 떠나 살 수 없었기에 그들에게 굴복할 수 밖에 없었네

나는 악어떼가 너무 두려워
알아서 길 수밖에 없었네
나는 악어떼가 너무 두려워
알아서 길 수밖에는 없었네

나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의 비위를 맞춰 주었네
어느새 나는 그들과 공존하는 악어새가 될 수밖에 없었네

나는 악어새가 되긴 싫지만
살아 남기 위해 어쩔 수 없네
나는 악어새가 되긴 싫지만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가 없네

나는 악어떼가 너무 두려워
알아서 길 수밖에 없었네
나는 악어떼가 너무 두려워
알아서 길 수밖에 없었네


삶의 페이소스가 묻어나오는 가사는 물론이고,
마치 뽕 한사발 완샷 한뒤에 부르는 듯한 끈적한 조까를로스의 목소리와,
학교 문방구에서 몇천원 주고 사온 듯한 건반(?)을 거침없이 난주하는 후르츠김,
무심하게 신들린 랩을 구사하는 드럼의 김간지,
김간지와 더블캐스팅. 외모와 이름에서 느낄 수 있는 묘한 간극의 유미(남자다).
가느다랗지만, 뽕기를 맛갈나게 해주는 베이스의 까르푸 황,

[고질적 신파]에 올라가 있는 제목들만 봐도
데낄라 한병 더 추가를 외치고 싶지 않는가?!

1.원더기예단
2.악어떼
3.마도로스 케이의 모험
4.싸이보그 여중생 제트
5.석봉아
6.수지 수지
7.미소녀 대리 운전
8.이발사 대니얼
9.몸소 따발총을 잡으시고
10독수리
11.불행히도 삶은 계속 되었다
12.시실리아
13.석봉아 (열정 버전)


2곡의 가사를 올린다.

<석봉아>
심청아 어서 인당수에 빠지거라 니 애비가 너를 젖 동냥해서 힘들게 너를 키워놨으니.
콩쥐야 이 독에 물을 가득 채우거라 그렇지 않으면 오늘밤 잔치에 올 생각하지마
춘향아 오늘밤 나의 수청을 들어라 그렇지 않으면 너의 목이 남아나지 않을 테니까
석봉아 불을 끈 채로 글을 쓰거라 이 어미는 그 동안 이 떡을 다 썰어 놀 테니까.

너는 글을 쓰고 나는 떡을 썰고
석봉아~ 석봉아~ 석봉아~ 석봉아~

너의 식솔들을 멕일 쌀밥이 너무 아까우니 흥부야 어서 내 집에서 나가거라
위독하신 용왕님의 몸보신이 되어 주겠니 너의 간을 바쳐라 이 약아빠진 토끼 녀석아
홀로 있을 땐 어쩐지 난 쓸쓸해지지만 그럴 땐 얘기를 나눠보자 거울 속에 내 모습과
나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들장미소녀 캔디

너는 글을 쓰고 나는 떡을 썰고
석봉아~석봉아~석봉아~석봉아~

석봉아 이 어미는 불을 끈 채로 이 떡을 일정하게 썰었지만 넌 글씨가 엉망이로구나
석봉아 이 어미는 불을 끈 채로 이 떡을 일정하게 썰었지만 넌 글씨가 엉망진창이야
석봉아 이 어미는 불을 끈 채로 이 떡을 일정하게 썰었지만 넌 글씨가 개발새발이로구나
다시 산으로 가 다시 산으로 올라가
석봉아 석봉아 석봉아
다시 산으로 가 다시 산으로 가 다시 산으로 가 석봉아

너는 글을 쓰고 나는 떡을 썰고
석봉아~석봉아~석봉아~석봉아~



<몸소 따발총을 잡으시고>

오늘도 그곳으로 가는 나의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나를 둘러싼 그 모든 것들이 하나 둘씩 미워져 가는데
나는 행여 누가 들을 까봐 마음속으로 읊조리네
결코 너희는 그분에게 용서 받지 못할 것이라고

어떤 누구도 그들을 변화시킬 수 없고 나도 변하지 않아
매일 반복되는 고통 속에서 어느 날 그분이 찾아오셨네
그렇게 해맑은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와
아무도 잡아주지 않는 나의 거친 두 손을 잡아 주었네

어느 날 문득
몸소 따발총을 잡으시고 그들의 죄를 심판하신다
나의 마음은 이미 벌집이 되어버려 아무런 동정도 느낄 수 없다

그분은 나를 위해 몸소 따발총을 잡으시고
거룩한 용기를 몸소 실천하시네
함께 했던 지옥 같은 나날들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기고 친구여 안녕

어느 날 문득
몸소 따발총을 잡으시고 그들의 죄를 심판하신다
나의 마음은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아무런 슬픔도 느낄 수 없다

어느 순간 그분은 말없이 떠나시고 싸늘한 모두의 주검 앞에
홀로 남아 버린 나는 또 다시 외톨이
그분은 나의 죄책감을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낸 허상일 뿐
어느 화창한 오후의 대학살




이 밴드에 필이 꽂혀
며칠전에도 '위험한 심리학'의 저자가 북콘서트 하는 곳에 초대 손님으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표를 구한 녀석을 매수해 홍대클럽에 찾아갔다.
추운 날이라 그런지, 약 먹을 시간을 놓쳤는지 약간은 아쉬운 노래 2곡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심산스쿨 동문회에
이렇게 전도하고 있다.



profile

심산

2009.12.31 14:46
*.110.20.12
와우 녀석들...가사들이 제법인데...?ㅋ

이정환

2009.12.31 23:41
*.222.56.24
나는 악어새가 되긴 싫지만 살아 남기 위해 어쩔 수 없네~
나는 악어새가 되긴 싫지만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가 없네~
나는 악어떼가 너무 두려워 알아서 길 수밖에 없었네~

카, <악어떼> 진짜 죽이는데... ㅋ
올 한해 [언니네 이발관]5집과 더불어 젤 많이 들었던 노래였는지도...

정윤정

2010.01.22 18:23
*.192.166.75
<불행히도 삶은 계속된다> 가사도 죽이지요. <마도로스 k>랑 <미소녀 대리운전>도 ㅋㅋㅋㅋ 아주 재밌지요.
제가 느무 좋아라~ 하는 밴드가 꼽히니 느무 반갑네요. <통> 하였느니..ㅎㅎㅎ
저도 불나방스타소세지들 전도사인데 이 루저스러움을 견뎌주는 사람들이 그닥 많지 않더라구요 ㅎㅎㅎㅎ
라이브를 한번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어 안타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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