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오명록 등록일: 2011-02-11 15:03:28 IP ADRESS: *.51.7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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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양반, 그 입좀 꾹 다무시게



2월 8일자 한겨레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남는 밥좀 주오”글남기고 무명영화작가의 쓸쓸한 죽음>
영화계가 아니더라도 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충격과 탄식을 느껴야 했고 인터넷을 타고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트위트에서는 한 젊은 예술가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애도의 글들이 쏟아졌다.
문제는 그 다음날 기사부터였다.

최작가의 실명이 거론되면서 “ 전도 유능하고 명문대를 나온 한 시나리오작가가 영화계의 구조적인 모순에 의해 굶어죽다 ”란 논지의 기사들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작가의 유작인 “ 격정소나타 ”로 영화제 수상작 낸  재능을 인정받은 단편영화감독이었다는 것등등의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최작가에 대한 보도 중에 가장 하이라이트는 조선일보의 보도였다.
2월 10일자 조선일보에서는 < 쓰고 싶다 그 전에 살고 싶다 > 라는 기사로 현재 한국영화계가 처한 문제점을 조목 조목 지적해 놓았다. 영화 한 편당 평균제작비 40억이었던 2007년이후 반토막 나버린 평균제작비 21억에서 한국영화순제작비 원가분석까지 이 기사만 봤을때 정말 알찬 기사였다. 그런데 왜 이리 뒷맛이 개운치 않을까?
다른 신문이라면 몰라도 조선일보 라서?

한국영화평균제작비가 곤두박질쳤던 시기는 정확히 2007년이다. 그 해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2006년 연초를 기억하는가?
미국이 한미FTA체결 선결조건으로 스크린쿼터축소를 요구하였고 한국정부는 수용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 스크린쿼터사수 ”를 위해 영화인들이 거리에 나섰지만 여론에 밀려 싸움에서 지고 말았다.
그때 당시 영화인들의 시위를 ‘ 집단이기주의 ’ ‘ 배부른 돼지 ’ 라는 식으로 매도하며 ‘ 애국심이 있는 배우들이 왜 외제차를 타나 ’ 라는 재경부차관의 몰상식하고 감정적인 발언을 여과없이 보도하며 국민감정을 자극하는데 선두에 나섰던 것이 바로 조선일보라는 것은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2007년, 146일에서 73일로 스크린쿼터축소적용되면서 한국영화의 평균제작비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다운되었고 평균제작편수마저 급감하였다.
그나마 73일이란 한국영화의무상영일수마저 블록버스터급 한국영화들이 차지하면서 중소규모의 영화는 상영기회마저도 얻지 못하는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장사를 하려면 시장에 물건을 내다 팔아야 하는데 가판노점마저 걷어 차버린 결과다.
영화를 만들어도 판로가 없으니 수익을 얻지 못하는데 어찌 투자를 할수 있겠는가?
한마디로 한국영화는 망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가장 약한 부분, 가장 힘없는 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었다. 바로 현장의 스탭들과 작가들이다.
일을 이지경으로 만드는데 가장 앞장서서 부채질을 해대며 힘을 빼고 여론이 뭇매를 맞게 한 피의자들이 바로 조중동, 조선 중앙 동아일보. 이 보수언론들이었다.
그리고 이제와서 피지도 못한채 절망 속에서 생을 마감한 젊은 작가의 죽음을 다루며 한국영화의 구조적문제점과 힘없는 스탭들의 처우개선을 말하는 이 기사가 얼마나 가증스럽고 비열해 보이는가? 이것을 보고 악어의 눈물이라고 해야 하나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나?

그러나 그 책임을 여기서 묻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래 너희들 말대로 영화인들이 국익을 위해 스크린쿼터를 양보했다. 그렇다면 그것에 대한 보상이나 대책이라도 있어야 하지않을까? 정부의 한국영화지원대책이 제대로 수립되고 그것이 집행이 되고 있는지 그것에 대한 심층기사라도 써보는 것이 그나마 양심있는 행동일 것이라 생각하지 않나.
그러나 그것마저도 기대하지않는다.
조중동 너희들은 일관성이 있잖아..
괜히 헷갈리게 하지 말란 말이다. 힘없는 작가와 스탭들 들먹이며 이따위 자극적인 기사로 싸구려 동정심따위나 보이는 생색같은거 내지말고 일관성있게 정권과 자본의 나팔수 노릇이나 충실히 하란 말이다.

영화인들에게 정말 절실히 필요한 것은 정부의 보조금이나 지원금 따위가 아니다.
우리에겐 일자리가 필요하다.
돈 안떼이고 영화를 찍을 수 있는 현장이 필요하다.
그래야 먹고 살 것 아닌가?
한미 FTA가 체결되면 청년실업극복을 위한 수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한다.
그럼 그 한미 FTA 때문에 없어진 우리의 일자리는 어디서 생각날 것인가?

영화를 찍겠다고 4년 6년을 공부했고 최저임금안되는 돈을 받으며 5~6년을 버튀었다.
그래도 좋다. 영화를 할수 있다면...
그런 우리에게 힘든 영화일 때려치우고 자동차영업이나 하라면 우리가 감사합니다.. 할것같니?

마지막으로 미디어스의 2월 9일자 [전규찬의 도끼질, 대패질]에 이런 컬럼의 일부분으로 글을 정리한다.
.......................
얼마나 좋은 소재인가! 얼마나 자극적인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독자들의 흥미를 끄는 데, 이런 비극적인 아이템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나! 시청률을 올리기에 딱 맞는 기사, 가독률을 높이는 데 가장 잘 어울리는 뉴스다. 안타까운 한 사람의 죽음이라는 그런 인간적인 각도로 대충 뽑으면 된다. ‘도시 청년 대중의 잉여적 삶과 죽음’이라는 해설 기사를 내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신자유주의시대 프리랜스 예술가의 위험한 삶을 분석해 보는 기사는 데스크로부터 퇴짜 맞기에 안성맞춤일 테고. 탈취에 의한 축적의 시대, 주변부 프롤레타리아트의 공통운명이라는 프레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인 줄 다 안다. 그렇지 아니한가, 기자 양반들

(중략)

그런 당신들이 이 시대 난쟁이들의 죽음을 말할 수 없다. 당신들의 권력에 취한 눈에는 도심을 뒤덮은 슬럼이 제대로 보이기는 하나? 그 많던 달동네가, 그 안의 수천만 빈민들이 대체 어디로 사라졌나 신기해하지 않았던가? 당신들은 귀머거리. 좌절하고 분노하는, 미래의 주인공이 되기는커녕 지금 당장 살아가기 힘들어 외치는 수백만 잉여적 존재들의 저주가 들리지 않는다. 어디선가 죽음을 음모하는, 아니 대기 중인 사람들의 불길한 속삭임이 전해질리 없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농성중인 비정규직이, 힘없는 프리랜서가, 그리고 직장에서 내쫒긴 부모에 빌붙어 연명하는 청년들이 함께 내지르는 ‘살고 싶다!’는, ‘우리는 죽고 싶지 않다!’는 원성이 어찌 들리리오. 고통과 죽음의 현실로부터 너무나 동떨어진 당신들, 이번 한 젊은 작가의 비극에 대해서도 그냥 입을 꾹 다무는 게 더 낫지 않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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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11.02.11 15:56
*.224.135.43
좋은 글입니다
한 개인의 실명을 들먹이며 선정적인 보도를 하지 말고
근원적인 대책에 대하여 논의하는 장이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현정권 하에서 과연 그런 일이 가능할까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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