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7-08-23 23:25:17 IP ADRESS: *.241.4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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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DNA가 궁금하다
임덕용, [내 DNA는 불가능에의 도전], 도서출판 정상, 2007

심산(심산스쿨 대표)

오래 전에 출간되었고 조만간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세상에 나올 졸저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풀빛, 2002) 덕분에 참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문의 전화나 메일을 받았다. 내용들이야 대동소이하다. 재미있었다, 감동적이었다, 눈물을 흘렸다 등의 ‘예의 바른’ 칭찬 뒤에는 언제나 난감한 부탁이 뒤따른다. 거기에 소개된 책들을 아무리 찾아도 구할 수가 없으니 제발 좀 빌려달라는 것이다. 나의 대답은 매정하게도 언제나 “노!”였다. “다른 책은 그냥 드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산책(山冊)은 절대로 안 빌려드립니다.”

그 ‘절대로 빌려줄 수 없는’ 산책들 중에서도 문의 랭킹 1위가 바로 임덕용의 [꿈 속의 알프스](평화출판사, 1982)였다. 하긴 벌써 25년 전에 출간된 책이고,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것도 아니니 구해볼 수 있는 방법이 묘연하긴 하다. 덕분에 “어디 국회도서관 같은 데 가면 한 두 권쯤 남아있지 않을까요?”하며 짐짓 딴청을 피워댈 때의 내 마음 역시 편치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시원시원하고 자신 있게 대답할 말이 생겼다. [꿈 속의 알프스]의 개정증보판 혹은 그것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내 DNA는 불가능에의 도전](이하  [DNA])이 따끈따끈한 신간으로 서점에 깔린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서점으로 달려가 책부터 펼쳐보니 불현듯 내 얼굴이 화끈거린다.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에 실려 있던 내 서평 에세이 ‘우리 미친 젊은 날’이 뜬금없게도 ‘추천의 글’이라는 감투(!)를 쓰고 떡하니 실려 있는 게 아닌가. 아마도 도서출판 정상의 발행인 호경필 형의 짓(?)인 것 같은데 이건 좀 너무했다. 본래 추천사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위해 써주는 글이다. 그런데 임덕용은 산행 경력으로는 아예 비교조차 안되고 연배로 보나 인생 경험으로보나 나의 까마득한 윗사람이다. 덕분에 내가 본의 아니게도 ‘싸가지 없는 놈’처럼 취급받게 생겼다. 이 자리를 빌어 임덕용 형님과 독자 제현 모두에게 사죄의 말씀 올린다.

글의 제목만 해도 그렇다. 우리 ‘미친’ 젊은 날이라니. 마치 임덕용을 ‘미친’ 사람으로 취급하는 듯한 뉘앙스마저 풍기지 않는가. 하지만 수년 전 그 글을 쓸 때 얼핏 가졌던 이런 불안감은 실제의 임덕용을 처음 만나던 날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그가 무슨 패션관련 세미나 때문에 한국에 잠시 들렀던 때인 것 같다. 임덕용은 느닷없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말했다. “심산씨? 나 임덕용! 우리 한번 봐야지?” 인사동 거리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그리고, 이제 와 고백하건대,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총천연색으로 염색하여 해괴하게 기른 머리, 코와 귀를 마구 뚫어놓은 피어싱, 찢어진 데다가 낙서로 가득한 청바지, 야리꾸리한 색깔의 다 떨어진 샌달! “우와, 형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때 임덕용은 낄낄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좀 미친 놈 같아 보이지?”

이 책에 실린 글과 사진들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다. 독자들에게 드릴 수 있는 조언은 하나뿐이다. 행여 밑줄 같은 건 칠 생각을 하지 마시라. 내가 그 짓을 해봤더니 맨 첫장부터 맨 마지막 장까지 온통 밑줄만 가득 차게 되어서 아무런 구분도 되지 않는다. 조언을 하나 더 드린다면 천천히 읽으시라는 것이다. 나는 이것 역시 실패했다. 첫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가슴이 후련해지고, 쿡쿡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다가, 결국에는 미친 놈처럼 큰 소리로 웃어제끼다가, 가슴이 먹먹하여 눈시울을 문질렀다가, 병신처럼 엉엉 소리내어 울다가 맨 마지막 장을 덮어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삶이 가능했을까? 어떻게 이런 등반이 가능했을까? 임덕용은 원래 자신의 DNA가 그렇게 생겨먹었다고 말한다. 정말 궁금하다. 그의 DNA를 들여다보고 싶다. 책의 내용은 독자 제현께서 직접 읽어보시고 판단하시라. 나는 이 말 한 마디만 덧붙이고 싶다. “임덕용 형님, 정말 멋지십니다!”

월간 [MOUNTAIN] 200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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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7.08.24 01:14
*.131.158.71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는...거의 사랑하는...형님들 중의 한분이십니다!
이곳 심산스쿨에 드나드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십시오
정말 '멋지게 산다'는 게 무엇인지 온몸으로 증언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산에 미쳐 알프스로 이민(!)간 후배 허긍열이 찍은 덕용이형 사진인데
2006년 몽블랑 뒤 따귈 삼각북벽 등반 중 찍은 시원한 작품(!)입니다
사진 속에 나오는 모든 장비와 옷...몽땅 다 덕용이 형이 디자인하고 컨설팅한 작품(!)들입니다
덕용이형은 현재 세계적인 등반 브랜드 디자이너입니다
일단 [DNA]라는 책 한번씩들 읽어보세요
잠이 안 올겁니다...^^

조현옥

2007.08.24 02:06
*.62.89.4
와우! 선생님께서 저렇게까지 칭찬하시다니, 꼭 읽어봐야 겠네요.
어떤 글이길래 저런 반응이 나올까... 완전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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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홍

2007.08.24 10:49
*.229.145.36
지난 7월 샤모니에서 만났는데 책이야기는 입에 작크를 달고 이야기 안하던데. 암튼 긍열 후배도 그렇고 덕용형도 좀 그렇네. 근데 평화출판사에서 나온 <꿈속의 알프스> 하고 내용이 많이 다른지 모르겠네요.

임현담

2007.08.24 12:15
*.95.252.162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줘서 받았는데요. 아직 안 읽고 있어요. 한 번 읽으면 시간 까먹을까바...^^

그런데 혹시 네팔 대사관 정용관씨 아시나요? 담주 화요일에 출판기념회 한다는데. 네팔에 대해 책을 썼다는데요. 한 달전에 남선우씨가 정용관씨 책에 넣을 사진, 마칼루던가? 캉첸중가던가?-아이고, 내가 이래요, 그래서 임덕용 샘 책을 못읽어요, 일 하나 빨리 끝내야지 기억하구는 ㅠㅠ--달라해서 줬는데요. 그날 심샘 오나요? 강남역 근처인데요. 심샘 오면 나도 설렁설렁 가보고, 아니면 갈까말까, 생각중이에요.

한수련

2007.08.24 13:29
*.73.25.125
음... 한계를 알 수 없는 바운더리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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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로진

2007.08.24 15:46
*.108.21.29
대체로 헐.....세상은 넓고 형님들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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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7.08.25 21:24
*.235.169.165
[꿈 속의 알프스]가 축약 되어 이 책 안에 한 챕터...정도로 들어있고
나머지는 전부 새로 쓴 글입니다
정용관 님의 출판기념회...담주 화요일밤 맞습니다!
저는 마침 그날이 개강이라...못 가거나, 아님 아주 늦게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윈디시티]가 남긴 명언이죠..."세상은 넓고 형님들은 많다..."!!!^^

조현옥

2007.08.25 22:44
*.62.89.4
앗! [꿈 속의 알프스] 랑 똑같은 책인 줄 알고, 오늘 당장 샀더니만....
[꿈 속의 알프스] 나중에 제본이라도 해서 봐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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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홍

2007.08.27 10:50
*.229.145.36
오늘 멜이 왔는데 2년마다 한권씩 낸다고,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기 전에. 대단한 목표같아요. 저는 요즘 글쓰기 진행이 좀 더디네요. 조급함은 없지만 천천히 준비하지요. 뭐. 어제 여름 경주 남산 야간 종주산행 좋았어요.살짝 비까지 내려주고. 녹원정사에서 베낭에 짊어지고 간 근사한 와인잔에 마신 와인의 향기와 맛이라니. 심샘 생각이 나더라구요. 암튼 덕용형 다음 책이 기대됩니다. 잘 지내시죠. 다음주 은해사쪽으로 한번 돌아볼까 하는데요. 후배한테 전할 말 없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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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7.08.27 13:57
*.131.158.97
흠, 경주남산 야간종주...그거 땡기네요!
올가을이 다 가기 전에 알라들 데리고 한번 내려가겠습니다!
헉, 덕용형이 2년마다 책을 내시겠다고라고라...?
그 형, 하겠다면 하는 인간이니, 능히 그렇게 하겠구만요...흐이구, 징그런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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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홍

2007.08.27 14:17
*.229.145.36
심샘,가을이 은근히 기다려지네요.그 화려하고 개성이 강한 그곳 제자들이 모이면 남산 산신령이 놀라 도망가지 않을까요. 녹원정사 하늘정원 천막에서 반비박 하면서 와인파티, 고성방가, 발상의 전환 토론회, 고위봉 오르기 하면 재미있을 듯. 그 집에서 자고 간 사람 중에 잘된 사람 많다는 것 아시죠. 학교의 무궁한 발전과 그곳 출신들의 발복을 위해 한번 결행해야겠습니다. 그래야 학교가 빛나는 것 아닐까요. 지금 그런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지만요. 꼭 한번 알라들 데리고 내려오시길!
덕용형 그런 독기가 있으니 저렇게 살고 있는 것 아닌가요. 뭐 11월초에 들어온다고 하네요.

조현옥

2007.08.28 01:36
*.62.89.4
우와!! 경주 남산 야간 종주!! 정말 좋을 것 같아요.^0^
따듯한 석홍 아저씨의 제안에 '알라1' 어깨춤이 절로 춰져요. ^^

[내 DNA는 불가능에의 도전] 반쯤 읽었습니다. 세상에 이토록 정열적으로 사는 사람도 있구나 감탄하게 되고, 게으른 제 자신이 심히 부끄러워 집니다...
열정과 끈기만 있으면 불가능의 벽은 하나, 둘 씩 허물어져 가는구나 깨닫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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