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DNA가 궁금하다
임덕용, [내 DNA는 불가능에의 도전], 도서출판 정상, 2007
심산(심산스쿨 대표)
오래 전에 출간되었고 조만간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세상에 나올 졸저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풀빛, 2002) 덕분에 참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문의 전화나 메일을 받았다. 내용들이야 대동소이하다. 재미있었다, 감동적이었다, 눈물을 흘렸다 등의 ‘예의 바른’ 칭찬 뒤에는 언제나 난감한 부탁이 뒤따른다. 거기에 소개된 책들을 아무리 찾아도 구할 수가 없으니 제발 좀 빌려달라는 것이다. 나의 대답은 매정하게도 언제나 “노!”였다. “다른 책은 그냥 드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산책(山冊)은 절대로 안 빌려드립니다.”
그 ‘절대로 빌려줄 수 없는’ 산책들 중에서도 문의 랭킹 1위가 바로 임덕용의 [꿈 속의 알프스](평화출판사, 1982)였다. 하긴 벌써 25년 전에 출간된 책이고,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것도 아니니 구해볼 수 있는 방법이 묘연하긴 하다. 덕분에 “어디 국회도서관 같은 데 가면 한 두 권쯤 남아있지 않을까요?”하며 짐짓 딴청을 피워댈 때의 내 마음 역시 편치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시원시원하고 자신 있게 대답할 말이 생겼다. [꿈 속의 알프스]의 개정증보판 혹은 그것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내 DNA는 불가능에의 도전](이하 [DNA]
반가운 마음에 서점으로 달려가 책부터 펼쳐보니 불현듯 내 얼굴이 화끈거린다.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에 실려 있던 내 서평 에세이 ‘우리 미친 젊은 날’이 뜬금없게도 ‘추천의 글’이라는 감투(!)를 쓰고 떡하니 실려 있는 게 아닌가. 아마도 도서출판 정상의 발행인 호경필 형의 짓(?)인 것 같은데 이건 좀 너무했다. 본래 추천사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위해 써주는 글이다. 그런데 임덕용은 산행 경력으로는 아예 비교조차 안되고 연배로 보나 인생 경험으로보나 나의 까마득한 윗사람이다. 덕분에 내가 본의 아니게도 ‘싸가지 없는 놈’처럼 취급받게 생겼다. 이 자리를 빌어 임덕용 형님과 독자 제현 모두에게 사죄의 말씀 올린다.
글의 제목만 해도 그렇다. 우리 ‘미친’ 젊은 날이라니. 마치 임덕용을 ‘미친’ 사람으로 취급하는 듯한 뉘앙스마저 풍기지 않는가. 하지만 수년 전 그 글을 쓸 때 얼핏 가졌던 이런 불안감은 실제의 임덕용을 처음 만나던 날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그가 무슨 패션관련 세미나 때문에 한국에 잠시 들렀던 때인 것 같다. 임덕용은 느닷없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말했다. “심산씨? 나 임덕용! 우리 한번 봐야지?” 인사동 거리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그리고, 이제 와 고백하건대,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총천연색으로 염색하여 해괴하게 기른 머리, 코와 귀를 마구 뚫어놓은 피어싱, 찢어진 데다가 낙서로 가득한 청바지, 야리꾸리한 색깔의 다 떨어진 샌달! “우와, 형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때 임덕용은 낄낄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좀 미친 놈 같아 보이지?”
이 책에 실린 글과 사진들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다. 독자들에게 드릴 수 있는 조언은 하나뿐이다. 행여 밑줄 같은 건 칠 생각을 하지 마시라. 내가 그 짓을 해봤더니 맨 첫장부터 맨 마지막 장까지 온통 밑줄만 가득 차게 되어서 아무런 구분도 되지 않는다. 조언을 하나 더 드린다면 천천히 읽으시라는 것이다. 나는 이것 역시 실패했다. 첫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가슴이 후련해지고, 쿡쿡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다가, 결국에는 미친 놈처럼 큰 소리로 웃어제끼다가, 가슴이 먹먹하여 눈시울을 문질렀다가, 병신처럼 엉엉 소리내어 울다가 맨 마지막 장을 덮어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삶이 가능했을까? 어떻게 이런 등반이 가능했을까? 임덕용은 원래 자신의 DNA가 그렇게 생겨먹었다고 말한다. 정말 궁금하다. 그의 DNA를 들여다보고 싶다. 책의 내용은 독자 제현께서 직접 읽어보시고 판단하시라. 나는 이 말 한 마디만 덧붙이고 싶다. “임덕용 형님, 정말 멋지십니다!”
월간 [MOUNTAIN] 2007년 9월호
[img2]
이곳 심산스쿨에 드나드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십시오
정말 '멋지게 산다'는 게 무엇인지 온몸으로 증언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산에 미쳐 알프스로 이민(!)간 후배 허긍열이 찍은 덕용이형 사진인데
2006년 몽블랑 뒤 따귈 삼각북벽 등반 중 찍은 시원한 작품(!)입니다
사진 속에 나오는 모든 장비와 옷...몽땅 다 덕용이 형이 디자인하고 컨설팅한 작품(!)들입니다
덕용이형은 현재 세계적인 등반 브랜드 디자이너입니다
일단 [DNA]라는 책 한번씩들 읽어보세요
잠이 안 올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