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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15.09.21 17:38

회화·서예·전각으로 부활한 ‘자유인 김시습’

테마전 ‘매월당 김시습, 겸재 정선을 만나다’ 겸재정선미술관에서 9월30일까지


매월당 김시습(金時習·1435~1493년)은 우리 역사에서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다. 어릴 때부터 천재로 불렸던 그는 조선 초기에 전국을 탕유(호탕한 유람)하면서 많은 시문(詩文)을 남겼다. 산천과 문화유산을 예찬하고 그 속에 숨은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썼다. 


역사 속에서 김시습은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에 울분을 토하며 방랑길에 나선 절의(節義)의 인물로 상징화됐다. 그러나 ‘자유인’ 김시습의 면모는 실로 다양하다. 유·불·선(儒·佛·仙)에 정통했던 사상가이자 철학가였고, <십현담요해> <화엄석제> 등 많은 저술을 남긴 승려였다. 지금도 2200여 수가 넘는 시가 전할 정도로 많은 시를 쓴 시인이자 문학가였다. 전국을 유람하며 기록을 남긴 여행가이기도 했다. 두 번 결혼을 하는 등 승속(僧俗)을 넘나든 김시습은 1493년 59세로 충남 부여 무량사에서 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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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매월당(梅月堂) 김시습이 태어난 지 58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매월당 김시습 기념사업회(회장 소종섭)가 테마전 ‘매월당 김시습, 겸재 정선을 만나다’(이하 김시습전)를 연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겸재정선미술관에서 9월18일부터 9월30일 오전까지 열린다. 테마전 기간 중 월요일(9월21일)과 추석 당일(9월27일)은 휴관한다. 특정 인물을 주제로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한자리에서 전시회를 여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소종섭 회장은 “조선 초기 국토를 기행하면서 백성의 고통과 함께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과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글로 남겼던 김시습의 정신은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眞景山水) 정신으로 이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용선 전 서울대 교수 등 40여 점 출품


이번 김시습전에는 역사화가로 널리 알려진 서용선 전 서울대 미대 교수의 회화 작품 20여 점과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강선구 서예가의 서예 작품 6점, 김내혜 선생으로부터 전각을 사사한 심산 작가의 전각 작품 20여 점 등 40여 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들은 김시습의 복잡한 내면을 회화로 표현했거나 김시습이 남긴 시문을 서예나 전각으로 담아냈다. 


<김시습 평전>을 쓴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는 “국토의 역사미와 민중의 생활미를 발견한 점에서 김시습은 조선 후기의 화가 정선과 닮았다. 따라서 매월당 김시습과 겸재 정선을 주제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회는 한국 예술의 정맥(正脈)을 확인하는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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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권 기자 | 승인 2015.09.21(월) 13:02|1353호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