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담

2007.11.20 10:21

생각해 보세요. 히말라야에서 어느 날 나팔꽃이 하나 피어났는데요. 그 아이가 이제 때가 되어 자신의 꽃씨를 툭 터뜨렸구요. 나팔꽃이라는 아이들이 늘 아침이면 햇살을 보는 아이들이라 씨앗 역시 동쪽의 낮은 곳으로 굴러떨어졌겠죠. 이런식으로 슬금슬금 달팽이 속도로 동진했을 거에요. 그런데 어느 사이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상에 등장하고 그 중에서 꽃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끼는 부류가 생겨나더니 이제는 꽃씨가 조금 빠르게 동쪽으로 움직였을 거에요. 달팽이처럼 동진하던 아이들이 바랑 뒤에 혹은 말잔등, 낙타에 실려 흔들흔들...그렇게요. 몽골도 지나고 만주도 지나고 어떤 아이는 더욱 동쪽으로 갔지만 어떤 아이들은 한반도까지 내려왔죠. 주문진에 가면 바다를 보는 한 민박집이 있는데 몇 년 전인가. 그 집에서 아침에 동해바다를 보면서 피어있는 나팔꽃을 보았는데요. 더 갈데가 없겠죠. 가난하던 시절에 누군가 이민 가방에 나팔꽃씨를 가지고 북미, 브라질로 갔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런데 모르기는 하지만 그렇게 동쪽으로 동쪽으로 한 바퀴 돌아 이미 히말라야에 도달한 어떤 녀석이 있을 거 같아요. 그곳에서 토박이로 피고지고 피고지던 나팔꽃은, 지구 한 바퀴 돌고 온 아이에게 말하겠죠. 이제 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