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05-12-19 13: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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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몰랐습니다. 올해 제가 이 공모전의 심사위원을 맡는 바람에 알게 되었습니다. 이 공모전, 상당히 괜찮습니다. 교보생명에서 만든 [대산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것인데, 당선자에게 주는 상이 썩 마음을 잡아끕니다. 일단 상금은 500만원...뭐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지요.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당선작을 [창작과 비평]에 전문 게재한다는 겁니다. 언젯적 창비냐...뭐 이런 말을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창비가 여전히 이 나라 문단의 핵심권력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러니 시나리오를 이 권위있는 계간지의 지면에 직접 발표한다는 것은 꽤 매력적인 일이지요. 그뿐이냐? 또 있습니다. 당선자는 약 2주일간 '유럽문화기행'(혹은 그에 상응하는 어떤 해외기행)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부문 심사위원인 저와 김홍준 교수가 약간의 어필을 했습니다. 시나리오작가 지망생한테 빅톨 위고 생가방문이나 에펠탑 앞에서 기념사진 찍기가 뭐 그리 중요한 거냐? 차라리 국제영화제에 보내줘라...결론은? 유럽문화기행 속에 '클레르몽 페랑 국제단편영화제 참관'을 넣기로 했습니다. 클레르몽 페랑이라...다들 아시겠지만 국제단편영화제 중 최상급의 영화제입니다.
  이 공모전의 참가자격은 대학생 혹은 대학휴학생입니다. 올해의 공모전은 이미 끝났고 심사결과도 발표되었습니다. 참가자격을 갖고 계신 분들은 내년의 공모전을 노려보십시오. 썩 괜찮은 공모전이니까요...아래는 올해 심사결과를 밝혀놓은 심사평입니다.
  
제4회 대산대학문학상 시나리오부문 심사평

양적 질적 발전 확인했고 군계일학의 당선작 반가워

제4회 대산대학문학상 시나리오부문에서는 여러 모로 풍성한 수확을 거두었다. 우선 응모작의 편수에 있어서, 여타 부문에서는 보합세 혹은 감소세를 보인 반면. 유독 시나리오부문만은 거의 두 배에 이르는 급증세를 보여 이른바 ‘영상문학’이 대세를 형성하여 가고 있는 작금의 시대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응모작들의 평균수준이 지난해의 그것보다 월등히 높아진 까닭에 심사위원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여기에 밝혀둔다.

영리를 추구하는 영화제작사 혹은 투자사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나리오 공모전에서는 이른바 ‘상업성’ 혹은 ‘제작가능성’이라는 것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공익문화사업을 추구하는 대산문화재단에서 전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대산대학문학상 시나리오부문’에마저 그와 동일한 잣대를 들이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나리오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수단이다. 그것이 ‘영화를 만들기 위한 대본’인 이상 ‘제작가능성’이라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척도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에 덧붙여 혹은 그 이상으로 ‘작품성’ 혹은 ‘완성도’라는 것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무릇 대학문화란 현실(이 경우에는 기성영화계)에 안주하고 순응하기보다는 그것을 깨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패기와 참신함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총 64편에 달하는 이번 응모작들 중에서 치열한 경합 끝에 예선을 통과한 작품은 11편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예선통과작들을 놓고 심도 깊은 논의를 벌였는데 최후의 순간까지 읽고 또 읽은 작품은 모두 3편이다. 박영주(중앙대 영화과)의 <오렌지, 딸기를 만나다>는 제도교육 내에서 소외되고 있는 고등학생들끼리의 은밀한 교감을 애틋한 영상에 담아낸 소품이다. 오렌지가 되고 싶은 남고생과 딸기가 되고 싶은 여고생의 풋풋하고 서글픈 사랑이야기가 잔잔한 파문을 자아낸다. 다만 이 영상적인 이야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결 짓는 데에서는 미흡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윤지영(동국대 연극학과)의 <햄>은 해방공간의 좌우대립을 한 형제의 이야기로 풀어낸 수작이다. 캐릭터를 묘사하고 대사를 구사하는 능력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다. 다만 미세담론에서는 그토록 감칠맛을 자아내던 작가의 역량이  거대담론과 마주쳐서는 제 빛을 다 발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이한나(단국대 연극영화과)의 <지독한 초록>은 군계일학의 작품이었다. 얼핏 평화로와 보이나 실상은 무척이나 폐쇄적이고 심지어 폭력적이기도 한 외딴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펼쳐놓고 세 가지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집필한 이 작품은 심사위원들로부터 만장일치의 동의를 얻어내기에 충분했다. 비주얼한 지문, 절제된 대사, 인간 본성에 대한 냉철한 응시, 울림이 있는 주제의식 등이 ‘참신한 대학생 시나리오작가’의 출현을 예고한다. 심사위원들은 대산대학문학상 시나리오부문에서 훌륭한 당선작을 가려낼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당선자인 이한나의 건필과 발전을 기원한다. 아울러 이 자리를 빌어 대산대학문학상 시나리오부문에 출품했던 모든 대학생 예비시나리오작가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2005년 12월 9일

심사위원 김홍준, 심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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