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16-02-24 23:36:46

댓글

14

조회 수

2443

은수미2.jpg


은수미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 국회연설에 대하여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은수미 의원이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에 나서 무려 10시간 18분 동안 국회연설을 함으로써 기존의 필리버스터 기록을 새로 갈아치웠습니다. 하지만 신기록 갱신 따위가 뭐 중요하겠습니까? 문제는 컨텐츠입니다. 저는 은수미 의원의 국회연설을 들으면서 ‘386세대의 자존심’ 같은 것을 조금은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매우 고마웠습니다.

 

저는 전형적인 386세대입니다.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0대의 인간. 이것이 ‘386세대’에 대한 최초의 정의입니다. 출생연대와 학번은 안 바뀌는 대신 나이만 먹어 이제는 ‘586세대’가 되어버렸지요. 저는 사실 저희보다 아랫세대들에 대하여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보다 전혀 못하지 않은데, 심지어는 훨씬 더 뛰어난 스펙(!)을 갖고 있는데, 살아가기가 너무 힘듭니다. 저는 현재 그들의 삶이 이토록 힘겨운 이유들 중의 하나가 저희 세대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80년대에 20대를 보낸 저희 세대는 한 마디로 ‘광주사태’와 ‘유월항쟁’을 겪은 세대입니다. 끔찍하게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매우 통쾌하게 역사의 수레바퀴를 밀고 나간 세대이기도 합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민주화운동세력’이라는 레이블을 달고 사회로 나아가 어느 새 ‘기득권’이 되어버렸습니다. 불편하다기 보다는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려면 단행본 몇 권으로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어찌되었건 그 부끄러움의 일부를 은수미 의원이 메꾸어 주었습니다. 고맙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은수미 의원은 저와 조금은 각별한 사이입니다(저보다는 제 아내와 훨씬 더 각별한 사이입니다). 저와 아내는 1993년의 신혼여행으로 '동해안 순례'를 떠났는데, 최초의 방문지가 '강릉교도소'였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에 은수미가 수감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이 지면이 그다지 편안한 곳이 못 되는 것 같습니다. 여하튼 저는 오늘, 장장 10시간 18분 동안 지속된 은수미 의원의 국회연설을 보며,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조금은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현실 정치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는 심산스쿨의 내규(?)를 깨고 여기에 은수미 의원 필리버스터 연설의 말미를 올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sA9oMdQQFs

은수미 의원 필리버스터 마무리 발언

댓글 '14'

조현철

2016.02.25 08:57

응원합니다!

장영님

2016.02.25 12:39

응원합니다!

profile

김은주75

2016.02.25 14:58

테러방지법 막아야 합니다!

profile

심산

2016.02.25 15:41

TV를 통해 중년의 한국인이 표준말로 조분조분

자신의 견해를 예의 바르게 밝히는 것을 보게 된 것이

도대체 몇 년만인지....


이 놈의 이명박근혜 정권은 도대체 언제쯤 되어야 끝날 것인지...


그 와중에 "은수미의 기록을 지켜주고 싶어서" 여력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필리버스터를 중단한 정의당의 박원석 의원!

흔히 말하는 '젠틀맨'이란 이런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다

임회선

2016.02.26 14:29

이번에 우리나라에도 정치인이 있구나를 느꼈습니다. 소액이나마 후원도 하고 나니 이상하게 제 할 일 한 듯 합니다.

profile

나재원

2016.02.26 17:57

응원합니다.

profile

장영님

2016.02.26 18:39

필리버스터를 통해 386세대였던 60년산들의 뜨거웠던 80년대를 응답합니다.

골목길에서 흘리던 최루탄 눈물을, 

광장에 모여든 군중 위로 날아오던 빵과 우유의 응원 메세지를, 

profile

심산

2016.02.27 18:04

필리버스터.jpg


은수미 의원 뿐만 아니라 그 뒤로 줄줄이 이어진

더민주와 정의당의 국회의원들 모두 매우 훌륭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여태껏 저런 의원들의 발언이 국민들에게 소개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

10대에서 30대에 이르는 일반인들의 국회 방청도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최후의 궁여지책인 필리버스터를 통해

새로운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 참...아이러니컬하다


궁즉통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인가...?ㅎ

첨부

은수미

2016.02.27 23:31

선배 고마워요. 은이가 보내줘서 알았어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손정우78

2016.02.28 23:31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김수강

2016.02.28 01:15

아, 영광입니다. 바로 밑에 댓글 달 수 있어서.. 주저 앉으실때 바로 확 울어버렸습니다. 제 스스로가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일깨우게 해주셔서...!!  

profile

심산

2016.02.28 14:30

앗?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은수미 의원님께서

이 허름한 홈피까지 찾아와 댓글까지 남겨주시다니!!!ㅋ


요즘 너무 바쁜 것 같아서 예전처럼 집에 자주 놀러오란 말도 못하겠네...

여하튼 건강 잘 챙기고...가끔씩은 휴식도 좀 취하고...


그나저나 자기랑 은이랑 페친인 모양?ㅎㅎㅎ

김승현

2016.02.29 13:54

제목에 낚여서 들어와봤습니다(정치이야기의 글은 처음봐서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profile

심산

2016.02.29 16:15

경제학 박사 출신 더민주 홍종학 의원의 필리버스터 명강의!

한국의원들의 필리버스터 수준을 전세계에 알리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31 우리는 절대로 게이가 아니다 file 관리자 2006-03-06 4268
130 [공연초대] 뮤지컬 피맛골 연가 (마감) + 58 file 강상균 2010-09-04 4280
129 마침내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크랭크인! + 43 file 심산 2009-09-03 4297
128 이태리 와인기행을 떠납니다 + 28 file 심산 2009-03-30 4298
127 [성악비법 24]와 [잉글리쉬 초콜릿] + 10 file 심산 2009-01-12 4302
126 심산스쿨의 세번째 뮤즈 + 29 file 심산 2010-01-23 4303
125 [심산, 무지개나라 남아공에 가다] 방영 안내 + 40 file 심산 2008-06-06 4309
124 그녀의 프라다 백에 담긴 책 + 27 file 심산 2009-03-25 4325
123 김혜나 출연작 [요가학원] 전국 개봉 + 15 file 심산 2009-08-17 4333
122 유영아 작가의 첫번째 크레딧 + 27 file 심산 2008-12-02 4342
121 소심한 키키봉씨의 홍대카페 상륙작전 + 43 file 심산 2008-02-09 4353
120 김원익신화반 공개특강 [오디세이아] 안내 + 14 file 심산 2008-04-01 4360
119 유영아 작가 [웨딩드레스] 크랭크인! + 30 file 심산 2009-07-12 4371
118 오남경 작가 5부작 미스터리 스릴러 [코마] 방영 + 8 file 심산 2006-07-15 4372
117 박신우 감독 데뷔작 [백야행] 개봉 + 34 file 심산 2009-11-14 4387
116 박형식 부산시나리오공모전 우수상 수상 + 23 file 심산 2009-09-05 4404
115 조선묵 공개특강 [시나리오 인큐베이팅] 안내 + 21 file 심산 2011-10-22 4408
114 심산스쿨 최대 경사 [걸스카우트] 개봉 임박 + 36 file 심산 2008-03-06 4409
113 FTV [프랑스 낚시와인기행] 방영 안내 + 17 file 심산 2010-11-01 4414
112 심산스쿨의 신임 스탭을 소개합니다 + 34 file 심산 2010-04-01 4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