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13-12-29 16: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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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심산스쿨의 2014년 신년인사


이제 곧 해가 바뀌는데, 그러니까 송년인사 혹은 신년인사를 올려야 되는데,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도저히 밝고 희망적인 인사말을 올릴 염두가 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마리 안통하네트’ 각하의 ‘불통정치’ 혹은 ‘공안정치’ 때문이겠지요. 어제(2013년 12월 28일)는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제1차 총파업 결의대회의 날이었습니다(민주주의자 김근태 2주기 추모식의 날이기도 했지요). 그리고 이제 이 싸움은 해를 넘겨 2014년 1월 9일과 16일에 2차, 3차 총파업으로 이어지고 결국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인 2월 25일까지 확산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 싸움이 2월 25일에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거지요. 어쩌면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 내내 이런 고통을 겪어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참으로 암담합니다.


신년인사와 함께 올릴만한 사진 혹은 동영상들을 몇 개 퍼왔습니다. 현직 기관사가 말하는 철도민영화의 의미, 최연혜 코레일 사장의 과거 민영화 반대 발언, 영국과 아르헨티나 철도민영화의 결과...하지만 다 지워버렸습니다. 너무 우울하고 기가 막힌 내용들뿐이어서 그런 것들로 신년인사를 가름한다면 내년 내내 불행의 바다 속에서 허우적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입니다. 과연 이 끔찍한 연말연시에 뭔가 희망적인 일들은 없을까...? 아무리 주변을 두리번거려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며칠 간 올려야지 올려야지 하면서도 신년인사를 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이 한 장의 사진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위에 올린 ‘[변호인] 국토대장정 무대인사’입니다.


아시다시피 영화 [변호인]이 선전에 선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저도 영화를 보았습니다만 영화 자체가 그다지 뛰어난 걸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변호인]의 흥행에 대박 기름을 부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이명박 전대통령일 것입니다. [변호인]의 관객들은, 더 나아가 우리 국민들은, 영화 [변호인]을 보면서 위로 받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게 어딨어요? 이러면 안되는 거 아니에요?!” 영화 속의 변호인이 그렇게 항변할 때 우리의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국가란 곧 국민입니다!” 영화 속의 변호인이 그렇게 외칠 때 우리는 새삼스럽게 그 당연하기 짝이 없는 ‘헌법적 가치’에 대하여 확인하고, 마음을 다잡고, 용기를 가지려 애씁니다. 그리고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 영화 속의 현실과 우리의 현실에 대하여 눈물을 흘립니다.


한 편의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일의 작은 단초 정도는 제공해줄 수도 있습니다. 영화 [변호인]의 전국적인 흥행과 국토대장정 무대인사의 열풍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해가 저물고 또 다른 한 해가 다가오고 있는 이 즈음, 우리가 위안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건이 ‘영화 [변호인]의 흥행’뿐이라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컬하게 다가옵니다. 이 사실을 기뻐해야 될까요 슬퍼해야 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 칼바람 매서운 세밑에 영화 [변호인]마저 없었다면 더욱 더 쓸쓸하고 암담했을 것 같습니다. 영화 [변호인]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들과 캐스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심산스쿨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새해인사를 올립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세상이 아무리 엄혹하고 부당하다고 해도 우리는 그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레이몬드 챈들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자라면 이 비열한 거리를 통과하여 걸어가야 한다, 두려워하지도 않고 물들지도 않으면서.” 위의 문장에서 ‘남자’를 ‘인간’으로 치환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우리에게 복을 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복을 ‘쟁취’해내야지요, 우리 스스로 복을 쌓아야 되겠지요. 새해에는 밝고 희망적인 글들을 많이 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올해의 남은 일정들 잘 마무리하시고, 새해에는 무조건, 우리 모두 복 많이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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