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16-03-27 18: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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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 작가 "온갖 글 써서 10년간 6억 벌었다. 하지만…"

[기획 인터뷰]작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1. [글이 돈이 되는 기적] 쓴 이성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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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한다는 건 선택 받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지옥'의 다른 말임을 17년이 지난 지금에야 깨달았다."([글이 돈이 되는 기적] 중에서)

 

시나리오 작가이자 전시기획자, 칼럼니스트, '딴지일보' 논객, 군사전문가…. 15세, 9세 두 자녀를 둔 가장인 이성주(42)작가는 긴 직업관련 프로필을 갖고 있다. 글쓰는 것이 좋아서 17년간 '펜더'라는 필명으로 군사전문가로 활동하고 시나리오도 쓰고, 자서전 대필도 하면서 그는 한 가정을 꾸리고 이끌어왔다.

 

뉴스1은 오로지 글만을 써서 4인가족을 먹여살린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이룬 이성주 작가를 25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최근 고단하고도 기적같은 그의 글쓰기 일생을 담은 [글이 돈이 되는 기적](생각비행)이라는 책을 펴냈다.

 

지난 10년간 6억 이상을 벌었다는 그는 인터뷰에서 "순전히 돈만으로 본다면 글을 써서 먹고는 살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아등바등 글을 써서 먹고 산 것이 자기파괴적이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모든 가치 기준이 돈이고 '가성비의 기준으로 문인들을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천박한 속성을 꼬집으면서 그럼에도 "죽을 때까지 글을 쓰고 살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작가들은 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엿볼수 있는 이성주 작가와의 인터뷰를 입말 그대로 살려 싣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그간 최저생계비 이상 벌었냐고요. 2001년에 결혼해 2015년 1월까지 4인 가족 최저생계비 이상을 벌었을 겁니다. 애들 엄마가 엑셀파일로 10년간 번것을 정리해 보여준 적이 있는데 6억원이었죠. 통장에 꽂친 돈만 그렇습니다. 실제로는 그 이상이겠죠. 그동안 쓴 글은 시나리오, 소설, 칼럼, 연재글, 기업에 들어간 글, 자서전 대필, 만화대본, 희곡….

 

글쓰고 7년차 되고는 두려움이 없어졌어요. 누군가 글을 의뢰하면 '갖고와봐, 해보자' 이렇게 되었죠. 박XX감독이 제 스승인데 그분이 날 이런 '글 자판기'로 만들었어요.(웃음) 신혼인데 감독님이 들이닥쳐서는 "이 시나리오를 내일 아침까지 각색해라" 이러신 거에요. 감독님은 저를 '저 놈은 3일만 주면 시나리오가 나오는 놈'이라고도 했죠. 저는 다른 작가들도 이렇게 쓰는 줄 알았어요.(웃음)

 

노동시간요. 시간으로 보자면 하루 18시간 미친듯이 쓸 때도 있었죠. 하지만 컨디션이라는 게 있어서 한번 시나리오 쓰게 잡혀들어갔다가 나오면 며칠간은 곤죽이 되어 쉬어야 해요.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어딜 들어가면, 보통 오전 9시~10시에 일어나 눈뜨자마자 2~3시간 글쓰고 점심먹고, 한시간만 달라고 해서 걷기 하고 그때부터 저녁까지 미친 듯이 글쓰고, 저녁먹은 후 글쓰고 10시~11시 정도에 진행상황 얘기하고 쓴 것을 출력합니다. 그런것을 열흘 정도 하면 시나리오 한편이 나와요. 하지만 정신은 멍해지죠.

 

글을 써서 돈을 벌겠다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보고, 될수 있다고 봐요.하지만 결혼생활과 글쓰기는 동시에 하기는 힘든 거 같아요. 쫓기는 순간 '내' 글을 못쓰는데 결혼하게 되면 쫓기게 되죠. 고이면 글쓰고 또 고이는 게 있으면 글을 쓰고 그러는 작가가 있는가하면 나같은 경우는 살아야 해서 글을 계속 쓸 수밖에 없었어요.

 

끝까지 놓치지 않는 건 책 읽고 정보 취합하고 다큐멘터리는 꼭 보고 그런건데 이게 없었으면 글을 못 썼을 거에요. 하지만 그렇게 했는데도 결국은 제가 망가지더라고요. 어느 순간 눈앞에 까매지고 자판을 칠수가 없고. 조증이 몰려왔다가 울증이 다시 몰려오고 사람이 미쳐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결국 정신병원을 제발로 찾아갔죠. 책 '글이 돈이 되는 기적'은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쓴 것이에요. 버스타고 정신병원 가는 날 1시간 내내 울었어요.

 

의사는 '번아웃(burnout) 신드롬'이라고 진단을 내렸고 제 상황에서 우울증이 안오면 이상한 거라고 하더군요. 그 정도로 혹사하는데 주변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보고, '창작'이라는 걸 하는데 채워 넣을 시간 없이 빼내기만 하고…. 의사는 '일단 네가 살아야 글도 쓰고 꿈꾸는 것을 할 수 있다'며 약처방을 했는데 약이 안맞아서 몇 번 바꾸다가 결국 육체노동을 해보라고 권하더군요. 그 후 몇 달 간 육체노동을 했죠.

 

결국 아등바등 글 쓰며 산 것이 자기파괴적인 면이 있었던 거에요. 지금은 쓰고 싶었던 장편소설을 써요. 돈이 안될게 100% 확률인데 해보고 싶었어요. 최저생계비만 벌고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겠다고 결심하고 소설을 쓴 것이 3개월이 넘었네요.

 

글을 쓰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일단 인지상정상 말리고 싶어요. 그래도 쓰고 싶어 하면 "취미로 하라"고 말하고 그래도 정 하고 싶다면 "목숨걸고 쓰라"고 말해요. 저는 (글이 창작되고 유통되는) 시스템에 덤벼들어 17년간 버텼다가 방향을 튼 것인데 남들에게 이렇게 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아요. 10년간 7개 아르바이트를 해 수억원의 빚을 갚았던 이종용 씨라는 분 계셨잖아요. 결국 빚 갚은 후 돌아가셨지요. 저도 그럴 것 같아요. 불안해요. 몸이 여기저기서 신호를 보내요.

 

글 쓰는 후배들에게 결혼은 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그리고 가장 빠른 길은 글 하나만 파는 거라는 거. 하지만 잡문을 써야하는 상황이면 쓰면 되는 거에요. 나는 내가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 이 글을 쓴다고 떳떳하게 생각하면 돼요. 다만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라는 말이 우리를 힘들게 해요. 모든 가치 기준이 돈이에요. 이것을 박아놓고 줄 세우기를 해요.

 

어떤 일을 5년~10년 하게 되면 그 일을 하는 그 사람만의 어떤 이유가 생겨요. 하지만 그것을 보지 않고 획일화된 '돈'이라는 가치로 보는 거죠. 문화하는 사람을 일반적으로 '돈 안되는 일을 하고 있다' '시혜의 대상이다' '돈도 못 모으고 이름도 날리지 못한 넌 실패자다'…, 이렇게 보죠. 이렇게 돈의 기준으로만 보니까 '돈을 주면 (작품이) 나오지 않겠냐' 생각하는 거에요. 천박한 것 같아요, 정말. 하지만 그렇게 돈도 되지 않는 예술을 하는 사람은 다 이유가 있어요.

 

왜 글을 쓰냐고요? 재밌으니까, 좋으니까 쓰는 거죠. 일생의 한 작품 남겨야지요. 그 한 작품은 다음 작품이 되겠죠. 그것을 쓰고 나면 그 다음 작품이 되겠죠. 지난해부터 느낀 건데 아마도 죽을 때까지 글 쓸 것 같아요.

 

[NEWS1] 2016년 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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