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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24.02.08 21:07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 겸 친구는 저와 동갑내기인 김성수입니다. 이 사실은 심산스쿨이 지속되었던 지난 26년 동안 주구장창 떠들어온 레파토리인지라 여러분도 귀에 더께가 앉도록들어오셨을 겁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배우는 정우성입니다. 이 역시 더 이상 이야기하면 환경소음이 될 지경입니다. 제가 시나리오를 쓰고 이들과 함께 만들었던 영화가 [비트](1997)[태양은 없다](1999)입니다.

 

이 영화들을 만들었던 시기가 저의 영화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신났던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 이후 천생 한량인 저는 영화 이외의 다른 것(이를테면 산행이나 여행 혹은 와인)들에 한눈을 팔고 살았던 반면, 김성수는 그의 성품 그대로 우직하게 오직 영화!’만을 위하여 살아왔습니다. 그 결과가 최근 1300만명을 훌쩍 넘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갈채를 받았던 [서울의 봄](2023)입니다.

 

[서울의 봄]을 보면서 가장 감동 받았던 사람은 아마도 바로 저, 심산일 것입니다. 제가 아는 김성수는 전혀 운동권 감독이 아닙니다. 그는 12.12 쿠데타라는 현대사 최악의 사건들 중의 하나를 놀랍게도 온전히 상업영화의 틀 내에 담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이른바 ‘386운동권 세대에 속한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역사적 혹은 예술적 쾌거를 성취했습니다("성수야, 정말 나는 네가 너무너무 자랑스럽다!").

 

그리고 온전히 그 덕분에 [비트][태양은 없다]를 재개봉하게 되었습니다. 저로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쁩니다. 이 영화들을 개봉한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에게도 이 영화가 여전히 재미있고 즐거운 관극체험을 선사할 것인가 매우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그리하여 오늘 제가 재확인한 결론은 이렇습니다. “사람은 모름지기 친구를 잘 만나야된다!” 시나리오작가로서 이야기하여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가는 모름지기 감독을 잘 만나야된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