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15-11-14 17: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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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스쿨의 ‘캠퍼스 시대’를 마감하며

창립 10주년을 맞아 전격 DOWNSIZING 감행

 

심산스쿨이 2015년 11월 11일(수)에 창립 1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당일은 [강수진 코미디반 2기]의 워크숍이 있는 날이라 하루 전날인 2015년 11월 10일(화) 밤에 작은 기념식 겸 파티가 열렸습니다. 마흔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였고 쉰 병 남짓한 와인병들을 눕혔습니다(이 인간들 정말 잘 마셔!ㅋㅋㅋ). 창립 10주년 기념식은 뭐 순식간에 끝났습니다. 양초를 열 개 꽂은 떡케잌을 앞에 두고 “해피 버스데이 투 심산스쿨”을 부르고, 제가 양초의 불들을 훅(!) 불어 모두 끄고, 다 같이 건배(사실 이거면 됐지요 더 이상 뭐가 필요하겠어요?)!

 

이 짧은 기념식 직후 제가 ‘중대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오늘 날짜로 선언합니다. 심산스쿨의 캠퍼스는 문을 닫습니다.” 순간 참석자들 모두 충격(?) 혹은 일시적 패닉(!)에 빠졌습니다. 저로서는 오랜 기간 동안 생각해온 일이었습니다만 그날 처음 들은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깜놀!”이었던 모양입니다(ㅋㅋㅋ). 사실 이날 사람들을 초대한 것은 창립 1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것 못지않게 ‘컘퍼스 폐쇄결정’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어느 날 갑자기 홈페이지에 띡(!) 올리는 방식으로 통보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얼굴을 맞대고 눈과 눈을 마주치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도리인 거지요.

 

그날 이후 이번 주 내내 심산스쿨에서 만난 분들게 ‘얼굴을 맞대고’ 이런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11월 12일에는 [심산반 36기] 수강생들에게, 그리고 11월 13일에는 [심산상급반 9기] 수강생들에게. 하지만 11월 10일의 ‘쫑파티’ 참가자들이 이미 SNS를 통하여 이 소식을 공유했던 까닭에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더군요? 안타까워 하시는 분들도 많고 저간의 사정에 대하여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분들 모두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할 수는 없으니 이제 그 내용을 여기 홈페이지에 올립니다. 비교적 상세하게 쓰다 보니 제법 긴 글이 되었습니다. 천천히, 쉬엄쉬엄, 편안하게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심산스쿨 캠퍼스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소멸

 

심산스쿨의 모태가 된 것은 한겨레문화센터의 시나리오작가학교였습니다. 제가 그곳에 가서 첫 번째 워크숍을 연 것이 1998년입니다. [심산반 1기]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매년 2기씩을 받아들여 8년만에 [심산반 15기]의 워크숍을 진행하던 도중 제가 ‘독립선언’을 했습니다.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나와 독자적인 캠퍼스를 갖추고 [심산스쿨]의 문을 연 것이지요. 심산스쿨의 캠퍼스가 생긴 것은 2005년의 일입니다. 당연히 ‘개인사업자 등록’을 했는데, 그 등록증에 찍힌 설립일이 2005년 11월 11일이었습니다. 그래서 2015년 11월 11일이 ‘창립 10주년 기념일’이 되는 것이지요.

 

심산스쿨의 경영 원칙은 매우 단순합니다. 수강료의 50%를 해당강사에게 지급하는 것입니다(이 원칙은 매우 ‘관대한(generous)' 편입니다. 제가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독립한 것도 그들이 이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입니다). 가령 수강료가 100원이라면 강사에게 50원을 지급합니다. 그렇다면 심산스쿨은? 대략 38원 정도를 가져가게 됩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12원은? 경상비(월세, 인건비, 전기료, 각종 렌탈비용, 수리비 등등)와 카드 수수료 등으로 나가게 됩니다. 심산스쿨의 경상비는 한 달에 대략 400~450만원 정도가 됩니다. 즉 1년에 대략 5000만원 정도의 경상비를 지불해야 되는 것입니다.

 

심산스쿨의 1년 총매출이 대략 3억원 정도 된다면? 1억 5천만원은 강사료로 지급되고, 5천만원은 경상비로 나가니까, 심산스쿨 측의 수익은 1억이 됩니다(물론 강사료에 저의 것도 포함되니까 실제로는 ‘1억 플러스 알파’가 되겠지요). 그런데 만약 1년 총매출이 1억 정도에 불과하다면? 강사료 5천만원과 경상비 5천만원을 빼면 ZERO(!)가 됩니다. 즉 ‘무의미한 수익모델’이 되는 것이지요. 실제로 최근 1~2년간 심산스쿨의 총매출은 1억 안팎에 머물렀습니다. 더 이상 이 공간(캠퍼스)을 유지할 이유가 없게 되어버린 것이지요. 심산스쿨 캠퍼스를 없애기로 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매우 간단하고 명쾌하지요?(ㅎㅎㅎ)

 

심산스쿨의 캠퍼스는 나에게 어떤 공간이었나

 

저에게 심산스쿨 캠퍼스는 매우 각별한 공간이었습니다. 그곳은 단순히 ‘시나리오 워크숍을 하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제게 있어 그곳은 음악감상실(낮에 혼자 그곳에 앉아 음악을 실컷 듣습니다)이었고, 영화감상실(이따금 혼자 심산스쿨의 프로젝터와 스크린을 이용하여 영화를 보기도 했습니다)이었으며, 동시에 와인빠(며칠 전에도 가까운 사람들을 많이 불러모아 와인을 잔뜩 마셨지요)이기도 하고, 아틀리에 혹은 스튜디오([내혜전각반] 시절부터 그곳에서 전각 작업을 하곤 했습니다)이기도 했으며, 하우스(지난 몇 년 동안 거의 매주 주말마다 친구들을 불러 포커를 쳤습니다!ㅎㅎㅎ)이기도 했던 거지요. 결국 저는 이 공간을 없애기가 싫었고, 그래서 최근 1~2년 동안 ‘실질적으로는 적자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지해왔던 것입니다.

 

심산스쿨의 캠퍼스를 없앤다고 하자 제일 먼저 패닉에 빠진 팀은 다름 아닌 ‘포커 프렌드’들이었습니다. “아니 우린 이제 어디 가서 놀라고!!!(ㅋㅋㅋㅋ)” 고작해야 하우스 하나를 잃은 사람들이 그 정도인데, 거기에 덧붙여 음악감상실-영화감상실-와인빠-스튜디오를 모두 한꺼번에 잃게 된 저는 오죽하겠습니까? 하지만 결국 없애기로 했습니다. 심산스쿨의 캠퍼스를 없애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은 지난 2015년 10월 12일이었습니다. 저는 그날을 명확히 기억합니다. 왜냐? 그날이 제 생일이었거든요. 그 결정은 제가 저의 생일을 맞아 ‘저 스스로에게 준 생일선물(!)’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제 성격 잘 아시겠지만, 저는 한번 결정을 내리면 절대 뒤돌아보지 않습니다. 그날 결심했습니다. “그래, 일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을 하고, 그 자리에서 캠퍼스 폐쇄결정을 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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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스쿨의 르네상스를 위한 다양한 조언들

 

저는 심산스쿨을 10년간 경영하면서 ‘심산스쿨이 보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해주는 다양한 조언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제게는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 친구들은 아예 심산스쿨 창립 초기부터 어이가 없어 했습니다. “야, 이런 공간을 만들어 놓고, 하루에 고작 2시간만 사용한다고? 공실률(空室率)을 낮추는 게 최대의 관건이야. 강의들을 더 많이 만들어. 오전반, 오후반, 저녁반 그렇게 핑핑 돌려야 돼.”

 

백퍼센트 지당한 지적이지요. 뭐 번역반, 사주명리학반, 소설반, 심지어는 발마사지반(!)까지 만들어 정신없이 수강생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거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러기 싫었습니다. 제가 돈을 밝히는 인간이기는 하지만 돈보다 더 밝히는 게 자존심인 것 같습니다. 저는 심산스쿨이 비어 있는 그 시간들이 좋았습니다. 제가 혼자 음악을 듣거나 전각을 하거나 하는 시간들 말입니다. 한 동안 심산스쿨 동문들인 작가지망생들이 카페나 도서관에 가는 대신 심산스쿨로 낮에 찾아와 각자 집필에 몰두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그곳에서 글을 쓰는 것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한 마디로 저는 처음부터 ‘경영마인드라는 것이 영 부족한’ 사람이었던 거지요.

 

학원업에서 크게 성공한 친구의 조언도 있었습니다. “본래 이 업계는 7~8년차에 위기가 오기 마련이다. 그때 크게 리노베이션을 해야 한다. 장소를 옮기거나, 홈페이지를 완전히 새로 개편하거나, CI 자체부터 송두리째 바꾸거나, 큰 돈을 쏟아부어 획기적인 이벤트를 마련하거나, 광고나 홍보에 다시 올인하거나.” 이 역시 맞는 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모든 것을 다시 새로 시작한다는 것이 너무 끔찍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피식 웃으며 그냥 이렇게 답했지요. “이대로 가다가 점점 내려앉아 BEP(손익분기점) 이하가 되면 그냥 문을 닫지 뭐.”

 

최근 들어 개강 예정이었던 워크숍들이 자주 폐강되는 경우가 생기자 또 다른 조언들도 잇달았습니다. “홈페이지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좀 더 글을 자주 올리시라.” 옳은 지적입니다. 그러나 귀찮았습니다(ㅋㅋㅋ). “홈페이지의 시대는 끝난지 오래다. 지금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의 시대다. 홈페이지를 SNS 체제로 바꾸시는 게 어떠냐?” 역시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매일 누구와 만나서 뭘 마시고 있는지 생중계하는 그 SNS라는 것에 영 마음이 가지 않는 겁니다. 뭐 한 마디로 ‘시대에 뒤쳐진’ 혹은 ‘대세에서 멀리 떨어진’ 인간이 된 거지요. 실제로 저는 그렇습니다. 시대의 대세에 맞추어 새롭게 스스로를 리모델링할 의지가 전혀 없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뒤에 쳐지고 조용한 아웃사이더로 사는 게 더 좋습니다.

 

강사들의 세대교체와 협동조합의 꿈

 

올봄에 심산스쿨동문회장인 강상균 작가와 크레딧클럽의 총무인 김석주 작가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두 사람 다 듣기만 해도 고맙고 기분이 좋은 ‘심산스쿨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왔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새로운 강사의 영입’이었습니다. 사실 저 역시도 오래 전부터 ‘강사들의 세대교체’에 대하여 생각해오던 중이었습니다. 제가 시나리오 워크숍을 시작한 것이 삼십대 후반인데, 지금의 저는 오십대 중반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워크숍을 주재하기에 가장 알맞은 나이는 사십대 초반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십대 초반의 현역작가들이 와서 가르치는 것이 가장 좋지요.

 

덕분에 몇 개의 새로운 반이 만들어졌습니다. 강상균-김석주의 팀티칭 프로젝트 [스마트 스토리텔링반]과 동문 감독인 민병우의 [스마트영화반] 같은 것입니다. 이 두 반은 특히 ‘심산스쿨 출신 강사’의 반이라 더욱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십대 초반의 현역작가들로서 최근에 워크숍을 연 [황조윤반]과 [강수진코미디반]도 멋진 시도였습니다. 이들이 이를테면 심산스쿨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이지요. 이들의 워크숍은 매우 새롭고 훌륭했으며 명실공히 ’심산스쿨 강사들의 세대교체‘를 이루어나갈 듯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모두 “한 이닝만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온다”는 것이지요(ㅋㅋㅋ). 사실 하나의 워크숍이 자리를 잡으려면 그 콸러티도 중요하지만 ’연속성‘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워크숍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져야 자리를 잡는 거지요. 그런데 다들 “너무 바빠서” 한번의 워크숍을 끝내면 한참 동안 쉬어야 하니 어찌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오해 없으시길. 이들에 대해서는 눈꼽 만큼의 서운함이나 원망도 없습니다. 모두들 현역작가이고 다들 약속된 자기 스케줄 때문에 옴짝달싹을 못하니 어찌하겠습니까?

 

사실 강사진의 세대교체야말로 ‘심산스쿨의 나아갈 길’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40대 초반 즈음의 현역강사들이 각자 자신이 맡은 요일을 책임지고 해내면, 그 즉시 심산스쿨을 ‘개인사업자 등록’에서 ‘협동조합’ 체제로 바꾸어 놓고, 저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고 싶었습니다. 그랬다면 참으로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었을 듯 합니다. 아니 ‘마무리’가 아니지요. 그런 식으로 ‘영속’되는 거지요. 하지만 협동조합의 꿈은 그야말로 ‘한여름밤의 꿈’이 되고 말았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모든 결정은 끝났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심산스쿨은 없어졌는데 없어지지 않았다?

  

캠퍼스가 없어졌는데 심산스쿨은 없어지지 않았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심산스쿨은 사업자 등록을 계속 유지합니다(다만 주소지가 저의 집필실로 바뀌겠지요). 홈페이지도 그대로 유지합니다(물론 약간의 개편이 있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심산반]과 [심산상급반]의 시나리오 워크숍도 계속 이어갑니다. 교실은? 현재 물색 중이고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신촌 아트레온 CGV 건물에 있는 스터디 공간 TOZ가 될 듯 합니다(확정되면 당연히 따로 공지하겠습니다). 현재의 캠퍼스는 2015년 11월 30일부로 완전히 철거합니다. 그러므로 현재 워크숍이 진행되는 [심산반 36기]의 경우 12월부터는 다른 장소에서 저와 수업을 이어가게 될 것입니다.

 

[심산반]과 [심산상급반]의 워크숍을 계속하는 이유 역시 매우 단순명쾌(!)합니다. 수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심산반 37기]는 2016년 설연휴가 끝난 다음 주인 2월 18일(목)에 개강하고, [심산상급반 10기]는 그 다음 날인 2월 19일(금)에 개강합니다. 현재 저의 계획으로서는 [심산반]이 40기 수강생을 맞이할 때까지 워크숍을 지속할 생각입니다. 그러면 정확히 20년이 되는 거지요(아니 도대체 10주년이니 20년이니 뭐 그렇게 10년 단위로 똑 떨어지는 것에 집착하는지 원!ㅋㅋㅋ). 물론 그 이전에라도 수요가 줄어들면 당연히 워크숍을 접겠지요. 20년 동안 40기의 수강생을 맞이한 다음에도 또 수요가 있다면 더 할 수도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흘러갈 생각입니다.

 

[심산상급반]에 대해서 조금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심산상급반 9기]만이 유일하게 10주 과정으로 편성하였는데, 수강생들 대부분의 의견은 “너무 짧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심산스쿨에서는 [심산반] 이후에 더 이상 수강할 수 있는 시나리오 워크숍이 없으니, [심산상급반 10기]부터는 다시 예전대로 20주 과정으로 진행할까 합니다. 이번 겨울 동안 [심산상급반]의 커리큘럼을 보다 풍성하고 알차게 짜서 수강생 모두가 만족할만한 워크숍으로 거듭 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의 이유로 “심산스쿨(캠퍼스)은 없어졌는데, 심산스쿨([심산반]과 [심산상급반])은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한때는 심산스쿨에서 일주일 동안 10개의 워크숍 클래스가 열린 적도 있습니다. 심산스쿨의 캠퍼스 시대(2005년~2015년)가 “우리 다 함께 잘해보자!”라는 모드였다면, 내년(2016년~    )부터의 심산스쿨은 “야, 심산, 너나 제대로 잘 해!”라는 모드로 바뀌었다고나 할까요?(ㅋㅋㅋ). 그런 뜻에서 이번의 캠퍼스 폐쇄조치의 정확한 네이밍(naming)은 ‘다운사이징(downsizing)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앞으로 심산스쿨에서는 오직 [심산반]과 [심산상급반]의 워크숍만이 열립니다.

 

또 하나의 플롯포인트를 통과하면서 새로운 시퀀스가 열리다

 

엊그제의 창립 10주년 파티에서 제가 심산스쿨(캠퍼스)을 없앤다고 하자 많은 분들이 제 안색을 살피며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어떡해요?”, “많이 서운하시죠?”,“괜찮으신 거에요?” 등등.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날아갈 것 같은 기분(!)”입니다. 심산스쿨의 창립 때부터 저의 원칙은 분명했습니다. “최대한 신경을 안 쓴다.” 정말입니다. 다른 반의 워크숍이 시작되면 저는 아무 것도 안 합니다. 강사 선생님들께 뭘 어떻게 가르치라 말라 전혀 간섭을 안 합니다. 그렇게 자율에 맡겨 두는 것이 가장 훌륭한 경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캠퍼스를 없애기로 결정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신경을 안 쓴다 해도 사실은 신경이 쓰여지고 있었다는 것을. 강의실이 비거나, 폐강을 하거나, 새로운 강사를 섭외하거나, 심산스쿨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보거나 할 때마다 일종의 스트레스 같은 것을 느꼈던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캠퍼스를 없애기로 결정한 순간 이렇게 해방감(!)을 느끼고 ‘날아갈듯한 기분’이 될 수 있겠습니까?(ㅋㅋㅋ). 마치 100 Kg이 넘는 몸을 유지하고 있다가 운동과 다이어트를 통해 그 체중을 60 Kg 정도로 줄인 느낌? 정말입니다. 몸도 가벼워지고 마음도 편해졌습니다. 그러니까 걱정 같은 건 안 하셔도 됩니다. “심산은 더욱 행복해졌습니다!”(ㅋㅋㅋ).

 

제가 시나리오 워크숍 시간에 즐겨쓰는 패러다임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렇습니다. 2005년 45세가 되었을 때 플롯포인트를 잡았습니다. 바로 “심산스쿨을 만든다”였습니다. 결심을 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겨 캠퍼스를 오픈할 때까지 약간의 ‘시차’가 있었습니다. 캠퍼스가 오픈한 다음부터는 새로운 시퀀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심산스쿨의 캠퍼스 시대(2005년~2015년)가 펼쳐진 것입니다. 진심으로 고백컨대, 그리고 단언컨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2015년 55세가 되었을 때 또 다른 플롯포인트를 잡았습니다. 바로 “심산스쿨의 캠퍼스를 없앤다”입니다. 현재는 이 플롯포인트와 다음 시퀀스 사이에 존재하는 ‘약간의 시차’에 해당합니다. 심산스쿨의 캠퍼스가 완전히 소멸되는 2015년 11월 30일 이후에는 전혀 새로운 시퀀스가 열릴 것입니다. 저는 새롭게 열리는 이 시퀀스에 대하여 기대감에 부풀어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

 

심산스쿨의 캠퍼스 시대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여러분의 덕택입니다. 이 기간 동안 심산스쿨을 찾아주셨던 모든 분들께 깊이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 동안 심산스쿨의 오프라인 스태프로는 한수련-김수진-나재원-임은아 동문이 수고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온라인 스태프는 일명 ‘유령 스태프’(ㅋㅋㅋ)라고 불리우는 홈페이지 관리자였는데, 백동진-김영주-차무진 동문이 수고해주셨습니다. 역시 감사드립니다.

 

심산스쿨에서 독창적이고 훌륭한 워크숍을 열어주셨던 모든 강사님들께도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시나리오 작법 분야에서는 [박헌수반](13기)의 박헌수 선생님, [노효정반](16기)의 노효정 선생님, [김대우반](7기)의 김대우 선생님, [유대헌공모반](9기)의 유대헌 선생님, [최석환반](1기)의 최석환 선생님, 그리고 최근 [황조윤반](1기)의 황조윤 선생님, [강수진코미디반](2기)의 강수진 선생님이 애써 주셨습니다. TV 드라마 작법 분야에서는 [이선영반](2기]의 이선영 선생님, [한지훈반](1기)의 한지훈 선생님, [박은령반](2기)의 박은령 선생님이 정성을 다한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쓰기/인문학/예술/취미 분야에서는 [명로진인디반](20기)과 [명로진고전반](3기)의 명로진 선생님, [김원익신화반](6기)의 김원익 선생님, [이윤호인문반](4기)의 이윤호 선생님, [조병준길글반](2기)의 조병준 선생님, [임종진사진반](2기)의 임종진 선생님, [내혜전각반](10기)의 내혜 선생님, 그리고 [김진석사진반](13기)의 김진석 선생님께서 애써 주셨습니다. 모든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했던 ‘심산스쿨의 캠퍼스 시대’를 아마도 저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앞으로 심산은 뭐하고 노나?

 

제가 이래봬도 자타가 공인하는 ‘국가대표급 한량(!)’입니다. 설마 제가 뭘하고 놀지 모를까봐, 잘 놀지 못할까봐 걱정하시는 것은 아니지요? 놀 계획을 리스트 업 해놓은 파일이 책꽂이 하나에 가득 차 있으니(ㅋㅋㅋ!)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아마도 심산스쿨과 관련하여 쓰여졌던 시간과 에너지와 경제적 지출이 남아돌게 된 만큼 더 신나게, 미친 듯이, 열심히 놀 것입니다. 하지만 노는 것과 별개로, 이미 지난 10년 동안 충분히 놀았으므로, 아마도 앞으로는 ‘작가로서의 삶’에 조금 더 집중할 것 같습니다.

 

2016년 이후의 심산은 아마도 산악문학작가(여행작가), 소설가, 전각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될 것 같습니다. 아 물론 [심산반]과 [심산상급반]을 유지할 터이니 시나리오 워크숍 강사로서의 삶도 병행하겠지요. 저는 제가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놀고 일할 터이니 여러분도 각자 자신이 자리잡은 곳에서 열심히 놀고 일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제 심산스쿨의 캠퍼스에서 저를 만나보실 기회는 영영 없어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보고 싶으시다면(과연 그럴 사람이 있을까요?ㅋㅋㅋ) 신촌에 오실 때 미리 연락주십시오. 제 집필실은 심산스쿨의 캠퍼스에서 3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정확히 표현하자면, 제 집필실에서 3분 거리의, 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심산스쿨의 캠퍼스를 만들었던 거지요).

 

[심산반]은 원칙적으로 재수강을 불허합니다. 하지만 [심산상급반]은 재수강이 가능합니다. 시나리오를 쓰시는 분들이 작법을 더 배우고 싶다던가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리뷰 받고 싶으시다면 [심산상급반]으로 오시면 됩니다. 화요일날 산에 가실 수 있다면 [화산회] 산행에 참가하십시오. 현재 9월 이후 거의 두 달간 산에 못 가고 있지만 12월부터는 화산회 산행을 재개할 것입니다. 화산회 산행일정은 이곳 홈페이지의 메인화면을 통하여 공지됩니다. 올겨울에 저는 해외 트레킹을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년 여름 이후에는 다시 해외 트레킹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그때도 미리 이곳 홈페이지를 통하여 공지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즐거운 시간에 즐거운 장소에서 여러분들을 다시 뵙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두서없이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엊그제(2015년 11월 12일) KBS-1TV [아침마당]을 통하여 전국민에게 고백(!)한 것처럼 저는 “놀기 위해서” 삽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 위하여 이 땅에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아마도 “올바른 역사교육을 받지 못하여 혼이 비정상”이 되었나 봅니다ㅋㅋㅋ). 저는 행복하게 살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행복하게 사시기를 기원합니다. “여러분, 그 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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