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6-07-17 17:12:14 IP ADRESS: *.147.6.158

댓글

6

조회 수

2468



[img1]

캐나다 아트서커스 Cirque Eloize [Rain]
“Comme une pluie dans tes yeux"
2006년 7월 16일 밤 7시-9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엄청난 장맛비로 전국이 물난리 중입니다. 먼저 수해를 입으신 여러분들께는 진심으로 유감스럽다는 말씀부터 올려야 겠습니다. 하지만...그것과는 별개로...자연의 엄청난 힘을 목격할 때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후련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그때의 감정은 마치 히말라야의 거대한 설산 연봉들 앞에 섰을 때 느끼는 그것과 동일합니다. 무슨 소린지...각설하고, 어쨌든 아이러니컬하게도 물난리 속에 ‘물구경’을 다녀왔습니다. 캐나다 아트서커스 [레인]을 보고 왔다는 소립니다.

며칠 전 제 ‘전생의 애인’ 심은이 영국으로부터 영구 귀국했습니다. 이번 공연 관람은 이를테면 ‘심은 귀국환영 공연나들이’였던 셈이지요. 공연은 무척 신선했습니다. 저도 이 공연을 통하여 알게된 ‘아트서커스’라는 개념은 이를테면 ‘퓨전 하이브리드’라고나 표현해야 할듯 싶습니다. 기존의 서커스 개념에서 동물이 출연한다거나 마술을 선보인다거나 하는 개념들을 빼고, 대신 그 자리에 음악과 춤과 연극적 요소를 듬뿍 담은 거지요. 무엇보다도 ‘스토리텔링’의 개념이 확고하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레인]이 표현하고자 했던 주제는 ‘아련한 노스탤지어’ 같은 것이었습니다. 마치 1930년대에 찍힌 유럽의 흑백사진들 속 풍경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기억나십니까? 외젠느 앗제의 아련한 사진들...공연자들은 모두 예전의 그 촌스러운 의상들을 입고 나와 ‘저희들끼리 즐겁게’ 놉니다...^^ ...부제로 설정한 "Comme une pluie dans tes yeux"는 "네 눈 속의 비처럼"이라는 뜻입니다.

특히 마지막 레파토리인 ‘레인’에 이르면...절로 아련한 회상에 빠져듭니다. “골목친구들과 어울려 놀던 어느날 저녁,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어. 짖궂은 장난만을 일삼던 남자친구, 괜히 꺅꺅 소리를 질러대며 내숭을 떨던 여자아이...그런 ‘불알친구’들이 한 데 어울려 정말이지 신나게 놀았었지. 동네 골목은 진흙탕으로 변해버렸고 우리 모두는 팬티 속까지 흠뻑 젖었지만, 그리고 찾으러 나온 엄마는 “빨랑 들어오지 못해?!”라며 고래 고래 소리를 질러댔지만...우린 아랑곳하지 않았어. 그때처럼 마냥 즐겁게 놀았던 때가...그 이후의 내 인생에 또 있었을까...?” [레인]의 가장 유명한 레파토리 ‘레인’은 이런 내용을 펼쳐보입니다. 거기에는 마술도 없고 곡예도 없습니다. 다만 잊혀져 버린 옛 흑백사진 속의 정다운 한 컷들이 살아 움직일 뿐이죠.

[img2]

[레인]은 예술적 상상력의 한 귀퉁이를 보기 좋게 터뜨려 버렸습니다. 이런 주제를 가지고도 그토록 멋진 공연을 만들어 내다니...그 창조적 상상력이 아주 놀랍습니다. 예전에 [스텀프]나 [탭독]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그 통쾌한 감동과는 또 다른 차원의 도전입니다. 공연자들의 기량과 환상적인 무대미술 그리고 적절히 녹아들어 있는 페이소스와 유머도 물론 세계 정상급입니다.

아트서커스는 캐나다 엔터테인먼트계의 멋진 신병기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캐나다의 퀘벡 지방에서 발전해온 개념인데, 그 독특한 지역성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확연히 드러냅니다. 퀘벡에는 프랑스계 캐나다인들이 살고 있고, 덕분에 신대륙과 구세계의 조화 같은 것이 아주 매력적으로 드러납니다. 실제로 공연 중 사용되는 언어는 ‘불어식 액센트가 강렬히 녹아 있는 영어’ 즉 ‘퀘벡 사투리’입니다. 하지만 말은 한 마디도 못 알아들어도 상관 없습니다. [스텀프]나 [탭독]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비언어공연(non-verbal performance)'이니까요.

작가-제작자-안무가-광대의 1인 다역을 멋지게 소화해낸 다니엘 핀지 파스카(Danielle Finzi Pasca)는 기억해둘만한 예술가입니다. 얼마 전인 2006년 2월에 열렸던 이태리 토리노 동계올림픽의 폐막공연을 총연출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만들어낸 ‘아트서커스’라는 개념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계기가 된 공연이기도 하지요. 그 개념을 말로 설명하는 것은...아무래도 어렵군요. 그저 “너무 아름답고 그리워 가슴 한켠이 아련해진다...”는 정도로 표현해두지요.

어찌되었건 제 딸의 귀국 환영 공연나들이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예술에 대하여 은근히 점수가 짠 그 아이가 “Fantastic!"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었으니까요.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아 글쎄 서울에서 유일하게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이 침수되었다는군요? 몽환의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는 관문이 몹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img3]

하영애

2006.07.17 17:55
*.139.10.63
공연은 보지 못했지만..
우연히 들어본 ost는 무지 감미롭던걸요...
비오는 날, 듣기에.. ^^
profile

심산

2006.07.17 19:06
*.147.6.158
맞어, 감미로운 슬픔...돌아갈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

동희경

2006.07.17 22:14
*.71.21.61
내년 봄엔 퀴담 공연이 있답니다.
몇 년 전에 이비에스에서 공연 방송하는 거 보고 혼자 훌쩍 거렸습니다.
이번에 디비디랑 오에스티랑 구해 보고 들었으나 그때 감동은 되살아나지 않았지만,
돈 모으고 있지요. 그 공연 보려고. ㅡㅡ;

조성은

2006.07.18 09:37
*.155.239.171
와.. 정말이요? 저도 태양의 서커스 광팬인데..<퀴이담>은 공연내용도 음악도 정말 좋았어요.
<알레그리아>도 좋더라구요. 그거 보러 해외로 나가야겠다..했었는데.. 드디어 오네요.
너무 기분좋은 소식.. ^ 감사해요.
profile

심산

2006.07.18 11:50
*.147.6.158
캐나다 아트서커스의 양대 축이 'Cirque du Soleil(태양의 서커스)'와 'Cirque Eloize'란다...^^
흠, 퀴담이 온단 말이지...?^^

조숙위

2006.08.10 00:06
*.234.156.32
태양의 서커스. 일본에선 2년 간, 장기 공연을 했더랬는데~
못 갔습니다 ㅠ.ㅠ
앞으론 공연에도 좀~ 나다녀봐야 할 텐데~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33 런던일기(4) 해로드와 픽사 20주년 기념전 + 1 file 심산 2006-04-24 2518
32 에식스일기(5) 책 읽고 독후감 쓰기 file 심산 2006-04-24 2515
31 제주 삼신인이 신접살림을 차린 곳 + 8 file 심산 2009-10-22 2509
30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 + 11 file 심산 2009-11-26 2501
29 이태리(4) 피렌체 + 7 file 심산 2009-04-16 2500
28 저작권 초상권 성명권은 없다(2) + 5 file 심산 2008-10-31 2498
27 서부영화의 단골 로케이션 장소 + 6 file 심산 2008-09-15 2496
26 젊음이 넘쳐나는 화려한 올레 + 9 file 심산 2009-12-11 2478
25 뙤약볕 아래의 삶과 죽음 + 6 file 심산 2010-05-19 2472
24 서문/올레를 생각한다 + 6 file 심산 2009-07-08 2472
23 원정의 계절이 돌아오니 가슴이 싱숭생숭 심산 2006-03-06 2471
» 캐나다 아트서커스 Cirque Eloize [Rain] + 6 file 심산 2006-07-17 2468
21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길 + 7 file 심산 2009-11-06 2467
20 두모악에 그가 있었네 + 5 file 심산 2009-10-26 2458
19 샤또몽벨 송년회 사진전(1) + 7 file 심산 2009-12-21 2448
18 시내 한복판에서 전세계의 산을 보는 방법 + 1 file 심산 2006-05-22 2448
17 제주올레의 ‘스토리’가 시작된 곳 + 7 file 심산 2009-10-16 2445
16 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 + 5 file 심산 2006-07-31 2392
15 김반장이라는 매혹적인 뮤지션 + 8 file 심산 2006-05-12 2390
14 남아공의 와인들 + 8 file 심산 2008-05-25 2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