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6-01-27 17:11:00 IP ADRESS: *.254.86.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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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시다시피 어제 난리가 났습니다

정부에서 영화인들과는 어떠한 상의도 없이, 아니 고의적으로 대화 상대에서 제외시키고나서,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그럴 일 절대 없어, 걱정마!"라고 잔뜩 거짓말을 해놓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스크린쿼터를 반으로 줄여버렸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어제는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1월 정기모임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조합 소속 작가들도 물론 이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했지요. 밤늦은 시간에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이자 저희 조합원이기도 한 이현승 감독이 찾아와서 낮에 있었던 '영화인대책회의'에서 논의된 사항들을 알려주고 가기도 했습니다. 저희 조합원들을 포함한 영화인들은 2월 1일 저녁에 다시 모여 이 문제에 대한 한국영화인의 대응책을 논의할 것입니다. 공식적인 대응책은 여기에서 정합니다.

아래는 저 개인의 견해입니다.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 한국영화시나리오마켓 운영위원장으로서의 공식견해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저는 스크린쿼터 축소가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누군가 물어온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그것은 미 제국주의자들의 세계제패 플랜이지요!" 명백한 사실입니다. 미국을 지탱하는 두 개의 산업이 무엇일까요? 하나는 무기사업, 즉 전쟁을 일으키고 무기를 팔아먹는 거지요. 현재 진행중인 이라크 전쟁 그리고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이 모든 것이 그들의, 그들만의 국익을 위해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쯤이야 상식에 속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하나의 산업은 무엇일까요? 바로 영화산업입니다. 미국의 영화는 단순한 상품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들의 이데올로기로 세상을 세뇌시키는 강력한 프로파갠다이지요. 물론 엄청난 돈을 벌어다주는 요술방망이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다른 나라에서 만드는 영화들을 못보게 만들어서. 아니 아예 영화를 못 만들게 만들어서.

다들 아시다시피 한국영화의 자국시장점유율은 세계 1위입니다. 그것도 2위와 현격한 차이가 나는 1위지요. 그렇다면 한국의 영화시장은 얼마나 큰 걸까요? 별로입니다. 할리우드의 입장에서 보면 그다지 큰 시장은 아니라는 거지요. 차라리 '아주 작은 시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훨씬 어울릴 겁니다. 그런데 그들은 왜 한국영화시장을 짓밟지 못해서 안달일까요? 간단합니다. 제국주의자들은 예외를 용납하려 들지 않습니다. 아예 씨앗부터 짓밟아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한국에서 예외을 인정하면 프랑스에서도 인정해야 되고 결국엔 아프리카의 어느 이름 모를 후진국에서도 인정하게 되어야만 하니까요. 이미 그들은 한국영화로부터 치욕적인 카운터 펀치를 맞았습니다. 바로 지난해 유네스코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승인된 '문화다양성 협약'이라는 겁니다. 스크린쿼터제를 기반으로 해서 발전한 한국영화의 자국영화시장점유율! 이 과정과 결과가 거의 모든 나라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이 협약에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지구상에 단 둘뿐입니다. 어딘지 아시겠죠? 바로 미국과 이스라엘입니다.

미국의 입장은 이런 겁니다. 우리는 무기와 영화로 세계를 지배한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그런데 구소련도 아니고 중국도 아니고 프랑스도 아니고 겨우 한국이라는 코딱지만한 나라에서 자국영화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버려? 그리고 이것들이 전세계 영화인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미국한테 개망신을 줘? 이 자식들 짓밟아서 죽여버려야 돼! 반란의 싹수는 아예 뿌리까지 도려내야 돼! 노무현정권? 좆도 아니야. 우리가 윽박지르면 알아서 길 수밖에 없어. 야, 무현아, 너네 나라 스크린쿼터, 그거 없애버려! 갑자기 없애면 곤란하다고? 그럼 좋아, 일단 반으로 줄여! 그러면 한국영화 이제 시들기 시작할 걸? 조만간 점유율도 반 이하로 떨어지고...결국엔 스크린쿼터 제도 자체를 없애버릴 테니까...기어코 0%로 만들어 버릴꺼야! 너네가 도대체 영화를 만들 필요가 뭐 있어? 너네는 그저 우리가 만든 영화들이나 보고 우리가 판 무기들 갖고 전쟁놀이나 하면서 살도록 되어 있는 애들이야!

제가 파악하고 있는 현상황의 본질은 이런 겁니다. 그런데 한국영화 이제는 잘 만드니까 쿼터 없애도 된다고요? 천만에! 만의 하나, 백만번 양보해서, 쿼터 없이도 한국영화 잘 될 수 있다고 합시다. 그걸 누가 없앱니까? 우리가 스스로 알아서 할 겁니다. 적어도 미국이 없애란다고 없앨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미국이 뭔데 우리한테 이래라 저래라 합니까? 하긴 여태까지 100년 이상 이래라 저래라 했지요. 말 안들으면 정말 무참하게 죽여버리곤 했지요.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은 안됩니다. 우리는 미국의 노예가 아닙니다.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우리는 이 나라의 주인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 겁니다. 적어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미제국주의자들의 세계제패 플랜을 마치 당연하다는듯이 받아들이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스크린쿼터 축소반대투쟁의 본질이 뭐냐? 미제국주의자들의 세계제패 플랜에 반대하는 겁니다. 더 노골적으로 말해서 그것은 '반미투쟁'입니다. 우리의 스크린쿼터 제도와 그것을 기반으로 발전한 한국영화는 전세계 영화인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물론 미국과 이스라엘은 제외하고요). 그래서 미국은 한국영화를 죽이고 싶어합니다. 우리를 '약한 고리'로 파악하고 있는 거지요. 그래서입니다.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우리의 스크린쿼터 축소반대투쟁은 전세계적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적 반미투쟁'의 선봉에 서 있는 형국입니다.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입니다. 여러분들도 이 싸움에 힘을 보태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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