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6-08-27 17:39:05 IP ADRESS: *.237.8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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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시명 작가의 전통술 특강후기
비나미코 주최, 서울와인스쿨, 2006년 8월 24일

[img1]

얼마 전 ‘비나미코’(서울와인스쿨동문회)가 주최하는 [허시명의 전통술 특강]을 들으러 갔습니다. 비나미코에서는 매달 한번씩 술과 관련된 특강을 개최하는데, 그 수준이 매우 높습니다. 해당 분야 최고 권위의 강사가 나오고 수강생들의 수준 역시 대단합니다. 그날은 30명 정도가 참석했는데 태반이 대학교수님들이시더군요. 7월달에는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뉴질랜드 와인시음회를 열었고, 6월달에는 한복진 교수의 사케(일본술) 특강이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처음 참석한 특강이었는데 앞으로는 매달 빠지지 않고 가야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허시명님에 대해서 아십니까? 저는 오래전부터 그의 팬이었습니다. 한국 전통주에 관련된 두 권의 저서 [풍경이 있는 우리 술 기행][비주: 숨겨진 우리 술을 찾아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저입니다. 지난 7년 동안 전국을 샅샅히 뒤져서 ‘발로 쓴 글’이기 때문에 더욱 빛이 납니다. 여행과 관련된 다른 저서들, 이를테면 [사랑의 기억만 가지고 가라][평생 잊을 수 없는 체험여행] 같은 책들도 아주 훌륭하지요. 현재 그의 명함에는 두 개의 직함이 쓰여져 있습니다. 하나는 ‘전통술 품평가’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여행작가협회’라는 것이지요.

그날 처음 마주쳤는데 제가 팬이라고 고백을 하기도 전에, 그가 먼저 제 책을 읽어봤노라고 말하더군요. 덕분에 아주 급속히 친해졌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만날 것 같은 작가입니다. 저는 허시명님 같은 분이야말로 ‘진정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작가(writer)란 이런 사람입니다. 흔히들 작가라고 하면 시인이나 소설가 등을 떠올리는데, 이미 오래 전의 개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작가는 ‘여행작가(travel writer)'입니다. 제가 전공하고 있는 ’산악작가(mountain writer)'라는 것 역시 여행작가의 하위 개념이지요. 제 개인적인 소망은...앞으로 심산스쿨에서도 이런 개념의 작가 워크숍을 열어보는 겁니다. 아마도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듯 합니다.

전통술 특강의 내용들을 이 자리에서 설명하기는 어려울듯 합니다. 너무도 방대하고 전문적이니까요. 다만, 듣는 내내, 가슴이 몹시 아팠다는 이야기는 밝혀야 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5년에 “쌀로 술을 빚지 말라”는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물론 박정희의 작품이지요. 그 결과 한국의 전통술은 전멸(!)했습니다. 30여년이 지난 다음에 이 법안이 폐기처분되기는 했지만 이미 대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요즘 제가 열을 올리고 있는 와인공부에 빗대어 보자면...참으로 처참한 수준입니다. 수천년 이어온 전통술을 끝장내버렸다는 것은 박정희가 저지른 가장 극악한 범죄들 중의 하나입니다.

허작가가 꼽은 ‘국내 3대 술 익는 마을’이야기가 귓전에 남았습니다. 소곡주를 만드는 한산, 홍주를 만드는 진도, 산성막걸리를 빚는 부산의 금정산성이지요. 언제 따로 시간을 내어 이 마을들을 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워낙 바쁜 분이긴 하지만, 허작가가 시간을 내어준다면, 그를 따라서 다녀오고 싶습니다. 허름한 민박집에 퍼질러 앉아 조상 전래의 방식으로 지금도 빚고 있는 잘 익은 술을 홀짝이는 것...죽기 전에 꼭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와인스쿨동문회 비나미코에서 배운 것 하나. 심산스쿨에서도 매달 이런 특강을 열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비나미코는 약 한달 전에 공지를 띄우고, 입금 선착순으로 정확히 35명까지만 신청을 받습니다. 이번 전통주 특강의 수강료는 3만원이었습니다. 우리도 이런 걸 해보면 어떨까요? 가령 “[각설탕]의 원안/각색/프로듀서/제작자 이정학의 특강” 혹은 “[우리들의 행복했던 시간]의 각색/감독 송해성의 특강”을 공지하고, 쏘비 평생회원에 한하여 수강신청을 받되, 수강료 3만원을 미리 입금시킨 사람들을 선착순 50명까지만 받는 겁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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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동진

2006.08.27 19:06
*.233.80.9
9만원 미리 입금하면 3번은 선착순안에 드는건가요..???
하하하하...

임현담

2006.08.28 15:40
*.104.144.111
네팔도 한 때 밀주를 단속했는데요. 고철님, 수자타님과 함께 카트만두 까말포카리 밀주집에서 술을 마셨는데요. 신기한 게 '먹을 게 귀한데 그걸로 술 담그면 안 된다'라는 박통과 같은 논리였거든요. 그런데 저는 [극악]하다고 보지 않고 [그래, 가능성 있는 이야기야!] 동조했습니다. 박통도 일단 인민을 굶기지 말아야...뭐, 이런 생각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네요. 술을 먹는데 문을 자꾸 닫아요. 처음에는 벌레가 들어와서 그런 줄 알았는데, 나중에 내가 문을 여니까 아줌마가 '닫아야 해요, 폴리스가 단속해요' 하더군요. 그때 고철님이 식량부족에 대해 말했습니다. 아, 그런데 10분도 안 되어서 경찰 3명이 들이닥쳤는데요. 우리만 있었으면 정말 미안할 뻔 했어요. 남루한 네팔리 한 사람이 저쪽 테이블에서 마시고 있었는데, 초점 잃은 눈으로 자꾸 이쪽을 힐끗거리는게 이미 충분히 마신 상태였죠. 그 사람이 자꾸 땡깡을 부렸거든요, 술 달라고, 세상 어디나 그런 인간부류가^^ 그런데 외국인 셋이 창술을 마시고 있으니까, 경찰도 쎄게 나오지 못하고 조금 당황하더군요. 흠, 우리는 그냥 기세 좋게 마셨는데요. 지금은 아마 단속은 없을 거에요. 카트만두 골목골목의 선술집들이 눈에 선하네요. 카트만두에서 밤에 할일이 없다는 인간들은 뭐하는 인간이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최근에 전통술이 부활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저 위에 세 개 중에서 진도 홍주는 말이죠. 아 참, 내 여자도 아니고, 선배님 여자가 술에 취해서 말이죠. 선배가 업어라, 해서 등에 업고가는데요. 내가 뭐 이동수단으로 보였는지 등에다가 와장창. 제 등에 와장창한 여자동무들이 제법 있는데요. 홍주 비싼 술 마시고 완전히 맛이 가서 제 목부근에다가 엄청난 실례, 극악무도한 결례(왜냐면 다음날 나한테서 시큼한 냄새난다고 타박하는 거에요. 자신의 행동은 다 잊어버린 거에요. 참 편하게 사는 양반인데, 지금이라도 달라졌을까? 더해요)는 그 양반이 최고입니다. 홍주의 아픈 추억을 잠시.

이런 강의가 정말 특강인데요. 카트만두에서 이거 하라면 1. 창 2. 락시 3. 똠바, 이거 저도 할 수 있어요. 골목 속에 숨어있는 은밀한 현지인 술집도 알고 있으니, 언제 한 번 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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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6.08.28 16:33
*.254.86.77
하하하 네팔 밀주 특강! 그거 말 되네요...^^ 임현담 선생님이야말로 제가 위에서 언급한 '진정한 작가'지요. 히말라야 시리즈는 '여행작가'가 쓸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고 생각합니다(여행작가라는 표현이 맘에 안 드시겠지만...^^)

저도 홍주에 얽힌 추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없어졌는데...예전에 을지로 입구에 진짜배기 홍주집이 있었죠. 거기가 작고한 판화가 오윤 선배의 단골집이었어요. 저도 오윤 선배 덕분에 거기서 많이 마셨죠. 그런데 집 아주머니의 원칙이 "한 사람한테 한 병 이상 안 판다"였어요...오윤 선배는 언제나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신 다음에 불콰해진 얼굴로 땡깡을 부리곤 했죠..."아, 나야! 오윤이야! 한 병 더 내놔!!!"^^ 오선배의 술버릇은 대로변의 가로수에 올라가는 겁니다. 도대체가 취하기만 하면 을지로 입구의 가로수 위에 올라가 내려오질 않는 거에요. 나 참 얼마나 난감하던지...오선배가 그립습니다. 너무 일찍 가셨어...그 좋아하던 홍주도 다 못 드시고...^^

김복미

2006.08.28 18:31
*.10.90.227
예전에 전라도 살던 친구 덕에 좋은 진도 홍주를 먹은 적이 있는데.. 정말 맛있더군요.
평생 그렇게 취한건 그 이전에도 그 이후로도 없을 것 같습니다.
한번만 더 그 친구랑 홍주를 마시고 싶네요..

최상

2006.08.28 23:07
*.232.196.152
음..주말이라면 인터넷뱅킹 띄워놓고 그런 프로그램을 기다릴텐데요... ^^

유서애

2006.08.29 00:26
*.106.133.188
아... 오윤 선생님...T.T
선생님 제가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한 마디 하자면, Good Idea!이옵니다.
이왕 말이 나온 거 주제넘게 좀 더 해보자면, 4주 정도의 장르별 단기 특강 기획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수강료는 15~18만원(정원에 따라 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도가 적당할 거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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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6.08.29 02:10
*.110.114.220
흠, 서애...유웨이의 노하우가 녹아나는 코멘트로군...^^
4주 정도의 장르별 특강, 나도 아주 매력적인 아이템이라고 생각해...
상, 유럽 여행은 잘 갔다 왔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주말도 좋긴 한데...요즘 주말에도 일하는 사람들이 있나...?^^

최상

2006.08.29 13:39
*.250.188.130
선생님 넘 잔인하세요..흑.. ㅠ.ㅠ
안되면 금욜밤이라도... 심야특강... 이런거 없나요 (^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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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동진

2006.08.30 20:27
*.117.67.48
주말에 일하는 사람이라...
(두리번 두리번...)

엇...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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