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9-09-16 02:18:53 IP ADRESS: *.110.2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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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MPLETE BEATLES CHRONICLE]
마크 루이슨 지음, 권영교 외 옮김, 생각의 나무, 2009

며칠 동안 제주도에서 잘 놀다 왔습니다. 인디반, 인문반, 와인반, 시나리오반 등 다종다양한 심산스쿨 사람들이 모여서 "아무 생각 없이" 잘 놀다 왔습니다. 올라오자마자 시나리오 수업을 하고, 뒷풀이를 하고, 집에 와보니 반가운 책이 도착해 있더군요. 바로 [THE COMPLETE BEATLES CHRONICLE]입니다. 제가 워낙 비틀즈 매니아라...몇 해 전의 해외여행에서 사온 책인데, 너무 근사하고 멋진 책이지만 너무 두껍고 비싸서,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겠구나...했던 책인데, 우리 나라 출판사인 '생각의 나무'에서 나왔습니다.

상세한 설명을 올리자면 글이 너무 길어집니다. 이 한글번역판에는 원서에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내로라 하는 비틀즈 매니아들이 '내 인생의 비틀즈'라는 주제의 짤막한 에세이들을 써서 붙인 것이지요. 저 이외에도 김훈(소설가), 정혜윤(라디오 피디), 김갑수(시인), 김용희(평론가), 우석훈(경제학자), 김경주(시인), 유인경(기자), 황주리(화가), 김주환(교수), 강용석(국회의원), 황인뢰(드라마 피디) 등이 '내 인생의 비틀즈'를 썼습니다. 아래는 제가 쓴 '내 인생의 비틀즈'입니다.

방황하는 청춘에게 보내는 위안의 노래

심산(시나리오작가, 심산스쿨 대표)

내게 비틀즈의 노래를 처음 들려준 이는 아마도 봉봉사중창단이 아니었나 싶다. 후라이보이 곽규석이 진행하던 [쑈쑈쑈]에 나온 그들은 ‘오브라디 오브라다’라는 웃기는 괴성을 질러대며 어린 나의 넋을 쏙 빼놓았다. 그것이 비틀즈의 노래를 제멋대로 번안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물론 한참 후의 일이다. 내가 클래식 기타에 손을 댔던 것은 순전히 ‘예스터데이’를 근사하게 뜯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느 초딩 소녀에게 ‘작업’을 하고 싶었던 것인데 결과는 비참했다. 내가 음악 연주에는 완전한 젬병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을 뿐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라 할만한 고삐리 시절, 비틀즈는 약간 뒷전이었다. 딥퍼플에 비하면 너무 얌전했고, 핑크 플로이드에 비하면 너무 단순했던 것이다. 하지만 ‘렛잇비’가 던져주는 위안만은 따뜻했다. 나는 지금도 그 곡이 ‘가장 아름다운 위안의 노래’라고 생각한다. 훗날 내가 [비트]라는 영화를 만들게 되었을 때, 등장인물들이 통과해야만 했던 어두운 청춘의 터널에 ‘렛잇비’를 깔아놓은 것도 그 때문이다. 비틀즈 노래 대부분의 저작권을 마이클 잭슨이 가지고 있으며, 저작권을 무시하고 노래를 가져다 쓰면 어떤 댓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톡톡히 배웠다는 점에서도 잊을 수 없는 노래다.

비틀즈를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된 것은 의외로 나이를 한참 먹은 다음의 일이다. 비틀즈를 논할 때 1960년대를 배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반전, 히피, 청년문화, 68혁명, 체 게바라, 마오쩌뚱. 이 모두가 비틀즈를 구성하고 있는 키워드들이다. 줄리 테이모어 감독의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그런 뜻에서 비틀즈를 ‘당대 속에서 그려낸’ 흥미로운 작품이다. 비틀즈의 ‘헤이 주드’는 봄을 맞은 프라하(1968년)에서 울려 퍼질 때 가장 근사했다. 필립 카우프만 감독의 영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국내 상영시 제목은 [프라하의 봄]이었다)에는 체코 여가수가 체코어로 부른 ‘헤이 주드’가 나온다. 이 영화의 실질적인 음악감독이었던 밀란 쿤데라가 강력히 주장한 결과다.

이즈음에는 비틀즈의 변주를 주로 듣는다. 아침의 상쾌함을 느끼고 싶을 때는 킹즈싱어즈의 [비틀즈 커넥션], 마약에 취한 듯한 걸쭉함을 느끼고 싶을 때는 조지 벤슨의 [디 아더 사이드 오브 애비 로드], 착 가라앉은 중저음의 감동을 느끼고 싶을 때는 베를린 필하모니의 첼리스트들이 녹음한 [12 첼리스트]. 비틀즈의 변주는 끝이 없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오리지널의 아름다움도 새록새록 깨닫는다. 그리하여 비틀즈는 문자 그대로 ‘클래식’이다. 늘그막에 이르면 누가 연주하는 어떤 비틀즈를 듣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이정환

2009.09.16 05:09
*.222.56.24
안그래도 9월 들어 앨범 주문 하면 비틀즈 포스터 줄창 오길래 제대로 장사 하는갑다 했었는데,
음반 박스세트 할인가가 30만원이 넘고, 책도 할인가가 6만원이 넘어가네요...(으윽...;;)
희한하게 책이나 음반은 가격 잘 안보게 되던데, 유독 이번만은 또렷하게 가격이 먼저! ...
그래도 비틀즈 매니아 분들은 반갑게 사시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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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9.09.16 09:14
*.237.80.204
이 책 정말 크고 묵직해...
하드커버에 올칼라인데 하도 무거워서 체중계로 재보니 무려 3.4Kg이더라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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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로진

2009.09.16 23:14
*.86.217.161
좋아요~~~
글도 음악도.....
음반은 정말 꼭 구입해 두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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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님

2009.09.24 22:22
*.254.229.106
중딩때 친구집에 가서 듣던 비틀즈~
산울림의 '아니벌써' 음반을 생일 선물로 줬던 내 친구 현희...

차영훈

2009.10.22 19:54
*.71.88.66
꼭 한번씩은...어느날 아침에 비틀즈를 듣지 않으면 안되는 날이 있습니다.....마치 애매하게 끊은 담배가 갑자기 필요해서 우왕좌왕할때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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