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6-06-02 00:54:57 IP ADRESS: *.147.6.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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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히 잊지못할 12번째 샷

  론 셸튼 [틴컵](1996)

 

스포츠영화 전문감독으로 유명한 론 셸튼의 [틴컵](1996)은 낙오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던 레슨프로 로이(케빈 코스트너)의 US오픈 출전기를 다룬 영화다. 그가 다시 진지한 마음으로 골프채를 잡게된 까닭은 지극히 단순하다. 자신에게 레슨을 받으러온 매력적인 정신과 여의사 몰리(르네 루소)에게 홀딱 반한 것.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의 애인은 대학시절에는 자신보다 하수였으나 지금은 프로 골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데이비드(돈 존슨)였다. 결국 로이는 데이비드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몰리를 빼앗아오기 위하여 US오픈에 출전한다.

론 셸튼의 영화가 늘 그래왔듯 [틴컵] 역시 어른들의 유머와 시적인 대사들로 그득하다. 로이가 병맥주를 홀짝이며 주정하듯 늘어놓는 골프예찬론은 그대로 한편의 서정시다. 골프와 섹스의 공통점으로 “능숙하지 못해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내세울 때면 그의 전작인 [19번째 남자]가 연상되기도 한다. 이 영화가 전작을 뛰어넘는 면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로이라는 캐릭터다. 언제나 일을 망치곤 하는 ‘못된 성격’의 핵심인 될대로 되라 식의 허무주의와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파워가 묘한 여운을 남기는 것이다.

안전하게 치면 된다. 버디면 우승이고 파면 비겨서 연장전에 들어간다. 그런데 굳이 이글을 노릴 필요가 있을까? 로이는 그러나 이글을 노린다. 첫 번째 공이 그린에 안착하는가 싶더니 그대로 뒤로 굴러 연못 속으로 빠진다. 그리고 두 번째 공, 세 번째 공, 네 번째 공도. 이제 우승은커녕 연장전도 물 건너갔다. 그래도 로이는 계속 같은 시도를 한다. 시골뜨기의 스타 탄생을 기대하던 갤러리들은 물론이거니와 방송진행자들마저 진저리를 쳐대며 욕설을 퍼붓는다. “저 친구 완전히 미쳐버린 거 아니야”

광기와 집요함에 사로잡힌 로이는 결국 12번째 샷에서 성공한다. 엄청난 비거리를 날아 연못을 완전히 건너뛰었을 뿐 아니라 홀인원까지 이룩해낸 것이다. 갑자기 목이 메이며 혼란에 빠진다. 이것은 성공인가 실패인가?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몰리는 그에게 달려와 와락 안기며 사랑에 빠진 여인만이 들려줄 수 있는 대답을 선사한다. “5년만 지나면 올해 US오픈 우승자가 누구였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거에요. 하지만 당신이 오늘 친 12번째 샷은 영원히 기억될 거에요!”

[한겨레] 2004년 1월 14일자

백소영

2006.06.23 02:02
*.44.147.104
예찬할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훌륭한 스포츠 영화가 나오는 것 같아요.
능숙하지 못해도 즐길 수 있다.. 멋진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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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6.06.30 21:16
*.254.86.77
...그리고 즐기다보면 능숙해지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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