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진기 등록일: 2008-01-22 10:48:19 IP ADRESS: *.75.198.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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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디반4기 이진기 입니다.
4기 게시판에 숙제로 올린 글 입니다. 심산 선생님께서 산에관한  글이라 생각하셨는지 , sm 게시판에도 권유 하셔서 올리게 되었습니다.  글 쓰는것도 익숙치 않은데 보여지는것은 더욱 경험이 없어서 걱정됩니다.  즐거운 한주 되시기 바랍니다. 산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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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우선순위는 다른데 있다"
2007년 연말 30세의 프랑스 여성 탐험가 모 퐁트누아(Maud Fontenoy)가 한말이다. 니콜라 사르코지(Sarkozy) 대통령으로부터 정무장관직을 제안 받았으나 “너무 바빠 시간이 없다” 라며 거절해 화제가되었다. 마치 그의 열렬한 구애를 단칼에 잘라버린것 처럼 보인다. 그녀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모두 노를 저어 횡단에 성공한 최초의 여성이다. 그것도 정당한 방법(by fair means)으로 말이다. 정당한 방법이란 일체의 동력과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힘을 통해서 산을 오르는것과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것을 말한다. 물론 등반할 때 셀파나 포터에 의존 하지 않고 모든 장비와 식량을 각자 힘으로 해결 하는 것도 포함된다.  2007년 방한한 영국의 산악가 크리스 보팅턴은 그의 강연회에서 “등반시 산소를 사용하는것은 스포츠 선수가 약물을 마시는것과 같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포츠 선수들이 약물을 복용 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것이다. 나아가 자신의 양심을 파괴해 버리는 일이기도하다. 경기를 치룰때에는 그 공정함을 위해 심판을 임명하고 도핑테스트를 하여 관리 한다 .하지만 모험과 등반에서는 도핑 테스트도 심판도 없다. 자신이 심판이요 관중이다. 그래서 정당한 방법 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정당하다 라는 말과 같다. 참으로 공정하지 않은가? 왜냐하면 심판을 속인다거나 테스트에 잡히지 않는 약물을 교묘히 복용 할 수는 있지만 자기 자신은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암튼 서른 살의 이 프랑스 여성은 정당한 방법을 이용해 대서양과 태평양을 횡단하고 151일 만에 남반구 일주에 성공했다. 내가 봐도 참 매력적인 여성이다. 사르코지가 여성편력이 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그의 눈에 보인 그녀는 참으로 아름다웠을 것이다. 그래서 입각이라는 구애를 펼쳤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거절은 당연한 결과다. 왜냐하면 나에게 같은 제안을 해도 거절 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을 벌어지진 않겠지만 말이다. 그녀는 “내각에 들어가서 나를 희생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 그것은 아직 해야할일들이 많이 남았다는 이야기이며, 그런제의는 아직 그녀 인생의 우선순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나또한 아직도 가야할곳과 그것을 위해 준비해야 될것 등 몇년치의 등반 계획으로 머리속이 온통 꽉 차 있다. 우리는 인생의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것을 그가 알리가 없다. 한마디로 헛다리짚은 것이다. 그의 구애는 완전히 틀려먹은 방식이였던것이다.

어느 등반가의 이야기는 이보다 훨씬 로맨틱하다. 등반가 김점숙은 국내 최고의 여성토탈클라이머이다. 토탈클라이머란 단어를  요즘 이종격투기에 비유한다면 k-1,프라이드,유에프씨,판크라스가리지 않는 쌈짱 이라는 이야기다. [img1]
1995년 동양 최대 빙폭인 토왕폭을 여성최초로 단독등반으로 올라간 간큰 여자다. 단독등반 이라함은 로프를 사용하지 않고 혼자 올라가는것이다. 까딱 실수라도하면 힘들게 올라온 토왕폭 340m의 높이를 단몇초만에 내려가버릴수도 있다. 이때 옆에서 힘이 되어주며 같이 등반을 지켜보던 최승철(1998년 탈레이사가르등반중추락사) 이라는 국내 최고의 전위등반가가 있었다. “그가 탈레이사가르(6904m)에서 산화함으로써 국내 등반이 10년 이상 퇴보 했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등반은 지금도  훌륭하다.  1997년 국내최초로 파키스탄에 있는 그레이트 트랑고 타워에 코리아 환타지라는 신 루트를 개척했다. 그리고 그 정상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뛰어내릴 정도로 익스트림 클라이머 였다.

암튼 그녀의 토왕빙폭 단독등반 도전은 빙폭의 상단으로 갈수록 힘들어 지고 있었다. 아이스바일을 들어 힘껏 내리찍은 순간 얼음이 쩍 하며 갈라졌기기 일쑤였다. 잘못하면 이모험이 바로 끝나 버릴수 있는 그런 상황이다. 그녀의 심장은  멈춰버리고, 헬멧 언저리를 돌아나가는 싸늘한 공포가 그녀를 다그쳤다. 마음속으로 포기 하고 싶어졌다.  그때 최승철은 아이스바일에 확보한 후 배낭에서 꽁꽁 얼어버린 귤과 사탕을 건네주며 씨익 웃었다. 말보다 등반가들끼리의 믿음 눈으로 전해지는 신뢰 옆에서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었다. 그녀는 마침내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것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충분했다. 마침내 그들은 4시간여만에 토왕폭 정상에 설수 있었다. 정상에선 최승철은 흥분으로 가득차 있던  김점숙에게 “누나 나랑 사귈래요? 라고 고백 했다. 참 타이밍 잘 맞추었다. 하지만 4살 차이가 썩 내키진 않아 그녀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오르는 것보다 내려 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등반의 상식이다. 그들도 짧은 정상의 기쁨을 뒤로한 채 서둘러 내려와야 했다. 내려오는 도중 김점숙의 발이 닿지 않아 머뭇거리며 고생하고 있던 순간 난데없이 그녀의 발밑으로 머리통 하나가 불쑥 들어왔다. 최승 철은 아무 말 없이 머리를 살며시 들이밀고는 밟고 내려오라는 시늉을 하는것 아닌가  배려 깊은 그의 행동에 그녀의 마음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그 후 어찌 됐을지 뻔하지 않은가? 그들은 살림을 차리고 신혼여행으로 요세미티  앨캡으로 등반을 떠났다. 성공리에 등반을 마치고 돌아오긴했는데,우스운건 등반하다 다투고 비행기가 서울을 도착할 때까지 서로 말을 안했다 한다. 로맨틱하다라는 말 대신 참으로 버티컬(vertical)한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처럼 그들의 인생에서 최고 우선순위는 등반 이였다. 그가 가고 없는 지금 김점숙의 최고의 우선순위는 그녀의 귀여운 딸 하나이다.

드물지만 여성 클라이머들과 등반하는 기회가 가끔 있다. 그들에게선 독특한 페르몬이 나온다. 이탈리아의 등반 장비 업체 중 캐신(CASSIN)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리카르도 캐신이라는 등반가가 자신의 이름을 붙쳐 만든 브랜드이다. 어떤 분야든 비슷하겠지만 등반방식의 발전에는 장비의 발전이 큰 몫을 한다. 혁신적인 장비의 개발로 인해 인간을 거부하던 난공불락의 벽들이 하나둘씩 열리기 시작했고, 그 최전선에는 치열한 등반가들이 있었다. 리카르도 캐신이 그 중하나이다. 그가 최초로 오른 알프스의 난제 그랑조리스 북벽은 캐신루트라는 이름이 붙어졌다. 작년에 그 루트를 직접 올랐던 나는 1938년에 이곳을 올랐을 캐신을 생각하니 존경스러웠다.
[img2]캐신사의 모델이기도 한 이탈리아 여성 클라이머 지오반나 ( Giovanna Pozzoli )를 보게된건 포스터 사진 속이었다. 20세기여성들이 코르셋을 벗어버리고 모험에 참여한지 100년이나 지나 탱크탑 차림의 그녀가 나타났다. 외국 여성 클라이머들은 자연 암장에서 남자와 마찬가지로 웃통을 벗고 등반 하기도 한다. 지오반나와 함께 카탈로그 작업을 함께한 국내 등반가는 그녀가 야외에서 옷을 갈아 입을 때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바람에 본인이 더 당황되었 다고한다. 그녀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섹스란 에는 “많이(a lot) “라고 설명되어있다. 물론 장난기가 포함된 것이지만 자유로움의 표현이기도하다. 클라이밍에 잘 단련된 복근과 그에 따라 진화되어 최적화된 몸매를 흘낏 훔쳐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된다.

지난해 우연찮게 그녀와 함께 자일을 묶었다. 유럽의 날씨 치고는 햇볕이 아주 좋은 날이엇다. 햇살을 머리위에 두고 안전 밸트에 로프를 묶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서 진지함이 한껏 묻어난다. 나도 그녀와 함께 등반을 한다는 사실로 잔뜩 긴장했다. 거의 다 내 놓타 시피한 그녀의 가슴을 훔쳐 보는 것도 잊어 버렸으니 말이다. 우리가 올라가기로한 이탈리아 북부의 암장은 다소 까다롭기로 소문난 곳이었다. 그녀가 숙련된 스포츠 클라이머 이기에 나는 내심 기가 죽었다. 어쭙잖은 영어로 너르레를 떨다가 오히려 분위기가 썰렁해지기 까지 했다.
그것을 만회하고자 지오반나의 걱정스런 눈빛에도 불구하고 나는 선등을 고집했다. 그녀 앞에서 멋지게 나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언제나 등반을 시작하기 전에 항상 속으로 다짐한다. 나는 오늘 내 생애 최고 멋진 등반을 해낼 거야 침착하게 벽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손에 초크 칠을 하며 숨을 고르며 바위의 감촉을 느꼈다. 그렇게 어렵지 않게15미터를 올라왔다. 아직 할만하다. 5m 위의 조금 각이 있는 오버행을 넘어서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안전밸트에서 퀵드로우를 빼다 서너 개를 떨어 뜨렷다. 아차, 싶었다. 밑에서 확보를 보던 지오반나와 친구들은 루트가 길어서 장비가 모자랄 것이라며 내려오라고 한다. 내생 각에는 쉬운곳은 퀵드로우 설치를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도 될 것 같다. 그렇게 장비를 설치하지 않고 몇 동작을 올라왔다. 생각보다 어려운 루트라는게 순간 느껴졌다. 갑자기 어깨에 바짝 힘이 들어간다 지금 추락하면 바닥까지 충분히 떨어질 것 같다. 꽤 많은 거리를  장비를 설치하지 않고 올라왔으니  결과는 뻔하다 .괜히 여자 앞 에서 객기부리다 가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는 찰라 바위에서 툭 소리를 내며 손이 미끄러져 버린다. 중력에 저항하던 몸짓은 그것의 방향으로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한다. 머리카락을 바짝 세울 틈도 없이 바닥까지 떨어진다. 그래 언제가 한번 제대로  떨어질 줄 알았어. 제길 아아악~
눈을 떠보니 달리는 차는 프랑스에서  몽블랑 터널을 통과해 이탈리아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탈리아로 간다는 사실에 전에 보았던 지오반나의 사진이 떠올랐고 이내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깜빡 잠이 들었던 것이다. 사진속의 지오반나는 이탈리아로 들어온 나를 환영하며 내꿈속에 나타난 것이다.  이탈리아에 도착한 그날 나의 우선순위는 졸다가 흘린 입가에 침을 닦는것이었다. 그후론 나는 여자 앞에서 객기 부리지 않는다. 그래도 꿈속에서 나마 그녀의 가슴을 훔쳐보지 않았다는 것이 등반가로써 자존심을 잃지 않은 거라며 스스로 위안하며 키득 거렸다.


사진1  신혼여행으로 간 요세미티 엘캡 등반중 휴식을 취하며 루트맵을 보고 있는 김점숙
사진2  이탈리아 여성 클라이머 지오반나 ( Giovanna Pozzoli )

최상식

2008.01.22 11:22
*.129.25.6
아~멋집니다^^
근데 북한산에서 암벽타기 하려면 장비 사는데 보통 얼마정도 들어요?
대략 필요한 장비는 어떤것 정도를 사야하는지도 쫌~가르쳐주세요~
캉첸중가 갔다오믄 얼마정도 들지 좀 알고 돈을 모아야하지 않나 싶어서~
명로진쌤처럼 천만원어치 살 재주는 없고요~ㅋㅋ

조성은

2008.01.22 11:34
*.155.154.203
와.. 정말 재밌다. 글구 여자가 봐도 멋진 여자들이어요!

이진기

2008.01.22 12:56
*.75.198.157
아주 좋은곳을 가시는군요 너무 부럽습니다. 암벽 장비는 빌려서도 할수 있지만 최소안전 장구 정도는
자기것을 가지고 하는것을 권합니다.
그목록은 암벽화,안전밸트, 핼맷,쵸크백,확보줄,잠금비너2개 ,하강기 입니다
"중요 한것은 좋은 장비 보다 열정 이라는것"

최상식

2008.01.22 11:57
*.129.25.6
좋은말씀,감사합니다^^

김영희

2008.01.22 11:59
*.109.63.65
'지난해' 부터가 꿈인거죠? 아..허무해^^;;
'눈을 떠보니' 구급차 안이었다 라고 나올 줄 알고 긴장했는데...^^
심산 샘 덕분에 산서 몇 권 읽었다고 낯익은 산악인들 이름도 '발견'되는군요.
'최승철' '김점숙' 그분들한테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윤혜자

2008.01.22 12:42
*.217.128.150
아아니...지오반니는 복근을 저렇게 만들었는데 가슴이 저렇게 아름답게 남아있단 말이지....믿을 수 없어. 믿을 수 없어...
profile

명로진

2008.01.22 13:58
*.56.190.174
오호....지오반나.....
진기 글 잘 쓰네~~~

김성훈

2008.01.22 14:00
*.116.250.204
혜자누나의 우선순위는 다른데 있다?!!!

남상욱

2008.01.22 20:01
*.215.170.96
프로그램명이 기억나지 않지만
EBS에서 어느 암벽등반가가 암벽을 끊임없이 오르면서
갖고 있는 생각들 등등을 독백으로 풀어낸 것을 보았습니다.
HD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곡예하듯 산을 오르는 그의 독백에
와~ 아름답다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는...

김옥엽

2008.01.24 05:03
*.162.202.23
와 아름답고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임종원

2008.01.26 18:09
*.232.145.246
조각은 깍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거구나....저 수퍼태권 V같은 복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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