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6-06-04 21:52:13 IP ADRESS: *.201.17.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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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1]

시트콤과 코미디클럽의 만남

로웰 간츠(Lowell Ganz, 1948-    ) & 바벌루 만델(Babaloo Mandel, 1949-    )

 

필모그래피가 완벽히 일치하는 작가들이 있다. 물론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것이다. 기획단계의 브레인스토밍에서부터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시나리오로 발전시키기까지의 전과정을 완벽하게 공유하는 이러한 작가들을 듀오(duo)작가라고 한다. 홀로 시나리오에 매달리다 엄청난 벽에 부딪히거나 밑 모를 늪에서 허우적거렸던 경험이 있는 작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어보았을 작업형태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파트너만 만난다면 그 시너지효과야 엄청날 것이다. 실제로 할리우드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러한 듀오작가로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던 팀들만을 꼽는 데도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로웰 간츠와 바벌루 만델은 그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명콤비다.

로웰 간츠는 시트콤 출신이다. 그가 TV프로듀서 게리 마셜의 눈에 띄어 당시 잘 나가던 시트콤 [이상한 커플]의 대본작가로 데뷔한 것이 23살 때. 바벌루 만델은 할리우드 코미디클럽의 개그작가 출신. 간츠와 만델이 처음 만난 것도 바로 이 코미디클럽에서였다. 그들이 듀오작가팀을 결성하기로 의기투합하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로의 코미디 감각을 추어세우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너무도 많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 것. 둘 다 비슷한 연배였는데다가, 같은 뉴욕출신이고, 무엇보다도 빌리 와일더를 우상으로 떠받들고 있었던 영화청년들이었다는 데에서 육친과도 같은 친밀감을 느꼈다고.  

[img2]

시트콤 [라베른과 셜리](이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던 페니 마셜은 훗날 이들 듀오작가의 빅히트작 [그들만의 리그]를 감독하기도 했다)를 함께 집필하면서 서로의 재능을 확인한 간츠와 만델은 이제 TV를 떠나 할리우드로 간다. 이들의 시나리오 데뷔작은 론 하워드의 블랙코미디 [나이트 쉬프트](1982). 이후 이들 듀오는 론 하워드와 연속해서 세 작품을 함께 하면서 팀웍을 다져나갔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스플래시]는 각본상 후보에까지 오르며 이들의 실력을 만천하에 알렸다. 실사영화와 만화영화를 한 화면에 담아낸 기상천외한 코미디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를 통과하면서 이제 이들 듀오는 할리우드가 공인한 코미디영화의 보증수표로서 확고한 명성을 얻는다.    

간츠와 만델은 데뷔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코미디만을 고집한다. 이들 코미디의 특징은 유머가 풍부한 대사와 진지한 캐릭터들이 유발시키는 웃음. 촌천살인의 명대사들은 거의 다 만델에게서 나왔고, 풍부한 드라마와 캐릭터의 탐구는 대체로 간츠의 솜씨라고 하니 이들처럼 궁합이 잘맞는 듀오작가들도 따로 없을 듯하다. 가장 많은 작품을 함께 한 감독은 론 하워드이고, 가장 자주 출연한 배우들로는 빌리 크리스탈, 톰 행크스, 마이클 키튼 등을 꼽을 수 있다. 모두들 야단스럽게 호들갑을 떨어대지 않는 대신 의뭉스럽고도 속 깊은 유머를 표현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널리 알려지진 않지만 숨은 진주 같은 작품이 [우리 아빠 야호!]. 선 굵은 플롯 없이 자잘한 에피소드만으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 관객들을 빨아들이며 훈훈한 가족애를 느끼게 하는 따뜻한 영화이다. 무성영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폰 슈트로하임의 [탐욕]을 패로디한 [마이클 J. 폭스의 상속작전]이나 로빈 윌리암스와 빌리 크리스탈이 연기대결을 벌이는 [파더스 데이]도 느긋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코미디. 별항의 필모그래피 이외에도 대여섯 종이 더 출시되어 있는데 모두들 순도 높은 홈드라마 혹은 무해한 코미디여서 모든 세대에게 안심하고 권할 수 있다(이거 우리나라의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표창장이라도 수여해야 하는 거 아닌지 몰라?).      

[img3]

시나리오 필모그래피

1984년 론 하워드의 [스플래시](Splash)ⓥ★
1988년 로버트 저메키스의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Who Framed Roger Rabbit?)ⓥ
1989년 론 하워드의 [우리 아빠 야호!](Parenthood)ⓥ
1991년 론 언더우드의 [굿바이 뉴욕 굿모닝 내 사랑](City Slickers)ⓥ
1992년 페니 마셜의 [그들만의 리그](A League of Their Own)ⓥ           
          빌리 크리스탈의 [미스터 토요일밤](Mr. Saturday Night)ⓥ
1994년 조나단 린의 [마이클 J. 폭스의 상속작전](Greedy)ⓥ
1995년 빌리 크리스탈의 [빠리가 당신을 부를 때](Forget Paris)ⓥ
1996년 해롤드 래미스의 [멀티플리시티](Multiplicity)ⓥ
1997년 이반 라이트먼의 [파더스 데이](Father's Day)ⓥ
1999년 론 하워드의 [에드 TV](Ed TV)ⓥ
2000년 매트 윌리엄스의 [마음이 머무는 집](Home is where the Heart Is)

 ⓥ는 비디오 출시작 ★는 아카데미 각본(색)상 후보작  

 [씨네21] 2000년 4월 25일

백소영

2006.06.22 23:49
*.44.147.104
나도 빌리 크리스탈이 주인공으로 어울릴 코미디를 꼭 써야지!!

김현정

2008.04.09 14:04
*.134.66.69
오타발견한 것 같습니다.
촌천살인?--->촌철살인! 아닌가요?
저도 이런 사람있으면 성공했을텐데...부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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