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6-06-01 16:01:03 IP ADRESS: *.147.6.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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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 자전거로 6400Km 달려 미대륙 횡단한 홍은택

 

“페달을 밟는 것은 혁명 같은 행위다. 차는 한 시간을 달리면 무려 1만8600㎉를 소비하고 자전거는 350㎈, 그것도 허리둘레에 낀 지방을 소비한다. 속도와 경쟁의 세계를 벗어나면 석유와 비만을 해결하는 길이기도 하다.”

자전거문화가 지향하는 ‘혁명적 가치’에 주목해 홀로 광활한 미국 대륙을 동에서 서로 자전거를 타고 가로지른 이야기를 담은 홍은택씨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한겨레출판)이 나왔다. <한겨레> 책·지성 섹션 <18.0°>의 연재물을 묶었다. 해학적 글쓰기와 특유의 시각으로 재미와 깊이를 더한 <…자전거 여행>은 지난 1년간 수많은 독자를 불러모으며 자전거문화의 저변을 넓혔다.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 6400㎞, 서울과 부산을 열다섯 번 왕복해야 하는 거리를 그는 2005년 5월26일 미국의 동쪽 끝 버지니아주 요크타운을 출발해 8월13일 서쪽 끝 오리건주 플로렌스에 도착하기까지 하루 평균 95㎞씩 달려 80일 만에 횡단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래서 장거리 라이더의 성소인 ‘어드벤처 사이클링 어소시에션’에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첫 횡단한 한국인으로 등재됐다.

출사표는 이렇다.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그는 어느 날 “기자직이 사회적 실천이 아니라 밥벌이가 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백수가 된다. 자전거 여행은 일과 공부에 찌든 몸에 대한 ‘풀서비스’,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리란 결심이 발단이 됐다. 수서에서 광화문까지 달려서 통근하고 한강을 헤엄쳐서 건너는가 하면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범상치 않은 그의 ‘과거’를 알고 보면 그리 무모하지만도 않아 보인다. 그러나 풍찬노숙을 하기 위해 짐 40㎏을 매달고 자전거 전용로도 아닌 1차로를, 그것도 “빗맞아도 최소 사망”인 화물차의 위협운전을 감수한 라이딩이란 ‘강철 체력’만으론 불가능하다. “한 바퀴 한 바퀴 자전거를 굴릴 때마다 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해오던 것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어왔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페달을 밟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홍씨가 집계한 여행기록을 보면, 하루 주행 신기록 176㎞, 펑크 11번, 추격해온 개는 100마리쯤, 하루 5000㎉ 섭취, 시간변경선 다섯 번 통과, 여름기온 영하 1도에서 영상 43도까지 오르락 내리락, 몸무게 3㎏ 감량. 중요한 것은 ‘욕심 감량’이란다. 숫자로 환원될 수 없는 여행의 참맛은? 길 위에서 한순간 교차하는 사람들과 피어나는 인연들, 보급기지가 되어준 산간마을의 인심, 우주의 미물임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아닐까. 천만년이 압축된 존 데이 화석지대에선 우주일보의 한줄 짜리 부음도 실리지 않을 거라는 허무주의를 떨쳐내고 페달로 간 몇m의 거리에도 성취감을 느끼는 법을 배웠고, 라이더 방명록에선 앞서간 앨리슨이 남기고 간 시구를 읽으며 마음의 폭풍을 잠재웠다. 만나지 않아도 6400㎞, 길을 따라 사람과 대자연 모두가 연대의 끈으로 이어져 있었으니 막상 혼자가 아니었다.

로키산맥을 랜드마크로 여기고 쌩쌩 달렸던 그는 최고점 후지어 패스(3463m)에 오르자 ‘기분좋은 실망’을 한다. 왜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얻었기 때문이다. “로키산맥이 한 판 세게 놀아보자고 부른 것이다.” 이로써 일 중독자 ‘호모 파베르’는 노는 인간 ‘호모 루덴스’로 거듭난다. 일상으로 돌아온 그는 지금 ‘서울,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한겨레] 2006년 5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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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6.06.01 16:04
*.147.6.178
한번도 만나본 적은 없지만 매우 호감이 가는 친구. 나는 그를 [나를 부르는 숲]의 번역자로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친구, 이 책의 역자후기에 그렇게 썼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주파하기 위해 체력단련 중이다." 당시 나는 칫, 말로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친구, 정말 회사에 사표를 내고 미국으로 갔다. 물론 걸어서 가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우리 나라의 '백두대간'과 비슷한 개념)은 하지 않았지만, 대신 자전거를 타고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해치웠다...BRVO YOUR LIFE!!!^^

백소영

2006.06.01 16:22
*.44.147.215
와!! 정말 대단하네요!!! 전 어렸을 때 겁이 하도 많아서 자전거도 못배우다가 결국 지금까지 왔는데 ;;;
7,8월에 자전거 배우고 말테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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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록

2006.06.01 19:52
*.252.123.92
작가 김훈이 좋았던 것은 그가 자전거를 타기 때문이었지요. 얼마 전 더이상 자전거를 타지않는다는 말을 듣고 김훈에 대한 매력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심샘을 좋아하는 이유는 샘이 산에 미쳐있기때문입니다.
샘이 산을 끊고 "나 이제부터 돈만 벌래" 하면 그때부터는 아마 애정이 뚝뚝 떨어지지 않을까..합니다.
얼마전에 어린이대공원으로 출근하는 길에 한강에서 싸이클을 타는 아줌마(?)를 만났습니다.
그 아줌마 추월할려고 기를 쓰고(평균시속 30km) 밟았지만 결국은 그 아줌마가 작은 점으로 사라져 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죠..싸이클 정말 빠릅니다.
음...그래서 분명..이분은 싸이클 라이더 일것이다...라고 생각했는데...11번의 펑크, 40kg 의 짐에서 MTB
라이더라는 근거를 찾아봅니다.
최고기록 176km, 11번 펑크....보다 100여마리의 개의 추격, 생각만 해도 공포스럽습니다.
안 당해본 사람은 몰라요..얼마나 무서운지...
와 땡긴다...부럽다.

박주연

2006.06.06 07:43
*.91.24.169
앗... 이 분이 그 분이세요? <나를 부르는 숲> 번역하신 분? 아하.. 그 책 너무 재미있다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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