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김영희 등록일: 2008-01-12 12:10:01 IP ADRESS: *.221.117.202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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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9
곱게 쌓인 눈을 뽀드득뽀드득 소리 내며 밟고 올라갔더랬지요.

바스락거릴 듯 완전히 말라 버렸으되 채 떨어지지 못한 잎과 앙상히 드러난 가지에도

고운 눈이 사그락사그락 쌓여 히끗히끗 회색의 풍경이었지요.


어떻게 저리 미소짓고 죽을 수 있었을까 싶은, 죽음이 설마 반가웠던 것일까 싶은,

입꼬리 올라가고 눈꼬리 내려간 흐뭇한 웃음 달고 있는 돼지님을 모시고 시산제를 지냈지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올해 바람까지 기억하시고 함께 기원해 주신 선생님 축문은 감동이었지요.


하염없이 속수무책으로 내리는 눈 속에 차려진 점심상.

나물들에도 김치에도 내려앉아 입 속으로 들어간 눈들 덕분에 더 맛난 밥이었는지도 모르지요.


풍경은 점점 회색빛에 흰빛을 더해 가고 한 걸음 한 걸음 더 깊은 겨울 속으로 걸어 들어갔지요.

그 무채색의 풍경 속에서 사람은 너도 나도 꽃이 되었지요.


색채의 거리로 내려와 식당에 자리잡고 앉아 문득 생각했지요.

네모난 틀 속에서만 보아왔던 오롯한 겨울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왔구나!













profile

심산

2008.01.12 13:47
*.235.169.165
흠, 거의 산문시 수준이로군...조아 조아...^^

최상식

2008.01.12 13:57
*.145.12.254
북한산에 편지 한편 쓰셨군요^^*
담주에 오대산 눈꽃산행 가는데,아이고 기대되라 ㅋㅋ

조인란

2008.01.12 15:36
*.252.249.223
눈꽃 밥, 눈꽃나물, 눈꽃김치, 눈꽃 반찬들...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눈꽃 시루떡이야.ㅋ
산속에서 펑펑내리는 눈을 맞으며 옹기종기 둘러앉아 밥을 나누는 순간이 내 생애 몇 번쯤 남아있을까...^^

윤혜자

2008.01.12 19:11
*.88.163.234
이런..기죽어 후기 못쓰겠음...역시 작가는 다르군요^^

조현옥

2008.01.12 21:33
*.237.181.91
정말 맞아요. 오랜만에 무채색의 겨울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오니 몸도 마음도 푸근하고 정화된 듯 느껴졌어요.^^

임종원

2008.01.12 22:09
*.232.145.246
우중산행,설중산행 다 해봤으니 소원이 없습니다요.

고권록

2008.01.12 23:07
*.43.90.143
눈이 참 포근하게 왔더랬지요. 눈 맞으면서 먹는 밥도 참 별미였구요.

신월명

2008.01.13 15:07
*.255.177.4

이뿐..마음..

이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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