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9-09-28 18:28:25 IP ADRESS: *.237.81.137

댓글

5

조회 수

4460

한국영화에도 클래식이 있다
조선희, [클래식 중독], 마음산책, 2009
-새것보다 짜릿한 한국 고전영화 이야기

엊그제 저의 딸이 제게 책을 한 권 내밀었습니다. 조선희의 [클래식 중독]이었는데, 책 앞에 저자의 싸인이 되어 있었지요. 저는 내심 “아니 이 녀석(제 딸)이 나한테 온 소포를 먼저 뜯어보았단 말이야?”하고 뜨악해했지만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주말에 이 책을 잃고 오늘 조선희 선배에게 문자를 보냈지요. “굿잡! 멋진 책이야!^^” 조선배가 제까닥 전화를 해왔습니다. “언제 받았어?”“토요일.”“아하, 은이가 제까닥 가져다줬구나!”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그 책은 소포로 보내온 것이 아니라 ‘심은택배’였습니다. 제 딸과 조선배의 딸이 같은 과외선생님(심산스쿨동문 조현옥) 아래서 공부를 하고 있었거든요(ㅋㅋ).

조선희 선배를 알게된 것은 1980년대 후반이었습니다. 그때는 저도 조선배도 소설을 쓰고 있었죠. 그래서 ‘초짜 소설가’로서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 이후로는 서로 각자 다른 길을 걸었죠. 조선배는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씨네21]을 창간하고 5년간 편집장으로 근무한 다음, 과감하게 사표를 제출(!)하고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 동안 장편소설이며 에세이 등을 발표해오다가 노무현정권 말엽에 한국영상자료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오늘 통화에 따르면 바로 지난 주 목요일에 ‘임기를 채우고’ 물러났다는군요. 왜 굳이 ‘임기를 채우고’에 따옴표를 붙였냐 하면, 그게 아주 힘든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정권이 들어서면서 ‘전정권에서 임명한 사람들 쫓아내기’가 거의 광적인 수준(!)으로 자행되었거든요. 어찌되었건 이제 조선배도 다시 백수가 되었습니다. 오늘 통화의 끝에 서로 약속했습니다. “한달에 한번이라도 같이 산에 가자.”

조선희 선배의 [클래식 중독]은 역작(!)입니다. 결과적으로 읽자면 일종의 ‘한국영화감독열전’ 쯤 될듯한데, 결코 영화평론가 스타일(제가 경멸하는 스타일입니다)로 쓰여진 것이 아니고, 조선희만의 독자적인 스타일로 쓰여진 책입니다. 여기서 ‘조선희만의 스타일’이란 ‘저널리스트+한국영상자료원장’의 결합을 말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감독들은 신상옥, 유현목, 이만희, 하길종, 임권택, 이장호, 장선우 등이며, 친일파 영화인들도 대거 등장하는데, 그들이 찍은 작품들이야말로 ‘한국영화의 클래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하겠다는 사람들을 보면 [시민케인]이니 [카사블랑카]니 하는 외국의 클래식에는 빠삭한데 한국의 클래식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는 이 책을 통해 한국영화의 클래식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건 어떨지요?

profile

명로진

2009.09.29 14:18
*.73.144.109
네! 잘알겠습니다.
함께 산에 다니던 시절이....
어언 5년 쯤 전인가요?
언젠가 북한산 계곡에서
물놀이 하다 마주친 적도 있는데.
책으로 만나봐야겠습니다. ^^

조한웅

2009.09.29 15:27
*.71.88.66
우리나라 출판사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의 책이네요..

김경선

2009.10.01 11:42
*.176.123.14
추석 연휴에 책읽기? 그건 좀 생각해 볼려구요.^^
뭘하든 즐거운 명절 되세요.

이애리

2009.10.05 11:11
*.150.28.1
한웅오빠...다운 멘트...(너무 속 보인다...;;)

조한웅

2009.10.07 17:18
*.71.88.66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49 심산스쿨 교도소 참관단 모집 + 38 심산 2012-09-06 4366
48 레드 카펫 걷어 버린 '스토리의 힘' + 5 심산 2008-01-16 4348
47 배우고 쓰는 열정의 현장 + 14 file 심산 2007-07-02 4300
46 아이들아! 웃어라! 노래하라! + 8 file 심산 2007-10-01 4242
45 책 속에 영화가 있다 + 4 심산 2006-06-29 4137
44 '시' 각본, 영진위에서 '빵점' 매겼다 + 11 file 심산 2010-05-25 4079
43 시나리오작가와 표준계약서의 의의 심산 2012-06-28 4068
42 영화배우>시나리오작가>감독 김해곤[2] 심산 2006-03-12 4045
41 [사생결단] 시나리오 취재기 심산 2006-05-03 4000
40 영화배우>시나리오작가>감독 김해곤[1] 심산 2006-03-12 3959
39 이번 주 [씨네21]과 [무비위크]를 보면 + 4 심산 2006-11-02 3945
38 만능 엔터테이너 명로진 + 10 file 심산 2006-11-02 3903
37 스탭 조합 좌담 [1] 심산 2006-01-22 3763
36 김석주의 [걸스카우트]를 영화로 만들 감독 + 9 file 심산 2006-11-02 3646
35 창조적 엔터테이너 김대우 + 4 file 심산 2006-11-02 3574
34 우리들이 아는 허영만 화백 + 3 file 심산 2006-10-09 3509
33 시나리오 일일장 시대를 연 시나리오마켓 + 2 file 심산 2006-09-18 3490
32 시나리오 쓰기 10계명 [4] - 신예작가들의 연습 노하우 관리자 2006-01-30 3451
31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라 + 3 file 심산 2007-07-02 3443
30 2006충무로 파워 넘버원 차승재 + 1 심산 2006-06-26 3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