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7-12-18 00:52:53 IP ADRESS: *.235.169.165

댓글

12

조회 수

3786

[img1]

막역지우 "Don't Worry, Be Happy!"

명로진(배우, 인디라이터)

내가 그를 좋아하는 까닭은 그가 늘 낙천적이고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그의 능력 때문이 아니다. 그는 늘 유머와 에너지가 넘친다. 어떤 상황에서도 화를 내지 않을 정도로 자기 감정을 조절하는데도 달인이다.

언젠가 그가 쓴 시나리오가 영화화 돼서 선후배들이 모였다. 그가 초청해서 저녁을 사고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영화를 보기로 했었다. 맥주 한 잔을 마시자, 누군가 생각이 바뀌었는지 이렇게 말했다. “영화 보지 말고 그냥 술이나 마시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중 누구도 “무슨! 그래도 영화를 봐야지”하고 적극적인 반대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우린 술이나 마시고 말았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그건 최악의 경우였다. 그럼에도 그는 불쾌해 하거나,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았다. 순간, 빠르게 ‘술 마시고 떠들기’ 모드로 전환하더니 좌중을 휘어잡고 이야기를 해 나갔다. 중요한 건, 오랜만에 사람들이 함께 모인 그 ‘판’이었다. 그걸 깨선 안 된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저번에 쓴 책 인세가 왜 이렇게 안 들어 오지?” 그에게 이렇게 걱정을 털어 놓으면, “금방 들어오겠지, 뭐. 걱정 마”라고 말한다. 그럼 정말 며칠 뒤에 돈이 들어온다. “이번에 하는 방송이 잘 안되면 어떡하지?” “잘 되겠지, 뭐. 걱정 마.” “내 강의에 학생들 신청이 적으면 어떡하지?” “많이 듣겠지, 뭐. 걱정 마.” 모든 게 이런 식이다. 내가 걱정거리를 늘어놓으면, 그는 늘 잘 될 거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정말 모든 일은 잘 풀린다. 그는 정말 인생의 ‘시크릿’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와의 인연이 벌써 24년째다. 나도 어느새 그에게 전염되었나 보다. 어떤 상황이 닥치든 ‘Don't worry, Be Happy'의 심정이 된다.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웃으며 저녁을 맞이하고, 우울한 마음으로 아침을 먹으면 고민 속에 잠들게 된다는 것을 그가 알게 해 주었다. 사랑하는 선배이자 친구-그의 이름은 심산이다.

[좋은생각] 2008년 1월호

profile

심산

2007.12.18 00:55
*.235.169.165
로진은 내게도 베스트 프렌드야...좋은 후배이기 전에...^^
profile

심산

2007.12.18 01:10
*.235.169.165
위의 사진은 [좋은 생각]에 실린 사진이 아닙니다
지난 12월 12일에 가졌던 와인반 송년모임에서 찍은 사진인데...
잔뜩 인상 쓰고 있는 로진과 그 뒤에서 희희낙낙 와인이나 마시는 제가 동시에 찍혀 있어서
위의 글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생각되어 올렸습니다...[원츄][파안][깔깔]
profile

박민호

2007.12.19 16:26
*.121.142.226
이 새벽, 이 글이 쓰여진 게시판이 '펌글창고'가 아니라 '한량일기'라고 혼자 맘대로 생각하고 읽어 내려가면서..
'명로진 선생닌이 영화가 된 시나리오를 쓰신적 있었었구나' 혼자 이렇게 생각하면서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야 '펌글창고'게시판에 올리신 글이라는걸 알았습니다^^
profile

명로진

2007.12.18 09:12
*.86.217.161
하여간 두 분 모두 글에서 와인 냄새가 납니다^^
profile

박민호

2007.12.18 13:29
*.121.142.226
저 지금 깜짝 놀랐어요^^
이 글 다시 읽어보고, 바로 'B형 남자친구'라는 영화 보기 시작했는데..
3분만에 명로진 선생님이 등장하셔서^^ㅎㅎ

손혜진

2007.12.18 16:45
*.255.33.58
심샘께서 "금방 들어오겠지, 뭐. 걱정마" 하시면 정말 돈이 들어오군요? 우왓~~!!
나도 그런 막역지우가 있으면 좋겠네요. ㅎㅎㅎ

최상식

2007.12.18 23:29
*.129.25.6
진지하게 어딘가를 바라보고 계신 명로진 선생님과 맛있게 와인을 마시는 듯한 심산선생님과
그 선생님을 바라보고 계신 두 아낙네 분들 ^^*ㅋㅋ
저도 내년엔 와인반 들을까 간간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profile

박민호

2007.12.18 23:52
*.121.142.226
상식아~!
간간히 말고, 신중하게 생각해봐^^ㅋ
정말 강의실에 앉아서도 그 만큼 즐겁게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죌꺼야..

조현옥

2007.12.19 01:03
*.55.82.212
선생님 얼굴 붉어지셨겠네...ㅋㅋㅋ

최상식

2007.12.19 07:22
*.129.25.6
민호야,우선 내 봄에 배낭여행 갔다오고 생각하자 ㅋㅋㅋ

민다혜

2007.12.20 15:39
*.110.0.173
쿡..반전... 당연히 심샘이 로진샘에 대해 쓰신 글 인줄 알았음;;; 이십사년..와..제가 산 시간 만큼 두분께서 함께 하셨군요...

이정환

2008.01.03 14:01
*.222.56.32
좋은생각 정기구독자라 오늘 이 글 봤는데 진작에 올라와 있었네요. 이제야 보다니.. 이ㅋ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71 중국,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높이 재측정 관리자 2006-01-31 3881
70 38년만에 개방된 북악산 심산 2006-02-12 2298
69 낭가파르밧 루팔벽 등반보고 심산 2006-03-04 2957
68 건강보험 소득신고 직장인 연봉조사 심산 2006-03-06 2874
67 하인리히 하러의 삶과 죽음 심산 2006-03-06 3053
66 아시아문화네트워크 심산 2006-03-10 3169
65 문화백수 5인의 자발적 문화백수론 심산 2006-03-11 3278
64 북악산 숙정문 코스 + 1 file 심산 2006-03-25 3392
63 서울성곽 나들이 안내 file 심산 2006-03-25 3174
62 다운시프트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심산 2006-04-02 3076
61 간디학교 교장 양희규 인터뷰 심산 2006-05-02 3450
60 '솔아 솔아 푸른 솔아' 박영근 시인 타계 + 1 심산 2006-05-12 2907
59 아이거북벽 초등자 안데를 헤크마이어 타계 + 4 심산 2006-05-30 2958
58 80일간 자전거로 6400Km 달려 미대륙 횡단한 홍은택 + 4 file 심산 2006-06-01 2888
57 띠띠 할아버지 돌아가시다 file 심산 2006-06-06 3070
56 볼프강 귈리히 평전 [수직의 삶] + 2 file 심산 2006-06-21 3372
55 에베레스트 초등 53주년 기념 마라톤대회 + 1 file 심산 2006-06-28 2705
54 익스트림 라이더스의 대활약! + 9 file 심산 2006-07-20 2752
53 몽블랑에 가면 한국인 형님 있다네 + 2 file 심산 2006-08-08 2744
52 김대우의 맛집기행(1) 우신설렁탕의 곰탕 + 4 file 심산 2006-11-03 3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