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9-07-22 15:26:13 IP ADRESS: *.237.81.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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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반 22기(2009년 2월-7월) 수강후기 발췌록

 

"심산반 22기를 통하여 내가 얻은 다섯 가지"

 

심산스쿨을 다니며 즐거웠습니다. 간단 후기를 쓰면서 수업이 저에게 준 여러가지 소중한 선물들을 되새겨보니 지난 22기 수업 활동이 의미있고 값졌던 시간이었다고 다시 느끼게 되네요.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이 우선 생각나네요. 전문적인 시나리오 작법 이론을 듣는 이가 가장 쉽게 받아들일수 있게 쉬운 표현과 예를 들어 설명해 주셔서 시나리오 집필이라는 전문적이며 어려운 과정에 들어선 초보자들인 저희에게 좋은 인도자가 되어주셨다고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재밌는 실제 영화판의 예를 들며 관련 이야기를 해주시는 점이 영화판을 아직 경험하지 못해 모르는 동기들에게나 영화판을 조금이나마 경험했던 동기들에게나 재밌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두번째 인상적인 점은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료, 가슴이 뜨거운 동기들을 만나고 같이 공부하게 된 점이었습니다. 글쓰기라는 작업의 특성상 외롭고도 끈기있게 홀로 걸어가야 하는 길에서 심산스쿨을 통해 만난 동기들은 다들 마음이 따스하고 좋은 사람들이었기에 그 관계가 삶의 즐거움과 힘이 되어주었던 것 같네요. 무엇보다 자신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솔직과감하게 진심으로 충고해주는 리뷰의 시간들은 시나리오를 쓴 자신에게도 그것을 분석하고 조언해주는 양쪽 모두에게 큰 배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말에 도취되어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지 말고 남의 말과 시나리오를 집중하여 경청하여 듣고 냉정히 분석하는 태도는 자신이 생각하는 글(시나리오)과 말을 더욱 조리있고 깊게 만들어 줄것이라 믿습니다. 머리는 차갑게,가슴은 따뜻하게...

 

세번째 자신이 가진 현재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앞으로 더 가다듬어야 할 자신의 장점을 키워가는 과정의 시발점이 되어준 시간이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도 인생과 같아서 자꾸만 생겨나는 욕심을 비워낼줄도 알고 그 내면을 알차게 채울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이란 시나리오는 각자가 무대의 주인공이고 극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자신이 펼쳐내는 극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시나리오도 우리의 인생도 일희일비하지 말고 각자의 시나리오의 주인공은 자신이기에 멋지게 완성시켜 갔으면 하네요.

 

네번째는 재밌는 뒷풀이! ^^* 정말 대화도 즐겁고 술과 안주도 맛있고~ 뒷풀이가~~ 끝내줘요~ ^^ 다만 아쉬운 점 하나는 마피아 게임 제대로 못해봤다는 점... ㅜ.ㅜ ㅋㅋ

 

마지막으로 이번 만남이 끝이 아님을 느끼고 계속 보고 같이 힘을 내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으면 하네요. 영화를 제 직업이자 인생의 동반자로 생각하고 달려든 이후, 많은 것을 느끼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오랜시간 지치지 않고 버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힘내서 버티고 버텨 멋지게 도착지에 골인하길 응원해요~(이승).

 

"취미반이 아닌 취업준비반입니다"

 

왜....나는 22기 수업의 끝이 더 무서운 시작인 거 같은지..."취미반이 아닌, 취업 준비반입니다." 취미로 시나리오를 쓰겠다는 건방진 생각을 하고 들어온 건 분명 아니었는데, 처음 수강 신청을 하면서 봤던 글귀가 지금에서야 강하게 남습니다. 이 취업 준비반에서 나는 얼마나 빡씨게 했을까...를 생각하니 손발이 오그라드는군요-(차라리 생각하지 말아야지...) 그래서 항상 샘이 말씀하시는 "행복하자! "라는 말을 떠올려봅니다. 2월부터 시작 된 이 강의를 듣는 동안 행복했습니다. 그래! 그거면 되는 겁니다.

내 글이 재미없다에 모두가 손을 들었다해도(정말 부끄러움;;ㅋ) 웃으며 피드백 받을 수 있었고, 줄거리도 별로 인 내가 기교(?)에 관한 강의를 들으면서도 입을 헤~ 벌리고 있었던 건, 내가 얼마나 시나리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지를 깨달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시간들이 행복했습니다. 그래도 난 될 것이다~! 라는 (어줍짢은) 자신감에 희열을 느끼며 (저, 변태적 성향은 없습니다.) 이제 더 이상 수강료를 내도  '너 오지마!' 하실 것 같은 샘을 작가가 되어 대면하게 될 날들을 생각하며... (정말 꿈도 야무지군요- 지금 안 되면 내세에는 할 수 있겠지요-ㅋ)(이◯미).

 

"수업은 끝났지만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

 

시작만 하면, 덤벼들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써낼줄 알았던 근거 없는 자신감들도 다 사라지고 세상에 얼마나 글 잘 쓰고 재능있는 사람들이 많은지 그 글 잘 쓰고 재능 있는 사람들 중에도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그에 비해 스스로가 얼마나 작은 사람인지 절실히(?)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수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맘 속에선 한숨이 폭폭 쏟아졌고 공부를 하러 가는 것인지 놀러 가는 것인지 선을 그을 수 없을 만큼 어울려 노는 것이 즐거우면서도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의 불꽃이 커져만 갔더랫습니다. 이제 수업도 다 끝나고 과제 때문에 버거운 주말도 더 이상은 없는데 섭섭함 그 이상의 감정이 저를 짓누르네요. 불꺼진 방에 누워 잠못들고 뒤척일 때, 출근길 만원 전철 사람들 틈에 끼여 손바닥만한 신문조차 볼 수 없을 때, 햇빛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 속을 생각 없이 걸을 때, 문득 문득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주제도 모르고 괜히 겉멋만 든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애써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짓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주인공들처럼 무엇가를 졸라리 열심히 해야 하는 때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스스로를 다독여도 주저 앉고 싶을때가 있겠지요. 그 때, 여러분께 손 내밀지도 모릅니다. 제 가족이나 오래된 친구조차 이해 하지 못하는 부분을 유일하게 이해해 주실 분들일 테니까요. 저 역시 그런 사람으로 여러분께 남고 싶구요.

 

행복했습니다. 심산스쿨에서 산 샘과 여러분들과 보낸 5개월이 저에게는 인생의 단비와 같았던 시간들 이었습니다. 원없이 영화 얘기를 해봤고 거창한 제 꿈을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고 함께하는 시간들이 늘 즐겁기만 했었습니다. 이제 남은건...한 발쯤 내딛었다는 뿌듯함, 한 계단 오르고 말겠다는 각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암튼, 열심히 해 볼랍니다. 적어도 지금까지 해 본 일 중에 제일 잼있는 일인것만은 분명하니까요(게다가 젤 어렵기도 하구요.) 수업은 끝났지만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겠죠. 지치지 않고 행여라도 자만하지 않고 게을러지지 않으려 노력하겠습니다(이현).

 

"시나리오에 계속 도전하겠다는 마음과 같은 길을 가는 친구들"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시작했던 5개월여간의 시간이 금방 가버렸네요. 돌이켜보니까, 심산반 22기 수강 안했으면 참 심심한 2009년 상반기였을거라는 생각이 쿨럭--;; 제가 수강신청서에도 쓴 대목인데 그 많은(?) 영화 드라마 작가 수업 중에 6개월여에 걸친 번뇌 끝에 심산반을 선택했는데(노효정반과 심산반을 놓고도 많이 고민했다는 ㅋㅋ) 90% 정도 만족스러운 느낌입니다. 일단, 너무 재밌었어요. 선생님 입담이 뛰어나셔서 강의때마다 해주시는 영화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왔고, 직설적으로 정곡을 찌르는 선생님 화법이 정신 못차리고 헤롱(?)거리는 제게는 좋은 약이 된 것같습니다. 특히, 마지막 강의때 해주신 말씀 새겨듣겠습니다. 직장출근하듯이 글을 써야한다는 것, 희생을 각오해야한다는 것, 무엇보다 행복하라는 말씀.

 

10% 부족했던 건 아마 제 탓인 것 같아요. 몇번의 결석과 지각, 불성실한 리뷰와 과제물들, 부끄러웠던 시나리오제출...그래도, 심산스쿨에 와서 두가지를 가져갑니다. 시나리오에 계속 도전하겠다는 마음과 같은 길을 가는 친구들^^ 이 두가지가 오래오래 갔으면 합니다~~ 저의 직업을 부러워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공무원이라는 게 저의 한계이자 장애물이기도 하다는 걸 느낍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취미로 다른 글을 쓸 수 있겠지만, 취미로 시나리오 쓰기는 힘들 것같습니다. 당분간 두 집 살림 꾸리려면 두배로 노력해야겠지요^^(김영).

 

"아하! 그런 거였구나!"

 

'후기'라 ...심산반 22기. 파란 이름표를 달 때가 생각이 나네요. 같이 공부하게 될 분들의 얼굴과 이름을 번걸아 보며 속으로 '아! 반갑습니다.' 했습니다. 물론 선생님은 이름표가 필요없으신 대단한 분이셨구요. 흐흐...시나리오를 써보겠다고 생각한지 이제 일년이 좀 안된 완전 초짜에게 심산스쿨 수업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수업마다 '아하!'를 연발하며 '그런 거였구나!'를 얼마나 많이 외쳤는지 모릅니다. (물론 소심해서 속으로..^^) 그리고 매주 내주시는 숙제는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아주 미미해보이실지 모르지만 능력 안에서 열심히 하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감사합니다. 나름 노력하게 해주셔서.

 

시나리오라고는 단편 하나 딸랑 써본 게 다 였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들으면서 엄청 욕 먹긴 했지만 장편시나리오 하나와 베껴쓰기 하나, 둘을 해봤습니다. 정말 어렵고, 그리고 그 글을 내보였을 때의 충격과 멋쩍음과 그리고 그 후의 더 노력해야겠단 다짐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심산쌤의 책을 혼자서 읽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의 수업으로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 도움이란 것이 이제 수업을 마치면서 고스란히 제 몫으로 다가와 숨을 몰아쉬며 진정하려고 하곤 있지만, 여전히 떨리고 있습니다. 심산쌤! 언젠가 다시 좋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뵙게 될 그 날을 바래요(윤선).

 

"수업료 이상의 엄청난 보물"

 

사실은 수업후기를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후기'를 쓴다는 것이 정말 마지막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 말이죠. 하지만 뻔한 글귀대로 마지막이 시작이다 라는 뭐 그런말이 있으니... 아쉽고 씁쓸한 마음을 억지로 밀어넣으며 몇자 적어볼까 합니다. 23기 모집 배너에 보이는 심산쌤의 해맑으신 미소를 보니... 왠지 모를 해방감이 진하게 느껴지네요.ㅋㅋㅋ

 

첨에 심산쌤을 접한 건 2년전? 고향인 부산에서 시나리오 한번 써보자 하고 막연히 생각할때즈음... 이였던 것 같습니다. 서점에 갔다가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라는 책을 집어든 그 순간 부터지요. 당장 서울에 올라올 순 없는 상황이였기때문에 무작정 책보고 내맘데로 썼습니다. 첫번째 시나리오(?)를 완성했을땐 왠지모를 뿌듯함에 평소 소설도 읽지않고 일기는 초등학교 이후로 쓰지도 않는 저의 오랜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도 했지요. 지금 생각하면 얼굴 뿐 아니라 발꼬락 끝까지 빨개질정도로 부끄러운 일이지만 암튼 전 제가 좀 쓰는 줄 알았드랬습니다. 전 할 수 있는게 열심히 쓰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수업을 듣다보니 '알고' 열심히 쓰는 것과 '모르고' 열심히 쓰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알고' 쓰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전보다는 조금 더 '알게'되었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런 문외한인 제가 서울에 올라와서 충무로에 가면 영화배우가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영화사는 강남에 더 많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될때즈음... 심산쌤에게 직접 배워보자는 결심이 들더군요. 2년간의 방황(방탕...까진 하진 못했죠. 소심해서)하던 서울생활을 접고, 단칸방 자취생에게 있어 엄청난 거금(?)을 들여 스쿨에 왔을때는 전 이미 많은 것을 비운 상태였습니다. (방도, 마음도, 지갑도... 하아...) 그렇기에 수업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남는 건 사람뿐이다. 라는 심산쌤의 충고에 따라 22기 여러분들과도 열심히 놀았습니다. 밤이 새도록! 수요일 아침이 화요일 밤의 연장선인 것 처럼!

 

그 결과 수업 후 지금 저에겐 수업료 이상으로 엄청난 보물들이 생겼습니다. 그건 바로 혼자 마음대로 쓰던 '헌'시나리오에 대한 20여편의 리뷰와 '새'시나리오 초고와 리뷰, 그리고 같은 곳을 보며 뛰어갈 좋은 동료들(언니,오빠,동생들)입니다. 솔직히 이 문장은 쓰면서 참 느끼하다 생각했지만 뭐 어떻습니까. 이럴때 아님 언제 이런 말들 해보겠어요. 키득. 처음엔 몇자 적는다고 했는데 적다보니 역시나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아지네요. 역시나 아쉽다보니까 후기마저 이렇게 질질 끌게 되네요. 아무튼 올해 상반기는 까칠하지만 따땃한 심산쌤과 따로노는 것 같지만 늘 함께였던 22기 여러분들때문에 외롭지 않게! 열심히! 잘! 보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다들 키보드 놓지 마시고 끝까지 살아남읍시다. 그러면 우린 또 보겠지요?(김주).

 

"미리 유출된 해답지를 받은 기분"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스스로 장편 시나리오 써 내기, 늘상 그 내기에서 패배한 저로써는 ‘영화감독을 하겠다는 놈이 장편 시나리오 한편 완성 못하고 있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해결방안이 돈을 내서라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쳐하게 만들면, 어쨌든 한 편은 완성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제 게으름에 대해서는 잘 알기에 가장 극한 상황으로 저를 몰아가야 할 거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해서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 선택한 곳은, 두둥~ "가장 악명 높은(!)" 심산스쿨이었으니....

 

처음엔 수업 내용이야 어쨌든 간에 빡세게 굴린다니 ‘그저 쓰레기라도 장편 한번 완성해보자’에 중점을 두고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하루하루 듣다보니 그 문제만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시나리오란 장르와 그 세계에 대해 무지했고 막연했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냥 시나리오 책이나 한권 펼쳐 놓고 끼적이던 저로써는 그야말로 찬물이 확 끼얹어 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여차저차 시나리오 한 편을 시작하게 되었고, 수업이 모두 끝난 지금 부족하지만 생에 처음으로 장편 시나리오란 것을 완성해 놓았습니다. 물론 제 목표는 달성한 바입니다만, 수업에서 얻어가는 것은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배웠다면 1년 내내 붙잡고 같은 얘길 반복해서 들으면서 지지부진하게 배웠을 내용을 선생께서는 정말 핵심만 쪽쪽 뽑아 주셨기에 잠시도 한눈 팔 겨를이 없었고, 시나리오 외적인 비즈니스 적인 것에 대한 말씀들은 막연한 꿈의 나라에만 있던 저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툭툭 던져주시는 인생에 대한 화두들...............갈!!!!!

 

또한 오랜만에 학생으로 돌아간 기분, 이제 막 같은 출발선상에 서서 같이 뛰어나갈 채비를 하는 사람들 속에 속해 있다는 느낌(뒤풀이에 자주 참여하진 못 했지만)도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만약 저를 큰 시험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이라고 친다면, 이번에 들은 수업들은 마치 유출된 해답지를 받은 기분입니다. 지금 그만큼 그동안 막혀있던 무언가가 풀린 기분입니다. 물론 앞으로 있을 시험장에서 열심히 베껴쓰기 해야 하는 것은 제 몫이겠지만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선생님. 나중에 계약서 들고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ㅋ(엄화).

 

"시작이 반이면 좋겠다"

 

수년 전, 그러니까 내가 영주나 태화처럼 반짝이던 어느 날 (과연?) 나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수강 후기를 보고 있었다. 한겨레 문화센터 시나리오반. 숙제가 빡세고 늦어도 안 된다. 숙제를 못하면 아예 올 생각도 말아라. 물론 환불은 없다. 그런데 다들 좋단다. 너무 좋다는 얘기뿐이었다. 평생 잊지 못할 수업이라는 둥 난리도 아니었다. 마음이 흔들렸지만, 겁이 났다. 이 살아남은 자들의 기꺼운 함성을 그러나 나는 지를 수 없게 된다면, 성실과는 거리가 멀고 숙제 공포증이 있는 나란 인간이 이 강압적인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다면, 그래서 자괴감의 삽질로 겨우 남은 꿈마저 파묻어야 하는 날이 온다면. 두려웠다. 진짜 하고는 싶었다. 하지만 무서웠다. 원했다. 그러나 자신 없었다. 고민했다. 몇 번이나 묻고 또 되물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안할 수 있다면 끝까지 하지 말자. 마침내 그 '끝'이 와서 나도 쓴다. 수강후기. 똑같이 쓴다. 좋았다고 쓴다. 좋았다고 쓸 수 있어서 정말로 좋다. 결코 잊지 못할 수업이라고 쓴다. 진짜다. 혼자 감개가 무량하다. 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너무 두껍고 어려워 보여 탁 하고 덮어 버린 책을 수 년 만에 다시 집어 들고 보니 이런,  완전 재미있다. 선생님의 친절한 서문과 요약설명 덕분에 괜히 뭔가 좀 알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억울하다. 그때부터 읽었으면 진도 좀 나갔을 텐데. 별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읽으면 다행. 아직은 이만큼 재밌는 책을 못 봤다. 그래서 선생님 손을 잡고 첫 장을 넘긴 지금, 일단 좀 더 가보기로 한다. 모험을 떠나는 프로도처럼, 친구들도 좀 생겼다. 몇 권에 이르러서야 절대 반지를 찾게 될지, 이들 중 몇이나 그때 함께 있을지, 과연 그 속에 내가 있기는 할 것인지 지금으로선 절대 무지. 그러니 더욱 별 도리가 없다.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전방 1미터만 바라보며 일단 가보는 수밖에. 이번엔 그럼 ‘해야 한다면 끝까지 하자’를 나의 모토로..? 음, 그보단 ‘해야 한다면 즐기자’가 더 낫지 않을까. 아니... 암만 그래도 반지 원정대한테 “야, 그냥 즐겨~” 라고 말하는 건 너무 잔인하잖아...

 

그럼 이건 어떨까. 시작이 반이다. 아무리 그 말이 나 같이 게으르고 겁 많은 이들을 위한 위로일 뿐이래도 아, 진짜 시작이 반이면 좋겠다. 아무리 남은 반에 온갖 장애물이 다 기다리고 있다 해도 일단 반이라도 왔다면야. 그래, 누가 뭐라든 난 그 맘으로 가야겠다. 원래 엄마들이 그러지 않나. 인제 다 왔어, 진짜 다 왔어 하며 걷고 또 걷고. 어찌됐건 결국 도착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그게 어디든 간에(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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