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9-02-11 01:31:27 IP ADRESS: *.254.28.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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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반 21기(2008년 9월-2009년 2월) 수강후기 발췌록

 

 

"재미로 들을 수업은 아니지만 엄청 재미있다"

 

굳이 시나리오를 쓰겠다는 마음은 없었습니다. 깊이 들어갈수록 어둑하고, 끈적한 진물이 배어나오는 듯한 인간사에서 초토화된 후 겨우 정신이 들었을 때, 오래 전 끄적이기만 했던 글을 쓰고 싶어졌습니다. 어떻게 배울까 고민하다 다른 곳에서 한 강의를 들었는데 오히려 쓰기가 싫어지더군요.  그러다 심산스쿨을 발견했고, ‘재밌겠다’는 첫 감이 왔죠. 십여년전 대구에서 2개월정도 들었던 시나리오 수업에서 단편 3 편 완성해서 칭찬 비스무리하게 듣고는 만족하며 하산해 버렸던 기억도 떠오르며, ‘한 번 해볼까’ 싶더군요. 감히..!ㅋㅋ 녹록치 않았습니다...먼저 듣던 수업과 한달이 겹쳐 서울-대구를 일주일에 두 번이나 오가면서 오십견이라는 지병^^까지 얻고, 분명히 봤지만 기억 저 너머로 사라져 버린 대부분의 영화들을 부여잡으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고(십여년의 공백은 정말이지..ㅡㅡ;), 겨우겨우 숙제만 해내다가 첫 장편 시나리오도 숙제로 겨우 써서 생애 최강 혹평을ㅋㅋ듣고 첫 차 클럽에 주~욱 합류하며...파란만장한 5개월을 보냈네요...

 

이제 마치면서 재미로 들을 수업은 아니었단 생각이 들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엄청이요. 재미있는 영화나 공연을 볼 때 저는 종종 ‘아, 이게 끝나지 않고 계속되었으면..’ 하는데, 이 수업, 정말 그런 마음이었구요, 첫 마음을 잊고 내내 수동적으로 끌려갔던 자세가 무지 후회되면서 이젠 재미를 넘어서 잘 할 때까지 하고 싶어졌습니다. 물론 모든 게 심산 쌤 덕분이죠. 안보는 듯 다 보시고, 모르는 듯(? 이건 아닌듯ㅋ) 다 아시고, 모지신 듯 정 주시며 냉정한 듯 따뜻하셨던...온갖 냉혹한 말을 웃음이 툭툭 베어나오게 하시면서도 끝에 한 자리 명확히 남겨두시는 매력덩어리 심산쌤. 저희가 도저히 쌤을 떠나지 못하게 하실 심산이신게지요.^^ - 분명히 아니라고 하실테지만.ㅡㅡ;(김형).

 

"잔인하고 냉정하고 유능한 강사"

 

화요일 저녁 7시 30분.. 심산반. 늘 이 수업 수강생 명단에 제 이름을 올리고 싶었습니다. '후회는 안 할 거'라는 선배의 말을 듣고, 일을 하는 동안이었지만 꼭 수업을 듣고 싶어 제발 화요일만 비어라...화요일만...기도했었어요. 그리고, 화요일에 일이 없다는 것이 결정되는 순간, 후다닥- 등록을 했습니다. 심산 21기의 수업은...그동안 들어왔던 영화와 관련된 그 어느 수업들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학교 수업과 교과서 복습만으로 서울대에 갔다'고 했던 누군가의 말에도 이제는 동의할 수 있어요. 명강의는 바보도 생각하게 만듭니다. 머리에, 가슴에.. 확확 와 박히는 말씀(과 비수)들...'전체를 보는 눈'이 조금은 생겼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 수 있습니다...얼마나 즐겁고 두려운 느낌인지요. 안타깝게도, 화요일 저녁 시간을 일에 빼앗기면서.. 수업의 절반을 놓쳤습니다. 지각, 결석에 과제물 제출을 완수 못한 것까지...선생님과 동기분들께 정말 민폐 많이 끼쳤습니다. 무엇보다도...제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미안합니다. 조금 더 부지런할 걸. 조금 더 치열할 걸...놓치고, 버린 것이 너무 많아 후회가 절절 끓습니다. 심산 선생님의 수업은 두 번 들을 수도 없는데 말예요.

 

그래서 혹시 심산 선생님의 수업을 눈여겨 보고 계실 분들께 말씀을 드립니다. 이왕이면...모든 것을 비우고, 올인할 수 있을 때에 선생님과 만나세요. 그러면 분명 비워진 만큼 다 채우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이 수업을 들으면서 후회했던 것이 있다면 바로 그 한 가지 뿐입니다. 100% 충실하지 못했던 것. 그렇지만 비록 반토막뿐이라도 이 수업을 듣지 못했다면 지금쯤 더 많이 후회했을 거에요. 최근 백조가 되었음에도, 제겐 해야 할 일이 생겼으니까요. 스스로 다 쏟아내고 몰입할 시간들에 대한 기대감이 큽니다. 이렇게 할 자신감을 주신 분은 선생님이세요. 배 아파 낳은 시나리오...만약 그 아이가 기형이라면...산모는 얼마나 슬플까요. 그럴 때엔 심산 성형외과를 찾으면 됩니다. 어떠한 문제점이라도...건강하고, 보기 좋게 고쳐내는 길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선생님은 잔인하고 냉정하시지만, 그만큼 유능하시니까...아이의 기형을 고치고, 더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을 배운다면, 후에 능히 홀로 나아갈 수 있지 않겠어요(오니).

 

"같이 뛰어들고 싶게 만드는 선생님의 인생관"

 

우스운 고백이지만, [태양은 없다]의 속편을 쓰고 싶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작가가 누군지도 몰랐지만, 그 영화는 한량 대학생이었던 저에게 깊은 인상으로, 이건 뭔가 다른 것이라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생각했던 속편은 원작의 두 주인공이 예술의 전당 앞에서 중고 명품 악기들을 거래하며 사기치는 어이없는 얘기였죠. 물론 쓰지도 않았고 내용도 잘 기억 안 납니다만.. 쿨럭. 아무튼 그 때가 시나리오에 대해서 처음 생각해보게 된 계기였죠. 몇 년 후 서점에서 [태양은 없다]의 작가가 번역했다는 [시나리오 가이드]라는 책을 보고 얼씨구나 하며 당장 사서 보게 되었습니다. 시나리오 가이드의 역자서문에 나온 표현처럼 저의 얕은 식견에도 이 책은 단연 군계일학처럼 돋보였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작법서를 읽어도 실제의 글쓰기는 조금 다른 문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게 웬만해선 글쓰기의 시동이 걸리지 않더군요. 꽤 오랫동안 늘어지다 보니, 아무래도 그 분의 수업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시간. 이 수업은 취미반이 아닌 취업준비반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뭘 해도 늦었다는 생각이 드는 마당에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강의라는 얘기처럼 반가운 이야기가 또 있을까요. 하지만 기쁨도 잠시. 영화계의 현실과 글쓰기의 어려움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저의 꿈은 작아져 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작지만 아주 단단한 저의 꿈과 열정이 남았습니다. 혼자 깨닫기 위해 몇 년을 허비해야 할 지도 모르는 일을 선생님이 단 몇 주 만에 해주신 것이죠. 이제 운전법과 목적지를 알았으니 속도를 내보겠습니다. 그곳까지 가는 길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겠죠. 우리편도 있고, 나쁜놈도 있을 거에요. 오르막이나 내리막도 있을 거구요. 차가 고장이 나면 어쩔 수 없이 쉬어야 할지도 모르죠. 괜찮습니다. 제 머리에 저장된 심산반의 수업과, 필기 노트, 그리고 훌륭한 작법서들이 있으니까요. 고급 네비게이터를 얻은 기분이죠. 하하.

 

그 분에게 배운 것을 두 가지로 추려보면, ‘그분처럼 생각하기’와 ‘놀자’ 입니다. 구상을 하다가 정리를 해 놓고 보면 그 분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두 사람이 싸웠어. 그래서 뭐 어떡하라구?’ 캐릭터를 만들다보면 ‘얘는 무슨 유인원이지?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대사를 쓰다 보면 ‘넌 니가 쓴 게 재밌다고 혼자 킥킥 웃었지?’. 그렇게 피 터지게 배운 방법들은 저의 온 몸에 흉터로 남아 그 분의 방법론을 기억하게 해 줍니다.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 자랑스럽게 이 흉터를 내 보이며 멋진 인생을 회상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그리고 그 분의 심오한 취미들은 또 다른 세계였습니다. 같이 뛰어들고 싶게 만드는 선생님의 인생관은 작은 방안에만 갇혀있던 저의 세계관을 우주적으로 확장시킬 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주머니에 돈만 있었다면 당장 몸을 던질 계기들이 여러 번 있었지만, 다음으로 미룰 수 밖에 없었던 게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글쓰기에 더 큰 추진력을 주는 것이겠죠. 좋은 인연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프로페셔널리즘, 전문성, 성실함 모두 감사합니다. (현세에서) 나도 그처럼 되고 싶다!(이준)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강의"

 

간절하게 만들었던 졸업 작품이 작은 성과가 있었다. 내가 재능이 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완전히 헛된 환상과 다음엔 뭘 보여주지 하는 쓸데없는 부담감이 생겼다. 먹고 살려고 너무나 재미없고 무의미한 회사를 다니면서, 정작 행동은 하지 않고 거기에 익숙해져버렸다는 걸 깨달으니 무서웠다. 뭐라도 계기를 줘야겠다 싶었고, 때마침 들어온 상금으로 심산스쿨에 등록을 할 수 있었다. 첫 시간에 급후회가 밀려왔다. 한 두 작품을 써놓고 왔어야 하는 건데.. 내 생활을 지키면서 해낼 자신이 없었다. 다음 기수로 미룰까도 생각했지만 일단 밀어붙여보자 생각했다. 결과는.. 결국 난 내 시나리오를 내지 못하는 불량학생이 되고 말았다. 중간에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애를 썼지만 맘에 드는 플롯이 나오질 않자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자꾸만 사람들과의 약속,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한숨이 늘어갔다. 리뷰도 시간에 쫓겨 겨우 냈고, 회사 야근이다 뭐다 해서 수업도 많이 빠졌다.

 

이제야 깨닫는다. (사실 알고있었지만 애써 피하다가 다시 직면했다) 나에겐 재능이 없구나. 내가 시나리오를 써내려면 내 생활 포기하고 그걸 일순위로 해야 하는구나. 회사에선 꼬박 일하고 집에선 가장노릇 한답시고 이래저래 하다가는 아무것도 못 하는 거구나. 이렇게 살다가 그냥 나이 좀 먹어가다가 회사에서 잘리고 안 그래도 쉽지 않은 인생 더 힘들어지는 거구나...(한 기수 미뤘으면 이걸 6개월 뒤에 깨달았을 거 아냐.. 큰일 날 뻔했다..) 정신이 번쩍 든다. 졸업 작품은 벼랑 끝에서 만들었던 것이었다. 09년도도 나에겐 벼랑 같은 해가 될 것이다. 결과물의 질을 떠나 간절한 심정으로 써내야만 한다. 물론 내가 기적적으로 비교적 좋은 시나리오를 써낸다고 해서 내 인생이 바뀐다거나 바로 입봉을 한다거나 그런 일은 없겠지만, 선생님이 마지막에 얘기하셨던 ‘자기 성취감’...그걸 꼭 느껴보고 싶다(채기).

 

"시나리오 쓰는 일은 나를 두근거리게 한다"

 

졸업을 앞두고 이것저것 드는 생각이 많았다. 영화를 하면서 잘 버틸 수 있을까? 욕심은 아닐까? 시집은 또 갈 수 있을까? 동기들, 후배들이랑 술 먹으면서 하게 되는 매일 매일의 같은 패턴들의 고민에 실증 날 때 쯤 에 문득 ‘너는 푸념을 내 뱉을 만큼 열심히 살고 있냐?“ 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쑥스럽지만, 나는 막연히 나에게 글 쓰는 재주가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시나리오 작가로 살기로 다짐도 했고...근데 심산스쿨에 등록해 보니, 나보다 더 잘 쓰는 사람들이 사방에 널려서 놀랐고, 그 사람들의 노력에 또 한번 놀랐다. 그래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게 되었고, 정말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다짐하게 되었다. 나와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리뷰시간도 즐거웠고, 수업 끝나고 먹던 술자리도 즐거웠다. 심산스쿨을 다닌 5개월은 역시 시나리오 쓰는 일은 나를 두근거리게 한다는 걸 알게 했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다짐하게 한 시간이다. 샘~앞으로 쓰게 될 시나리오는 저기 수원이 아닌, 충무로에 가까이 갈수 있는 시나리오가 되도록 무지 노력하겠습니다. 전에 수업시간에 주신 <혼자놀기> 책 열심히 보고 혼자 놀면서 집중해서 아홉수가 오기 전에 좋은 작품 많이많이 써놓겠습니다(류희).

 

"어느 소설가 지망생의 수강 후기"

 

심산스쿨 선배인 누나가 어느날 심산스쿨을 등록해 주었습니다. 작년 부터 만화콘티 일을 하다가 소설 분야로의 진출을 생각하던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하였습니다. 일반강의식인 줄로만 알았는데 시나리오를 쓰고 발표하여야 한다고 하여서 내가 잘 못 왔구나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첫날 강의를 듣고 탈퇴를 할까했지만 배울 것이 많다는 누나의 말에 다니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지각과 결석을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몇 분 남은 시간에 멀리 떨어진 정류장에서부터  숨이 목까지 차도록 뛰어서 몇 걸음만에 지각을 면 한적도 있습니다. 물론 지각하면 내야하는 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나리오를 쓰겠다는 생각이 없는 저에게 선생님의 강의와 시나리오책의 내용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꾸준히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친하게 대해주었던 동기 분들과 선생님의 재미있는 강의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모든 강의를 듣고 나니 강의를 듣기 전과 지금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배울수록 시나리오가 소설보다 쓰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어려운 것을 알면 쉬운것은 무리없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소설을 쓰거나 만화를 만들 때 몇 달 간 들은 강의가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김준).

 

"영화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가질 것인가"

 

사직서를 내고 다시 학생이 되었을 때, 곧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란 사실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설레임이었다. 그러나 학교 생활은, 수업이나 동기들과의 작업, 혹은 시나리오를 쓰는 일보다 알바를 하는 일이 더 급했던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3학년 1학기까지 다녔고, 1년간 휴학을 하면서 또 알바를 했고, 다시 복학했을 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면서 주객이 전도되는 순간들이 자꾸 쌓이면서 나는 조금씩 내가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 하는 생각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그때 심산 샘의 수업을 듣게 되었다. 장편 시나리오를 써야겠다는 다짐은 이룰 수 있었지만, 수업을 듣기 전보다 듣고 난 지금 훨씬 더 많은 생각들이 든다. 심산 샘이 해주신 말씀들이 나를 얼마나 성장시켰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현재의 내 위치가 어디인가에 대해서는 알게 되었다. 대학 4학년 때, 처음으로 불확실성이 얼마나 큰 두려움일 수 있는지 깨달았다. 서른이 된 지금, 나는 좀 더 여유로워졌고, 좀 더 당당해졌다고 생각했으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의 크기는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에도 불구하고 심 샘의 수업을 듣고 나서, 나는 내가 영화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갖고 있고, 또 가지고 싶고, 또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것 같다.

 

영화가 좋다.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앞으로 몇 편의 시나리오를 더 쓰게 될지 모르지만, 또 그 시나리오가 다른 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는 이야기가 될지 모르지만, 쉽게 타협하거나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심 샘은 자꾸만 다른 길을 찾으라고 권하시지만, ^^;; 노트북을 켜고 앉으면 지금도 가슴이 뛰는 소리가 들린다. 오기나 만용이 아니라, 진심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정영).

 

"내 작가 인생의 의미 있는 플롯포인트"

 

이 강좌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언제 듣느냐가 문제였다. 시나리오 완고 두 편 쯤은 들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6년이 흘렀다. 만족스러운 시나리오 한 편 완성하지 못한 채였으나, 한 제작사가 나와 내 트리트먼트를 고용했다. 이곳의 강좌가 떠올랐다. 돈 받고 시나리오 쓰는 놈이 지망생들이나 듣는 강좌를 수강한다구? 데뷔도 하지 못한 작가가 모두가 인정하는 프로작가에게 배운다는 것이 뭐가 이상하지? 피칭을 했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충격이었다. 시나리오는 방향을 잡지 못한 상태였고, 피칭은 완전 엉망이었다. 나는 프로가 아니었다. 그저 지망생이었다.

 

아프고도 행복한 깨달음을 얻어가던 어느날, 나의 프로젝트는 엎어졌다. 누군가를 향한 분노와 나 자신을 향한 분노로 괴로웠다. 무슨 일이든 해야했다. 날라리 초고 한 편을 서둘러 완성해 제출했다. 혹평이 쏟아졌다. 민폐였다. 차라리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시 나아가면 그만이니까. 5개월간의 강좌가 이제 모두 끝났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조금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 글을 쓰는 내 삶에 있어, 심산반 21기는 의미있는 플롯포인트였다. 강력한 장애물과 갖가지 갈등은 여전히 내 앞을 가로막을 것이다. 그래도 계속 전진할 것이다. 그것이 단 하나의 플롯이다. 만족스러운 엔딩을 향해 이야기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양진).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주가 지나 난 2학년에서 3학년이 되었다. 연극과와 방송작가협회를 거쳤지만 나에게 글에 대한 지식과 작품에 대한 작가의 열정과 따뜻한 마음을 가르쳐주는 곳은 없었다. 심산선생님의 모습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항상 강조한 것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라.’ 어쩌면 세상의 정답은 단순한 곳에 있는지 모른다. 시간을 분배하면서 열심히 하루하루 거르지 않아야만 시나리오 작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 좋은 시나리오작가가 되고 싶다.ㅎㅎㅎ(이훈).

 

"Thanks God I Found You!"

 

살면서 스승의 날에 찾아갈 수 있는 마음의 스승이 있는 사람들이 항상 부러웠다. 졸업하면서 선생님이라고 부를 사람은 앞으로 없겠구나-라는 생각했다. 하지만 내게도 '선생님'이 생겼다! 심산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내 청춘이 데쳐진 듯 꿈틀거렸고, 재미있는 표현과 영화 피칭은 즐겁고 즐겁고 즐거웠다. 시나리오 리뷰에 담긴 독설은 고통을 동반한 쾌락을 느끼게 해주었고, 점점 심산쌤에게 중독될 수 밖에 없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정작 숙제도 잘 안하고 리뷰도 잘 못하고 시간할애도 못한 게으르뱅이지만, 지금의 나의 실력은 믿지 않지만, 나의 가능성은 믿기로 했으므로, 심산쌤과 함께 했던 그 소중했던 시간들은 절대 헛되이 보내지 않으리라!(이아)

 

"2008년에 내가 가장 잘한 일"

 

내가 2008년에 가장 잘한 일은 심산반을 들었다는 것이다. 사람이 무능하다는 것은 몹시도 피곤한 일이다. 시나리오를 봐도 뭐가 문젠지...그리고,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데...언놈 말이 맞는지...참. 도대체 영화시나리오 쓰는 사람들이 왜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는 못쓰는것인지? 너무 답답해서 수업을 들었다. 답은 아직 완전히 찾지 못했다. 하지만,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나름 결론은 연출의 차이다. 표현의 한계를 알지 못해서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그 세계에 감정이입이 되기까지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실사 시나리오 작가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냥 실사에서는 명배우의 눈빛연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애니메이션은 좀 더 많은 시간을 배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김덕).

 

"심청이 아버지가 개안한 느낌이 이런 거 아니었을까?"

 

제가 어쩌다가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마음 먹게 됐는지는 구구절절하고 재미없는 스토리구요, 사실 별로 오래된 꿈도 아니예요. 2008년 4월에 결심! "드라마 작가가 될테야!" 라고...그리고 나서 보니 방송사에서 단막극 공모를 하더군요. 거기에 일단 내보자는 것이 일단계 목표, 그런데, 뭘 대체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더라구요...그래서 학교 도서관 홈페이지 검색창에 "시나리오"를 검색해 훑어보니,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란 책이 있었고, 그 책을 봤고, 그 책에서 시킨 방법론에 최대한 맞추려 애쓰며 글을 쓰니, 이래저래 70분짜리 단막극 시나리오 한 편이 어쨌든 완성되긴 하더라구요. 태어나서 처음 써 본 시나리오! 뭐 그냥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참가에 의의를 둔 공모전에서, 이럴수가, 2단계까지 통과를 하고 만거죠...제가 되려 놀랐다는...나 참. 그래서 좀...황당하더라구요. 시킨대로 하니까 되네? 이런 맘? 이걸 쓴 분을 직접 뵙고 제 시나리오도 좀 질근질근 씹히면 되게 쾌감있을 거 같다(뭐냐 변태...ㅋ) 이런 생각...여기까지가 제가 <심산스쿨 21기>가 된, 재미없는 속사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뭐 결국, 제가 원하던대로 저는 열 너댓분의 학우분들 앞에서, 제 쓰레기 시나리오를 읽으랍시고 고문시켜놓은 후, 그 대가를 철저히 받았죠. 소원대로 질근질근 씹혔으므로...ㅋㅋ 저는 시나리오를 네 번째로 냈는데요. 제 앞 세 분이 리뷰 받는 걸 보고 정말 아찔아찔 하더군요. 사실 당사자가 아닌 입장에서 떨어져 바라보면서, 저렇게 잔혹하게 씹히는 게 대체 무슨 도움이 될까...하기도 했고, 심산쌤 뿐 아니라 같은 학우분들이 이런 말 저런 말 하는 것도 좀 잔인하다 싶기도 했고...그랬어요. 아니 그런데!!! 이럴수가!! 막상 제가 그 입장이 돼 리뷰를 받아보니, 아 이건 정말 너무 너무 너무 고마운 경험인겁니다. 일단 시간을 내서 제 시나리오를 읽어주신 언니 오빠들의 노고, 게다가 칼로리를 소비해가며 직접 그 시나리오에 한 마디씩 던져주시니 이렇게 고마울 데가 어딨습니까. 사실 모든 분들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다 기억하지도 못했고, 전부 기억할 필요도 없긴 했지만, 한 번씩 한 번씩 날아오는 정타에 뻑뻑 쓰러지고 일어나면 "아아...그런거구나." 하는 맘이 새록새록, 이마에 땀은 송글송글, 멋쩍은 웃음만 삐질삐질...헤헤.

 

그리고 무엇보다 심산쌤!!! 특유의 시니컬한 말투로 "그럼 왜 썼어?" 이런 말씀만 하시는 줄 알았더니...막상 제가 그 입장이 되자, 그런 말씀 하나 하나가 재산이 되는 거더라구요. 그 때도 말씀드렸지만, 정말 심청이 아버지가 개안한 느낌이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은...시나리오를 어떻게 고쳐야할지가 보이는 기분. 내 부족함이 어딘지 시원하게 알겠는 기분, 그냥 몸 전체가 근질근질했지 정확히 어디가 가려운 부위인지 몰랐는데 그 가려운 부위를 정확히 찾아 벅벅 긁고 있는 그런 기분이랄까...아, 그랬어요. 정말 좋았어요. 정말 정말 정말...!!!

 

또...역시 심산반의 치명적인 매력은 심산쌤 그 자체! 제 휴대폰에는 심산쌤을 "섹시한심산쌤"이라고 저장해뒀답니다. 헤헤헤헤헤. 쌤은 정말 섹시하세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섹시함이 줄줄 흐르던 쌤~! 으으으. 뵙고 싶어서 어떡해요. ㅠㅠ 와인반 오픈행사도 가고 제주도도 가고 다 갈래요 ㅠㅠ 쌤 벌써 보고 싶어요 으흥으흥으흥 ㅠㅠ 흐흐. 선생님께 "진주 넌 재능도 있고 글도 잘 쓰니까 꼭 될거야, 내세에는." 이란 말을 듣고 배를 잡고 쓰러졌던 기억이 나는군요. 헤헤. 전 확실히 재능 부족인데다,잘 쓰는 건 명백히 아니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양과 속도, 그리고 베껴쓰기를 열심히 해서 내세가 아니라 이 생애가 끝나기 전에는 뭔가를 이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장기전을 대비해 돈도 벌구요...ㅋㅋ(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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