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7-03-03 16:50:41 IP ADRESS: *.235.17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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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반 17기(2006년 10월-2007년 2월) 수강후기 발췌록

 

“두려움과 설레임 그리고 성취감”

 

분명 엄청 쎈 사람들이 와서 나같이 여린 애는 상처받기 쉽다며 만류하던 누군가의 말이 떠올라서 선생님이 종이 한 장 나눠주며 이리저리 강한 말씀을 주시는데... 뒷풀이를 가면서 나는 환불해야겠다.. 했답니다. ㅋㅋ 다음날,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환불하자니 자존심이 상해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두 가지 목표를 잡았어요. 하나는 꼭! 수업이 끝나기 전에 시나리오 하나를 끝낼 것! 또 하나,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위해 최선을 다 할 것!

 

그리고, 한주 한주 지나가는 화요일들이 설레이기 시작했지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기분처럼...가슴이 떨리고, 자꾸 웃음이 나고...한 발, 한 발 발걸음에 자꾸자꾸 웃음이 채여서 말이죠~시간이 갈 록 열기를 더해가는 선생님의 강의 속에 고개를 끄덕끄덕!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사실 아직 익숙하지 못한 스토리 텔링의 기법들과 그 수많은 고전들..그 안에서 펼쳐진 선생님의 화려한 연기력! 눈과 귀가 즐겁고 머리는 아프지만 설레이는 그 시간들이 정말 소중하답니다.(정말 선생님께서는 연기로! 음란서생만으로는 너무 아깝답니다!! +_+乃)

 

막상 시나리오를 쓰는데는.. 얼마나 많은 좌절을 했던지...그래도 저에게는 소중한 첫 시나리오를 완성했잖아요! 베껴쓰기 숙제를 말씀하시면서 선생님께서 "이게 니들 처음이자 마지막 시나리오가 될 거야" 하시는데.. 정말 마음이 무거웠음은 두말하면 잔소리였구요.. 호호호..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부끄럽지만 최선을 다했던 제가 대견스럽기만 합니다. 하하하!(조정).

 

“정말 후회 없는 선택”

 

사실 이 수업이 개강하기 바로 전날까지 전 끊임없는 갈등을 했었어요. 과연 시나리오라는 게 강의를 듣는다고 도움이 될까 싶은 마음도 있었고, 그래도 듣겠다고 마음을 결정했을 땐 어느 선생님의 강의를 들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갈등, 그리고 강의가 시작되고 나서는 어느 조에 들어가 어떤 사람들과 20주 동안 함께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까지 참 많은 생각들이 있었죠. 무엇보다 동기들의 분위기가 정말 중요하다는 심산스쿨 선배님들의 얘기를 미리 들었었기에, 첫날부터 은근히 동기님들을 눈 여겨 보기도 했었답니다. 20주를 마친 지금은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심산’선생님의 강의 중에서도 ‘17기’와 함께 했었다는 게 정말 큰 행운이고 인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0주 동안 저에겐 단 3종류의 시간만이 존재했던 것 같아요. 수업시간, 수업 외 시간, 음주시간^^ 수업시간엔 선생님의 체계적인 강의에 더해진 명연기로 인해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고, 수업시간 외에는 함께 마음을 터놓고 작품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동기님들이 있어서 행복했고, 음주시간엔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친구가 될 수 있어 의미 있었답니다. 무엇보다 ‘상업적’인 시나리오에 대한 개념을 잡아주신 선생님께 감사하구요, 살아가면서 힘이 될 행복한 추억을 함께 나누었던 동기분들 사랑합니다!(이영).

 

“책에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것들”

 

영화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때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였습니다. 아직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구요. 우리나라에서 감독을 하기 위해서는 시나리오는 필수처럼 들리게 되고 저 역시, 그 이유에서 시나리오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시나리오 가이드를 처음 읽었던 때는 20살 겨울 그리고 군대를 다녀와서 다시 한번 읽고, 수업을 듣기 전에 또 다시 읽었습니다.

수업을 들으면서 전 깨달았습니다. 단지 글자를 읽었다는 사실을...심산 선생님의 에너지와 함께하는 재미있는 말솜씨는 수업에 대단한 흥미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그 글들이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보였습니다. 좌절스러운게 있다면 적용시키가 참으로 어렵다는거^:^:ㅋ

 

가장 제게 좋았던 것은 영화를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는 점과 나름 영화를 많이 봤다고 생각했지만 봐야할 영화가 이렇게 많다는 거 그리고 다행인 것은 수업시간에 말씀해 주셨던 영화를 대부분 찾아서 보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계속해서 전진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제 맘속 한 구석에는 언제나 심산 스쿨 17기가 함께 있을 것 같네요(문규).

 

“이곳에서 시나리오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은 행운이다”

 

98년도에 시나리오 강의를 처음 들은걸 시작해서 드라마 작가교육원에서 기초반, 연수반을 마치고 선생님들도 다들 쟁쟁하고 좋은 선생님들만 만나서 작법은.. 지겹도록 반복해서 들었다. 이제와 고백하건데.. 난 심산 선생님의 동영상 수업 강의도 미리 들었었다. 근데....“너 이래도 글 쓸꺼야? 넌 소질도 없고 글 써도 돈도 못 벌고 니 글은 후졌고 심지어 -30점인데도 글 쓸꺼야? 넌 왜 도대체 무슨 글을 왜 쓰고 싶은 거니?”... 40명의 동기들 앞에서 선생님의 리뷰를 들으면서 여지껏 아무도 나에게 해주지 않았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선생님의 말씀에 완전 충격 먹고 내가 글 쓰는 사람으로 살길 꿈꿨던 중학교 때로 되돌아가 차근차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심산스쿨에서 자신의 첫 시나리오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은 행운아이다. 남들이 몇 년 걸려 다시 돌아온 걸 처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다른 곳에서 낸 첫작품들에 비해..  동기들이 낸 작품 컬리티도.. 정말 놀랐다. 난.. 18기도 계속 듣기로 했다. 베껴쓰기, 동기들의 리뷰. 작품내기를 더 열심히 해볼 생각이고 선생님의 '넌 아메바야, 니글은 쓰레기야.' 이 소리를 4개월 더 들으면 정말 정신 차리고 열심히 쓸 거 같다(김연).

 

“현실을 직시하는 유머와 냉정함”

 

개근상은 받아본 적도 없는 내가 한 번도 수업에 빠지지 않았으니...‘명강의’라기 보단, ‘명연기’라고 불러야 좋을 수업이었다. 무수히 많은 영화의 장면들이 샘의 연기에 의해 재탄생했다. (대개는 코믹버전으로- ) 그렇게 열연을 펼친 후, 샘은 친절한 얼굴로 관객들의 가슴에 비수를 날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웬만하면, 시나리오 쓰지 마!’ 샘은 넘치는 유머로 우리를 웃게 하셨지만, 그 유머 속엔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냉정함이 있었다.

 

종강을 하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샘이 던진 질문들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너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 그 행복을 얻기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과 잘 하는 일이 다르다는 것쯤은 이제 충분히 알고 있겠지?“ 이제 앞으로 돌아올 화요일 저녁의 헛헛함을 그 질문에 천, 천, 히 답하는 것으로 채우려 한다(한숙).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알려준 시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이 걷는 길이 어디쯤인지 되돌아 보게 된다. 그 길이 맞는 길인지, 걷고 싶었던 길인지, 잘못 들어선 것은 아닌지 고민되는 시간. 시나리오의 시자도 모르고 2005년까지 살았고, 대학 시절 우연히 들었던 시나리오작법 수업 이후로 마치 25년 간 감옥에 갇혀 있던 오대수마냥 10년 치 만큼을 더 갈망했고, 그리고 10년 치 만큼을 더 무지했다.

갈 길 몰라 몇 번이고 두리번거리기만 할 뿐 나아가질 못했던 나에게 심산스쿨은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어떻게 가면 맞는 방향이고, 어떤 버스를 타야 하고, 그 도착지에는 무엇이 있는지까지. 이제 그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이제 나의 몫이다. 여기가 어디쯤인지, 그리고 내가 가야할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곳에서 보낸 20주가 내 삶에 큰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사람마저도 이해하기 쉽도록 길을 설명해주신 심산 선생님 감사합니다(김태).

 

“시나리오작가들을 위한 이정표”

 

처음 이 시나리오반에 들어왔는데, 샘이 나눠주신 강의 계획안에 '취미반이 아니라 취업준비반이다'라는 말에 뜨끔 했었어요. 시나리오 쓰면서 주구장창 헤맸지만, 그나마 심샘이 가이드하면서 손수 여기저기 이정표를 박아주신 덕에 다음에 시나리오 쓸 때에는 덜 헤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특히 마지막 시간에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뭘 해야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노력'해라," 는 샘 말씀에 정말 많이 공감이 갔어요. 수업내용 못지않게, 이 수업을 통해 만난 '동료'들, '친구'들 덕분에 앞으로 작업하면서 마음이 많이 든든할 듯 합니다. 사실 심산스쿨 최대의 강점은 수업 못지않게 '시나리오'를 씨줄삼아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날줄로 엮이며 든든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간다는 점인 듯 합니다(인).

 

“실제의 영화를 보는 것보다 재미 있다”

 

수업은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수업은 어느 순간 살짝 지루함이 이어지며 시계를 보게 되는데 심샘의 수업은 시계를 찾은 일이 거의 없었다. 2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않 수 없을 정도로 매주 ‘후딱’ 지나버렸다. 심지어 어떤 영화는 실제 영화를 보는 것 보다 선생님으로부터 듣는 것이 더 재미있는 경우도 많다. 또한 심샘의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감동받았다(한란).

 

“매주 대구에서 서울까지 오가며 들은 수업”

 

가난은 내게 가르쳤다. 대가를 치러야 얻을 수 있는 게 있단다. 나는 있는 돈 없는 돈 죄 긁어모아 수강료를 만들었고 심산스쿨에 등록을 했다. 그리고 매주 화요일 무궁화호 열차에 올랐다. 4시간 꼬박 앉아 있다 서울역에 내려서면 다리가 후들거렸다. 발이 땅에 닿는다는 감각도 없이, 신촌에 도착해 꾸역꾸역 계단을 올랐다. 물론 고생스럽긴 했지만 지난날들의 고통에 비하면 이 정도는 새발의 피도 안 된다. 지독한 과거는 이미 흘러가버렸기에 너무 다행이라던 누군가의 말처럼, 나도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견디기 훨씬 낫고 또 미래는 더 나을지도 모른다. 힘들다고 엄살 부리지 말라고 내가 나를 야단치며 그렇게, 20주를, 걸어왔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란 인간은 정말 봐줄 수 없을 만큼 멍청하잖아! 내가 4년 동안 고생고생 알아낸 걸 20주 동안에 심산, 이란 분이 죄 다 풀어놓는 거였다. 뭐 이런 것도 있는데 별거는 아니고, 하듯이. 사실, 난 정말 좋은 건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는다. 나만 알고 나만 써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말 좋은 건 공유하기 싫은 거니까. 그런데 이미 모두가 공유하는 그저 그런 거였다. 젠장. 누구나 다 아는 권법으론 도저히 이길 수가 없잖아.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그래, 우선은 방전된 밧데리나 충전하고 보자. ^^(최지).

 

“거침 없는 선생님과 허물 없는 동기들”

 

무엇보다 수업을 들으면서 평소 상업 영화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나의 생각들은 상당부분 편견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한 편의 시나리오가 쓰여지기 위해, 거대한 창작의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수업 후반부, 내 글을 쓰고 또 고치면서 한 동안 머리에 계속 쥐가 나 있던 경험을 난 잊을 수 없다. 새벽마다 환자처럼 모니터 앞에 앉아 밤을 새우고, 아침 해를 봐야 잠 들던 시간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느 순간에는 <빌리 엘리어트>의 구절처럼 감전된 느낌이 지나가기도 했다. 결국, 거침없는 선생님과 그만큼 거침없이 어울리고 얘기 나눴던 동기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심산선생님, 지난 20주, 감사합니다(서라).

 

“섹시하고 화끈했던 20주의 강의”

 

군더더기 없는, 참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섹시한 강의. 얼굴이 화끈거리고, 맥박수가 빨라지고, 침이 꼴깍 넘어가게 했던 20주....심산쌤이 스트립쇼를 했냐고?? ^^ 아니다! 쌤님은 잘빠진 시나리오들을 발가벗기고 우리를 놀린다.“너희들도 벗어봐~” 막상 벗으려하니 보여줄 용기도, 알맹이도 없음을 알게 했다.그러나 그 날부터 언젠가는 뻑가는 S라인을 만들겠다는 굳은 목표를 갖게 했다.

 

낡은 패러다임에서 허우적대던 내게 구멍 난 튜브하나를 던져 준 강의. “튜브에 바람이 다 빠지기 전에 얼른 섬에 도착해서 잘 살길 바란다.” 하고 얄밉게 돌아 서는 심산쌤. 그래서 정말 살기 위해 한손으로 구멍을 막고, 한손으로 노를 저으며 발장구를 쳐댔다. 물론 섬은 아직 멀리 있다. 하지만 ‘그래 살아서 보자!!’ 하는 오기를 품게 한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심산쌤의 독특한 패러독스를 떠올리며 고지를 향할 것이다(박영).

 

“옛날 옛적 노고산의 이상한 도사께서는...” ^^      

 

옛날 옛적 신촌리 마포골 노고산에 기거하는 심산 도사님께서는 20주 동안 그 영험한 기운을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시고, 하산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젠 너희들에게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으니, 각자 세상에 나아가......’였으면 얼마나 좋으랴마는...‘이그 너희들 정말 한숨이 나온다. 진짜로 시나리오 쓰고 싶냐? 대체 늬들은 잘하는 게 뭐냐? 걱정이다 걱정이야.... bla bla bla... (이하 생략)’

 

정말 그렇습니다. 선생님의 품을 떠나 각자 갈 길을 가는 우리들은 정말로 선생님의 예언처럼 딱 넷 중 하나가 될 것임이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 인기작가가 되거나,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알콜중독자가 되거나, 노숙자가 되거나...암울합니다....  암울하지만, 그래서 더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우리가 하고자하는 바가 ‘성취하기에 매우 어렵지만 결코 불가능하지 않은 일’ 이라야 더욱 재미있어 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선생님께서 그나마 첫걸음마를 떼어주셨고 맛난 이유식도 떠먹여 주셨으니, 적당히 하다  그만두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른 분들은 몰라도 적어도 저는 80만원 내고 800만원어치 훔쳐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시나리오를 안냈으므로 1000만원은 못넘김...)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위의 넷 중 어느 것이든 하나가 되고나면, 그때 다시금 선생님을 찾아뵐 생각입니다(지훈).

 

“당신이 심산 스쿨에서 보내게 될 다섯 달”

 

1. 첫째 달: 잠시 취미로 시나리오 강의를 듣는 분이 아니라면 앞으로 5달 동안은 계속 알바를 하면서 다니지 말고 첫째 달에 몰아서 돈을 좀 바짝 모아놓은 다음, 심산 스쿨의 프로그램에만 몰두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심산 스쿨에 다니게 되면 장편 시나리오를 적어도 한편은 쓰고 나가야겠다는 야심을 품게 되고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소하게 돈 쓸 일도 생깁니다(결코 돈을 많이 쓸 일은 없습니다.) 심 선생님의 강의를 듣다보면 사고 싶은 DVD, 책들도 많아지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술자리도 많이 갖게 되고 더 마음이 맞는다면 함께 엠티나 여행도 계획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 동안 모아놓은 돈이 많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첫째 달에 돈을 좀 모아놓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달에는 3주째 되는 시간에 시놉시스를 한편 써서 내게 되는데 어떤 스토리를 써서 낼 것인지 1주째부터 많이 고민해서 꼭 피칭까지 해보시길 권합니다. 피칭은 쉽게 말해서 수강생들 앞에 나가서 자신이 앞으로 쓸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3-4분 동안 떠들어보는 시간입니다. 심산 스쿨에서 진행되는 모든 프로그램에 꼭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행복한 추억 많이 만드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 둘째 달: 심산스쿨 둘째 달의 가장 큰 일정은 베껴 쓰기인데요, 베껴 쓰기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한편 정해서 그것을 보면서 거꾸로 시나리오의 형태로 써보는 재미있는 작업입니다. 심산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베껴 쓰기가 재미없는 사람은 작가가 될 자질이 없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미리 베껴 쓰기를 한번 해보시고 도저히 못하겠으면 심산 스쿨에 등록하지 않는 것도 현명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3. 셋째 달: 셋째 달엔 충무로 상업 영화 시나리오 한편을 함께 통독하고 시나리오와 영화를 비교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우리 17기는 정지우 감독-각본의 ‘해피엔드‘를 공부했는데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수업과 별도로 셋째 달엔 넷째 달 첫째 주 제출을 목표로 장편 시나리오를 써보시길 권합니다. 결국 시나리오를 쓰고 싶어서 여기 들어오신 것이지 않습니까?

 

4. 넷째 달: 그렇게 시나리오 초고를 한편 써서 넷째 달 첫째 주에 제출하셨다면 동기들의 날카로운 리뷰와 심산 선생님의 냉정한 평가를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심산 선생님의 평가에 상처받으실 필요는 전혀 없다고 미리 얘기하고 싶습니다. 심 선생님 말씀의 표층의미와 심층의미를 잘 파악해서 현명하게 필요한 것을 받아들인 다음, 넷째 달에도 멈추지 말고 초고를 수정하는데 전력을 쏟으셨으면 합니다.

 

5. 다섯 째: 마지막 달 마지막 달입니다. 마지막 달에는 전공영화를 교재 '시나리오 가이드'에 나와있는 기준으로 다시 분석해봅니다. 이쯤 되면 커플들도 많이 생깁니다. 우리 17기에는 공식적으로 두 커플이 생겼습니다. (비공식은 모름) 아쉬움 속에서 첫 달의 의욕이 뭔가 흐지부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판 뒷심을 발휘해서 초고를 계속 수정해서 둘째 주 쯤에 다시 시나리오를 제출하길 권합니다. 저는 초고만 내 보고, 수정해서 다시 제출하지는 못했는데 지금은 매우 후회가 됩니다. 2고까지 제출해서 리뷰를 받았다면 다섯 달을 정말 알차게 보내신 겁니다(최성).

 

“심산반 워크숍을 추천할 수 없는 이유”

 

그는 지독한 새디스트적인 악취미를 갖고 있다. 틈만 나면 수강생들을 괴롭힌다. 매주마다 내주는 숙제를 포함해서 뭘 그렇게 하라고 요구하는 게 많은지...수강생들이 편한 꼴을 못 본다. 수강생들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며 낄낄낄 웃으며 즐긴다.

 

그는 또 틈만 나면 시나리오 쓰기를 포기하라고 종용한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6개월에서 1년 정도만 열심히 공부하면 공모에도 당선되고 영화관에서 자신의 이름이 크레딧으로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갖고 오는데, 그것을 첫날부터 여지없이 깨트려버린다. 그는 첫걸음마를 떼려면 적어도 평균 7년은 걸릴 것이라고 좌절감부터 안겨준다.

 

그가 시나리오를 평가하는 기준도 참 매정하다. 빵점은 양반이고, 마이너스 몇점이라니....아마도 대부분의 수강생은 살면서 그런 수모를 당해보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도 그는 아주 천연덕스럽게 그런 짓을 한다. 그리고는 끝나는 날 마지막 수업에서 인생은 소중한 것이니 행복하게 살라고 덕담 아닌 덕담을 한다.

 

그에게 20주 동안의 수업을 듣고나면 남는건 좌절과 오기만 남는다. 좌절을 심하게 느낀 사람은 시나리오를 포기할 것이고, 오기가 생긴 사람은 악착같이 시나리오를 쓸 것이다. 그가 노린 지점이 아마 이것이 아니었을까? 그는 우리의 미래가 장미빛 인생이 아니고 가시밭길의 연속이라고 예언해 준다. 그는 시나리오에 관한한 지독한 현실주의자이고, 회의주의자이다. 그는 첫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에겐 정말 어울리지 않는 사부다. 그는 이런 역설적인 방식을 통해 영화란 이런 것이고, 작가란 이런 것이라고 알려준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들을 살살 꼬드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할래?  그러면 열에 아홉명은 넘어간다.

 

그는 고수다. 아니 타짜다. 아니 지독한 사기꾼이다. 그러나 그는 절대 거짓말도 속임수도 쓰지 않는다. 다만 꼬드기기만 할뿐...그는 사람의 심리를 정확하게 읽고 그 빈틈을 사정없이 파고든다. 그는 이미 20주 동안 스포이드로 우리들 마음속에 한 방울 한 방울의 마약을 뿌려 놓았다. 그가 뿌린 마약의 효과는 5년 후, 10년 후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그것을 잘 알기에 18기, 19기, 20기의 수업도 지속적으로 할 것이고, 또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수업을 할 것이다.

 

그와 함께 한 수업은 단지 시나리오만 배운 것이 아닌 영화와 작가, 그리고 인생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수업이다. 그 누군가가 나에게 시나리오 수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절대로 추천하지 않겠다. 왜냐고? 경쟁자 한 놈을 더 만드는 일이기에..라고 한다면 속 좁은 생각이고.....끈기가 있는 친구라면 적극 추천하겠다. 그러나 대충 한 번 해 볼까 하고 덤벼드는 친구들에겐 절대 추천하지 않겠다(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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