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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반 14기(2005년 2월-9월) 수강후기 발췌록
“빡세다고 악명 높은 수업을 듣고 보니”
완전 빡센 수업이라더군, 하던 친구의 말에 일 년 정도 선택의 기로에서 망설였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빡센' 것에 겁먹었다기보다는, '시나리오 작업이란 것에 있어서 나는 아마추어이다'라는 현실에 대한 좌절감이라고나 할까, 그 사실 자체를 인정하는 것에 대해 나는 겁을 먹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 수업을 듣게 되면, 그 '현실 인정'이라는 것에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될 것만 같다는 생각으로, 시간, 비용, 등등... 의 문제로 뒷걸음질 쳤겠지. 그러다가 무슨 운명에 휘둘려 이곳까지 오게 되었더라는 나와 시나리오 수업의 비하인드 스토리이다.
하, 좌절감만 가지게 될 줄 알았다...그렇다, 예상대로 확실히 좌절감에 눌려 버렸다. 아마, 그것으로 끝났다면 이 수업은 그 정도의 값어치로 막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이 기회를 통해 하나 이상의 것을 건졌다면, 그 하나는 이것... 아마추어 정신에 길들여진 나를 바로 잡는 게 보통은 아니겠군,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라면 희망이라도 보이겠어, 말하자면... 난 별 볼 일 없지, 하면서도 웃을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것이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한 가지'였다(임◯아).
“변화하는 자신을 보는 것이 즐겁다”
처음 심산스쿨에 가입했을 때만해도, 극작가가 되겠다, 라는 것은 저에게 하나의 꿈에 불과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로 손을 놓고 앉아 '나는 작가가 될 테야.'만을 생각했었지요. 저도 시나리오를 어떤 방식으로 쓰는지에 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씬넘버 적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으니까요. 저는 수업에서 당연히 주인공을 정하는 법과 지문을 쓰는 법, 대사를 쓰는 법, 아니, 어쩌면 멋진 스토리를 가르쳐 줄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얘기를 들으시면 선생님은 아마도.."그런 건 니네 엄마한테 물어봐"라고 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시놉시스에 관한 간단한 설명이 있었고, 써와라, 가 과제였습니다. 피칭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해봐라, 가 수업이었습니다. 시나리오를 제출해서 리뷰를 받아라, 가 모두에게 내려진 최종 과제였습니다.
아니 이런 걸 다짜고짜 어떻게해! 라고 뒤로 물러섰다면, 반년전의 저와 지금의 저는 달라진 바가 없었을 것 같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란 말이 있는데, 저는 그런 방식을 택하기로 했던 것 같습니다. 부딪혀 보자! 그까이꺼.. 해보고 안 되면 창피 당하고 마는 거지, 무조건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한번 해보자! 그런 생각을 하고 달려들었습니다. 무식함에서 내 본 용기 덕분에 많은 것을 이 수업을 통해서 얻었습니다. 수업이 끝난 시점인 지금 제일 확실하게 달라진 점은 뒤로 물러서지 않고 자꾸만 해보려고 다짐을 하고 있는 제 자신입니다. 생각하고, 써보고, 읽어보고, 다시 생각해 보고, 읽어보는 일을 제가 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저에겐 작지만 큰 변화입니다(이◯애).
“솔직하고 직선적이며 유머 넘치는 강의”
'나를 알리니 너도 밝혀라" 는 원칙하에 강압적인 자기소개와 팔십문답도 좋았으며, '내숭 그만 떨고... 너희도 솔직해봐!'하는 선생님의 태도도 맘에 들었으며, 모든 걸 전폐하고 시나리오에만 매달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위안이었으며, 선생님의 유머 넘치는 강의의 활달함이 무엇보다 저를 흥분시켰습니다. 자격증을 따기 위한 강의도 아니니 완전 아카데믹한 강의보다 지금처럼 포인트를 집고 시장상황을 알려주고 끊임없는 예시를 통해 좋고 나쁜 시나리오를 구분하여 방향을 제시한 것은 아주 좋았고, 낙오자가 있을지언정 스스로 학습(스터디, 과제 등등)하게 하신 것도 것이나 속변과 달변으로 저희를 수업 시간에 집중하게 만드신 선생님의 능력에 존경심을 표합니다(오◯희).
“친절한 심산샘과의 특별한 만남”
너무 빨라 허탈한 시간 앞에 그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건 올해가 제가 살아왔던 시간 중 가장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대학을 붙었을 때나 첫사랑에 빠졌을 때도 느껴지지 않았던 그런 기분, 생각, 경험...바로 심산스쿨에서 시나리오를 배웠던 일이랍니다.^^ 심산스쿨을 처음 등록했을 때 방황하는 십대처럼 너무 외롭고, 적막해서 큰 기대보다 그저 소소한 경험 하나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심산샘은 여지껏 살아온 한심한 제 인생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시고, 시나리오가 뭔지, 시나리오 작가가 뭔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모든 걸 가르쳐주셨습니다. 정말 친절하게요...*^^*
그래서 지지부진한 생활 속에서 지루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지친 사람이 있다면, 시나리오 작가의 마인드가 뭔지 모르겠는 사람이 있다면 꼭 수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제 외롭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어차피 글을 쓴다는 건, 아니 산다는 것 자체가 외로우니까요. 그치만 글 쓰는 걸 포기해야 할 것 같지만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어 힘들어하던 제게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 생겼기에 이 외로움이 그렇게 두렵진 않을 것 같습니다(박◯진).
“내가 깨달은 끔찍한 진실 10가지”
1. 시나리오를 쓰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2. 강의를 듣는 것과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별개다.
3. 시나리오를 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4. 그 많은 것들을 포기해도 좋은 시나리오를 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5. 좋은 시나리오가 반드시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6. 영화로 만들어져도 깨지기가 더 쉽다.
7. 한 번 깨지면 다시 일어나기 힘들다.
8. 7년은 기본이다.
9.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고…자존심은 개에게 줘라.
10.그래도, 쓰고 싶다. 시. 나. 리. 오(고◯록).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있다”
모든 일에는 얻은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겠죠. 시나리오 수업도 예외는 아니었답니다. 시나리오가 도대체 머지? 어떻게 쓰는 걸까? 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었던 제게 '아하~이런 거구나....ㅡ_ㅡ 뎅장 너무 어려운걸..쿨럭..그래도 갈 때까지 가봐야지..'라는 마음을 얻은 반면, 영화를 아무 생각 없이 깔깔거리고 때론 훌쩍거리고 볼 수 있었던 순수한 관객의 자리가 더 이상 저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가끔 아쉽기도 하군요. 어떤 영화를 봐도 가끔 시계를 보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이쯤 전환점이 나와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2장이군.' 머 이런 생각들이 머리속에서 끊이질 않더군요. 이런 경험은 비단 저만의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럴 때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말이 생각나기도 하고..쿨럭 ㅡ_ㅡ (머 그래도 알아야겠죠..알려고 이러는 것이니..흠)
때때로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것, 그리고 작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너무나 냉정하게 말씀하셔서 저희의 기를 확 꺾으셨지만, 그래서 저희가 무릎이 팍팍 꺾였지만, 그래서 더 해보고 싶은 일이 된 거 같아요. 아마도 그런 말씀을 하신 건 이런 힘든 과정을 견뎌낼 수 있는 넘들만 덤벼라..머 이런 뜻이 아니실지..뒷풀이 때 아이들의 근심 어린 질문이나 얘기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들어주시고 또 상당히 긴 조언을 해주시는 모습에서 저희를 아끼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사실 쏘비가 그렇게 잘 운영될 수 없겠죠..흐흐(장◯하).
“엄청난 자극을 받았습니다”
시나리오 수업은 저한테는 자극 그 자체였습니다. 엄청 엄청 글을 잘 쓰시는 언니 오빠들의 시날을 읽은 것도 자극이고, 엄청난 지식을 가지고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가지시고 인생을 말씀하시는 분들. 저한테는 굉장한 자극이었습니다. 모두들 너무 대단해 보였으며 존경스러웠고 나도 그들처럼 되리라는 마음을 가지고 노력해라라는 무언의 명령을 내려주셨습니다. 제 스스로 니가 연극영화과 학생 맞고 정녕 영화를 하고 싶은 놈인 게냐??라는 자문을 끊임없이 하게 만드는 시나리오 수업은 지난 1년 동안 그 기간의 스승이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비롯 언니 오빠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진심입니다. 암울한 영화판의 세계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 땐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습니다. 재미 있을것 같아서..원래 좀 정복하기 어려움 산을 정복했을 때 마시는 물 한 모금 그 어떠한 것과도 비교할 수 없기에...(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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