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6-12-03 22:38:38

댓글

24

조회 수

3977

미안하다 뺀드한다? 미안하다 뺀드한다!
2006년 12월 16일 홍대앞 인디밴드 공연장 프리버드

[img1]

2006년 12월 16일 토요일은 심산스쿨의 송년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이 날의 행사는 크게 두 개로 나뉘어 두 개의 장소에서 진행됩니다. 먼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는 심산스쿨에서 [쏘비영화제]가 열립니다. 올 한해 동안 심산스쿨 동문들이 만든 단편 및 중편영화들을 상영하는 비경쟁영화제입니다. 출품작들이 제법 많아서 두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상영됩니다. 모든 상영이 끝난 후 관객들끼리 간단한 투표를 거쳐 ‘관객상’을 수여할 예정입니다.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는 홍대앞 인디밴드 공연장인 프리버드에서 [심산스쿨 송년의 밤]이 진행됩니다. 이 행사는 다시 제1부와 제2부로 나뉘는데, 제1부의 하이라이트는 심산스쿨 동문회의 록밴드 [미안하다 뺀드한다]의 공연입니다. 순수하게 심산스쿨 동문회원들로만 이루어진 이 밴드가 결성된 것은 약 8개월 전입니다. 처음 모였을 때는 그야말로 “미안할 뿐인”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그다지 미안할 것까지는 없는” 수준(!)으로까지 성장했습니다. 지난 토요일(12월 2일)에는 3시간 동안 연습을 마치고 모두 다 심산스쿨로 자리를 옮겨 공연 동영상을 보며 캐릭터들의 등퇴장과 동선 그리고 멘트 등 세심한 부분까지 일일이 체크하는 열정을 쏟았습니다. 저 역시 이 밴드의 연습에 세 번 정도 참여했는데 아주 즐겁고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심산스쿨 송년의 밤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이들의 멋진 공연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심산스쿨 송년의 밤] 행사에 참여하시려면 미리 동문회장의 통장으로 회비를 송금하셔야 합니다. 현재 이 행사에 참여하실 수 있는 자격을 가지신 분들은 대략 300 여명인데, 정작 해당장소인 프리버드의 수용가능 인원은 대략 120 명 정도입니다. 따라서 회비를 납부하시는 선착순에 의하여 참여인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심산스쿨동문회] 커뮤니티에 올린 [공지사항]을 보시고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심산스쿨 송년의 밤]의 시간대별 세부 일정을 알려드립니다. 오후 6시부터 입장이 가능합니다. 이때부터 7시까지는 간단한 스낵 종류와 맥주 등이 제공됩니다. 7시가 되면 출입을 제한하오니 6시부터 7시 사이에 반드시 입장완료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밤 7시부터 8시까지는 저녁식사가 제공됩니다. 8시가 되면 음식 테이블을 모두 치우고 행사가 시작됩니다. 8시부터 9시까지는 간단한 송년행사들이 진행됩니다. 동문회, 노효정반, 김대우반, 심산반, 박헌수반 단위의 포인트왕 시상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열립니다. 명로진의 살사댄스 시범 및 김은연의 국악 공연 등 신나는 공연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미안하다 뺀드한다]의 공연은 밤 9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됩니다. 공연 도중에는 출입문을 굳게 걸어 잠그게 되니 들어오시거나 나가실 수 없습니다. 밤 10시부터 자정까지는 자유시간입니다. 안주를 위주로 한 새로운 음식 테이블이 차려지고, 맥주가 다시 제공됩니다. 그리고 자정을 넘어서면 제2부의 행사가 시작됩니다. 이 밤늦은 행사의 내용에 대해서는 미리 말씀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이날 밤 7시까지 입장하실 수 없는 분들을 위해서 밤 10시 이후에 입장하는 할인티켓을 발행할 예정입니다. 상세한 내용은 [심산스쿨동문회]의 커뮤니티를 통하여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안하다 뺀드한다]의 멤버는 모두 9명입니다(위의 사진 속에는 2명이 빠져 있습니다). 모두들 심산스쿨의 동문이며, 다들 시나리오를 쓰고 있고, 그들 중 몇몇은 이미 공모전에 당선되었거나 자신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계약을 맺었거나 기존의 영화사에서 기획 혹은 각색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순수한 시나리오작가들만으로 이루어진 록밴드는 아마도 [미안하다 뺀드한다]가 한국영화역사상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래는 [미안하다 뺀드한다]의 리더인 김현중 작가가 작성한 감성적인 공연 안내문입니다. 자격을 갖추시고 시간을 내실 수 있는 분들은 그날 공연장에서 뵙겠습니다.

미안하다 뺀드한다

올해 초에 농담처럼 시작되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형 나 결혼하면서 밴드 그만 둔지 1년 넘어가는데 다시 하고 싶어요.
그래? 난 대학교 때 통기타 쳤었는데 그런 거 한 번 해보고 싶었어.
쏘비에 또 있지 않을까요?
우리 같은 사람들.
그래서 멤버들을 모아봤습니다.
그리고 첫 합주를 해봤습니다.

그날 구경왔던 사람들의 입가에 배시시 맺혔던 미소가 기억납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 즐겁게 웃어넘겼습니다.
아무도 공연 같은 걸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한달 후에 모였을 때는 소리가 더 나빠졌고
그리고 3주 뒤에는 더 나빠졌고
그리고 얼마 후에는 멤버 한 분이 개인 사정으로 밴드를 그만두었습니다.
더 이상 못하는 게 즐겁지가 않았습니다.
즐겁지 않은 취미 생활을 왜 해야 하는지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그때 공연 얘기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공연을 해보자.
목표를 갖자.
3주에 한 번 하던 연습이, 2주, 매주로 바뀌었습니다.
시행착오가 너무 많아 수없이 곡을 바꿨고
매주 외워야 하는 악보가 사정없이 늘어갔습니다.
아직 인생의 기반도 닦지 못한 불안한 여덟 명이
천차만별 개성에다 고집까지 센 여덟 명이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해서 만든 그 좁고 아슬아슬한 틈 사이로
실력이란 것도 가는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만두었던 멤버가 남몰래 연습을 계속해서 다시 당당하게 돌아왔습니다.
언젠가부터 구경 온 사람의 얼굴에서 감탄 비슷한 걸 보게 됐고
환호가 주는 흥분이 얼마나 자극적인지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가 공연할 날짜와 장소가 정해져 버렸습니다.

내년에도 할 거냐고 묻는 분들이 가끔 있는데
솔직히 내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힘들어 죽겠습니다.
연습에 치이고
주말에 나들이도 못가고
돈도 은근히 나가고
무엇보다도 밴드가 너무 부담이 되어 힘듭니다.
아무 때나 내 머리속에 끼어들어와서 힘듭니다.

힘은 드는데
그런데 정말 정말 이상한건
언젠가부터 나한테 멍하니 있다가 슬쩍 미소짓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기분 나쁜 표정으로
혹은 걱정스런 얼굴로 너 어디 아프냐고 물으면
나는 씩 웃으며 이렇게 혼잣말 합니다.

미안하다. 뺀드한다.

12월 16일 저녁 9시, 프리버드.

댓글 '24'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471 심산반 개설 20주년 기념 특별할인 이벤트 file 심산 2017-07-08 736
470 올 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새해 복 많이 + 10 file 심산 2018-12-09 739
469 인문산행의 즐거움과 과제 + 1 file 심산 2019-06-16 746
468 율리안 알프스의 숨은 보석 슬로베니아 + 5 file 심산 2017-07-01 783
467 한국산서회와 함께 하는 인문산행 안내 + 5 file 심산 2018-02-23 787
466 하루의 시작은 웃으며 하는 것이 좋습니다 + 4 file 심산 2017-05-10 805
465 히말라야 트레킹과 알프스 트레킹 + 1 file 심산 2020-06-07 807
464 [심산반 45기]와 [심산상급반 17기] 안내 + 2 file 심산 2019-08-19 813
463 [심산반 46기]와 [심산상급반 17기] 개강 안내 + 5 file 심산 2020-08-13 822
462 악귀와 액운을 막아주는 마을의 수호신 + 5 file 심산 2020-02-26 822
461 30년 동안 거의 매일을 함께 한 친구 + 5 file 심산 2021-01-22 826
460 그래도 크리스마스 앤 해피 뉴 이어! + 5 file 심산 2016-12-20 877
459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걸까요? + 5 file 심산 2017-03-31 889
458 심산 ⟪…인문산행⟫ 출간기념 이벤트 안내 + 17 file 심산 2019-07-02 917
457 심산스쿨 워크숍 리노베이션 안내 file 심산 2018-09-08 925
456 뜨거웠던 지난 여름의 제주올레를 돌아본다 + 5 file 심산 2016-09-08 930
455 일단! 오늘은 박근혜 탄핵! 을 자축! 합시다 + 9 file 심산 2016-12-09 931
454 우리 모두 국민선거인단에 등록합시다 + 2 file 심산 2017-02-15 947
453 길고 지루한 싸움이 될 듯 합니다 + 5 file 심산 2016-11-19 955
452 심산스쿨은 국경일을 준수합니다 + 6 file 심산 2017-03-10 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