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만식 인간탐구 실내극||스웨덴 독일||잉마르 베리만||잉그리드 버그만, 리브 울만||93||||잉마르 베리만||스웨덴의 아름다운 가을에 펼쳐지는 엄마와 딸의 이중주
잉마르 베리만 실내극의 정점을 만끽할 수 있는 후기 걸작
스웨덴의 아름다운 가을날을 배경으로, 영화는 유명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샬롯(잉그리드 버그만)이 그간 소원했던 딸 에바(리브 울만)와 7년 만에 재회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목사인 남편과 함께 살면서 교회에서 오르간 연주 등을 하는 에바는 오랜 연인의 죽음으로 상심해 있는 어머니를 집으로 초대한다. 에바는 신체 장애를 앓으며 요양원에 방치되어 있던 어린 여동생 헬레나를 2년 전부터 돌보고 있는 상태. 그러나 어머니 샬롯은 딸을 돌보지 않은 채 오직 자신의 일과 예술에만 몰두해왔다. 샬롯은 자신의 무책임함을 정당화하는 가운데 애써 딸의 불행을 외면하려 하고,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해왔던 에바는 샬롯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을 드러낸다.
스웨덴이 배출한 명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의 유작
완벽한 시나리오와 아름다운 음악, 영혼을 바친 배우들의 열연
<가을 소나타>는 잉마르 베리만의 후기작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는 걸작이다. 1970년대 중반 탈세 혐의를 받고 스웨덴을 떠나 독일에서 망명 생활을 했던 베리만은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이 작품을 찍으면서 특유의 실내극 형식으로 복귀해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1979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각본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두 여배우의 열연이 큰 감동을 자아낸다. 오랫동안 잉마르 베리만의 페르소나로 활약한 리브 울만과 할리우드에서도 큰 인기를 누린 잉그리드 버그만이 각각 딸과 어머니로 분해 뜨거운 연기 대결을 펼친다. 특히 잉그리드 버그만은 암 투병을 하던 가운데 이 작품을 촬영했으며, 결국 이 작품은 버그만의 유작이 되었다. 영화 <가을 소나타>는 잉그리드 버그만의 혼신을 바친 연기와 스벤 닉비스트의 유려한 촬영, 그리고 쇼팽, 바흐, 헨델 등의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2011년 6월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 멀티미디어 설치전 ‘잉마르 베리만: 심오한 질문을 멈추지 않았던 위대한 인간’을 시작으로, 그간 모모 영화학교 ‘헬로 베리만: 현대예술의 북극성’, 기획 영화제 ‘현대영화거장전: 잉마르 베리만의 자장 아래서’, 그리고 모모 포럼 ‘잉마르 베리만과 스칸디나비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는 영화사 백두대간의 잉마르 베리만 프로젝트는 <가을 소나타> 개봉과 함께 2012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2012년 3월,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단독 개봉하는 <가을 소나타>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큰 감동으로 국내 예술 고전영화 관람 문화에 새로운 토대를 다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