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7-01-16 01: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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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LP와 끝없는 와인에 취한 밤
2007년 1월 14일 밤, 심산스쿨 LP번개 [DJ NIGHT]

[img1]

지난 일요일 밤, 심산스쿨에서는 해괴한 집회가 열렸습니다. 어찌보면 배화교도(조로아스터교) 혹은 부두교도(미국에 상륙한 중남미 토속신앙)들의 집회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혹시 마리화나 중독자들의 모임 아닐까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비록 중요한 순간마다 불을 모두 꺼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솔직히 혹은 법의 테두리 이내에서 말하건대, ‘매우 건전한’ 모임이었습니다. 심산스쿨동문회원들끼리 각자 자신이 아끼는 ‘오래된 LP판’들을 가지고 나와 함께 즐기는 모임이었습니다. 이름하여 LP번개 [DJ NIGHT]입니다.

[img2]

모임의 내용은 지극히 간단합니다. 각자 자기가 아끼는 LP판의 넘버를 피칭 혹은 프리젠테이션하고나서 그것을 함께 듣는 것입니다. 제가 들려준 곡은 한대수의 [고무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OST 중 [Hey Jude](체코어판), Rainbow의 [Stargazer], 서유석의 [비야 비야], 나미의 [보이네], Mozart의 [Requiem K.626] 같은 곡들이었습니다. 이 주옥 같은 곡들과 연결된 옛추억들을 이야기하자니 절로 가슴이 아련해지는 시간들이었습니다.

[img3]

참으로 오랜만에 잊고 살았던 LP판의 매력을 새삼스럽게 만끽(!)한 시간이었습니다. 너무 차가운 디지털 사운드에서는 결코 맛 볼 수 없는 그 상처, 그 세월, 그리고 그 썰렁한 삑사리(!)까지...모두 다 그리운 것들뿐입니다. 턴테이블 위에 레코드를 올려놓고 그 위에 바늘을 올려놓기까지의 그 가슴 설레던 순간들(!)을 기억하십니까? 아날로그 사운드에는 아날로그만의 맛이 있습니다. 이 맛은 제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결코 흉내낼 수 없는 맛입니다. 이를테면 빈티지 와인 혹은 빈티지 오디오에서만 즐길 수 있는 맛이지요.

[img4]

이날 참가한 번개멤버들은 대략 스무 명 쯤 됩니다. 바로 다음날, 그러니까 오늘, 중국으로 떠나는 최정덕 회원의 송별모임을 겸한 자리였습니다. 사진 속에서 자신이 가져온 옛날 LP의 페이버릿 넘버를 소개하고 있는 사람은 고권록 님입니다. 그가 들려준 옛노래는 Doors의 [Light My Fire]였습니다. 제가 약간의 시대적 배경 및 설명을 덧붙였죠. 히피 세대 최고의 오리지널 록넘버다, 이 노래는 떨(전문용어입니다...^^)을 한 모금 빤 다음 들어야 제대로 들린다...뭐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Pink Floyd의 [Shine on You Crazy Diamond], Roy Buchanan의 [The Messiah Will Come Again] 등 주옥 같은 노래들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img5]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와인(!)이지요. 이날 참가자들에게 요구한 것은 단순명쾌했습니다. LP와 와인과 촛불! 그런데...모두 다 지참하고 온 것이 아니어서...저희 심산스쿨 와인셀러가 불의의 습격(!)을 받은 셈이 되어버렸습니다. 오늘 따져보니 제가 내놓은 와인만 7-8병이 되는군요. 이러면 곤란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심산와인반] 덕분에 재정파탄(!)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데 LP번개 때마저 이렇게 출혈이 심하면...조만간 심산스쿨 문 닫습니다. 그래서, 이 기회에 분명히 밝혀두건대, 다음번 LP번개 때는 와인을 지참하지 않은 사람은 무조건 출입금지시킬 작정입니다. 농담 아닙니다. 다들 명심하세요...^^

[img6]

어찌되었건 무척이나 즐거운 밤이었습니다. 세상에, 잊혀졌던 추억이 겹겹이 쌓인 LP판을 함께 들으며 끝없이 와인을 마시는 밤이라니...게다가 오디오 시스템도 제법 빛을 발했습니다. 록이나 블루스 혹은 가요 등은 BOSE 스피커로 듣고, 클래식은 최근 조중걸 선생님이 구해주신 빈티지 스피커(1930년대 Klangfilm 9 inch Butterfly Damper)로 따로 분리하여 듣는 맛이라니...! 정말 즐거운 밤이었습니다. 다음에도 이런 LP번개는 계속될 예정입니다. 최근 저는 심산스쿨을 만들기 정말 잘했다(!)고 뿌듯해하고 있는 중입니다. [조중걸 예술사]도 그렇고 이런 식의 동문회 미팅도 그렇고...앞으로도 계속 유익하고 즐거운 프로그램을 추진해볼 생각입니다. 다음 LP번개 때는 좀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하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img7]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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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2007.01.16 02:13
집에 있던 석장의 LP를 챙겨 놓고 밀려드는 잠에 눈을 감았다가 뜨니 이미 해는 져 있었다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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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록

2007.01.16 04:48
지멘스의 진공관앰프와 9inch 개방형스피커는 클래식 메니아들이 즐기기 좋은 소리였던 것 같습니다.
번개를 기다리며 바이얼린 연주음반을 들었는데..현의 울림이 제대로 살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좋은 오디오를 들을 수 있어 또한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이시연

2007.01.16 10:54
우와 ~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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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범

2007.01.16 13:10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와인을 마시구, 좋은 빈티지 진공관 앰프와 스피커로 귀와 입이 즐거웠습니다.
하이파이 오디오 강좌 담에도 부탁해요. ㅎㅎ.

한수련

2007.01.16 14:26
선생님은 스스로 행복할 줄 아는 분인것 같아요. 그리고 심산스쿨 모든 학생들도 스스로 행복해지는 지혜를 찾아가고 있는 중인것 같고.... 나도 얼른 그런 물이 들었으면 좋을텐데. ^^

김민정

2007.01.16 17:44
와 너무 멋지다~~~

고권록

2007.01.16 19:49
LP, 와인, 빈티지 오디오 정말 멋진 일요일 밤이었습니다. 다음 모임도 휴무에 걸려야할텐데...^^

최정덕

2007.01.17 08:33
이럴 어쩌나~여기선 놀아도 공부가 되고, 향기가 나니,,,심산샘도 그렇구, 동문들도 그렇구,심산스쿨이라는 공간도 그렇구, 중독성이 너무 강해~ 너무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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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7.01.17 12:39
정덕, 중국엔 잘 도착했지? 네 딸래미, 참 곱더라...
중국와인도 만만치 않아, 요즘 세계적으로 급부상하는 중이야
특히 CHANGYU나 GREAT WALL...한번씩 마셔봐!
가끔씩 소식 전해주고...^^

홍주현

2007.01.17 16:25
저는 중국에서 만리장성( GREAT WALL) 을 거의 끼고 살았어요. 가격이 저렴한 것도 많기 때문에... 한잔만 마셔야지 하고는 결국 혼자 한 병 다 마시고 취해서 고양이한테 술주정하고 그랬다는.. 아... 중국이 너무도 그립군요.

최은영

2007.01.19 15:41
'심산스쿨 만들기를 정말 잘 했다' - 정말 부럽습니다. '학교'라는 것이 본디 이러한 것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최동락

2007.01.25 13:01
심샘, 멋진 밤풍경이 그냥 그려지네요. 그런데, 타교생(?)도 그 멋진 자리에 더불을 수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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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7.01.25 13:38
동락형님, 물론입니다!
앞으로 이런 짓(?) 하고 놀 때 꼭 부를께요...^^

최정덕

2007.01.27 21:05
심산샘~ 오늘 CHANGYU 세일 하길래 먹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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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7.01.28 19:16
CHANGYU...나름 괜찮지?
가격 대비 '착한' 맛이라는...^^

최석영

2007.02.01 19:39
와.... 인생의 락을 아는 분들과 그런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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