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6-10-07 00: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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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스쿨동문회 자전거 제주일주
2006년 9월 30일-10월 5일

[img1]

심산스쿨동문회(약칭 SSOBI) 회원들끼리 자전거로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저의 보름 동안의 제주체류기간 중에서 가장 격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제 외동딸 심은 양과 제주씨네아일랜드 이사 오주연 님은 심산스쿨의 홈피회원이고, 나머지 참가자들은 모두 동문회원들이니 명실공히 쏘비 회원들로만 이루어진 행사였습니다. 쏘비가 탄생한 이래 가장 멀리 그리고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이루어진 행사였는데 아주 성공적으로 끝마쳤고 모두들 많이 즐거워 했습니다.

[img2]

이번 제주일주팀의 리더로 활약했던 오명록 군입니다. 가령 이번 참가팀들을 하나의 원정대로 본다면 등반대장에 해당되는 역할을 더할 수 없이 훌륭하게 해주었습니다. 그가 없었더라면 이번 여행은 시작될 수도 없었고 끝낼 수도 없었을 겁니다. 그는 수도 없이 타이어 펑크를 때우고, 행렬의 앞뒤로 바삐 오가며 교통정리를 하고, 주행과 휴식의 적절한 조화를 이끌어 냈습니다. 그의 MTB에는 깃발이 달려 있는데 바로 심산스쿨의 로고가 아로새겨진 붉은 스카프였습니다...^^

[img3]

10명의 라이더들이 행렬을 이루어 질주하는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들 근육통을 호소하고 죽는 소리를 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주행속도도 빨라지고 피로감도 빨리 회복하였습니다. 일주가 끝나갈 때 즈음에는 거의 바람을 가르며 달려 나가는 수준(?)에 이를 정도였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img4]

제주도를 일주도로를 통하여 한 바퀴 돌 경우 대략 240Km 정도가 됩니다. 하지만 저희는 일주도로와 해안도로를 번갈아가면서 탔습니다. 해안도로는 당연히 우회하는 길이어서 그만큼 더 힘이 들었지만 경치만은 정말 끝내줍니다. 덕분에 저희가 달린 전체 거리는 아마도 300Km 정도 되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맙소사, 300Km를 자전거로 달렸단 말이야...?^^

[img5]

처음에는 약간만 경사가 진 도로가 나타나도 공포감에 휩싸였습니다. 과연 내 다리의 힘만으로 저 곳에 올라갈 수 있을까...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로 자신감을 회복해 갔습니다. 나중에는 기어의 조작에도 능해지고 체력도 보강되어 무지막지(?)한 파워와 기량으로 언덕을 넘나들었습니다. 역시...믿거나 말거나...^^

[img6]

삼일째 밤에 묵었던 서귀포 근처 남원의 ‘글라라민박’ 앞에서 기념촬영한 사진입니다. 이번 제주일주 기간 동안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습니다. 남녀커플, 부자커플, 여자친구커플...다양한 라이더들과 사귀고 함께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글라라민박은 라이더들 사이에서 정평을 얻고 있는 집입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부부가 꾸려가고 있었는데 참 영혼이 맑고 따뜻한 분들이었습니다. 다음에라도 제주도를 여행하시는 분들에게 강추(!)입니다...^^

[img7]

개인적으로 이번 자전거일주에서 가장 행복했던 것은 물론 딸과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녀는 삼일째부터 일종의 알레르기 발진을 일으켜 저와 일행들을 긴장시켰고, 끝내는 병원까지 찾아가 진찰을 받고 주사를 맞는 지경에 이르렀으나, 고맙게도 그리고 자랑스럽게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를 해냈습니다. 저 녀석이 이제 소녀가 아니라 어른이 되어가는구나...그런 생각이 들어 내심 아주 많이 뿌듯했습니다. 심은, 함께 해줘서 고마워...^^

[img8]

성산항에서 우도로 들어가는 배 안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빤히 바라다 보이는 곳이기는 하지만 제주도라는 섬에서 우도라는 섬으로 배를 타고 들어간다는 것이 묘한 흥분감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우도로 향할 때 불어오는 바다 바람은 정말 그 동안 쌓여온 모든 스트레스들을 한방에 날려버릴만큼 시원했습니다. 이번 일주기간 동안에는 날씨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예측불허의 날씨로 유명한 제주도에서 무려 5박 6일 동안이나 멋진 날씨를 만끽하다니 분에 넘치는 행운이었습니다.

[img9]

우도 앞에 또 하나의 작은 섬이 있습니다. 바로 저희가 숙소로 예약했던 비양도입니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지만 이제는 다리가 놓아져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숙소에서 바라본 비양도의 등대입니다. 저 등대에 이르는 길은 마치 잠수교처럼 가끔씩 바다에 잠기곤 하는데 덕분에 아주 미끄러워서 저희 일행 중 두 명이 꽤 심각한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그나 저나...노을빛이 정말 끝내주지요?^^

[img10]

마당이 있는 민박집에서 묵게 되는 날이면 그날 밤에는 언제나 바비큐 파티를 열었습니다. 널리 알려져 있는 그대로 제주도의 돼지고기 맛은 정말 일품입니다. 매일 해 뜨면 일어나서 자전거로 달리다가 해가 져야 멈추는 나날들인지라 체력 소모가 엄청났던 까닭에 정말이지 아귀아귀 먹어댔습니다. 돌담 너머 바다 저편에 보이는 불빛들은 한치잡이배에서 밝힌 것들입니다. 저희가 제주도에 머무는 동안 먹어치운 음식들과 마셔버린 한라산(소주 이름입니다)이 얼마나 되는지 도무지 짐작조차 안됩니다...^^

[img11]

열심히 바비큐 요리를 하다가 문득 뒤돌아 보고 있는 오른쪽의 남자는 바로 변호사 조광희 님입니다. 현재 그는 변호사 업무를 잠시 중단하고 어느 영화사의 제작본부장을 맡아 영화일에 올인하고 있는 중인데 저희 심산스쿨 김대우반 2기의 현역 수강생이기도 합니다. 조광희 님도 요 근래 들어 가장 행복한 체험이었다면서 매우 즐거워 했습니다. 맞지, 조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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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날 일주를 끝내기 직전에 들린 함덕 해수욕장입니다. 며칠 동안 말 못할 고생(?)을 한 두 발에게 한 없이 맑은 모래사장을 걷는 포상(!)을 해줬던 날이지요. 따사로운 가을 햇살과 감미로운 바람 그리고 한적한 해수욕장이 평화로운 기쁨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저기서 거의 해수욕을 하듯 서로 물장난을 해대며 난리를 쳤다지요...?^^

[img13]

크고 아름다운 폐곡선을 그리는 완벽한 일주를 마친 다음 찾은 신제주시의 한 횟집입니다. 그날 밤 저희 모두 엄청 취했습니다. 노래방과 술집으로 이어진 2차 3차...다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기억상실(!)입니다. 제일 왼쪽에 있는 친구가 전주심산스쿨 시절의 제자인 최 상 님인데 자가용을 배에 싣고 제주도로 와서 저희 일주팀의 지원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최 상 님 바로 옆의 친구가 제주도 토박이인 오주연 님인데, 이날 밤 저희들 모두의 집단점거농성 덕분에 자신의 아파트를 내주어야만 했습니다...주연, 다시 한번 감사!!!^^

[img14]

위의 사진들은 여러 사람들이 찍은 것들입니다. 보다 개인적이고 엽기적(?)인 사진들은 심산스쿨동문회의 멤버쉽 커뮤니티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거듭 고백하거니와 아주 행복했던 여행이었습니다. 다음에는 강화도를 한 바퀴 돌자, 중국 라이딩 여행을 떠나자, 심지어 유럽 자전거 여행은 어떠냐...등등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제안들도 많이 나왔습니다.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에는 보다 많은 친구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보름달이 휘엉청한 추석날 밤, 즐거웠던 여행을 추억하며 이 글과 사진들을 올립니다...^^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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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2006.10.07 01:11
비슷한 내용으로 지난밤, 세상구경에 사진마다 사진설명까지 꼼꼼하게 다 작성하고 완료를 누르는 순간!!
제가 또 로그아웃 되어 있더라구요..^^"
도란도란에서 자동로그아웃 되면 내용이 자동복사되지만, 세상구경이었기 때문에 다시 살릴 힘이 없더라구요..

저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긴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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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2006.10.07 01:14
참, 다리는 괜찮아 진것 같습니다..
라이딩 마지막날 걱정해주셨던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하긴..
언젠가 농구하다가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당한 경험이 있는데, 그땐 몇달뒤가 돼서야 다리에 금이 갔었다는걸 알만큼 제가 좀 무딘가봐요..ㅋ

이유정

2006.10.07 11:40
비양도 끝내주네요. 부럽삼 ㅠ.ㅠ

최상

2006.10.08 01:23
덕분에 저도 무지무지 행복했던 여행있었습니다.^^ 저도 자전거 배워서 담에 끄트머리에 따라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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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2006.10.08 01:49
자전거, 내가 가르쳐줄께^^

이윤

2006.10.08 03:57
멋지네요..^^..^^
저도 작년 이맘때 혼자 떠난 5박6일 제주도 여행이 생각나네요..
첨해보는 자전거 하이킹.. 한라산 등반.. 무지 고생했지만.. 좋은 인연(?)도 만나구.. ^^
이용의 "잊혀진 계절"의 가사처럼..10월의 마지막밤.. 컴백홈..
올해도.. 10월을.. 제주도에서 보내고 싶네요~~..^^

조광희

2006.10.08 08:39
제 경우에는...다시는 그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살 수 없을 것 같은 변화를 만들어낸 자전거여행이었습니다. 계기를 마련해준 심산 선생님에게 한없는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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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6.10.08 14:17
조변, 그게 감사해야 될 일인지는 장담할 수 없어...^^
여하튼 자유분방한 한량의 삶 속으로 한 발 들어온 거에 대해서는 축하...^^

김성훈

2006.10.09 14:10
매일 들어올 때 마다 저에게 휴식과 교훈을 주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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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6.10.09 17:22
헉, 성훈님! 저는 '휴식(에의 욕구)' 정도는 줄 수 있을지 몰라도 '교훈' 같은 건 전혀 못 준답니다...^^
교훈? 교훈이라니...ㅠㅠ...굳이 따진다면 "노는 게 남는 거다!" 정도...?^^

김성훈

2006.10.11 01:32
그것이 저에겐 가장 큰 교훈이랍니다. 전 왜 놀면 손해(?넝담)를 볼까요?^^ 함 뵈야 전수를 받을텐데.....

이미란

2006.10.11 17:03
다시봐도 좋아요

김형자

2006.10.12 11:03
사진 넘 잘나왓어요 ㅋㅋ 이제야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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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6.10.12 11:10
아하, 형자씨로군? 여성커플 라이더...?^^ 어제 술 마시러 오지...희태 아빠도 왔었는데...^^

김형자

2006.10.12 13:49
제 홈피에 사진 몇장있는데 잘 찍지는 못했지만 보시고 싶은분들은 홈피로 오세요
http://blog.paran.com/khg3417

최석영

2006.10.12 16:27
와, 정말 정말 자극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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