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11-12-30 00: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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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山行盡一山靑
심산이 온라인 전각연하장을 띄웁니다

이제 2011년도 몇 시간 안 남았군요. 전각반-와인반 합동송년회(2011년 12월 28일)에서 하도 술을 퍼 먹어서 하루 종일 골골(!)대다가 오후가 되어 정신을 차리고 나니 무언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을 해야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연하장을 띄우는 일입니다. 마침 올해는 제가 전각을 시작한 해이니, 연하장도 전각으로 직접 새기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새긴 것이 위의 작품입니다. 아직 솜씨가 영 시원치 않아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민망하지만, 포치에서 파는 일까지 꼬박 네 시간을 매달려 완성한 나름대로의 노작(?)이기는 합니다.

一山行盡一山靑
한 산을 다 걸으니 또 한 산이 푸르네

제가 좋아하는 김시습의 한시에서 따왔습니다. 처음 이 시귀를 접했을 때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한 산을 다 걸으니 또 한 산이 푸르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산을 다 넘었으니 평지가 나타날까 기대했는데 또 다른 산이 나타나다니!” 아니면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요. “이 산을 다 걸으면 이제 산에서 내려가야 되나보다 하고 서운해하고 있었는데 또 다른 산이 나타나다니!” 어쩌면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산만 푸른 줄 알았더니 다른 산도 푸르구나.”

정답은 없습니다. 그게 한시의 매력이기도 하지요. 저는 제멋대로 받아들입니다. 올 한해가 너무 고통스러웠던 사람은 내년을 기대하지 마세요. 내년도 또한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올 한해가 너무 즐거웠던 사람은 올해가 간다고 서운해하지 마세요. 내년 또한 즐거울테니까요. 이번 삶(此生)은 지겨웠다고요? 다음 삶(來世)도 지겨울 겁니다. 이번 삶을 다 살아 죽기가 싫다고요? 다음 삶이 있으니 굳이 마음앓이 할 필요 없습니다.

一山行盡一山靑. 이 일곱 글자들 중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자, 행(行)뿐입니다. 앞으로 걸어가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 걷지 못하면 이 산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다 걸으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만약 걷다가 주저 앉거나 쓰러지면? 그것이 곧 죽음입니다. 간단하지요? 그러니까 우리는 계속 걷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걷는 것을 어떤 사람은 고통으로 받아들이고 또 다른 사람은 즐거움으로 받아들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이십니까?

심산스쿨을 찾아주시는 여러분들께 송구영신의 의미를 담아 다정한 연하장 하나 띄운다고 시작한 글이 그만 삼천포로 빠져버렸습니다. 아니, 산으로 올라갔나?(ㅋ). 어쨌든, 이 알듯말듯한 김시습의 시 한수를 여러분께 연하장으로 띄웁니다. 마음 같아서는 일일이 종이에 찍어 모든이에게 오프라인으로 보내고 싶지만, 그렇게 하려 한다면 아마도 내년 한 해가 모자랄 것이 뻔하니(ㅋ), 이렇게 전각을 한 돌을 사진으로 찍어 온라인으로 보냅니다.

여러분, 한 해가 간다고 서운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년이 오니까요. 한 산을 다 걸으면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또 다른 산이 푸르른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차피 걸어야할 길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갑시다. 산길은 험하여 육신은 힘들지만 마음을 열고 구석구석 바라보면 너무 예쁜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널려있습니다. 아찔한 절벽은 놀라운 시야를 제공하고, 엄청난 눈사태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나약함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합니다. 저는 올 한해 걸은 산이 좋았습니다. 내년에 걸을 산도 좋으리라 믿습니다. 여러분 모두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댓글 '29'

서선영

2011.12.30 00:51
눈이 시리게 예쁘네요. 그런데 모각인 거죠?
설마 쌤의 창작?

모든 게 다 끝났다 생각했는데 새로움이 있더군요
올 한 해가 제겐 그랬습니다.
그래서인지 김시습의 이 시귀가 제겐 그렇게, 이렇게 다가 오네요
마지막, 끝자락에서 만난 푸르름...그 아름다운 유혹
가야할 길, 더 넘고 싶은 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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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11.12.30 01:06
선영아, 실망시켜서 미안한데...
나의 창작이란다...

아직도 손 볼 데가 많이 보이는데...
종이가 없어서...(내혜 선생님, 1월 첫수업때 백선지 많이 많이 갖다주세요!)

새해가 되면 다시 달라붙어 완벽하게 끝내볼 생각!

서선영

2011.12.30 01:17
손 볼 데가 좀 있어는 보이지만
너무 훌륭한데요!
아! 샘! 너무 멀리 앞 서 가지는 마세요.
뒤따라가는 사람 힘들어요.
체력도 약한데... 버리고 잘 가시더라구요
산에서...

배영희

2011.12.30 09:46
우와, 포치를 참 잘하셨네요~
힘을 다한다는 盡을 중심에 배치하신 것도 멋집니다^^
종일망혜신각행 일산행진일산청.. 좋아하는 시라 외우고 있답니다.^^*

일년 마무리를 하면서 더듬어 보면
한 해동안 걸었던 산들이 제일 먼저 보람차게 다가옵니다.
내년에도 몸과 마음 안 아프고, 일도 안 생겨서
희망차게 이산저산 걸을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음, 서툴지만 나도 전각연하장을 파볼까나? 하면서 이만 총총..^^*

김주영

2011.12.30 09:36
올해 넘은산은 고통스러웠지만
내년엔 즐겁게 산을 올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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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11.12.30 10:00
역쒸 배쌤...
심산스쿨에 전각반이 생기고
그래서 '서현경사단'이 들어오니까
이제는 한시 댓구를 주고 받는 멋스러움이...^^

이참에 '서현경한시반' 같은 것도 한번 만들어볼까나?
현경, 어찌 생각해?ㅋ

주영/당근 확신한다! 내년에 네가 오를 산은 아주 멋질 거야!
올해는 힘들었지만...그래도 걷기도 많이 걷고 사진도 많이 찍고...나름 좋은 해 아니었나...?^^

송홍종

2011.12.30 12:31
좋으면서 심오한 글귀 감사합니다 새해 건강하고행복하세요^^

박민주

2011.12.30 14:01
저는 걸어본 산이 많지 않아..앞으로 걸을 산이 많이 남아 있으니 그것도 행복합니다..
샘~~~새해에도 좋은 데로 많이 걸으시고 즐거움만 한가득 담으시길 바래요~~~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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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로진

2011.12.30 14:14
좋고도 또 좋습니다.

2012년에는 심샘도 더 많이 행복하시길. ^^

김은정

2011.12.30 14:39
너무 예뻐서 역시 모각도 경험을 무시못해~ 하고 있었는데, 창작이시라니
놀랍고도 놀라울 따름 입니다... 혹시... 술기운에???ㅋㅋ
여튼, 전각의 글씨가 눈에 딱 들도록 예쁘고 글귀도 참 맘에 듭니다.
저는
산 하나를 넘고 나니 더 예쁜산이 앞에 또 있다고 생각하렵니다.

잘 받았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새해에도 친하게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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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재원

2011.12.30 14:53
너무 아릅답네요. ^^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박재일

2011.12.30 16:03
심산 선생님....정말 마음에 와 닿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그런데 전 바다로 나가고 싶단 말입니다...누가 절 이 첩첩산중에 떨구어 놓았냐는 거죠...--;
"입닥치고 그냥 걸어!" 라고 하실 것 같네요...ㅎㅎ 선생님도 더욱 "심산스러운" 새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

경지숙

2011.12.30 16:45
새해에 부딪히게 될 푸르름을 고대하며...올해 함께한 푸르름을 곱씹으며...
선생님~온라인 연하장 두 손 모아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동문분들 모두 모두, 해피 뉴 이어^^!

최성우

2011.12.30 16:59
좋은 말씀..감사합니다..
한시 한 구절로 저를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주셨네요..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심산스쿨에도 다양한 꽃들이 피어나길 기대해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민다혜

2011.12.30 18:17
너무 멋진 연하장이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배영희

2011.12.30 20:33
샘, 저도 전각 연하장 만들고 싶어서
몇 시간에 걸쳐 포치하고 팠는데..힝, 파다가 그만 망쳤어요-;;
글자 두 개는 삐딱해지고, 두 개는 중요한 획이 떨어져 나갔어요.
아쉬운대로 쓸까? 하다 뭐 급하다고? 사포에 빡빡 밀어버렸답니다-;;

하긴 느티나무도 제대로 못 파면서
획수 많은 전서 넉자가 어디 그리 맘대로 되겠는지요..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듯, 근데 간격 맞춰 파는 게 참 어렵네요.. -;;

암튼 하다 말았고요,,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전 새벽 3시에 설악 들어갑니다, 애구, 벌써부터 졸리네욤..

임창건

2011.12.30 20:57
심산샘 새해도 푸른 산으로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며칠 전에 밤새 영화보다 자연스럽게 tv를 통해 출연하신 프로그램 봤습니다. 그것도 웃으면서.......... 비웃진 말아주세요. 그래도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김형기

2011.12.31 03:24
고필이땐가 ‘아제아제바라아제’를 봤는데 “잠 못 드는 사람에게 밤은 길어라. 피곤한 사람에게 길은 멀어라...” 라는 대사가 나오더라고요. 아놔 도대체 그게 뭔 X소리야? 막 그랬지만, 이상하게 그 대사가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계속 화두처럼 남더군요. 근데 그 법구경에 나온 대사, 20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조금 이해가 돼요.ㅋ
의외로 간단하더군요. 아, 뭐 매사 불안하고 고민이 많아 잠 못 드는 사람에겐 당연히 밤은 길겠죠. 매일 투덜거리며 피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당근 길이 더 멀게 느껴지겠고... 고로 결론은 이 세상은 다 지가 생각한 대로...ㅋ 아까 버스 타고 내려오면서 잠깐 생각해 봤는데, 그러고 보면 '생각대로 T' 는 정말 천재성이 번뜩이는 무서운 광고란 생각이 들어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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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11.12.31 15:05
홍종도 해피 신년!
민주, 걸을 산이 많이 남았다...거 든든하겠네!ㅋ
로진, [날마다꽃] 다 팠어...?
은정 앞에는 예쁜 산만이...
재원, 한 해 동안 수고 많았다! 고마워...
재일, 입 닥치고 그냥 걸어!!!ㅋ
지숙 앞에도 푸르름만이...
성우야 오랫만이다! 작업에는 진전이 좀 있어...?
다혜야, 저 빨간 바탕에 흰 거는 뭐냐...
배쌤, 설악에 가는 게 남는 겁니다...아, 부러워라!
창건, 비웃다니 뭘...? 창건은 새해 멋진 시나리오 한편 완성!
형기야 박헌수샘 말씀이 들리는 거 같지 않냐? "짧게 써라, 짧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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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님

2011.12.31 15:37
올해 샘은 전각이 남으셨네요..
저는 사진과 커피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이...ㅋㅋ
뭔가를 새롭게 배운 토끼해라서 기분이 좋아요.

심샘스타일로...
한 산을 다 걷고,
(일하려 했는데...)
또 푸른 한 산이 유혹하네...ㅋㅋㅋ

민다혜

2012.01.01 03:46
흰 거의 정체는 2011년 12월 서울에 내린 첫 눈^^

최준석

2012.01.02 14:05
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홍주현

2012.01.02 16:53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선생님. 중국 둔황에서 대리석에 만들어온 도장에 찍힌 한자체가 저런 모양인데.. 음... 전각 위 한자는 모두 그런가요? 아닌가요? ^^:; 무식해요... 암튼 2011년도가 즐거우셨다니, 2012년도 더 즐거우시길 바래요!!!!

이청인

2012.01.02 21:09
전각 연하장 좋은데요.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 잡을듯....
새해도 힘차게~~~~

서현경

2012.01.02 23:43
笑而不答心自閑.....

김은정

2012.01.03 00:45
대답은 없으시고 살짝 미소를 보이시니 마음이 저절로 여유로와지는군요...ㅎ
profile

심산

2012.01.03 01:13
笑而不答心自閑.....

이거 좋네...
이것도 한번 파봐야 되겠다...!ㅋ

장은하

2012.01.03 09:38
쌤~ 언제나 삶의 여유를 깨우쳐주시는군요~ 우직하게..즐겁게 걸어가겠습니당^^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욤~!
profile

심산

2012.01.03 10:31
은하야...은하한테는 '우직'한 게 어울린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거 칭찬이야 욕이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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