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라이터 명로진 논어 읽다 살사 춘 까닭은?
재기발랄 공자 이야기 ‘…홍대지부’
책 내용 직접 해보고 쓴 ‘몸으로…’
낄낄대며 읽는 사이 사상 속으로
그의 책은 제목부터 특이하다. 소녀시대 팬클럽도 아니고 공자 팬클럽이라니. 그것도 젊음의 거리인 홍대에 위치한 홍대지부? 그는 이런 접근법을 <논어> 같은 고전에만 적용하지 않는다. 우리 시대 문제적 책들을 몸으로 읽겠다고 도전하기도 한다. 등산책을 읽으면 직접 북한산을 오르고, 걷기예찬론을 보면 집필실이 있는 홍대에서 집인 도봉구 쌍문동까지 걸어보고, 와인책을 읽으면 샤토 라피트 로실드 같은 최고급 와인을 직접 따서 마셔보는 식이다. <몸으로 책읽기>라는 제목은 여기서 나왔다.
책 내용은 제목보다 훨씬 발칙하다. 공자의 말씀을 모아놓은 <논어>를 읽다가 너무 흥겨워 살사를 췄단다. 지은이가 최고의 여행지로 꼽는 서인도제도 쿠바의 수도 아바나의 살사클럽에서 밟았다는 스텝으로 말이다. 또 검은 옷에는 검은 사슴 가죽을, 노란 옷에는 노란 송아지 가죽 옷을 맞춰 입었던 공자야말로 당대의 멋쟁이라며 요즘에 비유한다면 조르조 아르마니 블랙슈트로 쫙 빼입은 모양새라고 설명한다. 공자와 조르조 아르마니를 연결시키는 상상력이 웃음을 머금게 한다.
[img2]<몸으로 책읽기>는 한술 더 뜬다. 메리 로치의 <봉크>(섹스 행위를 뜻하는 영어 속어)에서 여성의 성감에 대한 구절을 읽고 이를 직접 어떻게 해봐야 하나 고민한다. 그의 고민이 깊을수록 독자들은 낄낄거리게 된다. 진실에 가장 빠르게 접근하는 법은 무지를 깨닫게 하는 문답법이 아니라 낄낄거리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그의 책에는 옛 애인들과의 은밀한 애정행각에 대한 추억이 쏟아진다. 침을 삼키며 책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내용이 가벼운 것도 아니다. <공자 팬클럽 홍대지부>를 읽어보면 “나는 천한 출신”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공자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공자 사상의 인식론적 존재론적 깊이를 중국과 한국의 학자와 문필가들의 주석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 공자 사상의 핵심을 부처와 예수의 말씀과 함께 놓고 비교한다. 이슬람 창시자인 마호메트의 사상도 등장한다. 소중화사상에 빠져 있던 조선의 학자들은 논어를 읽지 않고 주희가 쓴 <논어집주>만을 읽어 살아 꿈틀거리는 공자가 아니라 죽은 공자에 빠져 있었다고 일갈하기도 한다. 공자 연구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 진성수 책임연구원이 “논어 읽기를 즐거운 산책길로 바꾸어놓은 필자의 혜안에 박수를 보낸다”고 높게 평가한 것도 이런 이유다.
[img3]국내 출판계에서 명씨처럼 고전에 대해 발랄한 글쓰기를 하는 작가는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그의 이력도 남다르다. 스포츠신문 기자 출신인 명씨는 1994년 한 방송사 피디를 인터뷰하다가 시트콤 출연을 제안받는다. 훤칠한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지닌 그는 그후 연기자 생활을 한다. 실제로 그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지금도 탤런트가 직업으로 나온다.
그가 글쓰기에 눈뜨게 된 것은 1999년 김영사로부터 ‘앗 시리즈’라는 책의 원고 청탁을 받은 이후부터다. <물리가 물렁물렁>이란 어린이용 과학책이었는데 편집자의 주문은 간단했다. 아이들을 무조건 낄낄거리게 할 것. 그는 이 책을 계기로 웃음짓게 만드는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를 자신의 주특기로 만든다. 그가 역할모델로 삼은 ‘웃기는 저술가’는 <발칙한 미국여행> 등을 쓴 미국의 빌 브라이슨과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지구상에서 가장 무모한 남자의 9가지 기발한 인생 실험>을 쓴 에이 제이 제이콥스라고 한다. 학술적 정공법보다는 자신만의 재기발랄한 글쓰기로 승부를 걸고자 한다.
요즘 그는 연기자보다는 작가로의 길을 걷기로 마음을 굳힌 듯하다. 2007년부터 글쓰기에 대한 강의를 서울 홍대 앞 심산스쿨에서 해왔다. 새로운 시대를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무장한 인디라이터를 키우겠다는 취지다. 인디라이터는 독립을 뜻하는 ‘인디펜던트’와 작가 ‘라이터’를 합친 말로, 새로운 시대를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무장한 작가를 뜻한다. 이미 50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졸업생들이 50권의 책을 썼다고 한다. 온갖 강연과 교육방송의 책 관련 라디오 진행까지 종횡무진 바쁘게 사는 그는 발칙한 글쓰기가 인생의 목표냐는 질문에 “배우가 한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 봤냐”며 “때가 되면 새로운 스타일의 글쓰기에 도전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한겨레신문] 2011년 9월 24일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이제 '명로진이 대세다'라는 확연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