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비행기 타고 훌쩍 떠난 제주올레 트레킹]
심산스쿨 지음, 바다출판사, 2011년
저자싸인본 할인판매 이벤트 안내
심산스쿨 명의의 책이 또 한 권 세상에 나왔습니다. 글은 모두 심산이 쓰고 사진은 모두 김진석이 찍었는데, 저자 이름은 ‘심산스쿨’입니다. 역자 이름을 ‘심산스쿨’이라 했던 [시나리오 마스터]에 이은 두 번째 책입니다. 저자서문에도 밝혔지만 이 책의 형성과정에는 심산스쿨 사람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이 책은 기획되지도 않았고, 쓰여지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들 모두와 함께 이 책의 출간을 자축하려 합니다.
[첫비행기 타고 훌쩍 떠난 제주올레 트레킹]은 오늘(2011년 5월 23일) 막 인쇄소에서 나왔습니다. 이 책이 전국의 서점에 배포되기까지는 적어도 사나흘이 필요할듯 합니다. 심산스쿨은 이 책의 출간을 기념하여 ‘저자싸인본 할인판매 이벤트’를 열려고 합니다.
이 이벤트는 이틀에 걸쳐서 진행되는데, 첫째날은 2011년 5월 25일(수) 밤10시 심산스쿨에서 열립니다. 이틀 남았으니 그야말로 ‘벙개’지요? 제가 [세계와인순례]의 수업을 마치고, 김진석 선생님이 [사진심화반]의 수업을 마친 직후로 잡으려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둘째날은 2011년 6월 4일(토) 오후 5시 신촌로터리 현대백화점 뒤편 갤러리 ‘여우사이’에서 열립니다. 이날 시작되는 [김진석사진반 4기]의 졸업전시회 오프닝과 병행하여 열릴 예정입니다. 이 두 번에 걸친 이벤트에 참여하시는 분들께는 심산과 김진석의 싸인이 들어간 [첫비행기 타고 훌쩍 떠난 제주올레 트레킹]을 1만원(공식소매가 13,800원)에 드립니다. 관심과 애정을 갖고 계신 많은 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아래는 책에 실린 저의 서문입니다.
훌쩍 떠나 걸은 길들의 기록
제주도가 가까워졌다. 실제의 제주도는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이지만 느낌 속의 제주도는 그보다 훨씬 가깝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최근 급부상한 저가항공들 덕분이다.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까지는 한 시간이 채 안 걸린다. 덕분에 제주도는 부산보다 가깝게, 심지어는 대전보다도 더 가깝게 느껴진다. 항공요금이 비싸다면 그림의 떡이다. 하지만 나처럼 정규적인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 이른바 성수기도 비껴가고 출퇴근 시간도 비껴간다면, 왕복 비행기 티켓을 4만원 이하로 구입할 수 있다. 예전 같았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이야기다. 돈을 지불하면서도 오히려 돈을 번 것만 같아 괜히 입이 헤벌쭉 벌어진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제주도가 가까워졌다고는 할 수 없다. 그곳에 볼 일이 있지 않는 한 시간과 비용 따위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런데 제주도에 볼 일이 생겼다. 바로 제주올레다. 제주올레가 이루어낸 놀라운 성취를 논하자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것이다. 여기서는 그저 단 하나의 심플한 사실만을 기록해놓기로 하자. 제주올레가 있어 제주도에 간다. 제주올레는 제주도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을 제주도로 끌어모았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제주올레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자 이제 사태는 자명해진다. 제주도에 갈 일이 생겼다. 제주올레길이 열린 것이다.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다. 가는 데 드는 비용도 적다. 그렇다면 아침 일찍 일어나 배낭 하나 들쳐 메고 훌쩍 떠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지난 수년 동안 내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가 이것이다. 아침에 눈을 뜬다. 걷고 싶다. 바다를 보고 싶다. 싱싱한 회를 먹고 싶다. 그렇다면 가자. 아침 첫비행기를 잡아 타고 제주도로 훌쩍 떠나자. 이 책 [첫비행기를 타고 훌쩍 떠난 제주올레 트레킹]은 그 즐거웠던 여행들의 기록이다.
최근 3년 동안 내가 제주도에 머물렀던 시간을 얼추 계산해보니 거의 반 년 가까이 된다. 그야말로 툭하면 제주도로 내려가 멍하니 노닥거리다가 하염없이 걸어 다녔던 셈이다. 마음에 맞는 붙박이 숙소를 정하고 나니 계획 따위도 필요 없다. 그냥 무작정 그곳으로 간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낮잠을 자고, 또 어떤 날은 자전거 타기와 낚시에 빠져 그냥 흘려보낸다. 오랜만에 옛날 소설들을 들춰보기도 하고 내 아이팟에 저장되어 있기는 하나 한 번도 안 들어본 노래들을 비로소 감상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즐거웠던 것은 역시 제주올레를 걷는 일이다.
제주올레길에는 일련번호가 붙어 있다. 하지만 굳이 순서에 따라 걸을 필요는 없다. 아무렇게나 걸어도 그만이다. 제주올레길에는 순방향과 역방향이 있다. 하지만 역시 순방향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역방향으로 걸으면 왜 안 된단 말인가. 한 코스의 중간쯤에서 다른 코스의 중간쯤으로 사선을 그으며 넘어가도 그만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 올레는 자유다. 아무렇게나 걸어도 좋지만 걷지 않아도 좋다. 걷다가 그만두어도 되고 쉬었다가 다음날 이어 걸어도 된다.
제주올레가 언제나 그곳에 똑같은 모양으로 남아 우리를 기다리는 있는 것도 아니다. 제주올레는 시시각각 변한다. 같은 길이라도 아침의 올레와 저녁의 올레는 다르다. 햇살 따사로운 날의 올레와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의 올레는 사뭇 다르다. 하물며 봄에 걸은 올레길과 겨울에 걸은 올레길이 같을 리 없다. 그 변화무쌍하고 천변만화하는 제주올레를 글이나 사진에 담아 책으로 옮겨놓겠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시도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글을 썼다. 일련번호를 따라, 순방향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매코스마다 할당된 원고매수도 많지 않다. 도대체 이 허섭하고 짧은 글들로 제주올레의 전체를 담아낼 수 있다고 믿었단 말인가. 가당치도 않다. 아마도 [제민일보]의 원고청탁이 없었더라면 결코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을 형식이요 내용이다. 책으로 묶어내기 위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주욱 훑어보니 흡사 조각배에 타고 앉아 이 세상의 모든 바다를 다 보았노라고 허풍을 떨어대는 어린아이의 꼬락서니와 다를 바 없는지라 낯이 뜨거워질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펴내는 이유는 오직 하나, 함께 걸었던 사람들 때문이다. 제주올레의 풍광은 훌륭하다. 제주올레가 품고 있는 역사의 자취 또한 장엄하다. 하지만 내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은 그 길을 함께 걸었던 사람들이다. 매코스별 에세이들을 다시 읽어보니 그 안에 사람들이 보인다. 내게 있어 제주올레는 그 길을 함께 걸었던 사람들로 기억된다. 제주올레를 걸으면서 처음 만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심산스쿨을 통하여 인연을 맺게 된 지인들이다.
뻔히 알고 있던 사람들의 배경만 제주올레도 바뀐 것은 아니다. 풍광과 체험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길은 함께 걷는 사람의 내면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게 한다. 알고 지낸다고는 했으나 실은 단지 면식이 있을 뿐이었던 사람을 길 위에서 새롭게 발견한다. 이 또한 제주올레의 힘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나는 제주올레를 걷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없었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를 한 개인이 아니라 심산스쿨이라 한 것은 그런 까닭이다.
제주올레에 관한 책들은 이미 너무 많이 출간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질 수 있는 존재 가치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해봤다. 다음의 몇 가지 항목들을 이 책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을 듯하다.
첫째, 현재까지 개통되어 있는 제주올레의 모든 코스를 다루었다. 현재 제주올레는 18개의 정규코스와 5개의 변주코스(1-1, 7-1, 10-1, 14-1, 18-1) 등 총23개 코스 총연장 376.1 Km로 이루어져 있다. 제주올레가 하나의 완벽한 폐곡선을 그리며 완성될 즈음이면 이 책 역시 개정증보판을 낼 것이다.
둘째, 이 책은 제주올레의 4계절을 모두 담고 있다. 기존의 제주올레 관련 책들은 대부분 짧은 기간 동안 집중적인 취재를 하여 집필된 반면, 이 책은 3년 가까운 기간 동안 세월아 네월아 하며 진행된 ‘느린 여행의 기록’인 것이다. 특히 제주올레의 4계절을 모두 담아낸 사진들은 이 책만의 장점이다.
셋째, 이 책은 건조한 여행코스 안내서보다는 감각적인 여행에세이에 가깝다. 제주올레 트레킹에 관련된 정보들은 이미 시중에 넘쳐나고 지금 이 시각 현재에도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정보보다는 정서를 다룬다. 길 그 자체보다는 사람들과 그들의 감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매코스마다 한 편의 맛깔난 에세이를 독자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다면 글쓴이는 행복해할 것이다.
사진작가 김진석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고백해두고 싶다. 이 책의 집필과 출간 과정 동안 누구보다도 큰 변화를 겪었던 사람은 바로 김진석이다. 그는 ‘걷지 않는 사람’에서 ‘걷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이 역시 제주올레의 힘이다. 그의 사진이 있어 허름한 글 뒤로 광채가 빛나게 되었다.
함께 걸었던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도 우정과 사랑의 인사말을 건넨다. 게스트하우스 사이의 최운국 사장을 비롯하여 제주에서 인연을 맺게 된 모든 이들에게도 깊이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심산스쿨에서 맺은 인연을 제주올레에까지 연장시켜준 친구들에 대해서는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제주올레는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생명체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 길을 내고 있다. 서명숙 이사장을 위시하여 사단법인 제주올레의 모든 일꾼들의 노고에 오직 감사할 따름이다.
이 책의 출간으로 나의 제주올레 트레킹 역시 하나의 매듭을 짓게 되었다. 하지만 시작은 있되 끝은 없는 것이 이 길이다. 이미 걸었던 길도 다시 한 번 걸어보리라. 아직 뚫리지 않은 길도 내 멋대로 걸어보리라. 그래서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문득 바다와 오름과 정겨운 이웃들이 그리워진다면, 주저 없이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서리라. 공항으로 달려가 아침 첫비행기를 타고 제주올레로 훌쩍 떠나는 상상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행복하리라.
2011년 5월 서울 신촌 노고산 아래에서
심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