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김정한 등록일: 2009-12-14 23:05:01 IP ADRESS: *.47.19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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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드디어 열번째넹...^^
원래 열번째를 소설 리뷰 중에서 하나를 올리려고 했었는데, 엔간한 소설보다 이게 더 의미있는 것 같아서 골랐습니다.

반야심경-현장(玄奘) 외 / 조기영 / 지만지

이 책은 [지만지 고전선집] 리뷰어 활동 두 번째 미션으로 받은 책이다.
솔직히 내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고르지 않았을 것 같다.
우선, 나는 불교인이 아니다. 따라서 불교 경전을 읽어야 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나는 한문과 별로 친하지 않다. 내가 군대 제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러니까 지금부터 대략 20여 년 전쯤에 동몽선습이니 하는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몇 권 구입했던 적이 있다. 물론 다 읽었다. 나는 책을 중간에 덮는 걸 극도로 싫어하므로...
하지만 다 읽고 나서도 내가 무얼 읽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사태를 경험하고부터는 가능하면 한문이 원전이 되는 책들은 그다지 가까이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달의 신간이라는 안내를 보다가 [반야심경]에 눈길이 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어머니도 그렇고 나이가 있으신 어르신들, 특히 불교를 믿는 분들은 반야심경을 입에 달고 사신다.
“마하반야바라밀다...”
그리고 이 구절을 보면 머릿속에는 향내 가득한 절이 떠오른다.

불현 듯 호기심이 넘실대기 시작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 말일까? 무슨 주문 같은데 무얼 염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을까?
어차피 리뷰어로 선정되어서 책을 고르면 되니 한 번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지난 달 리뷰를 제일 빨리 올렸다는 이유로 [우수 리뷰어]로 선정되어 두 권을 고를 수 있다는 이유도 한 몫을 했다.
그리하여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기]와 함께 신청했다.

이 책을 받은 것은 지난 5월 말이었고 받자마자 펼쳐 들어 읽기 시작했다.
반야심경 한 권을 다 읽는 데에는 불과 두어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내 능력으로는 한문으로 기술된 부분을 건너뛸 수밖에 없으니 절반 가까운 분량을 그냥 지나친 셈이다.
모두 134쪽으로 된 책에서 한문으로 기술된 부분이 적어도 50여 페이지 분량은 될 것 같고, 게다가 본문 역시 여백이 상당하다.
또한 본문보다 훨씬 긴 영역을 차지하는 각주도 있다 보니 분량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해가 되든 말든 일단 한 번을 읽었다.
책을 덮고 나니 아니나 다를까 기억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내가 읽은 게 무엇이었는지...

그래서 다시 한 번 읽기 시작했다.
이번엔 각주도 꼼꼼히 봐가며, 한문으로 기술된 부분에서는 내가 아는 한자가 있는지 확인도 해가면서 말이다.
그렇게 두 번을 읽었다. 내용은 조금 기억나는데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한 번 더 읽을까... 고민을 하다가 일단 리뷰를 작성하기로 했다.
이 책의 내용이 그렇게 쉽게 이해되는 부분도 아닐 것 같고, 사실 내가 책 내용을 완전하게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머리말을 읽어보니 반야심경이 워낙 종류도 많고 다양하다는 내용이 있다.
본문 중간 중간에 한문 표기가 다른 종에서는 다른 글자를 쓰고 있다는 안내가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옛날, 원본을 필사해서 책을 만들던 시절에 잘못 표기하기도 했던가보다.

차례는 이렇게 구성되어있다.


해설
지은이에 대해
반야바라밀다심경
마하반야바라밀대명주경
불설반야바라밀다심경찬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반야심경주해
반야심경 게송
옮긴이에 대해

먼저 해설의 내용을 잠깐 들여다보자.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 1권은 불교의 핵심적인 이치를 간결하고 명징하게 요약한 불교 경전의 정수에 해당한다. 특히 649년 현장(玄奘)이 황제의 조칙을 받고 종남산(終南山) 취미궁(翠微宮)에서 번역한 <반야바라밀다심경>은 공(空)사상으로 대표되는 600권의 반야경전을 260자로 요약하여 돈탈(頓脫) 정각(正覺)의 대도를 설교한 대표적인 경전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은 <반야심경> 또는 <심경>이라고 부르고 있다. (7P 해설 발췌)
라는 설명이 있다. 결국 반야심경은 600권의 경전에서 정수만 뽑아내어 260자의 한자로 정리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불교의 역사와 함께 원래 인도의 범어로 기록되어 전해오던 것이 불교를 받아들인 각 나라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번역과 해석이 더해져 그 종류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에서 ‘마하’는 크다, 많다, 뛰어나다, 초월하다의 뜻을 갖고 있고, ‘반야’는 지혜, 깨달음, ‘바라밀다’는 저 언덕, 곧 열반에 이른다는 뜻이며, ‘심’은 핵심, 진수를 말하고, ‘경’은 성인의 가르침이자 피안으로 이르는 길을 뜻한다고 한다.
따라서 ‘큰 지혜로 열반에 이르는 부처님의 진수의 가르침’이라는 뜻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나야 불교신자가 아니니 부처님의 가르침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궁금한 것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느냐이다.

이 <반야심경>은 지은이에 대한 소개도 만만치 않다.
현장은 당나라 시대의 승려로 삼장법사로서 <대당서역기>라는 인도 기행서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삼장법사? 귀에 익은 이름이다 싶었는데 서유기에 등장하는 그 스님이 아닌가?
물론 서유기에 등장하는 삼장법사는 이 사람을 모델로 한 것이겠지만 어쨌든 갑자기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리뷰를 작성하기 위해 들여다 보니 각주로 삼장법사에 대한 설명이 있다. 삼장은 불교 경전을 총칭하는 것이고 이에 통달한 이를 부르는 명칭이 삼장법사란다.
그럼, 서유기의 삼장법사는 현장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네?

그 외에도 구마라습이라는 인도의 승려, 원측이라는 신라 승려, 중국 남북조 때의 보리달마라는 이름의 승려와 무구자라는 원나라와 명나라 이전의 인물로 추측되는 승려까지 소개하고 있다.

본문내용을 보면 전체적인 맥락은 같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법정스님이 무소유를 말씀하셨다던가?
불교의 경전인 <반야심경>을 들여다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처음부터,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 생겨나지도 않았고 없어지지도 않는다는 글로 시작한다. 그리고 사람이 고뇌하고 번민하며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모든 것은 바로 있지도, 없지도 않고, 생기지도 않았고 없어지지도 않을 것들에 대한 미련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처님의 십대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는 사리자에 대한 내용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마음이 맑으면 이익이 도리어 많아진다-心淨利還多”
글쎄, 감히 어쭙잖은 해석일지 모르지만 이 글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사람의 마음이 맑다는 것은 결국 진실함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자신만의 이익을 좇아 거짓을 따르는 사람은 당장 눈앞의 이익은 많은 듯 보일지 모르지만 궁극에 가서는 진실한 사람만큼의 이익을 얻을 수는 없다.]

이 말이 09년 6월의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권력의 정점에 섰다가 내려온 한 사람은 유명을 달리하고,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진실을 보이지 못하는 한 사람은 그 꼭대기에서 사방으로 벽을 쌓고 있는데...
조금 더 지나보면 알 것이다.
과연 어떤 이가 더 큰 이익을 가질 수 있는지...
물론 여기서 말하는 이익은 물질적인 이익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불교를 잘 모른다. 더구나 불교의 경전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반야심경>의 경우에는 자주 들은 기억도 나고, 한 때는 책 제목에 <반야심경>의 구절이 쓰인 적도 있다. 아마 영화로도 만들어졌었지?

어쨌든 이 책 <반야심경>으로 인해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글을 만나보았다.
뭐랄까?
선문답 같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약간 허탈해지기도 하는 내용이다. 게다가 익숙하지 않은 용어까지...
책 두께에 비해 그다지 쉽게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다 읽고 나니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는 기분도 들고, 조금은 마음 편하게 살아도 되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 몇 번 더 읽어볼만 하겠다는 결론을 내리며 책장을 덮었다.
profile

심산

2009.12.15 11:01
*.237.80.238
반야심경...죽을 때까지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지
내가 불교...에 대해서 그나마 우호적인 것은
그게 종교보다는 철학에 가깝다는 이유...^^

김정한

2009.12.15 12:14
*.47.197.18
저는 종교적인 의미는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성경에서도 잠언같은 부분은 읽어둘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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