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김정한 등록일: 2009-12-29 18:09:19 IP ADRESS: *.47.19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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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끝낸 따끈따근(?)한 리뷰입니다.
이 리뷰는 일단 동문마당에서 개봉합니다. ㅋㅋ
이 책의 신간안내를 심산스쿨 여는 글에서 접했기 때문에~

신화, 세상에 답하다 - 김원익 / 바다출판사
- 인생의 길을 묻는 당신에게 건네는 신화 이야기

2년 전 쯤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읽었던 책이 있다.
풀빛 출판사에서 나온 로널드 B 토비아스의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이 그것이다.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플롯을 모두 스무가지로 정리했다.

추구 / 모험 / 추적 / 구출 / 탈출 / 복수 / 수수께끼 / 라이벌 / 희생자 / 유혹 / 변신 / 변모 / 성숙 / 사랑 / 금지된 사랑 / 희생 / 발견 / 지독한 행위 / 상승과 몰락

이렇게 스무가지의 플롯이 인간이 관심을 갖고 받아들이게 되는 키워드라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조금 중복되는 주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희생자와 희생, 사랑과 금지된 사랑 플롯은 작가 나름대로 구분을 한 이유는 있지만 하나로 보아도 무방하리라 생각된다.

[신화, 세상에 답하다]에 대한 리뷰에서 뜬금없이 엉뚱한 책 이야기를 꺼낸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신화, 세상에 답하다]는 모두 열아홉 가지의 주제를 놓고 신화 속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그 열아홉 가지 주제는 앞서 언급한[~ 스무 가지 플롯]과 상당히 유사하다.

[신화, 세상에 답하다]의 부제는 이렇다.
‘인생의 길을 묻는 당신에게 건네는 신화 이야기’

결국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도, 우리 인생에 조언을 해주는 것도 대강 스무 가지 정도의 주제로 요약할 수 있다는 말일까?

이 책의 저자, 김원익은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는 엉뚱하게 신화에 푹 빠져서 십년을 살고 있다고 한다.
대학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 등의 강의를 하고 온갖 신화 관련 서적을 집필한다고 한다. 역시 사람은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그걸로 먹고 살라는 보장은 없는 모양이다.

앞서 [~ 스무 가지 플롯]의 주제를 나열했으니 이번에는 이 책의 목차를 살펴봐야겠다.

들어가는 말
<출생의 비밀> 영웅의 출생은 무언가 특별하다.
<아버지 찾기> 정체성을 찾으려는 원초적 욕망.
<형제 갈등> 피할 수 없는 필생의 라이벌.
<알파걸> 여자, 세상의 중심으로 우뚝 서다.
<팜므 파탈>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유혹.
<사랑> 비극적 사랑이 아름답다.
<우정> 인간의 가장 고귀한 덕목.
<희생> 왜 여자만 희생양이 되는가.
<탐욕>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질투> 질투는 우리 모두의 힘.
<복수> 복수는 꿀처럼 달콤하다.
<오만> 인간이여, 너 자신을 알라.
<근친상간> 비극을 부르는 원시적 욕망.
<간통> 배신인가 사랑의 자유인가.
<금기> 깨기 위해 존재하는 것.
<술>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
<수수께끼> 관문을 뚫기 위한 통과의례.
<납치> 가부장제의 뿌리 깊은 폭력.
<변신> 변신의 본질은 변모에 있다.
나가는 말
참고문헌

주욱 나열하고 보니 앞서 언급한 [~ 스무가지 플롯]과 같은 것도 있고 조금 다른 부분도 있다. 하지만 본문을 살펴보면 정말 닮았다.
다른 점은 [~ 스무가지 플롯]은 이야기의 전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 책은 각 주제 별로 신화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등장하는가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어릴 적 한번쯤은 읽어봤을 책이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접했던 책들은 나이에 맞게 적당히 각색하고 빼고 더한 것들이라 원전과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그 수없이 많은 신들과 그 이름, 그리고 상상만으로도 아찔한 신들의 능력에 푹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설령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도 무수한 신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유명한 몇 몇 신의 이름은 다 들어봤을 것 아닌가?
아폴로, 제우스, 아프로디테... 심지어 동일한 신인데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하니 신명사전(神名事典)을 만든다고 해도 정신없을 것 같다.

이 책에도 간단하게 언급하고 있지만, 신들의 가치관과 인간의 가치관은 정말 다른 것 같다.
신들의 사랑놀이, 근친상간, 질투와 복수... 이런 이야기를 접하다보면 이건 엽기도 이런 엽기가 없고,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어쩌면 인간보다 더 심한 신들의 행각이 책에 대한 흥미를 더해주는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재미도 있어서 쉽게 책장이 넘어간다. 그리고 밑줄 그을 문장도 제법 많다. 읽는 내내 내 손에서는 빨간색 볼펜이 떠나지 않았다.
배배 꼬인 내 인생에 적당한 격려도 되고 인생은 그다지 대단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아볼만한 재미가 있다는 이야기, 내 삶이 재미없다면 다른 사람의 삶이라도 들여다보면서 즐겁게 살라는 이야기를 한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이유가 모두 이 책에 들어있는지도 모르겠다.

왜 사내들은 어릴 적부터 어깨동무를 하고 개구쟁이 짓을 하며 의리를 찾을까?
왜 딸아이들은 한번쯤 ‘난 커서 아빠와 결혼할테야!’라고 폭탄 선언을 하는지...
왜 모든 남자들은 벌거벗은 여자의 유혹에 번번이 지고 마는지...
서툰 한국말로 TV카메라 앞에서 떠듬거리는 입양아는 왜 그토록 애절하게 자신을 버린 부모를 찾는지...
왜 남자들은 항상 야망을 품어야 하고, 왜 여자들은 번번이 사랑보다 돈 가진 남자를 진실하다고 착각하는지...
무협지는 항상 ‘아버지의 원수! 내 칼을 받아랏’하고 외치는 주인공이 필요한지...

이 책은 이런 모든 ‘왜?’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신화에서 찾는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신화에서 번번이 그 답을 가져온다.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고대설화, 중국의 옛적 이야기들은 참으로 서양의 그것들과 닮았다. 어쩌면 그건 인류 모두가 머언 옛날에 같은 사건을 경험했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 맞게 각색한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동서양의 전설들도 비슷하다. 아니, 너무도 닮았다. 어쩌면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렇게 스무 가지 안팎으로 요약되는 인간사라면 이런 말이 진실일지도 모르겠다.
“인생 뭐 있어? 다 똑같은 거지...”

언제부턴가 책을 읽으면서 오타나 오기를 발견하면 표시를 하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도 몇 가지 잘못된 부분을 발견했다.

13P. [아버지도 활쏘기의 명수라서 얻음(얻은) 이름이...]
189P. [동쪽으로 가던 태양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동쪽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 동쪽으로 가던 태양이 방향을 바꾸면 서쪽으로 가야 할 텐데 말이다.
220P. [신의 자리를 탐낸 벨로로폰] - 바로 다음 줄에 벨레로폰이라고 명기되어 있다.

많지는 않다.
오타가 두 개, 잘못된 문장이 하나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부분을 만나면 조금은 아쉽다. 살짝 책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말이다. 다음 번 인쇄때에는 바로잡아지길...

profile

심산

2009.12.29 19:16
*.12.65.186
흠...원익이가 들어와서 이 리뷰를 봐야 할텐데...ㅋ

김정한

2009.12.30 13:34
*.47.197.18
저자께서 읽어주신다면... 영광입지요. 네~

김원익

2009.12.31 00:11
*.8.190.146
김정한님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년에 "신화 세상에 답하다 2"가 출간되면
제일 먼저 한 권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정한

2009.12.31 02:18
*.47.197.18
헉!
작가님께서 친히 댓글을...^^
게다가 신간을 친히 보내주시겠다니...^^
감사합니다.

정말 가슴 설레는 새해 선물을 받네요~~

이정환

2009.12.31 23:49
*.222.56.24
신화에 나오는 이름이 까다로워 그렇지, 10분만 집중하면 금방 몰입해서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
개인적인 얘기만 아니었어도 저도 이 책 읽고 쓴 글을 올렸을거에요... 2권도 파이팅입니다. 샘! ^^

김보경

2010.01.09 21:34
*.98.205.52
리뷰를 보고 책 주문했습니다. 리뷰 쓰시는 님도 꼭 한번 뵙고 싶어요. ㅎㅎ

김정한

2010.01.15 19:14
*.47.197.18
정환씨... 올리시지... (개인적인 얘기가 뭘까 궁금한데요. ㅋㅋ)

보경님... 리뷰를 보시고 책을 주문하셨다니 감사합니다.^^
저도 꼭 한 번 뵙고 싶습니다. 언제 심산스쿨 공개강좌라도 같이 듣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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