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06-01-09 11:29:32 IP ADRESS: *.16.2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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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사극을 완성한 전방위작가
신봉승(1933-    )


  한 작가가 150편에 육박하는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들었고, 그 영화들을 모두 합친 시간보다 더 긴 분량의 TV드라마 대본을 썼으며, 그와는 별도로 100권을 훌쩍 넘는 저서들을 남겼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 100여권의 저서들 역시 단일한 장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시집?대하소설?역사에세이?평론집?희곡?시나리오집?작법서 등 이른바 문학이라 일컬어지는 모든 장르를 포괄하고 있다면? 이 절륜의 필력을 자랑하는 불세출의 대작가가 초당 신봉승이다. 흔히 신봉승 하면 1983년부터 1990년까지 장장 8년 동안 MBC를 통해 방연된 <조선왕조실?gt;시리즈를 떠올리며 정통사극의 완성자이자 방송작가의 대명사 정도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는 망망대해를 연상시키는 그의 가없는 그릇에 비하여 너무 옹색한 평가에 불과하다. 그 드넓은 바다를 이 좁은 지면에 비추어보자니 스스로 무모하다는 자탄에 빠져 자판에 손가락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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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출생의 신봉승은 고향에서 강릉사범을 마친 이후 수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봉직했다. 일찍이 문학에 뜻을 두어 중앙대학교 국문과에 입학하던 1957년에는 청마 유치진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였고, 경희대 국문과로 편입하여 학업을 마친 1961년에는 역시 같은 잡지에 조연현의 추천으로 평론가로도 데뷔한다. 같은 해 그는 국방부에서 주최한 시나리오 현상공모에 <두고온 산하>라는 작품으로 당선됨으로써 본격적인 충무로작가로서의 신고식도 마친다. 이 작품이 이강천 감독에 의하여 영화화될 즈음, 아예 직장을 중앙국립극장으로 옮긴 그는 서서히 라디오드라마나 TV드라마대본에도 손을 대기 시작하였는데, 신영균과 김승호가 주연을 맡았던 <월급봉투>는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자신의 첫 번째 라디오드라마를 각색한 영화다. 1960년대 후반은 시나리오작가 신봉승의 시대였다. 고른 품질의 다작으로 유명한 그는 1968년 한해 동안에만 무려 18편의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들었는데,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기록이 아닌가 한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산불><독짓는 늙은이> 등이 당시의 대표작들로 꼽힌다.

  신봉승의 시나리오에서 일관된 작품세계를 읽어내려는 것은 어리석은 시도다. 그는 이른바 문예영화를 비롯하여 통속멜로?액션?코미디?추리물?사극?반공전쟁영화 등 거의 모든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작품활동을 지속해왔다. 김희갑과 황정순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자식들을 찾아 다니는 <팔도강산> 시리즈의 대부분도 그에 의하여 쓰여졌고, <인간사표를 써라><지프><자크를 올려라> 같은 박노식표 액션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것도 그였다.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그의 작품세계에는 커다란 변화의 물결이 인다. 1972년에 TBC를 통해 방영된 일일연속극 <사모곡>을 쓰면서 역사드라마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임권택의 <연화>는 1973년에 TBC를 통해 방영된 같은 제목의 일일연속극을 시나리오로 각색한 것인데, 브라운관의 인기는 극장가로도 이어져 속편까지 제작된다. 덕분에 작품의 무대가 되었던 양주 회암사가 관광지로 개발되고 건물의 복원까지 이루어지는 등 그 흥행의 여파가 대단하였다. 신봉승이 불교에 입문하여 법련거사라는 법명을 얻은 것도 이즈음이다.

  1980년대에 신봉승이 이룬 최고의 업적은 물론 <조선왕조실록>의 드라마화를 통하여 정사(正史)를 대중화시키는 큰 물꼬를 텄다는 것이다. 이따금씩 극중인물의 해석에 있어서 사학계와 첨예하게 대립되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우리 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안방극장의 인기상품으로 만들어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대한 업적임에 틀림없다. 다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이 대작가의 무게중심이 충무로에서 여의도로 옮아가게 되었음이 약간 서운할 뿐이다. 지난해에 발간된 (선, 2000)는 수십년에 걸쳐 농축된 신봉승만의 창작이론서로서 그 귀한 경험과 지혜를 고스란히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고희를 바라보는 이 대작가는 요즈음도 자신의 홈페이지 를 통하여 젊은이들과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당당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시나리오 필모그래피
1962년 이강천의 <두고온 산하>
63년 김수용의 <청춘교실>
64년 김수용의 <월급봉투>
65년 김수용의 <저 하늘에도 슬픔이>ⓥ★
66년 정진우의 <하숙생><초연>
67년 김수용의 <산불>ⓥ★
68년 최인현의 <이상의 날개>
69년 최하원의 <독짓는 늙은이>ⓥ★
70년 신봉승의 <해변의 정사>
71년 박노식의 <인간사표를 써라>
72년 변장호의 <홍살문>ⓥ★
73년 변장호의 <눈물의 웨딩드레스>
74년 임권택의 <연화>
75년 이원세의 <꽃과 뱀>
76년 최인현의 <홍길동>
78년 최인현의 <세종대왕>★
79년 변장호의 <을화>ⓥ
90년 신상옥의 <마유미>ⓥ
92년 이은수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는 비디오출시작
★는 자(타)선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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