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련

2011.09.08 14:26

아유 선생님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도 영화를 너무 심각하게 보지 마시고 잼있게 보세요.

제가 워낙 감정컨트롤이 안되는 성격이라 계약 할 때도, 시사회 다녀와서도 " 시나리오 작가를 도대체 뭘로 생각하는거야? " 식의 말을 면전에 대놓고 하곤 했는데 요즘엔 조금 후회 한답니다. 좀더 작가다운 세련된 화법을 구사하지 못한것이 일차적 후회고 더 깊은 후회는 시나리오 작가 뿐 아니라 모두가 고생했는데 타인의 고생을 미처 귀하게 보지 못했던 저라는 인간의 작은 그릇에 대해 후회가 들더라고요.

먹이 사슬 처럼 누군가는 포식하고 누군가는 피 빨리고 있지만,
그 시스템이 공고화 된 충무로 현장에서
자기 밥그릇 챙기기도 버거운 사람은 시나리오 작가 뿐만은 아니더군요.
제작사나 직원분들, 얽힌 사람들이 한 두명이 아니니 작은 전쟁터 같아요.
특히나 공동제작은 서로 제 식구 챙긴다고 하는데도 밥 굶고, 열외되고, 일한 댓가 못 받게 되는 과락자가 자연스럽게 생기더라구요.
출신이 경상도라... 욱하면 치고 박고 여기 저기 깨지고 깨고다니다 보니
이제 글이라도 잘쓰지 않으면 불러 줄 때도 없을 것 같은 막판 몰림? 같은 위기감 마져 드네요. ㅋ

심산스쿨의 방향성도 그렇고 이미 선생님께 수업때 부터 들어 온 말이었지만
시나리오 작가가 아주 대단한 거라고 생각하고 불나방 처럼 뛰어 들었던 그 때는 귓등으로 보냈었는데
지금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현명한 처신. 작가로서 지녀야 할 똑똑한 자기 커리어 계발...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