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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16.09.29 17:12

일단 개봉 첫날 47만명의 관객을 불러들여

한국영화사상 역대 청불영화 최고의 스코어를 확보하긴 했는데

실제 관객들의 실시간 영화평은 매우 극단적이다


10점 짜리 너무 재미있다에서부터

1점 짜리 너무 불쾌하다, 이거 왜 만들었냐...까지


개봉을 하고 나면 이런 반응이 나올 줄 알고 있었다

호오가 극단적으로 엇갈릴만한 영화다


이 영화를 싫어하거나 욕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감독과 제작자 등 역시 그들에게 굳이 변명을 하려들지도 않을 것이다


[아수라]가 최종적으로 어떤 스코어를 얻고

어떤 평가를 받게될지가 매우 궁금하다


[아수라]에 대한 영화 평 혹은 기사들 가운데서는 [한겨레]의 것이 단연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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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새로운 해석, 뺨을 맞은듯 얼얼한 리얼함

 

조금 나쁜것은 지는 것이다. 극악해야 한다. 극악한 것이 더 극악한 것들과 경주를 한다. 아수라판이다. 김성수 감독은 왜 똘마니들은 보스에게 충성을 다할까, 무슨 사정이 있을까를 따라가보고 싶었던 데서 영화 <아수라>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 똘마니가 정우성(한도경)이다. 김성수 감독과 <비트><태양은 없다> <무사>를 함께한 뒤의 네 번째 합작이다.

 

한도경이 권력의 개가 된 것은 약점이 많아서다. 아내는 말기 암에 걸렸다. 가늠할 수 없는 병원비는 아내의 이복오빠이자 안남시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대가는 크다. 박성배는 당선 무효가 될 수 있는 벌금형을 받았다. 2심 전 도경은 정보원 작대기(김원해)를 시켜 불리한 증언을 할 증인을 사라지게 한다. 작대기에게 대가를 건네는 현장에 황 반장(윤제문)이 나타난다. 작대기는 마약 주사기를 꽂고 미쳐 돌아다니고 황 반장은 사건 냄새를 맡고 쫓아오고 도경과 형님동생 하는 사이인 경찰 후배 선모(주지훈)는 사정을 모른 채 치달린다. 도경은 씨발거리며 패닉에 빠진다. 결국 5만원권 지폐가 뿌려진 옥상, 도경이 철조망에 밀어붙인 황 반장은 2층에서 떨어져 즉사한다. 도경의 또 하나의 약점이 생긴다.

 

안남시는 재개발이 한창이고 누가 더 크게 먹을 건가를 두고 두 패로 갈려 싸우는 중이다. 박 시장의 반대편에 재개발위원회가 있고, 2심에서 물을 먹은 검찰도 한통속이다. 검사 김차인(곽도원)은 도경의 약점을 잡고 육박해온다. 시장은 또 다른 약점을 잡고 한결같은 충성심을 요구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아등바등하는 조금 나쁜 놈도경은 영화를 여는 내레이션처럼 살기 참 힘들다”.

 

아수라는 지옥에 떨어진 사람이 가는 곳 중 하나다. 환경으로는 살 만하다지만 모이기만 하면 싸움질을 해대니 못 살겠는 곳이 된다. 탐욕으로 지옥이 되는 곳이다. 영화는 현실의 아수라를 세분화된 권력관계를 통해 재정의한다. 지방대 출신 검사는 부장검사에게 비굴해지는 한편에서 젠틀하게 검찰 수사관의 충성심을 조종하고 변덕부린다. 서열이 정리가 안 된 조무래기들은 정리는 헌신짝처럼 버리고 충성 경쟁을 벌인다. 시장은 폭력의 판을 만들고는 스토리로 가공해낼 수 있기에 권력자다. 영화는 권력의 요체를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다른 사람의 몸에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으로 세분화해 다가간다.

 

폭력의 아수라는 여러 장치를 통해 현실감을 극장 안으로 전달한다. 카메라는 시선을 피하거나 클로즈업 없이 때린 데 또 때리는 액션을 묵묵히 보여준다. 때리는 소리는 조용한 가운데 낮게 깔린다. 비주얼 효과에서도 피가 많아서가 아니라 피의 구성 성분때문에 놀라게 된다. 피는 심장 박동과 함께 뿜어져 나오고 몸속 하얀 액체들이 함께 솟구친다. 이런 묘사들이 감각을 얼얼하게 만든다.

 

리얼한 폭력 묘사에 거부감을 느낄 관객들도 많을 법하다. <씨네21> 20자평에도 지치고 질린다”(박평식), “투 머치”(한동원), “진귀하면서도 피곤한”(송경원) 등의 평이 올라와 있다.

 

김성수 감독은 얼얼함을 노렸다고 말한다. “폭력에 물든 세계가 궤멸하는 이야기인데, 멋지게 묘사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액션의 통쾌함보다 통렬함을 그리려 했다. 맞은 도경을 향해 많이 괴롭고 아프죠라고 할 때 도경처럼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도록 하고 싶었다. 그런 아픔을 느낄 수 있어야 도경의 심정으로 악에 대항해야겠다는 생각에 동감하리라 생각했다. 자극적이라기보다는 색다르게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도경과 폭력단 무리의 차 추격 장면은 함께 달리는 듯한 속도감을 극대화해 보여준다. 차체를 훑고 차 안과 밖을 관통하는 카메라 워킹은 잊지 못할 장면을 만든다. 이런 리얼함이 기존의 역들을 한번 더 반복한 주요 배역들을 새롭게 보이게끔 한다. 18살 관람가. 28일 개봉.

 

[한겨레] 2016927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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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우성은 [아수라]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잘생겼다.’ “오늘도 잘생겼다는 덕담에 이 얼굴이 어디 가겠나라고 받아쳐도 다들 고개를 끄덕일 정도다. “잘생겨서 나쁠 건 없다는 그지만 잘생긴이라는 수식어를 뛰어넘는 일은 늘 숙제였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43)영화 <아수라>로 그 숙제를 푼 것 같다고 말했다. ‘인생 캐릭터를 만난 배우의 자신감이 엿보였다.

 

생계형 비리 형사한도경은 정우성이 22년간 써 내려온 캐릭터 열전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다. 정우성은 도경을 일컬어 보통 영화에서는 주인공으로 삼지 않을 인물이라고 했다. 도경은 약자에게 강하고, 우유부단하며 박쥐 같은 남자. “몸은 멀쩡하지만 세상 모든 질병과도 같은 상황에 병들어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9), <무사>(2001)를 함께 작업한 김성수 감독을 믿고 시나리오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출연을 약속했건만, 막상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한도경이라는 인물을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던 이유다.

 

캐릭터에 한발 다가서게 된 건 첫 촬영 때였다. “편집본에서는 빠졌지만 황인기 반장 장례식 버스 안에서 한도경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찌든 남자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 영정을 든 꼬마를 아무런 감정 없이 바라본다. 황 반장의 죽음은 그가 원치 않는 사고였다. 이를 태연히 감추려고 하는 한도경의 심리는 엄청난 스트레스 그 자체겠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저보다 더한 놈들한테 이리저리 치이는 도경의 스트레스를 표현하느라 영화 찍는 내내 인상을 쓰고 있었더니 기분 괜찮냐는 질문을 계속 받기도 했단다. 그뿐만이 아니다. “난생처음 자다가 내 이 가는 소리에 깼다. 이가 얼얼하더라. 심하게 잠꼬대를 하기도 했다.”

 

계산된 연기보다는 치열하게 한도경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감독이 생각하는 세계관 속에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연기다. 어떤 리액션이 나올지 나도 궁금할 정도였다. 유리컵을 씹어먹는 장면에서도 본능적으로 움직여졌다.”

 

액션도 사전 액션스쿨연습 없이 현장에서 바로 맞춰보고 찍었다. “액션에 감정이 묻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도경이 스트레스로 치열하게 몸부림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함께 액션 장면을 소화한 주지훈은 정우성을 액션 대가라 부르며 자신을 배려해준 선배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정우성은 한도경이 문선모를 아끼듯이 내가 주지훈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지 않겠냐고 했다.

 

악인들의 지옥도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촬영 현장은 어느 영화보다 즐거웠다. “황정민, 곽도원 등 다들 개성 있는 배우들이지 않나. 두루두루 맛볼 수 있어 좋았다. 정민이 형이 소름 끼치는 연기를 할 때 나 역시 같이 노는 것 같았다.”

 

폭력성이 과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현실에서 주먹질은 안 하지만 우아를 떨면서 폭력을 자행하는 사람들 많지 않나. 불특정 다수, 국민에게 행하는 그런 폭력이 더 무섭다. <아수라>는 보이지 않는 시스템 속 폭력을 물리적인 폭력으로 극대화시켜 보여줄 뿐이다.”

 

[한겨레] 2016927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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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과 영화 [아수라], 못다 한 이야기

 

Q. 김성수 감독과의 첫 인연이 궁금합니다.

 

사실 <비트> 이전에 감독님이 다른 작품 시나리오를 들고 찾아오셨어요. 당시 한국 영화 같지 않은 새로운 영화였는데 할리우드 느낌도 나고 이게 한국에서 찍을 수 있는 건가 싶었죠. 서울극장 옆 호프집에서 만나서는 못 하겠다말씀드렸죠. 그랬더니 감독님이 알았다. 이제부터 말 놓을게. 맥주나 한잔하고 들어가자하시더라고요. 진탕 마시고 헤어졌죠. 보통 자기 작품을 거절한 배우를 다시 찾지 않는데 <비트> 시나리오를 들고 오셔서는 이건 너랑 해야 하지 않겠냐. 마침 <비트> 속 정서가 저의 10대 시절 정서와 맞아떨어져서 같이 하기로 했던 거죠. 사실 <아수라> 이전에 <태양은 없다>, <무사>도 시나리오 안 보고 출연을 결심했던 작품들입니다.

 

Q. 15년 만에 김성수 감독과 작업해보니 어떠셨나요?

 

<비트>를 찍을 때 감독님과의 작업 자체가 너무 즐거웠어요. 계속해서 나한테 뭔가를 요구하고 질문하셨죠. 의견을 말하면 묵살하지 않고 좋은 건 좋은 대로 포용해주시기도 하고. “이거 우성이 아이디어야하시면서 주변에 자랑도 해주셨죠.

 

15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정~말 독해요. 생각해보니 옛날에도 그랬네요. 오히려 더 성실해지고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셨어요. 배우들한테 이거 말고 딴건 없어?” 이런 식으로 말씀하세요. 이번에 한도경 캐릭터가 워낙 스트레스가 많은 인물이잖아요. 감독님이 자꾸 다른 뭔가를 요구하셔서 속으로 , 내가 못 보여줄 줄 알아?” 이런 마음을 품기도 했죠.

 

Q. 이전에 김성수 감독과 함께 만든 영화 주인공들과 한도경을 비교한다면요?

 

<무사> 여솔에게는 멋스러움이 있었고, <태양은 없다> 도철은 현실에 있을 법한 청춘이었죠. <아수라>는 안남시라는 가상 도시에 어둡고 추악한 인간들을 몰아넣는데 한도경은 어떤 누아르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주인공이에요.

 

Q. <아수라>치열한 영화라고 하셨는데.

 

촬영 현장에서 했던 고민들과 배우들 사이 건전한 경쟁들이 결국은 다 화면에 담긴다고 생각해요. 영화산업이 발전하면서 무수히 많은 영화들이 제작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관습적이고 시나리오 역시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아요. 화면을 보면 관습적인 행태와 촬영 현장이 보이죠. 김성수 감독님과의 작업은 정말 갖고 있는 능력의 한계치를 쏟아붓는 현장이었어요. 배우뿐만 아니라 촬영, 조명, 미술 등 모든 제작진이 작품에 미쳐 있었죠. 그런 현장 분위기를 관객분들께 전달하고 싶었어요. 다행히 브이아이피 시사회 끝나고 나서 동료·후배들이 부럽다고 하더라고요. 부럽다는 말에는 저렇게까지 몰아붙이는데 어떻게 캐릭터들이 살아있지' 하는 것부터 모든 뜻이 다 포함되어 있겠죠. <아수라>에서 문선모가 말하잖아요. “, 부러우면 지는 거야.” 부러워하니까 <아수라>는 이긴 거 아닌가요?(웃음)

 

Q. 청소년관람불가인데, 흥행 걱정은 안 하세요?

 

예매율 봐서는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요.(웃음)

 

Q. 대사 절반이 욕이던데.

 

이제까지 한 역 중에서는 욕을 가장 많이 하죠. 욕하니까 후련하긴 했어요.

 

Q. 실제 성격은 어때요?

 

집에 있는 것도 즐기고요, 남하고 어울리는 것도 좋아해요. 원래 흥이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어린 시절에 집에 혼자 있고 그런 버릇들이 남아 있어서 나하고 흥이 안 맞는 사람들이 있는 자리는 또 어색해하고 그래요. 아무 데나 갈 수 없는 내 직업이 그런 어색함을 더 만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무한도전>에서는 열심히 했다기보다 그냥 재밌게 놀고 싶었어요.

 

Q. 결혼 계획은?

 

삶이 계획대로 되던가요. 부모님이 한 말씀 하실 때마다 생각이 많아지긴 해요.

 

[한겨레] 2016927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