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6-05-22 00: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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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로진은 제가 사랑하는 후배입니다.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은 친구지요. 같은 대학의 같은 학과 출신이고, 글을 쓰고, 산에 오르며, 다양한 짓꺼리(?)를 하며 놀고 있는 한량(!)이니까요. 원래는 [스포츠조선]의 기자였는데, 어느날 방송국에 취재를 갔다가 이장수 PD가 "너 배우 해라!"고 슬쩍 꼬시자 곧바로 사표를 내고 딴따라계(!)로 들어온 친구입니다. 그 동안 TV쪽에는 꽤 굵직굵직한 역을 많이 연기했었죠. 당장 떠오르는 건 [도깨비가 간다][태양의 남쪽][변호사들] 같은 작품들입니다.

연극배우로도 활동하는데 [덕혜옹주]나 [등신과 머저리]가 생각나네요. 최근에는 임상수 감독의 영화 [오래된 정원]에서 주인공(지진희)의 형 역할을 맡아서 촬영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일반인들이 아는 프로필이지요. 가까운 선배로서 제가 아는 프로필은 훨씬 더 다양합니다. 그는 작가입니다. 시집, 에세이집, 교양서적 등을 포함해서 여지껏 10권이 넘는 책을 집필했습니다. 그는 클라이머지요. 지금도 저의 가장 미더운 자일파티들 중의 하나입니다. 그는 또한 댄서입니다. 라틴댄스와 살사(다른 건가?)에 특히 능한데, 그가 만든 댄스동아리는 엄청난 회원수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한 여행가이지요. 북유럽에서 아프리카, 그리고 남미까지 거의 모든 대륙을 돌아다녔답니다. 그리고 또...끝이 없네요. 어찌되었건 엄청 '치열하게 놀고 있는' 친구입니다. 이 친구가 새로운 연극에 출연한다고 해서 오늘 보고 왔습니다. 바로 [지대방]입니다.

'지대방'이 뭔지 모르시죠? 저도 오늘 이전에는 몰랐습니다. 지대방이란 사찰의 큰 선방 옆에 딸린 작은 방으로, 안거에 들어간 스님들이 참선 중간 휴식할 수 있는 공동생활공간을 말합니다. 몸과 마음을 서로에게 '기대는 방'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라네요? 한마디로 '수행승들의 휴게소'라고 보시면 됩니다. 연극 [지대방]은 이 공간을 무대로 삼아 펼쳐집니다. 스태프와 캐스트들이 정말 짱짱(!)합니다. 연극 자체의 콸러티는 어떻냐고요? 저는 '별 네개'를 주고 싶습니다. 불교에 관심 있으신 분들에게라면 '별이 다섯 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불교 혹은 수행에 무관심한 분들이라도 여러번 빙긋이 미소지으며 보다가 가슴이 저릿해지는 체험을 하시게 될 품위 있는 작품입니다.

작가인 원담 스님은 배낭여행기 [걸망 속에 세계를 담고]와 연극 [뜰 앞의 잣나무]로 유명한 분이지요. 현재는, 맙소사, 조계사 주지(!)로 계시네요. 연출은 강영걸 선생이 맡았습니다. 강영걸...연극팬들이라면 굳이 덧붙여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넌센스][불 좀 꺼주세요]의 연출자입니다(며칠전 암수술을 하셔서 모두들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수술결과가 좋답니다). 지대방의 '방장' 역을 맡은 배우는 오영수 님입니다. 연극판에서야 최고의 베테랑이고 영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동승] 등으로 널리 알려진 분이지요. 이 분의 연기? 한 마디로 악(!)소리가 납니다. 돈조 스님 역의 지춘성 님, 엄청난 다역을 소화해내시는 김선화 님도 빼어난 연기를 보여줍니다(위의 사진 중에서 가운데 계신 분이 오영수 님이고,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명로진입니다).

어디선가 맛 있는 음식을 먹고 난 다음이면 가까운 누군가에게 그 밥집을 소개하고 싶은 심정...아시죠? 오늘 참 오랫만에 멋진 연극을 보고 왔습니다. 불교, 선방, 수행...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꼭 한번씩 가서 보세요. 나는 불교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도 후회하시진 않을 겁니다. 캐릭터들이 정말 흥미롭고, 그들이 빚어내는 드라마가 가슴에 파문을 일으키며, 자신의 삶을 한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작품입니다. 인적이 끊긴 깊은 산속의 조용한 선방을 찾아갔다가 그곳에 계시는 멋진 선승으로부터 향긋한 솔잎차 한 잔 얻어먹고 온 느낌입니다...그 향기로운 느낌이 가시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놓고 싶어 이 글을 썼습니다.

관련블로그:http://blog.naver.com/jidaebang00/70004273122

[img2]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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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6.05.22 00:44
위의 도록에 있는 그림은..아시겠죠? 원성스님의 작품입니다...^^

박주연

2006.05.22 02:44
아아아.. 바로 갑니다...^^

최상

2006.05.22 03:45
아... 또 땡깁니다^^ 연극본지 참 오래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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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동진

2006.05.22 08:49
예저에는 인사동에 있는 '지대방' 찻집에 자주갔었는데..

한수련

2006.05.22 15:57
왠지 가봐야 할 것 같은.... 요즘은 심산 스쿨에 잘 안놀러 오셔서 궁금했는데 연극하고 계셨구나.
명로진 씨 스페인어 실력에 깜짝 놀랐었는데..
놀자! 로는 과연 선생님과 막상막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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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6.05.22 16:37
안거 동안 용맹정진 중인 스님들이 잠시 쉬어가는 공간...지대방은 그런 곳이지요. 심산스쿨도 그런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시나리오 집필에 용맹정진하는 작가(지망생)들이 잠시 서로에게 기대어 쉬면서 힘을 재충전하는 곳...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원성스님이 쓴 [지대방]이라는 시도 있군요. 그다지 길지 않으니 전문 인용!

지대방

여름 한낮
모두 낮잠을 잡니다
금강경이랑 치문책은 꿈속에 새기고요
나의 믿음인 님을 향해
발만 뻗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지대방 우리 도반 스님들
옹기 종기 모여앉아
이 얘기 저 얘기
솔바람 차 향기
대발에 걸어두고
지대방
향그러운 정이 우러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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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로진

2006.05.23 14:08
이런 이런......무지막지하게 칭찬을 해 주셨네요.....
이거 원고료 드려야 하는 수준이군요. 지대방에 대한 글을 올리셨다고 해서
그저 짧게 쓰셨는줄 알았는데.....

처음에 캐스팅 의뢰가 들어왔을 때는, 스님 역할에 삭발까지 해야 한다고 해서 고사 했습니다만, 쟁쟁한 연기 선배들과, 정통파 연출 선생님께 한 수 배우는 심정으로 하루 열 시간씩 연습을 했습니다....
그 결과는!
지난 주 까지, 심산 형 오신 날만 빼고는 만원 사례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보시고 "썩 괜찮은 연극"이라고 말씀들 해 주시네요.
불교에 관심 없으신 분들도 꽤 많이 찾아 오시는데, 한 번 관람 해 보시면 잔잔한 감동과
머리를 스치는 화두를 얻으실 겁니다.

연극 하기 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심산 스쿨에 들르곤 했는데
요즘 통 가 보질 못하네요.
심산 스쿨이 시나리오 작가들의 '지대방'이 되길 염원하면서.
건필 하세요.

추신> 형과 산에 가본지 오래 됐습니다.....올 봄이 가기 전에 인수봉에 한 번 오르심이 어떠신지.....
'노는 걸'로는 심산님에 비길 제 깜냥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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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6.05.24 18:47
[음흉][윙크][원츄]이거 할인 받아보는 방법이 있군요?

<산사의 하루> 동호회에서 퍼왔습니다...

연극 할인 받는 방법 1탄!

연극 할인을 받는 방법입니다. 극단 천지인에 전화 예약을 하시면
어른 3만원 → 2만원..학생 1만5천원 → 1만원으로 할인을 해드립니다.
이때 반드시 2일전까지 예약을 하셔야 합니다.
劇團 천지인 ☎ 3443-1010

연극 할인 받는 방법 2탄!

시간이 당장 급하신분들을 위한 방법입니다. (이틀의 시간이 없으신 분)
그 방법은 연극을 보러 가시기 전에 살짝 조계사에 오셔서
티켓을 사시면 됩니다. 조계사 경내로 오셔서 구입하시면 30% 할인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연극을 하는 곳이 대학로이니까 조계사에서 티켓을 사시고
조금 걸어서 종로경찰서 앞에서 109번과 162번 버스를 타시면 금방 도착해요. (방송통신대학교 정류장서 하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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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로진

2006.05.25 00:03
헐....어째 할인 방법을 저보다도 더 잘 아십니다 그려....엊그제 유명산 휴양림 가서 살짝 1박 하고 왔습니다. 메롱!!!!

김영희

2006.06.04 12:16
선생님 좋은 정보 감사해요!!!
이 글 읽고 블로그 들어가 봤더니 끝말잇기 이벤트가 있더라구요.
공짜로 볼 수 있게 됐어요^^V
극장 그만두는 기념으로 몇 년만에 놀게 될 첫 일요일 18일날 보려구요.
일년에 백여편 넘는 영화를 그냥 볼 수 있었는데 좀 아쉽긴 하네요.
제가 너무 공짜만 좋아하나요.....^^;;;
저같은 분들 6월 10일까지 끝말잇기 이벤트 하니까 블로그에 들러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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