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18-07-14 19: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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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에 읽을 책들

김시습과 양사언 그리고 장일순

 

어제(201876)를 끝으로 [심산반 41][심산상급반 14]의 워크숍이 모두 끝났습니다. 제가 워낙 농담을 즐기고 잘 웃어서 그렇지 사실 시나리오 워크숍을 주재한다는 것은 매우 힘이 드는 일입니다. 매주 매회를 거듭할 때마다 온몸에서 기()가 빠져나가 거의 탈진할 지경에 이르곤 합니다. 어찌되었건 이번 학기도 병원에 실려가지 않고 무사히 잘 끝냈다는 게 참으로 다행입니다. 이제 제법 긴(대략 한달 반 정도) 여름휴가에 들어가려 합니다.

 

저는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여름을 알프스에서 보내곤 했습니다. 후회 없는 선택입니다. 알프스는 그만큼 아름답습니다.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바로 알프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꽃노래도 서너 번이라고, 이제는 조금 지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올여름에는 해외행 비행기를 타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보내기로 했습니다. 가보고 싶었던 국내의 이름 없는 산에도 오르고, 읽고 싶었던 책들도 천천히 읽으면서 유유자적할 생각입니다.

 

여름휴가 때 읽으려고 주문한 책들이 거의 하루 이틀 사이에 도착하고 있습니다. 맨먼저 권혁진의 [김시습, 호탕하게 유람하다](산책, 2018). 권혁진은 춘천을 근거지로 삼아 강원도 일대의 인문학과 답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재야학자입니다. 그의 이번 신간을 보니 자책감도 들고 부러움도 느낍니다. 사실 [매월당시사유록]은 제가 꼭 다루어보고 싶었던 책입니다. 그가 20대에 탕유(宕遊)했던 곳을 일일이 답사하며 그가 남긴 한시들을 재해석해보고 싶다는 것은 저의 오래된 욕망이었습니다. 그런데 게으름을 피우다 이렇게 다른 이가 쓴 책을 넋 놓고 보고 있네요.

 

그 다음은 홍순석()[봉사양사언유적대관](민속원, 2017)입니다. 홍순석은 용인 출신의 강남대 교수인데, 용인 포천 이천 안성 등 경기도에 관한 인문학적 연구로 명성을 얻은 학자입니다. 양사언에 관한 한 국내 최고(그러므로 세계 최고)의 권위자인데, 작년에 양사언 출생 500주년을 맞아, 지난 25년간 연구하고 답사한 내용들을 총망라한 역작입니다. 책을 뒤적거리다 보니 절로 경외심이 생깁니다. 이런 정도의 연구와 답사 그리고 고증이라니 기꺼이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냅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꼼꼼히 들여다보아야할 역작입니다.

 

마지막은 ()무위당사람들에서 펴낸 [무위당 서화자료집 4](2014)입니다. 무위당 장일순은 제가 한국현대사에서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어른들 중 한 사람입니다. 예전 심산스쿨에 전각반(전각무림)이 활동할 즈음(2014)에는 무위당 장일순 20주기 추모 전각전을 열기도 했지요. 무위당의 서화자료집은 현재 7권까지 출간되어 있지만 비매품이라 구하기가 영 어렵습니다. 저는 1권과 5-6-7권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 어렵사리 4권을 구했네요. 기쁘고 반가운 마음에 한 장 한 장 아껴보고 있습니다(혹시 2권과 3권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나요? 그렇다면 연락 주십시오. 톡톡히 사례하겠습니다).

 

이번 여름은 그렇게 보내려고 합니다. 잊혀진 계곡과 인적 드문 산의 능선에서. 읽고 싶었던 책들이나 천천히 뒤적거리면서. 탁족을 하다가 책을 읽고, 계곡물에 담가둔 샴페인도 홀짝거리고, 그러다가 벌렁 자빠져 낮잠을 자기도 하면서. 그렇게 한 여름을 보내고 나면 다시 가을이 다가올 테고, 그러면 다시 시나리오 워크숍을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여러분의 올 여름 휴가계획은 어떻습니까? 어딘가 멋진 곳으로 날아가시나요? 아니면 에어컨을 틀어놓은 방에 콕 박혀 밀렸던 넷플릭스 미드들을 정주행하실 건가요?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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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18.07.14 19:26

산불여무s.jpg

 

무위당 선생이 병중에 계셨던 1991년의 작품입니다

꼭 저더러 들으라고 남기신 말씀 같아 자꾸 들여다봅니다

아마도 예의 그 사람 좋은 미소를 띄우신채 허허 웃으시며 말씀하셨겠지요

야 임마 깝치지 말어. 니가 뭐라고...아무리 좋은 산도 없느니만 못한 거여.”

 

山不如無 산불여무

산도 없느니만 못하다

 

辛未孟冬 海栗病夫 신미맹동 해율병부

 

첨부

이용수70

2018.07.18 10:46

쌤요~! ㅋ

2권 3권 가지고 있구요~

드리려고 챙겨놨슴돠~~~

 

톡톡한 사례를 기다리겠어요 ㅋㅋㅋ

저두 추천해주신 세권 읽고 있는데요~  재미지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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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18.07.19 14:07

오! 용수한테 술 찐하게 산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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