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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18.07.07 16:22

대기업 독과점 깨야 한국 영화 산다

 

기사승인 2018.07.06 20:20:24

 

- [제정임의 문답쇼, ] 영화감독 이명세

 

“2000년 들어서면서 해외영화제에 한국영화들이 많이 초대되고 있어요. 근데 몇 년 전부터 (한국) 영화가 너무 똑같아졌다고들 해요. 그전까지 한국영화에 힘이 있었던 것은 막말로 에미, 애비가 없다는 것, 마음대로 만들 수 있었던 자유 때문이었죠. 그런 힘이 창의적인 작품을 낳은 건데, 지금은 (외부 투자자들이) ‘안 돼, 옷 입어’ ‘흙 털어’ ‘손 닦아이렇게 되면서 영화가 거의 똑같아지고 있다는 게 중론이에요.”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을 연출한 이명세(61) 감독이 5SBS CNBC <제정임의 문답쇼, >에 출연해 한국 영화산업의 독과점구조 타파를 주장했다. 그는 제작에 돈을 대는 사람들이 대중의 목소리라고 판단하는 통계를 갖고 간섭을 하기 때문에 한국 영화가 점점 획일화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수익을 내기 위해 상업성 혹은 대중성 있는 작품만 만들려고 하다 보니 통조림같은 영화를 찍어내게 됐다는 것이다.

 

에미·애비 없던한국 영화 창의성, 상업 논리가 죽여

 

이 감독은 특히 투자, 제작, 배급, 상영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대기업이 영화산업을 장악하면서 스크린 독과점으로 작은 영화들은 선보일 기회조차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중은 유기농 음식도 원하는데 맥도널드만 판매하는 꼴이라는 얘기다. 그는 “(한국 영화가 발전하려면) 일단 독과점을 없애야 한다이건 개인이 할 수 없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를 금지해 제작, 배급과 상영 등을 분리하는 내용의 영화 및 비디오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나 아직 진전은 없다.

 

그는 또 자신의 흥행작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인정사정 볼 것 없다>, 할리우드 히트작 <사랑과 영혼>흥행성이 없다고 시나리오가 버려졌던 영화라며 투자자들의 흥행 공식이 맞는다는 보장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012년 제작사와의 의견 차이로 자신이 감독하던 영화 <미스터K>에서 손을 떼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스타 출연료 대신 스태프 임금을 깎는 현실

 

이 감독은 영화제작 현장에서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생계비도 벌지 못하는 스태프들의 문제와 관련,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분들이 제작비를 절감할 때 (스타) 배우의 출연료를 깎으려 해야지 스태프들의 최저임금을 깎으면 안 된다그렇게 안 됐을 때는 영화를 찍으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영화는 제조업이 아닌 예술이며 사람의 작업이기 때문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수익도 같이 나눠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이날 방송에서 1999<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큰 성공을 거둔 후 토니 스콧과 리들리 스콧 감독의 초청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할리우드 진출을 시도했던 일도 회고했다. 당시 현지에서 에이전트(대리인) 계약을 하고 자신의 시나리오로 영화 제작을 모색했으나 할리우드에서 원하는 것은 장 클로드 반담 같은 배우가 출연하는 액션물이어서 성사되지 않았다. 이 감독은 할리우드가 아시안 감독에게 원하는 것은 (흥행 공식에 맞는) ‘뻔한 이야기였다며 결국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기 위해 귀국했다고 토로했다.

 

좋은 영화감독이 되는 길, “공짜는 없다

 

이 감독은 영화감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끈기(perseverance), 인내(patience), 열정(passion), 연습(practice)4P를 주문했다. 그는 배창호 감독의 말을 빌려 영화만 잘 만들면 (영화제 등에 초청받아) 공짜로 온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게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짜는 없다계속 도전하는 끈기와 인내,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연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