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박민호 등록일: 2018-05-20 18:38:37

댓글

5

조회 수

715
각본 : 이창동, 이정미, 무라카미 하루키(원작) 
감독 : 이창동 
주연 : 유아인(종수), 스티븐 연(벤), 전종서(해미) 
별점 : ★★★ 
BURNING, 2018.jpg
 
"이제 진실을 얘기해봐"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는 배달을 갔다가 어릴 적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서 아프리카 여행을 간 동안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를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여행에서 돌아온 해미는 아프리카에서 만난 벤(스티븐 연)이라는 정체불명의 남자를 종수에게 소개한다.
 
 어느 날 벤은 해미와 함께 종수의 집으로 찾아와 자신의 비밀스러운 취미에 대해 고백한다.
 그때부터 종수는 무서운 예감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profile

박민호

2018.05.20 18:47

★★★☆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상당히 좋았다..

 

짧지않았던 러닝타임이었지만, 미스터리한 상황과 캐릭터로 완전하게 영화에 집중할 수 있던 영화..

 

영화의 영상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던..

profile

심산

2018.05.20 22:36

<버닝>이 칸의 밤을 환하게 불태웠다. 16일 저녁 630(현지시간) 뤼미에르 극장에서 이창동 감독의 <버닝>의 첫 상영이 시작됐다. 2007<밀양>으로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2010<>로 시나리오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은 세 번째로 경쟁부문 레드카펫을 밟았다. 공개 전부터 영화 외적인 요소로 크고 작은 구설에 올랐던 만큼 이창동 감독과 유아인, 스티브 연, 전종서는 레드카펫에서 살짝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상영이 끝난 뒤 분위기는 일변했다. 뤼미에르 대극장을 가득 메운 박수갈채는 오랫동안 이어지자 이창동 감독과 배우들도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파인하우스필름의 이준동 대표는 프로듀서이자 칸 영화제 자문위원인 고 피에르 르시앙의 뱃지를 치켜들며 헌사를 보냈다. 고 피에르 르시앙은 “2018년은 반드시 그의 해가 될 것이라며 장문의 글을 통해 이창동 감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내기도 했다.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 역시 순수한 미장센으로서 영화의 역할을 다하며 관객의 지적능력을 기대하는 시적이고 미스터리한 영화라며 찬사를 보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각색한 <버닝>은 두 남녀와 정체불명의 남자 사이의 비밀스런 관계를 그린 영화다.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는 우연히 어릴 적 동네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난다. 종수는 밝지만 공허한 분위기를 풍기는 해미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해미는 종수에게 고양이를 부탁한 채 돌연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난다. 얼마 뒤 해미는 젊고 부유하지만 뭘 하는지 의심스러운 남자 벤(스티븐 연)과 함께 귀국한다. 세 남녀 사이의 팽팽한 긴장을 그린 이 영화는 무라카미 하루키보다는 차라리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나 루스 렌델의 소설에 가까운 미스터리 스릴러를 골격으로 하고 있다. <버닝>은 죄악감을 불태우는 이야기다. 인간의 죄의식에 대한 질문을 꾸준히 이어가던 이창동 감독이 이 원작에 끌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 있었던 것 같다.

 

이 모든 이야기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윌러엄 포크너의 소설 <헛간을 태우다>는 하늘까지 치솟는 불길의 장려한 배덕감을 그렸다. 영화의 원작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헛간을 태우다>는 좀 더 음산하고 축축한 정서에 휩싸여 있다. 이에 반해 이창동 감독의 비전은 뼛속으로부터 울리는 긴장감의 공기를 골자로 한다. 영화 전반에 깔린 낮은 고동을 축으로 밀도 있고 날카로운 드라마가 생성된다. <버닝>은 이창동 감독의 전작들과 유사하게 죄의식의 형상을 더듬지만 윤리와 도덕을 소재로 한 직접적인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다. 죄의식 주체의 내면을 직접 파고드는 대신 죄의식을 둘러싼 상황과 풍경, 비유하자면 퍼져나가는 파장을 민감하게 포착하는 쪽에 가깝다. 미니멀한 스토리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밀도의 장면들로 채워져 있으며 각 장면마다 상징적인 요소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촘촘한 메타포의 그물을 형성한다. 특히 음악과 사운드의 조율이 실로 탁월하다.

 

시사 직후 반응은 폭발적이다. 아직 매체들의 리뷰가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트위터를 통해 쏟아지는 평은 대부분 찬사로 가득하다. 호평과 혹평이 동시에 지적하는 부분은 이 영화가 매우 클래식하다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이를 근거로 영화적인 것 밖에 없는 영화라며 환호하고, 다른 쪽에서는 옛날영화처럼 길고 지루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기자 시사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빠르게 나갔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은 열렬한 박수를 보냈으며 극장을 나오자마자 활발한 토론과 함께 SNS를 통해 감상을 전했다. <버닝>은 현지시간 17일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71회 칸 국제영화제는 오는 20일 폐막작 상영과 함께 경쟁 부문 수상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지 반응

 

-한마디로 지금까지 칸 영화제 상영 중 최고. 미니멀리스적 서사지만 긴장은 최고. 훌륭한 촬영. 대단한 음악. 역할을 완전히 소화한 배우. 아마도 내 생각엔 황금종려상. _<가디언> 피터 브래드쇼.

 

-거인의 작품. 외형적으로 단순해보이지만 대단한 밀도. 아름답고, 영화적이고, 지적이다. 이런 영화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아마도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_<르 필름> 루카스 누네스.

 

-이창동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시나리오 작법, 분위기, 연출, 연기의 모범이다. 이런 서사를 무리하게 늘어뜨리지 않으며너도 길게 이어가는 것은 놀랄만한 능숙함의 증거다. _<시네마티저> 오렐리앙 알랭.

 

-이창동의 <버닝>은 정말 대단하다. 어쩌면 한 15분 정도 길어보이고 몇몇 부분은 지나치게 작가적이지만 정말 아름답게 잘 구성된 작품이다. _<텔레라마> 다비드 오노라.

 

-좀 길다고 할 수 있지만 <버닝>은 아마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나의 황금종려상이다. 이 영화에는 진짜 영화적인 것 밖에 없다. _<프르미에> 줄리앙 라다.

 

() 송경원

저작권자 씨네21.(www.cine21.com)

 

profile

심산

2018.05.20 22:41

나는 별 네 개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대중적 영화는 당연히 아니다

엔딩타이틀이 떠오르자 관객들 대다수의 입에서 한숨이 나온다....ㅋㅋㅋㅋ

 

매우 정교한 연출이고, 매우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공간에 대한 감각과 연출이 특히 훌륭하다

모그의 음악은 약간 오버한듯한 느낌을 준다 110% 정도?

75% 정도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창동은 '작가'임에 틀림없다

그의 영화가, 비록 BEP를 못 맞추더라도, 누군가(이를테면 국가)가 제작비를 지원하여

계속 만들어지기를 기원한다

 

다비드 오노라의 평처럼...15~20분 정도 줄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profile

심산

2018.05.20 22:50

[버닝]의 고양이 '보일이'는

[인사이드 르윈]의 고양이 '율리시즈'와 같은 메타포인데...

 

메타포의 여운은 [인사이드 르윈]이 훨씬 길다

profile

심산

2018.05.20 23:40

이창동 감독 의도 이해한다만, '버닝'은 많이 아쉽다

 

[리뷰] 청년의 삶 다뤘지만, 청춘이 공감하기엔 너무 피상적이다

 

이정희(ama2010)

 

18.05.20 18:51 최종업데이트 18.05.20 18:51

 

이창동 감독의 2018년작 영화 <버닝>은 이 시대를 사는 청춘의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승화하고자 한다.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의 <헛간을 태우다>를 모티브로 하여 상징적 대사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산자'로 살아가야 하는 청춘의 슬픈 운명을 각인시킨다. 또한 영화 속 주인공 해미가 로망으로 여겼던 아프리카의 북소리를 연상케 하는 베이스의 퉁퉁 튕기는 모그(mowg)OST'파주'라는 지역적 공간을 젊음이 방황하는 세계 그 어느 곳으로 확장한다.

 

아마도 이 영화를 보는, 정작 이곳에 살지 않는 사람들은, 아니 청춘의 당대성에 매몰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그 '상징성'이나 '존재론'이 분명하게 다가올 지 모른다. 그러나, 동시대의 청춘들이 너무나 상징적이고 수려해서 우리의 문학적 언어에 귀기울이기 힘들 듯 <버닝>은 그렇게 대중과 교감하기 힘든 '순수 문학'으로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

 

<버닝>, 그리고 <초록 물고기>

 

영화의 러닝타임이 흐른 지 어언 한 시간여,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과연 지금 이창동 감독이 이 만연체로 표현하고 있는 2018년을 살아가는 종수(유아인 분)와 해미(전종서 분)의 삶에 동시대 청춘들은 공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창동 감독을 문제적 감독으로 떠오르게 만든 작품 <초록 물고기>가 떠올랐다.

 

누아르의 형식을 띤 영화 <초록 물고기><버닝>과 유사한 관계 구성을 보인다. 이제 막 군대를 제대한 청년 막동(한석규 분). 그는 우연히 여인 미애(심혜진 분)을 만나게 되고, 그녀가 일하는 나이트 클럽을 중심으로 암약하는 암흑가의 보스 배태곤(문성근 분)과 조우하게 된다. 미애를 소유하고자 하는 배태곤과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막동, 이들의 엇갈린 삼각 관계는 결국 청부 살인의 비극적 결말로 끝맺는다.

 

1997년 그 시대의 부도덕한 부의 상징이었던 암흑가의 보스, 그는 시간이 흘러 2018년에 직업조차 모호한 유한남 벤(스티븐 연 분)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직업도 마땅치 않고 심지어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내지 못하는 변변찮은 청춘의 모습은 1997년 한석규에서 2018년 유아인으로 변했지만 존재는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남자 사이에서 무기력하게 성적인 희생양으로 대상화되는 여성의 존재도 대동소이하다.

 

흥행 성적만 놓고 보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초록 물고기>1997년 올해의 좋은 영화로 선정되며, 평단과 관객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한석규는 그 시대의 젊음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들였지만 세상 물정을 몰랐던 막동. 배태곤으로 상징되는 '물신'의 세상에 무지했고, 그래서 그의 시도는 그의 생명을 담보한 무모한 실패로 되돌려 졌다. <초록 물고기>를 보지 못한 사람에게도 피흘리며 형에게 전화를 걸다 죽어가는 막동의 모습은 오래도록 회자되었다.

 

그리고 이십 여년, 군대를 제대하고 나이트클럽에서 일 자리라도 구하려던 청년은 윌리엄 포크너에 자기 동일시는 하는 알바생이 되었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역시나 온 몸을 드러내고 홍보를 하는 알바생이다. 나이트클럽 일에 청부 살인도 마다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보려던 청년은 글을 쓰고 싶지만 무엇을 써야겠는지도 모르는, 알바로 돈을 벌고 싶지만 세상의 강제를 견뎌내지 못하는, 무기력하지만 자존심만은 여전한 청년이 되었다. 그가 사랑한 해미 역시 그리 다르지 않다. 그녀가 사랑한 아프리카만큼이나 그녀의 삶 역시 모호하다. 이창동 감독이 바라본 2018년의 청춘이 그렇다. 1997년에 그리도 구체적으로 손에 잡혔던 청춘은 2018년이 돼서 무기력하고 모호하게 그려진다.

 

한 시간여에 걸쳐 장황하게 감독은 젊음을 설명하려 했지만, 설명하려 할 수록 그 젊음은 추상적으로 느껴졌다. 동시대의 실존과 어쩐지 '괴리'되는 느낌. 크로키로 그려내야 할 대상을 추상적 터치의 정물화로 그려낸 그런 느낌을 <버닝> 속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받는다. 그러기에 <초록 물고기>속 막동에게는 공감했지만, <버닝>의 종수는 2018년을 살아가는 젊은이라기엔 막연하다. 과연 종수가 자기 동일시 했던 윌리엄 포크너, 그 추상적이고 모호한 존재에 공감하는 젊음이 얼마나 될까? 감독은 이 시대의 젊음을 그리려 했지만, 정작 그 젊음들은 이창동 감독이 그려낸 젊은이에 공감할까?

 

<버닝> 그리고 <파주>

 

파주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한 무기력한 젊음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이선균 주연의 2009년작 <파주>가 떠오른다. 그곳에도 의문에 쌓인 한 여인의 죽음이 있고, 무엇인가 하기 위해 파주를 찾았지만 무기력했던 한 남자 중식이 있다.

 

박찬옥 감독의 2009년작 <파주>는 이제 막 신도시 건설의 끝자락에서 파괴되어 가는 농촌을 그려낸다. 그곳에서 불륜의 관계로 엇물리는 세 남녀의 사랑은 결국 철거민 점거 농성장에서 '결자해지'의 연을 가지게 된다. 영화 <파주>는 흔들리는 청춘과 농촌에서 도시로의 변화되어가는 그 지점에서 해체된 관계를 통해 지역과 동시대의 청춘의 관계를 절묘하게 그려냈다.

 

그렇게 2009년에도 이미 도시로 진입되어 가던 파주는 이창동 감독에 의해 발전되어 가는 일산에 밀린 폐비닐하우스가 즐비한 농촌의 정경으로 다시금 찾아온다. 그곳에서 폐쇄된 관계 속의 부자는 감독이 그려내고자 하는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 속에 방치된 인간들을 담아내고자 한다. 이창동 감독이 바라본 이 시대의 청춘은 <초록 물고기>에서 어떻게든 자본주의 사회에 진입하려 안간힘을 쓰던 이도 아니요, <파주>에서 이제 막 도시로 진입된 농촌처럼 자본주의 사회 그늘에서 그 그림자를 직시하려 고군분투하던 이도 아니다. 이창동 감독이 바라본 2018년의 청춘은 아이러니하게도 시대는 한층 더 발전했지만, 그 시대의 발전에 방치된 채 어찌할 바를 모르는 이들이다.

 

영화의 제목 <버닝> '태우다'는 본래의 의미와 다르게, 흔히 인터넷 상에서 열렬히 어떤 대상에 빠져있는 상태를 뜻한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서 ''은 감독이 그려내고자 하는 '주제'를 매개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버닝> 역시 마찬가지다. 종수는 빠져들지만 벤은 빠져들지 못하는 그 '여성', 무기력했던 종수를 전사로 깨어나게 한다. 영화의 마지막 그의 선택은 폭발적이지만 종수란 존재를 증명하기엔, 또한 벤이라는 대상으로 상징되는 '가진 자'들에 대한 정죄로 보기엔 우발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우연히 나타났던 벤만큼이나 피상적이다.

 

<버닝>, 그리고 <리턴>

 

<초록 물고기>라는 작품을 오래도록 회자되도록 만든 건, 막동이란 청춘을 더욱 안타깝게 한 조폭 보스 배태곤의 존재다. 자신의 손아귀에 쥘 수 없는 이라면 그 누구라도 거침없이 제거해 버리는 이 존재의 무참한 악이 그 맞은 편에 있는 선량한 막동의 존재를 부각시킨다. <버닝>에서 그 역할을 하는 건 스티븐 연이 분한 벤이다. 그는 직업조차 알 수 없지만, 강남의 빌라에 살며,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대마초를 스스럼없이 피우고, 폐비닐하우스를 태우는 취미를 가진, 이 시대 '부도덕, 혹은 탈도덕의 상징'. 그런데 어쩐지 벤으로 그려진 이 '악의 축'이 새삼스럽지 않다. 파괴적이지도 않다.

 

얼마전 종영한 SBS<리턴>에서 벤 저리 가라할 재벌가 혹은 유력 명문가 자제들의 도덕적 아노미가 '진수성찬'으로 나열되었기 때문이다. 아니 <리턴>을 들 것도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드라마, 그리고 종수를 연기한 유아인이 영화 <베테랑>에서 연기했던 조태오를 대표로 하여 빈번하게 등장했던 캐릭터들의 '연장'이다. 그런 면에서 <버닝>은 우리 사회에서는 새롭지 않은 부도덕한 가진 자와, 그 가진 자에 의해 농락당하는 여자와, 그녀를 사랑했던 순진한 남성의 삼각 관계의 재연이라는 점에서 '서사'적 신선함을 접고 들어간다.

 

<버닝>, 그리고 <>

 

하지만 서사의 신선함은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의 빼어남으로 얼마든지 상쇄할 수 있다. 그러기에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부도덕한 가진 자들을 악의 축으로 한 작품들이 계속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창동 감독은 어쩌면 뻔한 이 사회의 부조리한 관계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과 청춘의 고뇌를 잘 구현해 냈을까?

 

그 지점에서 이창동 감독의 전작 <>가 떠오른다. 노인의 처지에 버텨내기 힘든 일을 하면서도 손주를 키워가는 할머니 미자(윤정희 분)가 시를 배우게 느끼게 되는 '세상에 대한 자각'이 뜻밖에도 마주하게 된 현실을 영화는 담담하게 승화시켰다. 할머니의 현실, 손주의 상황은 구체적이었기에, 할머니가 만난 시를 통해 깨달은 자각의 세계는 더욱 처절했다. '안다', '깨닫다', '보다'라는 '인문학적 사고'가 만난 '자각''책임'의 묵직함을 이보다 더 절묘하게 설명해 낼 수 있었을까.

 

한 소도시에서 벌어진 청소년들의 부도덕한 사건으로 비롯된 할머니의 슬픈 결말은 할머니가 처한 상황의 구체성으로 인해 더욱 빛이 났다. 그러기에 2018<버닝>으로 돌아온 이창동 감독이 어쩐지 아쉽다.

 

이창동 감독이 영화를 통해 표현해 내고자 했던 상징을 이해못한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감독이 그려낸 그 상징이 미자 할머니가 살았던 그 현실에 가닿았던 <>와 달리, 2018년의 청춘의 현실에서는 막연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문학적'인 우리 문학이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쉬이 회자되지 않는 것처럼 상징으로 점철된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낯설지 않은 이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치정극은 그 집요한 시각에도 불구하고 쉬이 다가서지지 않는다.

 

서른의 유아인이 연기한 종수는 우리 시대의 젊은이이지만, 마치 90년대나 80년대에서 시간 여행을 온 여행자 같다. 이 시대 젊은이들이 '하루키'를 좋아하지만, 그들이 하루키처럼 사는 건 아니다. 본의 아니게 전투에 떠밀려온 몇 포의 젊은이들에게 종수의 전쟁은 사치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다.

 

[오마이뉴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조회 수

새해전야 +1

  이제까진 현.망.진.창! 앞으로는 괜.찮.겠.죠?   강력반에서 좌천되어 신변보호 업무를 떠 맡게 된 이혼 4년 차 자.만.추 형사 ‘지호’(김강우)와  이혼 소송 중 신변보호를 요청한 완벽주의 재활 트레이너 ‘효영’(유인나)    현타와 함께 찾아온 번아웃에 아르헨티나로 도망친 현지 와인 배달원 ‘재헌’(유연석)과  일방적인 남친의 이별통보에 무작정 아르헨티나로 떠난 스키장 비정규직 ‘진아’(이연희)    사기를 당해 결혼 자...

  • 조회 수: 153

원더우먼 1984 +1

    세상이 기다린 히어로, 희망이 되다!   1984년 모든 것이 활기찬 시대, 다이애나 프린스는 고고학자로서 인간들 사이에서 조용히 살고 있다. 단지 원더 우먼으로서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할 때만 빼고는. 그런 다이애나 앞에 거짓말처럼 죽었던 스티브 트레버가 나타나고, 거부할 수 없는 적마저 함께 찾아오는데…  지나친 풍요로움이 과잉이 되어 또 다시 위협받는 인류, 위태로운 세상에 오직 원더 우먼만이 희망이다! 그 어...

  • 조회 수: 303

조제 +1

  자신을 ‘조제’로 불러달라는 그녀   처음 만난 그날부터 ‘조제’는 ‘영석’에게 잊을 수 없는 이름으로 남는다.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집, 그곳에서 책을 읽고 상상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살고 있는 ‘조제’.  우연히 만난 그녀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영석’은  천천히, 그리고 솔직하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처음 경험해보는 사랑이 설레는 한편 가슴 아픈 ‘조제’는  자신에게 찾아온 낯선 감정을 밀어내는데…...

  • 조회 수: 382

이웃사촌 +1

적인가, 이웃인가? 낮에는 친근한 이웃집 vs 밤에는 수상한 도청팀 백수가장 좌천위기 도청팀장 대권(정우)은 팀원들과 함께 해외에서 입국하자마자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을 24시간 감시하라는 미션을 받는다. 이웃집으로 위장 이사온 도청팀원들은 라디오 사연 신청부터 한밤중에 나는 부스럭 소리까지 수상한 가족들의 모든 소리와 행동을 감시하면서 새로운 비밀들을 하나씩 발견하게 되는데…    담벼락 사이 수상한 이웃사...

  • 조회 수: 302

프리키 데스데이 +1

  평범 이하, 존재감 제로 고등학생 밀리가 우연히 중년의 싸이코 살인마와 몸이 바뀌게 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가 호러테이닝 영화

  • 조회 수: 178

내가 죽던 날 +1

그리고 삶은 다시 시작되었다! 태풍이 몰아치던 밤, 외딴섬 절벽 끝에서 유서 한 장만을 남긴 채 소녀가 사라진다. 오랜 공백 이후 복직을 앞둔 형사 ‘현수’는 범죄 사건의 주요 증인이었던 소녀의 실종을 자살로 종결 짓기 위해 그곳으로 향한다. 소녀의 보호를 담당하던 전직 형사, 연락이 두절된 가족, 그리고 소녀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마을 주민 ‘순천댁’을 만나 그녀의 행적을 추적해 나가던 '...

  • 조회 수: 338

도굴 +1

  “고물인 줄 알았는데 보물이었다?!” 땅 파서 장사하는 도굴꾼들이 온다!   흙 맛만 봐도 보물을 찾아내는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  자칭 한국의 '인디아나 존스'로 불리는 고분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조우진), 전설의 삽질 달인 삽다리(임원희)를 만나 환상(?)의 팀플레이를 자랑하며 위험천만하고도 짜릿한 도굴의 판을 키운다.    한편, 그의 재능을 알아본 고미술계 엘리트 큐레이터 윤실장(신혜선)은  강동...

  • 조회 수: 373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1

“마이 드림 이즈 커리어우먼” 1995년, 토익 600점만 넘기면 대리가 될 수 있다!   입사 8년차 동기인 말단 여직원들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 모인다!  실무 능력 퍼펙트, 현실은 커피 타기 달인인 생산관리3부 오지랖 ‘이자영’(고아성),  추리소설 마니아로 뼈 때리는 멘트의 달인 마케팅부 돌직구 ‘정유나’(이솜),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 출신, 실체는 가짜 영수증 메꾸기 달인 회계부 수학왕 ‘심보람’(박혜수)은  대리가 되면...

  • 조회 수: 368

폰조 +1

  전설의 마피아, 모두가 그를 노린다!   역사상 가장 악랄한 전설의 갱스터 ‘알폰소 카포네’  오랜 감옥 생활 끝에 드디어 숨겨둔 거액의 재산을 꺼낼 때가 왔지만,  주변에 대한 의심과 FBI의 계속되는 압박은 그를 옥죄어 온다.  대체 누구를 믿고 누구를 믿지 말아야 하는가.    숨겨진 돈을 향한 숨막히는 공방이 시작된다!  

  • 조회 수: 270

소리도 없이 +2

  악의 없이, 계획에 없던 유괴범이 되다!   범죄 조직의 하청을 받아 근면성실하고 전문적으로 시체 수습을 하며 살아가는 ‘태인’과 ‘창복’.  어느 날 단골이었던 범죄 조직의 실장 ‘용석’에게 부탁을 받고  유괴된 11살 아이 ‘초희’를 억지로 떠맡게 된다.    그런데 다음 날 다시 아이를 돌려주려던 두 사람 앞에 '용석'이 시체로 나타나고,  두 사람은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 조회 수: 398

언힌지드 +2

  월요일 아침, 학교에 늦은 아들을 데려다 주고 출근을 해야하는 레이첼.  꽉 막힌 도로, 직진 신호가 되었는데도 앞 차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짜증이 난 레이첼은 필요 이상으로 경적을 크게 울리고, 앞 차의 운전자는 그녀의 무례한 행동에 사과를 요구한다.  이를 무시한 채 그녀는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지만, 앞에 있던 차가 그녀를 따라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레이첼은 무서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로 인...

  • 조회 수: 322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1

  “너도 낄래?” 죽일 의지 확실한,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신혼의 단꿈에 빠져있던 ‘소희’(이정현)는 하루 21시간 쉬지 않고 활동하는, 도저히 인간 같지 않은 남편 ‘만길’(김성오)이 자신을 죽이려는 것을 알게 된다. 고등학교 동창인 ‘세라’(서영희)와 뜻밖에 합류하게 된 ‘양선’(이미도) 그리고 미스터리 연구소 소장 ‘닥터 장’(양동근)과 힘을 합쳐 반격에 나선다.  만길의 정체가 지구를 차지하러 온 외계인 언브레이커블임...

  • 조회 수: 292

그린랜드 +1

  “오늘, 클라크 혜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옵니다!”   혜성의 지구 충돌 속보를 지켜보던 ‘존’(제라드 버틀러)과 가족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예측과 달리 해상으로 떨어졌어야 할 파편은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세계 대도시로 추락해 세계는 순식간에 혼돈에 빠진다.    지구의 3/4을 날려버릴 초대형 혜성 추락까지 남은 시간은 단 48시간  존과 가족은 지구의 유일한 안전 대피소인 ‘그린란드’의 벙커로 향하는데..    인류의...

  • 조회 수: 216

국제수사 +1

  대한민국 촌구석 형사, 글로벌 범죄에 휘말렸다!   필리핀으로 인생 첫 해외여행을 떠난 대천경찰서 강력팀 ‘홍병수’(곽도원) 경장.    여행의 단꿈도 잠시, ‘병수’는 범죄 조직 킬러 ‘패트릭’(김희원)의 셋업 범죄에 휘말려 살인 용의자가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현지 가이드이자 고향 후배 ‘만철’(김대명)과 함께 수사에 나선다.    하지만, 형사 본능이 끓어오르는 마음과는 달리 ’병수’의 몸과 영어는 따라주지 않고,  필...

  • 조회 수: 272

디바 +1

  두려움의 높이, 10미터 다이빙대의 끝에서  아름답게 낙하하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다이빙계의 디바 ‘이영’은 어느 날 동료이자 절친 ‘수진’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다.  사고 후 실종된 ‘수진’을 향한 ‘이영’의 애틋함과 달리 동료들은 ‘수진’에 대해 의문스러운 말들을 쏟아내고,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이영’은 완벽한 실력을 되찾아야만 한다.  결국 최고를 지키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과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왔던 ‘수진’...

  • 조회 수: 255

뮬란 +1

  무예에 남다른 재능을 지닌 ‘뮬란’은  좋은 집안과 인연을 맺어 가문을 빛내길 바라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본연의 모습을 억누르고 성장한다.    어느 날, 북쪽 오랑캐들이 침입하자 황제는 징집령을 내리고  ‘뮬란’은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들 몰래 전장에 나가기로 결심한다.    여자라는 게 발각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  ‘뮬란’은 타고난 용기와 지혜로 역경을 이겨내며 전사로 성장한다.    마침내 잔...

  • 조회 수: 254

테넷 +3

  당신에게 줄 건 한 단어 ‘테넷’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세상을 파괴하려는 사토르(케네스 브래너)를 막기 위해 투입된 작전의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 인버전에 대한 정보를 가진 닐(로버트 패틴슨)과 미술품 감정사이자 사토르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한 그의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과 협력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아야 한다!

  • 조회 수: 356

오케이 마담 +1

  “즐거운 여행 되세요~!” 인생 최고의 행운인 줄 알았다, 놈들이 타기 전까지...   극강의 쫄깃함으로 빠른 완판을 기록하는 꽈배기 맛집 사장 '미영'은  컴퓨터 수리 전문가 '석환'의 남다른 외조로 하와이 여행에 당첨되고,  난생처음 해외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비밀 요원을 쫓는 테러리스트들도 같은 비행기에 오르고  꿈만 같았던 여행은 아수라장이 된다.    난데없는 비행기 납치 사건의 유일한 해결사가 되어버...

  • 조회 수: 421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2

  태국에서 충격적인 납치사건이 발생하고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을 끝낸 암살자 인남(황정민)은 그것이 자신과 관계된 것임을 알게 된다.  인남은 곧바로 태국으로 향하고, 조력자 유이(박정민)를 만나 사건을 쫓기 시작한다.  한편, 자신의 형제가 인남에게 암살당한 것을 알게 된 레이(이정재).  무자비한 복수를 계획한 레이는 인남을 추격하기 위해 태국으로 향하는데...    처절한 암살자 VS 무자비한 추격자  멈출 수 없는 ...

  • 조회 수: 398

강철비2 : 정상회담 +1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한 내 쿠데타로 세 정상이 납치된다!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대한민국 대통령(정우성),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위원장(유연석)과 미국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간의 남북미 정상회담이 북한 원산에서 열린다. 북미 사이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핵무기 포기와 평화체제 수립에 반발하는 북 호위총국장(곽도원)의 쿠데타가 발생하고, 납치된 세 정상은 북한 핵잠수함에 인질로 갇힌다. 그...

  • 조회 수: 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