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의 노래를 들어라
-제주올레 완성기념 포토포엠

사진/김진석(사진작가)
시/심산(심산스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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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노래한다
바다가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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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의 이어도가
바다 저편에서 우리에게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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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달려와 인간의 마을에 부딪치는
파도의 노래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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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노래한다
제주올레가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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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현악 독주곡으로
우리의 애간장을 끊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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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막혔던 가슴 후련해지는
벅찬 아리아를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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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때는 누더기가 된 영혼을 위무하는
중저음의 관현악으로 울려 퍼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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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느닷없이 삶의 기쁨을 노래하는
남성합창단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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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손에 쥐어진 사물놀이에 취해
막연한 희망에 들떠 있다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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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욕으로 가득 찬 삶의 회한에
피눈물을 떨구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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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갑산 가더라도 나는 모르네
목청이 터져라 외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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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노래한다
제주올레가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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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래를 들으며 우리는 걷는다
걸으며 저마다의 묵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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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삶과 죽음 사이로 난
신비하고 호젓한 오솔길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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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걷는다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저 시린 하늘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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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길의 노래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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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길을 걷는다
제주올레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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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루를 걷는다
그렇게 한 삶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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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그렇게 어머니 한라산의
드넓은 오지랖을 노래한다

[심산스쿨] 2013년 1월 7일